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어마어마하게 활동량이 많은 안무였다.
빠르고, 리듬 맞추기 힘들고.
심지어 손, 발 디테일 모두 많아서 외우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이건 메보가 죽겠다. 그춍.”
“…조용히 해.”
김금이 실실 웃으면서 약 올렸다.
그도 그럴 게, 후반부에 갑자기 계속해서 고음으로 몰아치는 부분이 나왔다.
지르는 부분만 대체 몇 개야?
요즘 이런 거 올드하다고 욕먹는 거 모르나?
내가 무슨 고음 캐리어도 아니고.
이건 내가 다 하게 될 느낌인데.
옆을 힐끗, 보니 이경아의 표정도 별로 좋지 않았다.
쟤도 저기서 고음 셔틀하게 되겠지 뭐.
“자,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체 곡입니다.”
마지막 곡은 예상했던 대로, R&B곡이었다. 서정적이면서도 순수한 느낌의 팬송.
이건 안무도 없고, 부르기에 그렇게 어려운 부분도 없었다.
“노래는 이제 다 들으셨겠고. 첫 번째 곡 파트 분배지를 나눠 드릴 테니, 한번 확인해 보세요. 포지션별로 파트 분배는 이미 다 되었고. 누가 어떤 포지션을 가져갈지만 정하면 됩니다.”
제작진이 준 파트 분배지를 보는데, 연습생들이 술렁이는 게 느껴졌다.
“파트 분배 왜 이래요?!”
나는 오 PD를 노려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미친 거 아니냐고.
“…아무래도 열한 명이면, 다인원이니까…. 누군가는 파트를 좀 적게 받을 수밖에 없겠지.”
“그건 그렇지만…. 세 명은 파트가 한 소절밖에 없는데요?”
“다른 포지션들도 많은 건 아닌 게…. 세 명은 두 소절밖에 없어.”
포지션은 다음과 같았다.
메인 보컬, 리드 보컬, 서브 보컬 1,2,3,4,5,6,7. 래퍼 1, 래퍼 2.
“메인 보컬 포지션이랑 리드 보컬, 서브 보컬 1만 제대로 분량이라고 할 만한 게 있고…. 랩 포지션은 두 사람인데… 한 명이 너무 압도적으로 많고, 나머지 한 명은 되게 적은데?”
그냥 싸우라는 뜻이다.
의도가 너무 뻔히 보였다.
파트 가지고 싸워 봐라. 마지막까지 피 튀기게, 재미있게.
“이건 파트를 많이 가져가는 쪽도 기분이 안 좋겠네요.”
류보라의 말이 맞았다.
치사하고 더러워서 원.
“자. 그럼 이제 포지션을 어떻게 나눌 거냐면!”
다크서클 가득한 오 PD의 눈이 찢어져라 휘어졌다.
“이게 아주 중요한 포인트인데. 이건 컬러리스트님들의 투표로 정해질 겁니다.”
“!”
젠장.
그제야 오 PD의 속셈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깜짝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공식 홈페이지에 투표가 올라갈 겁니다. 딱 12시간만 집계할 거고요. 컬러리스트님들께 열한 개의 포지션에 각각 누가 어울릴지 투표해 달라고 할 겁니다. 그렇게 각 포지션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그 포지션을 가져갈 거고요.”
망했다.
***
★
헐 공홈에 투표 뜸
└엥 이제 온라인 투표 마감됫자나?
└└생방투표만 남은 거 아님?
└└└ㄴㄴ 인기투표 아니고 포지션 투표임
└ㄸ?
려유야… 어느 포지션 원하는지 당근 좀 흔들어줘봐ㅠㅠ 메보?? 리드??
연코랄 파트 뭐줘야되냐…? 메보는 또 누구뽑냐; 메뉴컬 ㅈ같은게 자기 최애만 뽑는 게 아니라 11명 파트 다 분배해야만 투표 가능하게 해놓음;
류펖고영 서브1 뽑으셈 이거 단합해야돼 고영단들!!!!!!!괜히 메보 뽑는 눈새있으면 진짜;ㅎ
금이는 파트 고민할 게 없어서 개이득임ㅋ 당ㅋ연히 랩1이니깐⌒⌒
#메뉴컬 #려유 #리드보컬김려유 #김려유를_리드보컬로_뽑아주세요
※려유 메보 욕심 말고 리드보컬로 뽑아주셔야 합니다!! 리드보컬도 충분히 파트 많아요!!※
메보 파트는 려유 음역대랑 안 맞아요!!!
우리 킹랑스러운 려유 긴장하면 실력 발휘 못하니까ㅠㅠㅠㅠㅠ 메보 말고 리보로 뽑아주세요!!
※려유도 메보 안 원해요!! 리!!드!!보!!컬!!※
울 서빽 괜히 김려유랑 리보 경쟁 말고 걍 섭1로 ㄲ
└서빽 근데 메보 줘도 충분히 잘할 것 같지 않?
└└하ㅆ 애들아 당근 좀 씨게 흔들어 보라고
다른 건 솔직히 됐고 섭 567만 피하면 돼
우리 컬러리스트님들^^ 최애컬러가 누구시든간에 567은 단합을 하셔야한다구요
그래서 567 누구하란건데
└5ㅂㅅㅇ 6 ㅇㅈㅎ 7 ㅇㅊ
진심 존빡인게ㅋㅋㅋ누가 봐도 메보인 애를 섭7주겠다는게 진짜… 정신나갔냐고 단합을 진짜 ㅈ같이 하네
이때싶 물타는 새끼들이 제일 싫어ㅋㅋㅋ 니새끼는 리드보컬을 하면요 실력 다 들통나세요ㅋㅋㅋ 뭔 리드보컬이야 리드보컬은 주제파악좀해ㅠ
혐려단들 걍 다 불사르고 싶다 얘네가 언플 젤 오짐
그렇게.
컬러리스트들 사이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눈치 싸움이었다.
내 새끼를 조금이라도 좋은 파트에 넣고 싶다는 욕망.
그러나 자칫하다간 더 센 애한테 밀릴 수 있으니, 적당한 자리에 넣으려는 합리적인 이성.
그러려면 희생자가 필요했다.
인기 순위가 가장 낮은 방수인, 논란의 중심인 연주홍과 윤청.
이렇게 세 사람을 가장 파트가 적은 곳에 밀어 넣고, 안전하게 싸워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못해도 서브 2, 3, 4를 확보하기 위해서.
메보는 걍 ㅇㄱㅇ 주자
혐청이 메보하는 거 보단 차라리 듣보가 메보하는 게 낫지
ㅇㅈ 걍 메보는 이경아로 통일해버려
└222222 최애가 누구든간에 메보는 이경아ㅋㅋ
└3333
└잠만 우리 백영이 시켜줘 메보
└그건 또 시름ㅋㅋ
머글들한테도 투표 홍보해야함
다른 건 니네 맘대로 하고 섭67이라도 얘네로 해달라고ㅋㅋ
다른 건 이름순으로 하더라도 섭67은 눈치챙겨^^
ㄹㅇ 인간이면 투표해라
└제발 한국인이라면 섭67투표합시다
그렇게 커뮤니티와 SNS에는, 서브보컬 6, 7을 연주홍과 윤청으로 투표해 달라는 글들이 넘쳤다.
윤청과 연주홍을 제외한 모든 연습생 팬들의 합작이었다.
이제 포지션 투표는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니었다.
인기투표는 좋아하는 사람만 뽑으면 되니까.
하지만 이건 그걸 넘어서서, 싫어하는 사람도 뽑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이번 투표는, 인기투표인 동시에 혐오투표였다.
그렇게 12시간 후.
연습생들에게 각 포지션이 전달되었다.
메인 보컬: 이경아
리드 보컬: 김려유
서브 보컬 1: 류보라
서브 보컬 2: 서백영
서브 보컬 3: 이주선
서브 보컬 4: 신유현
서브 보컬 5: 방수인
서브 보컬 6: 연주홍
서브 보컬 7: 윤청
래퍼 1: 김금
래퍼 2: 박하은
***
한편, 자신의 팬들마저 연주홍과 윤청을 서브 보컬 6, 7로 밀었다는 것을 안 연습생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들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의 탓이 아니어도, 그리고 팬들이 속사정을 다 알지 못해서 저지른 실수라는 걸 알아도.
속상하고 미안한 마음은 사라질 수 없었다.
“…진짜, 개인 SNS나 발언이 허용만 됐어도….”
김금과 류보라는 나와 같은 방을 썼기 때문에, 유독 미안함이 더 컸다.
그래도 룸메이트니까, 나름대로 팬들이 관계성을 좋게 봐 주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
사실 난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고작 룸메이트 정도의 관계성으로 견제 투표를 없앨 순 없거든.
내가 논란 전에는 김금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순위였으니, 김금의 팬들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몇 번이고 1, 2위를 다퉜으니까.
MVP of MVP에서도 김금이 4위, 내가 1위를 하기도 했고.
류보라의 팬들마저도 그렇게 나를 매몰차게 버린 건 약간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애초에 내 팬도 아닌 사람들이 날 버렸다고 하기도 참 뭐하지.
내가 정말로 안타까운 건 내 팬들이었다.
내 팬들은 정말 노력했다.
‘윤청 연습생. 안타깝네. 메인 보컬 투표 2위야. 근소한 차이로 이경아 연습생한테 져 버려서, 바로 서브 7로 밀려났어.’
오 PD의 언질만 들어도 그렇다.
내 팬들은 정말 노력했다.
하지만 물량 공세를 이기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질 걸 알면서도 날 위해서 끝까지 노력해 준 그 마음이 고맙고도 미안했다.
…내가 죄인이지.
“걱정하지 마. 고작 노래 하나뿐인데.”
“그래도요….”
나는 두 사람을 애써 위로했다.
하지만 신경은 온통 SNS의 타임라인으로 가 있었다.
★
윤블 미안해 진짜… 우리가 너무 힘이 없어서…. 아 너무 속상해
#사랑해_윤청_미안해_청바지들이 #울지마_윤블
…청바지가 뭐냐고?
나도 뭔가 했는데, 윤청을 바라보는 지랄견들이라고 한다.
…왜 하필 지랄견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게 미안해하는 팬들의 마음에, 내가 더 죄스러웠다.
잘못한 건 나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도 나다.
상처만 주는 연습생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렇게까지 마음을 주실까.
“한 소절이라도 완벽하게 해서, 또 보답해야지.”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아, 아니다.
띠링!
오 PD
홍사장 니가 원하는데로 해줄뜻?ㅋ
근데 다는 안들어주고 약간만ㅋ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었다.
복수.
그리고 약간의 사이다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