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8)
8화.
1화의 첫 시작은, 단연 데뷔 무대 [Rainbow>였다.
‘컬러즈’라는 소속사 이름에 걸맞게, 데뷔곡 이름도 무지개였다.
작곡은 컬러즈 소속 아이돌, ‘번애쉬’의 단하.
작사는 컬러즈 소속 아이돌, ‘화이트노이즈’의 도이.
오로지 컬러즈의, 컬러즈를 위한, 컬러즈에 의한 무대라는 게 그들의 슬로건이었다.
“강 작가.”
“네.”
“노래 어떤 것 같아?”
오 PD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열두 명의 연습생들을 보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노래가 괜찮아야 뜨는데. 난 노래 듣는 귀는 없어서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르겠어. 컬러즈 아이돌이 작곡, 작사한 것도 마음에 안 들고.”
오 PD는 홍 사장의 지시로 야무지게 컬러즈 아이돌만을 활용한 무대에 불만이 많았다.
하다못해 안무까지 컬러즈 아이돌 ‘그레이쉬’의 진화가 만들었으니, 정말 알차게 뽑아 먹은 셈이다.
“홍 사장 그 컬러즈 뽕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자기 애들을 너무 과하게 아끼는 면이 있어. 아니, 무슨 내수경제에 미친 것도 아니고, 왜 죄다 자체 제작이야?”
“뭐, 재수 없긴 하지만…. 저라도 저만큼 키워 놨으면 쓰고 싶을 것 같긴 해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오 PD는 입가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하긴 돈을 그렇게 발라서 키웠는데. 쓰긴 써야지.”
“그렇죠.”
“요즘 작업실 바깥으로 잘 나오지도 않는다면서? 프로듀싱이랑 작곡에 미쳐 가지고?”
“유명하잖아요. 홍 사장 경영엔 별 관심 없는 거. 그러니까 김 이사가 저렇게 횡포 부릴 수 있는 거죠.”
“홍 사장 다 좋은데 그게 참 별로야. 김 이사만 적출해 냈어도, 컬러즈 지금 국내 원탑이었을걸.”
“그건 그래요. 근데 워낙 음악에 미친 분이시라….”
“그러니까 성공한 거긴 한데, 그게 참 아쉬워.”
강 작가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메뉴컬’을 기획할 때부터 제작진들과 김 이사는 종종 부딪혀 왔다.
김 이사는 조카인 김려유를 중심으로 데뷔시키기 위해, 그룹 전체를 망치는 길을 선택했다.
오 PD가 지금까지 그녀를 견제하지 않았다면, 이미 김려유가 다 해 먹고 김려유와 친한 연습생들이 끼워져서 데뷔하는 꼴이 됐을 것이다.
“그만한 대형 기획사에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네.”
“대형 기획사인 거지, 대기업인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대기업이라 해서 제대로 굴러가는 건 아니기도 하고요.”
“하긴 우리 방송국만 봐도….”
오 PD는 고작 김 이사에게 휘둘리는 국장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돈을 대체 얼마나 먹은 건지.
“근데요, 그래도 노래는 좋아요.”
강 작가의 말에, 오 PD는 눈을 빛냈다.
“그래? 확실해?”
“네. PD님도 아시다시피, 이사는 좀 별로여도-”
강 작가는 모니터로 연습생들을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거기 애들은 좀 괜찮거든요.”
불이 꺼진 무대, 열두 명의 연습생들이 V자 대형으로 서 있었다.
센터는 김려유.
양옆에는 서백영과 류보라.
그리고 아홉 명의 연습생들이 그 뒤를 쭉 따르고 있었다.
각 연습생들은 흰색 셔츠, 그리고 검은색 스쿨 룩 치마를 입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프레피 룩을 지향하는 게 느껴졌다.
통일된 의상 속, 유일하게 각각 다른 점이 있다면, 액세서리들이었다.
윤청은 목걸이, 서백영은 발찌, 류보라는 머리핀, 김려유는 귀걸이, 연주홍은 브로치, 김금은 반지.
그 외에 다른 연습생들도 다 다른 액세서리를 하나씩 차고 있었다.
다 다른 액세서리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든 장식에 황금색 날개 펜던트가 달려 있다는 것.
눈썰미 좋은 사람이 그걸 눈치챌 때쯤,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경쾌한 팝 사운드와 함께 시작되는 센터, 김려유의 리드.
나는 너만의 New color
나를 색칠해 나를 그려 줘
너를 물들여 너를 그릴게
처음부터 바로 후렴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열두 명 모두 대형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난이도의 군무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하지만 반짝, 무지개는 사라지고
영원한 건 오로지 푸른 하늘
윤청의 보컬과 함께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누구나 가볍게 들을 수 있는 후크송이었던 전반과는 달리-
Over the rainbow
We’re waiting for you
너의 색을 모두 훔칠래
나의 색을 네게 덧칠해
전체적으로 웅장하면서 음울한 분위기가 되었다.
가벼운 분위기의 안무도 점점 격해지고 있었다.
곡의 마지막으로 치달은 순간,
열두 명의 연습생들이 원을 만들며 가운데를 손으로 가리켰다.
Over the rainbow
We’re still here
We’re still blue
류보라의 마지막 보컬과 함께, 모든 연습생들이 뒤로 돌며 앉았다.
그리고 무릎을 감싸 안으며, 노래가 끝났다.
***
“….”
역시나 분위기가 흉흉하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이라고 공지한 시간보다 1시간 전인데도, 모두 일찌감치 모여 있었다.
하지만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바로 어제가 우리의 첫 번째 합동 무대이자 나름의 데뷔곡인 Rainbow의 영상이 공개된 날이었으니까.
야 떴다 떴다
▶ [최초 공개! ‘메뉴컬’의 첫 무대, [Rainbow>. 지금 여러분의 마음에 무지개를 피우러 가는 소녀들]
아직 24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영상의 조회 수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그러나 몰린 관심이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대형 맞나 애들 물 ㅂㄹ인데 ㅈ소인줄
└ㅈ소 무시하니 ㅈ소도 저거보단 나음ㅋㅋ
컬러즈 한물 갔네
센터 좀 애매하다
└내 말이 차라리 류보라 센터 시키지
└네 다음 류보라빠
└춤선은 서백영이 제일 나은 것 같은데
근데 의외로 비공개 연습생이 더 낫다 후렴구 부르는 애 누구임 시원시원하네
└얘가 메보일듯
└이름 윤청임 ㅠㅠ 울 청이 예쁘게 바주세요
류보라 개쩐다 배우 출신인데 잘하는데?;
핑크양갈래 누구야? 치임ㅠ
└연주홍
└와 이름도 연주홍이네
티저로 이미 화제가 되고, 자기소개 영상으로 한번 못을 박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무대가 공개되자, 난리였다.
몇몇 연습생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몇몇 연습생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미 대중들에게 공개된 연습생일수록 평가가 더 박했다.
‘…예상한 결과였어.’
기본적으로 이미 알려진 연습생들에게는 기대가 높게 걸려 있다.
알려지지 않은 연습생들은 말 그대로 기대치가 ‘0’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첫인상은 더 좋을 수도 있다.
‘인지도 높은 연습생은… 그야말로 양날의 검.’
잘하면 대박, 조금이라도 못하면 나락.
그게 연습생들의 운명이다.
다들 표정이 안 좋았지만, 가장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김려유였다.
왜냐고?
방금 제작진들이-
‘아까 보니, 김려유 연습생과 다른 연습생 사이에 센터 문제 때문에 신경전이 있는 것 같던데?’
‘혹시 센터 선발에 뭔가 불만이 있었는지?’
이런 인터뷰를 따 갔으니까.
그래, 센터가 됐다고 다가 아니다.
방송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제작진: 아까 보니, 김려유 연습생과 다른 연습생 사이에 센터 문제 때문에 신경전이 있는 것 같던데?
[경아: 하하…….(난처한 웃음)] [경아: 이거 말하면 안 돼요, 저.] [제작진: 왜?] [경아: 찍혀요.] [제작진: 누구한테?]자막: 위를 가리키는 경아… 그 의미는?
[하은: 그… 심사 위원님 조카잖아요.] [수인: 그게 뭐라고 다들 쉬쉬하지? 려유 김 이사님 조카인 거 모르는 연습생이 있나요?] [금: 솔직히 뭐… 다들 섭섭하긴 할걸요.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주홍: 센터 선발전이 있을 줄 알았거든요, 전.] [유현: 그런데 이제, 안무 배우는 첫날에 김 이사님이랑 원호 트레이너님이 오셔서…] [주선: 그냥 바로 말씀하시더라고요. 대형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그냥 그대로 외우라고.] [경아: 그래서 궁금했죠. 그럼 센터는 누구지? 백영인가?] [주홍: 그런데 보니까 려유 언니인 거예요. 신기했죠.]자막: 바로 센터가 된 김려유 연습생
자막: (씁쓸)
[백영: 려유일 거라고도 생각 안 한 거죠.] [청: 사실 모두가 센터가 될 자격이 있잖아요. 경쟁할 권리도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경쟁도 못 해 본 거니까 아쉽긴 하죠.]제작진: 사실 려유가 센터인 게 처음은 아닌데.
[수인: 그래서 진짜 이상한 거예요. 저희 첫 티저 때도, 려유 언니가 센터였으니까.] [주홍: 그땐 그냥 누군가는 센터를 해야 하니까. 그게 려유 언니인가 보다, 했어요.] [하은: 그런데 이번에도 센터인 건 좀 너무하지 않나?]제작진: 센터를 못 해서 아쉽진 않은지?
[백영: 아쉽죠. 어떻게 안 아쉬워요. 요오만큼 아쉬워요.] [보라: 별로 아쉽진 않아요.]제작진: 센터에 욕심이 없나?
[보라: 아뇨. 당연히 욕심 있죠.]제작진: 그럼 왜?
[보라: 데뷔해서 하면 되니까. 상관없어요.]제작진: 센터가 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려유: 너무 좋았죠. 그동안 노력했던 게 인정받는 느낌이라.] [려유: 아, 드디어 나한테도 기회가 오는구나 하는 느낌? 열심히 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어요.]제작진: 센터 논란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려유: ….]자막: 말을 잇지 못하는 려유….
[려유: 오해가 많으니까 속상하긴 하죠.]제작진: 본인이 센터로 뽑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려유: 그런데 그때 처음에 이사님이랑 트레이너님이 다 설명을 해 주셨어요. 이번 컨셉에 제 이미지가 맞아서 제가 된 거라고. 다음 곡에는 또 그 곡에 맞는 사람이 센터가 될 거라고.]자막: 눈물을 닦는 려유
자막: 말은 못 했지만 속상했던 마음….
[려유: 제가 잘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과연 김려유 연습생은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다음 주 이 시간에 확인하세요!
사수 사수 본방 사수!]
촌스러운 자막과 함께 ‘메이크 어 뉴 컬러’ 1화가 끝났다.
[컬러즈의 뉴 컬러를 색칠해 주세요!] [우리 컬러리스트들이 선택할 새로운 컬러는?] [다음 주 이 시간에 봐요, 안녕~!]“…생각보다 재밌는데?”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보던 시청자들은, 1화가 끝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