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85)
85화.
“찬성합니다.”
바로 류보라가 손을 들고 동의했다.
아니.
잠깐만.
“싫어요. 전 리더 못 합니다!”
내 의사는 왜 안 물어봐.
“왜 못 합니까?”
서백영이 눈을 희번득하게 뜨고 물었다.
무서웠다.
“아니. 저는… 그런 거 못합니다. 딱 봐도 못하게 생겼잖습니까!”
“아뇨. 아주 잘하게 생겼습니다. 어찌나 잘하게 생겼는지 관상에 리더라고 써져 있을 정도입니다. 길을 잃어도 컬러즈에다가 ‘얘 댁네 돌 리더죠?’ 하며 데려다주게 생겼습니다.”
“옳습니다!”
다들 왜 다나까체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안 돼.
“그건 당신 아닙니까! 백영 언니보다 더 리더 관상인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러는 겁니까? 그러는 백영 언니는 대체 왜 안 한다는 겁니까! 백영 언니는 메뉴컬 하는 내내 리더였습니다! 원래 일은 경력직이 더 잘합니다! 언니를 시켜야 합니다!”
내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말은 점점 더 빨라졌다.
그만큼 정말 절실하게 리더 자리가 싫었다.
“경력직이라 더 잘하는 거 아니고요! 더 열심히 하는 놈이 잘하는 겁니다!”
“전 열심히 안 할 건데요!”
“팬분들! 이 신인을 보십시오! 데뷔하기도 전부터 열심히 안 한다고 합니다!”
“예! 저 원래 이런 앱니다! 리더 빼고 다른 건 다 열심히 할게요! 근데 리더는 싫어요!”
왜 그렇게까지 리더가 하기 싫냐고?
강한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리더가 된 순간…
“저는 저만 아니면 됩니다. 아무나 하십쇼.”
“우와. 이기는 사람 내 사람.”
“날 데뷔시켰으면 책임지세요, 청청.”
이 세 명의 비글들을 책임지고 사람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사절이다.
나는 육아와 양육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다.
애초에 솔로 활동만 10년 한 사람이라니까요.
환장하겠다.
나는 서백영을 간절한 눈으로 보았다.
백영아.
왜 그래.
우리 좋았잖아.
“저도 사실 처음에는 리더 자리, 거절할 생각 없었습니다.”
그때, 서백영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메뉴컬을 하면서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저는 리더를 해선 안 되는 사람이에요.”
“아니,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나는 당황했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자자. 그러면.”
그때, 오 PD가 갑작스럽게 끼어들었다.
망할 오 PD.
이 얘기 되게 중요한 얘기 같은데.
나중에라도 서백영에게 따로 물어야겠다는 강한 직감이 들었다.
“둘이서 이제, 리더 안 하기 공약을 내세워 보는 건 어때요?”
“….”
“다른 멤버들을 설득할 공약을 내놓는 거죠. 그리고 나머지 세 명이 공약이 더 괜찮은 사람을 리더 자리에서 탈출시켜 주는 겁니다.”
“오. 완전 마음에 든다.”
오 PD 저놈이 제일 나쁜 놈이다.
리더 공약도 아니고 리더 안 하기 공약은 대체 뭐냐?
“저부터! 말하겠습니다.”
이 와중에 서백영은 바로 적응했는지 손부터 들었다.
“제가 리더가 안 된다면. 이 집의 집안일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합격.”
“합격.”
“청청. 그냥 리더 하쇼.”
….
나 탈퇴할까?
***
“오늘 컨텐츠는~ 방 다시 정하기. 가볍고 스무스하게, 응? 우리 첫날부터 그렇게 빡세게 돌리는 사람들 아니니까는.”
으.
저 소름 끼치는 말투부터 어떻게 하고 싶다.
카메라 세팅이 끝나자, 우리 다섯 명은 모두 거실에 모여 앉았다.
“방이 네 개고, 사람은 다섯이니까… 어떻게 방을 나눌까요.”
“안방이 가장 크니까 거기에 두 명 넣고, 나머지는 각자 방 하나씩 써도 되겠다.”
“하 저 제발 개인 방 쓰고 싶어요.”
사실 신인 아이돌 그룹에게 이렇게 크고 좋은 숙소를 주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컬러즈 정도의 대형이나 가능한 일이지.
“혹시 2인실 쓰고 싶으신 분?”
서백영이 먼저 어려운 화제를 꺼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하긴 어지간하면 독방 쓰고 싶지.
“그럼 게임으로 방 정할까요?”
“그러실 줄 알고! 저희가 게임을 준비해 왔습니다~!”
류보라가 제안하자마자, 오 PD가 신나서 말했다.
…왜 안 끼어드나 했다.
“무슨 게임인데요!?”
이상하게 연주홍은 게임만 하면 눈이 저렇게 돌더라.
“바로바로! 진실의 눈 게임~!”
…?
“진실의 눈 게임이란. 멤버의 TMI 중 하나를 듣고, 그게 어떤 멤버의 TMI인지 맞히는 게임입니다!”
음.
바로 입맛이 떨떠름해졌다.
게임 이름에 진실만 들어가면 무조건 쎄하던데.
“이제부터 여러분은 미우나 고우나 한 아이돌 그룹, [스틸블루>로서 동고동락을 해야 하는 사이! 하지만… 서로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나요?!”
잘 모르지.
솔직히 다들 프로그램 시작 전에는 별로 친하지 않았으니까.
그나마 김금과 류보라가 친했고, 서백영은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냈다는 점 정도.
류보라는 워낙 사람에게 철벽 치는 애고, 연주홍은 모두와 잘 지냈지만 특별히 친한 사람은 없었다.
의외로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게 힘들었던 듯하다.
그리고 나는….
말할 것도 없지.
사회성 제로 윤청이니깐.
메뉴컬 전에는 모두와 매우 거리감이 있었으니,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프로그램 도중에는 서로 사적인 얘기를 할 틈이 별로 없었고.
…이거 팬분들께 우리가 얼마나 안 친한지 들키게 될 것 같은데.
“가장 많이 맞히는 멤버는, 다른 멤버들의 방 배정권을 갖습니다~! 이름하여 승자 독식!”
그러니까 대충 게임 방식은 이랬다.
문제를 듣고, 이 멤버의 이야기다 싶으면 그걸 화이트보드에 써서 다 같이 공개한다.
물론 본인이 본인의 이야기를 맞힌 건 정답이라고 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도 티 나지 않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한마디로 연기력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이거 류보라가 좀 유리하지 않나?
류보라를 흘깃, 보자 류보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인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자, 바로 첫 번째 문제! 처음이니까 쉽게 갈게요. ‘단 한 번도 사랑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는 사람.’ 다시 말해, 아직 첫사랑조차 해 본 적 없는 사람. 이 사람은 누굴까요?”
…이게 문제가 쉬운… 거야?
나는 멤버들 다섯 명을 열심히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첫사랑이 있을 것 같은 애 자체가 없는데?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특히 연주홍은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게 반쯤 넋이 나간 듯했다.
흠. 이런 반응이라면….
나는 오 PD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화이트보드에 정답을 썼다.
“!”
다들 내가 자신 있게 쓰자 놀란 얼굴이었다.
“오, 윤청 연습생. 자신 있는 모습 좋아요. 다른 분들도 어서 5초 이내로 써 주세요.”
“헉.”
“아, 안 돼.”
“돼!”
결국 모두들 허겁지겁 써서 화이트보드를 들어 올렸다.
“오.”
제작진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멤버들이… 전부 자신의 이름을 쓴 것이다.
나를 빼고.
“헐. 청청 혼자 정답?”
“와. 치사한 거 봐.”
“? 경쟁 사회임.”
연주홍과 김금이 열심히 내게 눈치를 주려 했지만, 나는 무시했다.
“윤청 연습생… 정답 읽어 주세요.”
“아, 네.”
나는 화이트보드를 내려서 읽었다.
“스틸블루 전원.”
“….”
내 답안에 다들 묘하게 슬퍼했다.
왜 슬퍼하는 건데.
“……이 연애 세포 없는 사람들.”
“아니 다들 어떻게 짝사랑 한번 안 해 볼 수 있어요?”
김금이 울컥해서 말했다.
“니도 못 해 봤잖아.”
“난 안 한 거예요!”
백영의 지적에 김금은 발끈했지만 소용없었다.
부질없군.
“어쨌든, 정답인가요?”
“정답입니다!”
뿌듯하네.
내 화이트보드에 정답 자석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나저나.
다들 방송용 대답을 한 걸까, 아니면… 진짜일까?
나중에 물어봐야지.
“데뷔를 너무 하고 싶었던 나머지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을 데뷔로 지은 멤버는?!”
“서빽.”
“정답입니다!”
“4개 국어를 할 줄 아는 멤버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를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진짜 모르겠다.”
“정답은~ 윤청이었습니다!”
“뭐라고요?!”
“이제 당신은 우리의 스피커 당첨.”
…태국어와 베트남어도 조금 할 줄 안다는 말은 하지 말자.
“대체 언제 그렇게 언어를…?”
“님 혹시 하루가 72시간인가요.”
“독학을 조금… 한 것뿐이에요.”
물론 하도 투어를 많이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 생활 언어 능력에 가깝긴 하지만.
여기서 그렇게 설명할 순 없었다.
“화이트노이즈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팬 사인회와 공방까지 뛴 멤버는?”
“…대체 무슨 수로 화이트노이즈 선배님 팬싸에 당첨된 거야? 팬인 것보다 그게 더 신기한데.”
“주홍이인가? 주홍이 뭐 하나 꽂히면 살짝 돌잖아.”
“대체 저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백영 언니…”
“땡. 정답은 김금이었습니다.”
“??”
너무 의외의 답에 멤버들은 모두 김금을 보았다.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 없게 생겼는데.
“뭘 봐요. 제가 팬싸 가려고 평생 받은 명절 용돈을 다 턴 애로 보이세요?”
“이건 찐사네….”
“최애가 누구셨나요?”
진심이었구나.
신기했다.
나는 연예인 좋아해 본 게 얘네가 처음이라.
“비밀입니다.”
“왜?”
“그분이 절 부담스럽게 여기실 수도 있기 때문…. 저의 짝사랑은 그저 비밀스럽게 뒤에서… 혼자 하고 싶어요….”
“뭔가 무서운데요…”
“소름 끼침.”
“니들이 사랑을 알아?!”
누굴까.
나중에 잠꼬대할 때 슬쩍 찔러봐야지.
“컬러즈에 입사할 때, 최종 장래 희망이 컬러즈의 이사라고 밝힌 멤버는 누굴까요?”
“야망이 아주….”
“왜 굳이 컬러즈의 이사를 하죠? 차리면 되지.”
“어. 이 사람 반역자인데? 이놈을 매우 쳐라.”
“아닌데? 나 완전 회사 좋아하는데? 컬러즈 사랑해. 우리 영원해.”
서백영과 김금이 싸우고 있을 때.
“이건 뭔가 주홍이일 것 같다.”
나는 조용히 정답을 말했다.
“정답!”
“오.”
“와. 요즘 17살이 무섭다니까요. 난 기껏해야 입사할 때 장래 희망으로 10년 연속 대상 가수 이런 거 말했는데.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거야.”
“…별로 안 순진한데.”
김금은 류보라의 비난을 가볍게 무시했다.
“주홍이 왜 꿈이 이사야?”
“사실 진짜 장래 희망은 사장님인데 솔직하게 말하면 사장님이 나 싫어하실까 봐…. 조용히 알아서 2인자를 댔어요!”
진짜 무서운 놈이다, 얘는.
아무튼.
그 외에도 시답잖은 정보들이 남발되었다.
절반은 바로 정답이 나왔지만, 나머지 절반은 정답을 맞힐 수가 없었다.
그나마 내가 많이 맞힌 편이었다.
하지만 약간 애매한 게… 생각보다 서백영도 많이 맞혔다.
거의 한두 문제 차이로 1위가 갈릴 것 같은데.
“최종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모두들 긴장하며 오 PD의 발표를 기다렸다.
서백영 빼고 나머지 셋은 뭘 긴장하는 거지?
거의 한두 문제 맞혀 놓고?
절대로 섭섭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서백영입니다! 백영 씨, 2인실을 쓸 두 사람을 지목해 주세요!”
“아싸.”
“하.”
“하… 그냥 제가 알아서 2인실로 들어갈게요.”
“짐 싸러 가겠습니다.”
다들 본인이 지목당하겠거니 생각하고 체념했다.
하지만 나는 당당했다.
난 서백영에게 잘해 줬다. 당연히 나를 1인실로-
“저는 청이랑 둘이 2인실 쓸게요.”
“?!”
가 아니었네.
괜히 잘해 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