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20
120
120. 인피니티 게이트
사라와 조원들은 멍청한 표정으로 둥둥의 압도적인 힘을 바라보다가 그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뒤로 빠졌다.
괴물의 덩치가 크니 한없이 도망치다가 살짝 뒤를 돌아보니 둥둥이 혼자 그 거대 괴물과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괴물은 두 앞발을 높이 추켜올렸다가 바닥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그에 맞춰 둥둥도 바닥에 대검을 박아 넣었다.
쿠과과과아아앙!
그러자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그 일대가 초토화되었다. 바닥이 파이고 흙먼지가 파도처럼 일어나며 나무가 부러져 날아갔다.
그 지옥 같은 곳에서 홀로 대검에 몸을 기대고 한 발자국도 밀려나지 않는 둥둥의 모습에 후광이 비추는 듯했다.
덥수룩한 털에 각지고 커다란 얼굴이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안 돼, 안 돼!’
사라는 고개를 세차게 털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거기, 거기! 비켜!”
우렁차고 급한 목소리에 사라와 조원들은 깜짝 놀라며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교관 서한이 보였다. 사라의 조원들은 멈춰 서고는 다급히 양쪽으로 거리를 벌렸다.
“땡큐!”
서한은 밝게 고마움을 표하며 가공할 속도로 그들을 지나쳤다.
그 뒤를 30여 명의 대원들이 무서운 기세로 바짝 쫓아 지나갔다. 그들은 서한이 이끄는 정찰대로 전원이 A랭크 대원들이었다.
서한과 정찰대는 그 큰 몬스터를 상대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었다.
“지구에서 처음으로 보는 베헤모스구나! 둥둥, 고생했다!”
“아니다!”
둥둥과 합류한 서한의 정찰대는 베헤모스에게 메뚜기처럼 뛰어서 달라붙었다. 이미 둥둥이 베헤모스의 시선을 고정시켰기 때문에 그들은 마음 편히 더욱 맹렬하게 몰아쳤다.
쿠우우우웅!
거대 괴물 베헤모스 네임드는 금세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둥둥은 그 머리 위에 올라섰다.
사라는 그 모습을 저 멀리서 지켜보며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아아…….’
둥둥이 대검을 바닥에 꽂고 한 손으로 이마의 땀을 털어 냈다.
‘머, 멋있어…….’
* * *
베헤모스 네임드의 등장으로 인해 그날의 훈련은 중지되었다.
베헤모스의 사체를 수거하는 중에 보라는 진사라가 손수건을 들고 총총걸음으로 어딘가를 가는 것을 발견했다.
‘저 여우가 또…….’
보라는 그녀가 또 여울에게 가서 꼬리를 치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를 지나쳐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 아닌가.
‘잉?’
사라는 둥둥에게 가서 그의 옷깃을 살짝 잡았다.
“저기…… 부관님.”
“음? 응?!”
둥둥은 흠칫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에게 사라는 예쁘지만 이상한 여자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머, 머냐?”
사라는 고개를 숙인 채 한쪽 발을 들어 발끝으로 땅을 콕콕 찍으면서 몸을 배배 꼬다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이걸로…… 땀 닦으세요.”
처음 보는 수줍어하는 모습이다.
둥둥은 그 손수건을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도망치듯이 뒤돌아서 갔다. 둥둥은 가장자리에 꽃무늬가 작게 수놓아져 있는 손수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이, 이뿌다…….”
둥둥은 여자한테 이런 이성적으로 느껴지는 호의를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순간, 그녀가 천사처럼 예뻐 보이는 둥둥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보라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얼씨구…….”
저 여우가 갑자기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둥둥은 뭣도 모르고 행복해 하고 있었다.
보라는 일단 지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 * *
쓰촨성 숙소 뒷마당,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였다.
챙, 챙, 채앵!
츠즈즈즈.
여울은 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와 검을 맞대고 힘을 겨루고 있었다. 맞은편의 상대는 바로 장로급 마족 호첸이었다.
마족이 모두 정리된 지금, 실력이 비등한 상대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게이트가 열리면 만만치 않은 놈들이 쏟아져 내릴 것이다. 그날을 위하여 감각이 시들지 않게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 용도로 호첸만큼 적합한 자는 없었다. 사와코는 같은 장로급이더라도 싸워 보고 나니 호첸이 한 수 위였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소환 시간 때문에 가끔 그녀를 부르지만 그리 도움은 되지 않았다. 차라리 은서가 부르는 사와코 환상이 훨씬 더 강할 것이다.
“부녀가…… 둘 다 환상 특성이었어요?”
보라의 목소리에 여울은 대련을 멈추고는 뒤돌아섰다.
“아니, 이건 다른 능력이다.”
“그, 그래요? 오빠는 참 능력이 많네요. 능력 좋은 남좌~”
보라는 두 손가락으로 여울을 가리키며 콕콕 찌르는 모양새를 취했다. 여울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돌리고는 호첸을 소환 해제했다.
“크흠, 아니다.”
방금, 보라가 조금 귀엽다고 느껴졌다. 어느 날부터 보라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이런 기분이 낯설어 당황스러운 여울이었다.
* * *
대한민국 길드의 헌터들이 은근히, 아니 대놓고 무시하던 정부 헌터들은 세계 최강이라고 칭하는 R랭크 여울이 합류하면서 급격히 주가가 상승했다.
게다가 헌터의 반절에 가까운 인원이 특별 합숙 훈련을 나가서 가공할 속도로 레벨 업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뉴스에서 공개되며 그 위상도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길드의 헌터들은 그들을 따라서 바쁘게 사냥을 하며 레벨을 올려 댔다.
여울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중국 쓰촨성, 한 재력가의 연무장에 3,000여 명의 대원들이 모여 있다. 그 맞은편에는 부관들이 서 있다. 그들은 대원들과 은근히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사이 친해진 것이다.
가장 나중에 나오는 여울이 강단에 올라서서 그들을 둘러보았다.
대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고 전과는 다르게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다.
당연한 결과다. 평소 같으면 1년이 되어도 의심이 될 레벨에 올라섰으니까.
여울은 그들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오늘을 끝으로 정부 헌터 합숙훈련을 마치겠다. 현 시간부로 한국으로 귀환한다!”
“와아아아!”
“끝났다으아!”
“휘유~!”
대원들은 여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내지르며 자신의 방어복은 물론 무기까지도 하늘 높이 내던졌다.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모두 5레벨의 실력자이니 저것에 맞는 이는 없을 것이다.
퍽, 퍼벅.
가끔 굼뜬 놈들도 있지만 죽지는 않을 것이다.
* * *
정부 헌터들은 합숙 훈련을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걸어서 귀환하는 중이었다.
보라는 전과는 묘하게 달라진 진사라의 행동에 의문을 품으며 관찰하고 있다.
“부…… 관님?”
사라는 둥둥에게 바짝 달라붙으며 자연스레 팔짱을 꼈다. 덕분에 둥둥의 팔뚝에 물컹한 무언가가 닿았다.
“으, 응?”
“그냥요. 하핫, 와! 우리 부관님, 팔뚝 진짜 굵다. 만져 봐도 돼요?”
“마, 만뎌 바도 댄다. 마니 만뎌라.”
둥둥은 고장 난 듯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사라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굳이 반대편 팔뚝을 콕콕 찔러 댔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팔뚝에 짓눌려 둥둥은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뭐야, 쟤. 그렇게 잘난 체하더니 결국 고른 게 모지리 부관이야?”
“놔둬, 잘 어울리네. 큭큭.”
평소에 사라를 못마땅해 하던 여인들은 그 둘을 싸잡아 욕했고,
“아…… 겁나 부럽네.”
“나도 저기에 비벼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둥둥부관 어벙한 줄 알았는데…… 선수인가 봐, 저 불여시를 길들인 걸 보면…….”
사내들은 한없이 둥둥을 부러워했다.
* * *
머물 곳이 마땅히 없어 필드에 빈 건물로 들어가서 식사를 하는 시간, 둥둥은 쭈뼛대며 여울에게 다가왔다.
“뭐냐.”
둥둥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보, 보라가 단당님한테 가보라고 해씀니다.”
“보라가?”
둥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가 말없이 자신에게 보냈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울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라, 밥이나 같이 먹지.”
“에?! 아…… 알게씀니다.”
둥둥은 머뭇거리다가 그의 옆에 앉아 전투 식량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한편, 둥둥을 여울에게 보낸 보라는 건물 구석에서 사라와 마주 보고 있었다.
“당신, 무슨 속셈이죠?”
사라는 보라의 질문에 확 인상을 쓰며 머리를 굴렸다. 방금 질문은 그녀가 자신과 둥둥을 지켜봤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여자도 둥둥 씨를 좋아하나?’
사라는 보라의 팔과 다리, 주먹을 힐끗힐끗 살펴보았다. 그녀가 전선에 직접 나서서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것을 본 사람은 없다.
그저 치료를 해 주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모두 A랭크 이상인 교관들과 달리 이 교관은 자신보다 약할지도 모른다.
사라는 주먹을 꽉 쥐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보라를 째려보았다.
“왜요. 그분이 그쪽이랑 사귀어요?”
보라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그쪽?”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죠? 선택은 그분이 하시겠죠, 이미 나한테 거의 다 넘어온 것 같아서 불안해서 이러는 거예요?”
‘다 넘어온……?’
보라는 그녀의 말에서 자신이 무언가 잘못 생각했음을 느꼈다. 처음 볼 때는 여울에게 꼬리를 치는 것으로 보였었다.
그런데 생각대로 안 되니까 단순하고 순수한 둥둥을 꼬드겨서 여울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말을 들어 보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대원이 부관하고 만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어차피 이제 훈련도 끝났고, 소속도 다른데?”
보라는 부관이라는 말에 확신했다. 사라의 목표가 변경되었음을, 보라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진심이니?”
“……뭐?”
보라는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하며 말을 이었다.
“괜히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대충 만지작대다가 버릴 생각이면 다가오지 마. 그러면 내가 너 죽일 거야, 명심해.”
보라는 살벌한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사라는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손을 뻗어 보라의 어깨를 확 잡아챘다.
“이익…… 당신이 뭔데?!”
보라는 바로 뒤돌아서 사라의 손목을 잡아 비틀며 다리를 걸었다.
사라의 몸이 공중에서 한 바퀴 휙 돌고는 볼썽사납게 바닥에 엎어졌다. 보라는 그녀의 손목을 풀어 주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
“나, 둥둥이 친누나다.”
“에……?”
그 순간, 사라의 얼굴은 멍청하게 변하였다.
엄연히 따지면 둥둥이 1살 위였지만, 그를 동생처럼 아끼는 마음에 보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
사라는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는 비주얼에 둥둥에게 직접 사실 확인까지 나섰다.
“둥둥 씨…… 진짜 주보라 부관이 누나예요?”
“보라? 보라는 내 엄마 가튼 누나다.”
그의 순진한 대답에 사라는 보라의 말을 철떡 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진사라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는 보라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여우 같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 대충 받아주는 보라였다.
* * *
그로부터 얼마 후, 대원들이 백두산 부근 산길을 지나칠 때였다.
투명한 막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가장 선두에 선 서한이 몸으로 부딪쳐 보니 물결처럼 출렁출렁 흔들렸다.
“이건 뭐지?”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투명하고 거대한 물결이 보였다. 지름 20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하고 동그란 형태의 막.
이것으로 인해 길이 완전히 막힌 상태다.
“여울 단장, 여기 이상한데?”
서한이 뒤돌아서 여울을 불렀다. 여울은 이미 디카르를 양손에 검 형태로 만들고 그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인피니티 게이트…….’
그것이 왜 벌써 생겼는지 모르겠다. 예상했던 때보다 두 달은 빠른 출현이다. 문득 떨어져 있는 은서와 수언이 떠올랐다.
지이이이잉.
그때, 서한의 뒤에 있던 투명한 막에서 거대한 손이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날카로운 손톱은 성인의 몸통만 했다. 그것은 서한을 덮쳐오고 있었다.
눈을 부릅뜬 여울은 크게 소리쳤다.
“서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