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44
144
144. 콜로세움
콜로세움은 지구의 올림픽 경기장처럼 중앙에 큰 무대가 있고, 그곳을 중심으로 빙 두르며 계단식으로 점점 높아지는 관중석이 있는 모양새다.
여울과 사내들은 당연하게도 관중석이 아닌 그 아래에 결투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들어섰다.
통로 양옆에는 문이 있고 그것을 열고 들어가면 선수 대기석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벤치가 빙 둘러져 있으며 그 중앙의 거치대에는 각양각색의 무기들이 거치되어 있었다.
벽에는 투구와 방패, 각반 등의 낡은 보호구들이 널려 있다. 그것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딱지가 잔뜩 묻어 있고, 어떤 투구는 중앙에 도끼 자국으로 구멍이 뚫려 있기도 했다.
철컥! 철컥!
안으로 들어선 사내들은 뭔가에 홀린 듯이 빠르게 무구들을 둘러보며 쓸 만한 것들로 장착했다. 그들의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쾅!
“빨리 나와!”
갈퀴 나가 시엘을 호위하던 나가 한 마리가 문을 박차며 소리쳤다. 그 소음이 귓가를 자극할 정도다. 사내들은 허겁지겁 무구를 들고 나가며 말했다.
“다, 다 됐습니다!”
“넌 뭐야?! 맨손으로 나가겠다는 건가?”
나가가 여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울은 뱀 같은 그것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손만 뻗으면 생명을 앗아 갈 수 있는 것들. 몬스터들의 명령을 듣는 것은 꽤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여울은 시선을 거두고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녹슨 검을 하나 집어 들고 걸음을 옮겼다.
나가를 따라 그들이 도착한 곳은 철창 하나 너머로 결투장이 훤히 보이는 곳이었다. 차례가 되면 철창이 열리고 선수들이 나가서 싸우는 것이다.
결투장에는 철퇴와 대검을 든 거대한 사내들이 무식하게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채앵! 챙! 콰직!
철퇴가 대검을 든 사내의 머리통에 깊게 박혔다. 투구는 찌그러지고 그 안의 얼굴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철퇴를 든 사내는 그것을 빼내어 빙글빙글 돌리며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대검 사내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철퇴가 가공할 속도로 날아와 사내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퍼석!!
“와아아아아!!”
“크하아!!”
“키햐!!”
대검 사내의 머리통이 터지면서 붉은 피가 하늘 위로 솟구쳤다. 그 잔인한 모습에도 결투를 보고 있던 관중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열광했다. 관중들 열의 아홉은 몬스터들인데도, 이런 모습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겉모습만 다르지 인간들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헝겊으로 된 마스크를 쓰고 상의는 없고 하의는 사각팬티처럼 짧은 것에 장화를 신은 사내가 뒤뚱뒤뚱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붉은 깃발과 파란 깃발이 들려 있었다. 그는 결투장 중앙에 서서 붉은 깃발을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크하하하!!”
“벨베트 님네가 이길 줄 알았다니까!”
“이야아아!!”
마스크 사내는 이쪽 철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다음은! 시엘 님 대 게라코 님!”
그의 말에 같이 대기하고 있던 나가가 사내들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네놈이 첫 번째, 네놈이 두 번째, 너는 시엘 님이 가장 마지막에 나가라고 하셨다. 잘 기억해라.”
“제, 제가 첫 번째요?”
사내가 눈이 화등잔만 해져서 되물었다. 나가는 검을 그의 눈동자에 들이대며 속삭였다.
“첫 번째로 나가지 못하게 해 주랴?”
“아, 아닙니다…….”
지이이이잉!
그때, 기계음과 함께 철창이 위로 올라갔다. 첫 번째로 지목당한 사내는 투구를 쓰고는 결투장 밖으로 나갔다. 그의 상대는 반대쪽 철창에서 나온 거인이었다.
거인. 말 그대로 인간과 동일하게 생겼는데 키가 2미터 50센티는 되어 보였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사람의 키가 그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했다. 방금 나간 사내의 머리통이 그의 배꼽에 닿는 것처럼 작아 보였다.
거인은 두 개의 검을 들고 있었고, 사내는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시작 신호 같은 건 따로 없는지 마스크를 쓴 사회자는 바로 뒤로 빠졌다.
“그아아아아아!!”
“끄아아악!”
거인은 목표를 확인하고는 바로 두 검을 추켜올리며 달려왔다. 그 기세가 마치 오우거의 돌진을 상대하는 듯했다.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을 치다가 거인을 맞이했다.
콰앙! 콰앙! 콰직!
사내는 검을 거인에게 던져 버리고 방패를 두 손으로 든 채 들어 올렸다. 거인의 단단한 살가죽은 검을 종잇장처럼 튕겨 내고 방패를 검으로 미친 듯이 내려찍었다.
“아아악!!”
사내는 결국 힘이 풀려 방패를 놓치게 되었고 거인의 검이 그에게 쇄도했다.
퍼억!
즈즈즈즈!
검 하나는 사내의 얼굴에, 또 하나는 어깨에 내려찍혔다. 깊이가 30센티 정도 들어갔는데 거인은 더욱 힘을 주어 아래로 천천히 내리그었다. 사내의 몸은 결국 세로로 삼등분이 되어 결투장 바닥에 널브러졌다.
거인은 고깃덩어리가 된 그것을 두 손으로 잡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크하아아아!”
“우와아아!”
“오그손, 잘했다!”
“너만 믿었다!”
그의 이름은 오우거와 발음이 비슷한 오그손이었다.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윽, 흐어억!”
바로 다음 사내가 등에 떠밀려 결투장 밖으로 나갔다. 삼 대 삼 토너먼트 형식으로 이긴 사람은 저 위에 남아 있는 듯했다. 거인은 그를 발견하고는 첫 번째 사내의 사체를 집어던지며 무섭게 달려왔다.
쿵! 쿵! 쿵! 쿵!
“으아아아악! 살려 줘!!”
콰직!!
거인은 그 거대한 몸통을 그대로 사내에게 밀어붙였다. 사내는 덤프트럭에 부딪친 듯이 날아가 여울이 그 너머에 있는 철창에 부딪쳤다. 사내의 몸은 철창 사이로 살덩이들이 튀어나오고 눈알은 여울이 보는 앞에서 빠져나왔다.
거인은 이미 죽어 버린 사내의 시체를 철창에 완전히 자신의 몸이 닿을 때까지 밀었다.
으득! 으드득!
거인은 철창과 살덩이 사이로 눈을 들이밀어 여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검지로 여울을 가리켰다가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지이이이잉!
철창이 올라가자 그 사이에 껴 있던 피비린내 가득한 사내의 살덩이가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여울은 그 시체가 몸에 묻는 것이 싫어 철창이 완전히 올라갈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그때, 뒤에 있던 나가가 검 끝으로 여울의 등을 콕콕 찔렀다.
텅! 텅!
“으응?”
나가는 갑옷도 입지 않은 그의 등에서 매우 단단한 감각이 느껴져 검을 들어 끝부분을 살펴보았다. 여울은 나가를 힐끔 보았다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우거 같은 거인 오그손은 두 손에 검을 든 채 여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그손은 두려움이 담겨 있지 않은 여울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하늘 위로 고개를 높이 쳐들며 위협적으로 포효했다.
“그으아아아아아아!!”
타닥!
그와 동시에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그에게 달려 나갔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빛에 분노와 당황이 깃들어 있다. 여울의 움직임은 그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속도였다.
“흐아!!”
그는 여울이 자신의 앞에 도착하는 타이밍에 맞춰 두 검을 아래로 내려찍었다. 여울의 몸은 갑자기 반 박자 빠르게 움직여 더 안쪽으로 들어가며 그의 한쪽 손목을 녹슨 검으로 그었다.
츄아악!
마치 명검처럼 손쉽게 그 강철 같은 피부를 자르고 동맥을 끊어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고통보다는 분함이 더 큰지 그는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여울을 향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서걱! 스윽!
여울은 그의 검을 요리조리 피하며 발목과 손목, 옆구리 등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어느새 거인 오그손의 몸은 붉은 피로 도배되어 있었다.
쿠우우웅!
“그으, 그으…….”
그는 여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손목이 덜렁거릴 정도로 잘려 두 손에는 검도 쥐여 있지 않았다. 여울은 그의 목젖에 녹슨 검을 들이댄 채로 입을 열었다.
“완벽한 몬스터들의 개가 되었구나.”
여울의 말에 오그손은 움찔하더니 눈을 마주치며 벙긋거렸다.
“그들의 고통을 덜어 줬을 뿐…….”
“핑계 좋군.”
여울은 그 말을 끝으로 검을 휘둘러 오그손의 머리를 잘랐다.
촤아아악!
“와아아아!!”
“허억!”
“오그손이 졌다!!”
“오그손이 지다니!”
관중들이 그 모습을 보며 충격의 탄성을 내지르기도 하고, 환호를 하는 몬스터들도 적지 않았다.
지이이잉!
처음으로 오그손 진영의 철창이 열렸다. 근육이 꽤 붙어 있는 사내가 나왔지만 오그손에 비하면 갓난아이 수준이었다.
여울은 자신의 레벨을 7정도로 기준을 삼고, 그 실력으로 적당히 상대를 꺾었다. 오그손의 선수 세 명을 모두 처리하자 여울의 차례가 끝났다. 다른 진영의 선수들이 나와 삼 대 삼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1차 예선이 끝나고 살아남은 진영의 선수들끼리 다시 토너먼트로 붙는 것이다. 진영은 총 24개였다. 문제는 시엘 같은 고레벨의 네임드 갈퀴 나가가 24명 이상 있다는 것이다.
여울은 계획을 짰다. 이곳에서 우승하여 시엘의 눈에 단단히 들어 직위를 급상승시킬 것이다.
진영 안으로 들어서자 웬일로 갈퀴 나가 시엘이 자신을 맞이했다.
“네놈, 제법이구나? 레벨이 어떻게 되느냐?”
이곳은 몬스터의 땅. 관찰할 수 있다면 진즉 강제로 하려고 했을 것이다. 여울은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7레벨입니다.”
“7레벨이라……. 그 정도 레벨에서 나오는 여유가 아니다. 내 앞에서 거짓을 말하면 네놈의 아가리를 찢을 것이다.”
여울의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특성은 민첩과 동체시력, 두 개입니다.”
“듀얼특 성이라니…… 희귀한 놈이 나한테 굴러 들어왔구나. 그래, 그 정도면 오만한 눈빛을 줄 만하지, 끄하하하!”
그녀는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는 마치 인간 여인처럼 웃음을 터트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에게 기쁨을 주겠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구나. 그래, 내가 기대해도 되겠느냐?”
“맡겨 주십시오.”
“그놈 배포 하나는 마음에 드는구나. 오랜만에 쓸 만한 놈이 내 밑에 들어와서 기분이 좋구나, 가자, 끄핫핫!”
시엘은 돌아가면서도 그 사악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여울은 그녀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다시 뒤돌아섰다.
여울은 그 이후로 총 세 번 더 나가며 7명의 선수들을 쓰러트렸다. 그중에 싸울 의지가 없는 자들은 나중에 치료가 가능한 부분에 상처를 내어 피만 보이고 죽이지는 않았다.
구경을 하는 수많은 몬스터 무리들이 야유를 보냈지만 여울은 담담히 그를 버려 두고 결투장을 나갔다.
이후로 그들이 주인에게 죽임을 당하든 말든, 그건 그들의 운이다.
여울은 금세 관중들 사이에서 신성 검투사로 뜨겁게 떠올랐다. 그가 나오기만 하면 귀청을 찢을 듯한 함성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여울과는 달리 처음부터 나오기만 하면 뜨거운 환호를 받는 사내가 한 명 있었는데, 그가 지금 네 번째 출정의 여울의 앞에 서 있었다.
구릿빛 피부, 강철 같은 근육, 그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기형도. 그는 3회 연속 우승자 크레멘드라는 사내였다. 여울이 지켜본 결과 아직 본신의 힘을 다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6레벨 이상은 되어 보였다.
“크레멘드! 크레멘드!”
“이번에도 부탁한다!”
“모가지를 잘라 버려라!”
“크레멘드! 저놈을 찢어 버려!”
다소 격한 응원에도 그의 표정은 굳건하다. 그는 여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 정도 실력으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마인이 되었지?”
여울이 생각했던 말을 그가 내뱉었다. 지금 이렇게 몬스터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와 있는 주제에 할 말은 아니었다.
탁!
여울은 대답 대신 바닥을 박차고 그에게 쏘아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