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8
8
08 특성의 다양성
3레벨 진입을 조금 더 과감하게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다.
레벨업을 하면 강한 통증이 찾아오는 것에 관하여 깊게 생각해 보았다.
1레벨이 되었을 때부터, 그때는 레벨이 생성되자마자 바로 전신에 통증이 오지 않았다. 힘을 쓰는 부위마다 통증이 한 번씩 찾아오고 그 후로는 괜찮아졌다.
2레벨이 되었을 때는 ‘동기화’를 진행한다고 하며 전신에 통증이 찾아왔다. 여기서 ‘동기화’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해당 레벨에 맞는 몸을 만들기 위한 동기화, 레벨에 주어진 능력을 쓰기 위한 동기화이리라.
나는 이 동기화를 세포 변이라고 가정했다. 사람의 신체에는 한계가 정해져 있다.
10의 근육을 지닌 사람은 10의 힘밖에 쓰지 못한다. 하지만 레벨이 올라가면 10의 근육을 지닌 사람이 15의 힘을 쓰는 것이니 근육이나 힘줄, 혈관이 필히 손상될 것이다.
그래서 그에 맞게 몸 전체가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내가 내린 가설이다. 내 몸에 ‘신(新)세포’가 자리를 잡는 것이다.
그렇다면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2레벨 진입 때와 비슷한 기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비슷한 방법으로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통증의 정도는 알 수 없으나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방법으로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드드드드드
몸 전체에 강렬한 진동과 함께 어마어마한 고통이 몰려왔다. 여울은 눈을 감고 검지부터 집중했다.
둥그런 관 속에서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는 듯했다. 나는 미지의 기운으로 그 파도의 끝을 천천히 누르기 시작했다.
한쪽이 막히니 반동으로 돌던 반대편 파도도 잔잔해졌다.
‘통한다. 다음은 중지다.’
“후우…….”
여울은 정갈한 한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눈동자 안에서 휘몰아치던 검은 안개가 서서히 갈무리되었다.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핏줄, 주름, 지문…… 꽤 어두운 곳임에도 조명을 비춘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한철 꽃잎처럼 시들어가던 피부가 마치 청년처럼 생기가 가득했다.
세포 변이가 분명했다. 그가 레벨을 올릴 때마다 탈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여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닥이 전보다 훨씬 가까워 보인다. 여울은 망설임 없이 그대로 한발을 허공에 디뎠다. 그의 몸이 20미터 상공에서 쭉 떨어졌다.
“꺄악.”
“헙.”
턱!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여울은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낙법도 아니고 두 발로 굳건히 선 것이다. 그 모습에 비명을 내지르던 사람들이 입을 닫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
“저 위에서 떨어지고도…….”
“멀쩡…… 하네?”
여울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 있는 그들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 * *
6층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새로운 신체에 적응하며 휴식층 굴이 얼마나 있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급할 때 배타적인 성격의 굴에 들어가면 시간만 낭비할 테니 김진후가 이끄는 굴의 위치를 기억하는 것이다.
3레벨이 되니 트롤 두 마리까지는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 6층은 세 마리가 함께 출현한 적이 없으니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아마도 위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웬만하면 세 마리는 피해야겠다.
사람들 말로는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출현 빈도도 높고, 체감상 더 빠르고 강하다고 한다. 오크들도 외관이 똑같아도 1층 오크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강한 듯했다.
8층은 올라가자마자 트롤들에게 난도질을 당하니 절대 올라가지 말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여울은 지금 8층 계단에 발을 디뎠다.
슈슈슉!
올라서자마자 여섯 개의 검이 쇄도했다. 여울은 바로 앞으로 구르며 기형검 두 개를 양쪽으로 펼쳤다. 정면에 있던 한 놈의 발목이 잘려 나갔다.
바로 양쪽에서 공격이 들어온다. 여울은 왼쪽으로 다가가 놈의 손목에 검을 박아 넣고 손아귀가 풀린 놈의 검을 빼앗아 반대편 놈에게 던졌다.
챙!
반대편 놈이 던진 검을 쳐 냈다.
그사이 왼쪽 놈의 심장에 검을 꽂고 놈이 들고 있던 기형검 하나를 빼앗았다. 손아귀에 힘이 풀리던 터라 쉽게 뺄 수 있었다.
여울은 바로 검면을 짚고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남은 놈의 기형검 두 개가 기다렸다는 듯이 부딪혔다. 일대일은 힘으로도 해볼 만했다.
여울은 있는 힘껏 밀치고 안으로 파고들어 검을 수직으로 올려 쳤다.
촤아아악!
“캬하악!”
놈의 몸이 가랑이부터 가슴께까지 주욱 찢어졌다. 검은 가슴께에 멈춰 단단히 박혀 있었다.
그럼에도 놈은 아직 살아 있다.
그때, 뒤에서 찌릿한 느낌이 온다. 여울은 바로 검 손잡이를 놓고 고개를 숙였다. 그 위로 기형검이 스쳐 갔다. 처음에 발목이 잘렸던 트롤이었다. 앉은키도 자신과 비슷했다.
여울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며 놈에게 다가갔다. 이어서 쇄도하는 기형검을 고개만 살짝 비틀어 피하며 단검으로 놈의 손목을 한 바퀴 돌렸다.
놈의 손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가르며 바로 목으로 선이 이어졌다.
놈은 입을 살짝 벌린 채로 얼굴이 굳어졌다. 여울은 점프하여 놈의 몸을 두 발로 차며 뒤로 물러섰다.
세 마리의 트롤이 천천히 쓰러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꿈틀 꿈틀대다가 완전히 멈추었다.
“후웁, 후우…….”
세 마리, 꽤 아슬아슬했다.
‘여기부터는 계속 이 정도의 난이도인가?’
아무래도 레벨을 더 올려야 안정적일 것 같다.
관찰 특성자에게 경험치를 확인해 볼까?
탁.
미세한 소리, 여울은 바로 뒤돌며 단검을 던졌다.
푹!
“커헉!”
사람의 소리였다. 한데 신기하게도 단검이 공중에 멈춰 있다.
붉은 피와 함께 점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반투명하더니 점점 짙어지며 드러난 얼굴은 순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여울이 던진 단검이 그의 허벅지에 꽂혀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여울은 트롤의 심장에 박힌 기형검 하나를 뽑아 들고 걸음을 옮겼다.
녹색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들고 그에게 다가가니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다. 바로 앞에 선 여울은 그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뭐냐? 넌.”
* * *
자신을 무영이라고 소개한 그 청년은 은신 특성 사용자였다. 지속 시간 30분에 쿨타임 10분, 접촉하거나 무기를 들면 풀린다고 한다.
그가 한 이야기이니 모두 믿을 수는 없었다. 다시 은신해서 자신을 찌르려고 하면 위험하기에 몸을 뒤져 무기를 모두 빼앗았다.
은신이라니, 정말 별별 희한한 특성이 다 있었다. 이제 갑자기 누군가 염력을 부려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여울은 이 정도 이유로 파릇한 청년을 죽일 생각은 없으니, 라브로 즙을 내어 그의 다리에 뿌려 주었다. 출혈은 금세 멈췄고, 곧 상처도 아물 것이다.
무영의 파티는 8층에서 사냥 중이라고 한다. 휴식 중에 경계를 맡아서 주변을 보던 중에 여울이 3마리를 혼자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멈춰 버린 것이다.
“정말…… 아저씨처럼 강한 사람은 처음 봐요!”
순수한 건지 멍청한 건지, 까딱하면 없애 버릴 생각 중인데 자신을 보며 감탄을 하는 무영이었다.
8층이면 절대 올라가지 말라고 소문이 난 곳이다. 특이한 특성만큼이나 꽤 강한 파티와 함께 하는 듯하다.
“8층에서 사냥한 지 얼마나 됐지?”
“음…… 일주일 정도? 아마 우리 파티가 가장 강할걸요? 아, 아저씨처럼 강한 사람은 없지만요.”
“그럼 9층으로 가는 길은 알고 있나?”
“아, 알고는…… 있지만…….”
무영은 눈동자를 굴리며 망설였다. 아주 무서운 곳이라고 들었다. 그곳은 자신의 파티도 올라가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그곳에서 팀원 한 명을 잃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사람도 본 적이 없었다.
“안내해라.”
“아, 아앗, 네…….”
여울은 무영을 강제로 일으켰다. 그의 의견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줄로 그의 팔 한쪽을 묶고는 9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무영은 중간에 트롤이 나왔을 때 도망을 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이 싸우려고 했다. 제대로 된 파티에서 사냥하는 듯했다.
9층 입구까지 찾아가는 데는 2시간쯤 걸렸다. 여울은 줄을 끊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가서 쓸데없이 입 놀리지 마라.”
“네? 아…… 네.”
무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람을 표했다. 자신도 끌고 가는 줄 알았던 것이다.
이상한 아쉬움에 머리를 흔들던 무영은 여울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근데 정말로 올라가시려고요?”
여울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무영은 계단을 오르는 여울을 보며 다급히 말했다.
“조심하시고! 나중에 북동쪽 끝에 굴 한번 들르세요!”
여울은 그의 말을 뒤로하며 9층으로 올라섰다.
[케라브, 9층입니다.]적막하다.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살기는 충만했다.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니다. 여울은 몇 걸음 못가서 검을 들어 올렸다.
채앵!
기습이다.
단검이라기에는 조금 긴 검이다. 검신의 길이가 50센티미터 정도로 중검이라고 봐야겠다. 아래층 트롤들이 들고 있던 것처럼 휘어진 모양이 아니었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트롤은 쌍검이 아닌 그 중검 하나만을 들고 있다. 남색인 아래층 트롤과는 다르게 이 트롤은 조금 더 진하고 어두운, 진청색의 피부를 지녔고 몸집도 더 작다.
2미터 남짓, 구부리고 있으니 사람과 비슷한 크기.
뒤에서 또 날카로운 기운이 쇄도했다. 한 손을 들어 올리니 그 사이로 중검이 지나갔다.
여울은 몸만 살짝 틀어 마주 검을 뻗었다. 여울의 기형검이 트롤의 중검을 스치듯 지나가 놈의 심장에 정확히 꽂혔다. 달려오던 속도가 더하여 매우 깊숙이 박혀 트롤은 그대로 축 늘어졌다.
여울은 트롤의 심장에 박힌 기형검을 놓으며 놈이 들고 있던 중검을 뽑아 옆구리를 파고드는 트롤의 손목에 꽂았다. 옆구리에 살짝 닿아 있는 놈의 중검을 빼앗아 들며 두 검을 교차시켰다.
스슥!
“크륵,크루룩…….”
목이 반쯤 벌어진 트롤이 진녹색 피를 울컥울컥 토해 내며 쓰러져 내렸다.
여울은 쓰러진 트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손을 들어 검을 보았다. 기형검보다 날이 서 있고 가볍다. 이 검이라면 뽑히지 않아 다른 검으로 교체하며 싸울 일이 줄어들 것이다.
여울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잘됐군…….”
세밀한 감각의 기습과 초근접전, 범인이라면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이 9층의 암살트롤들에게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감이 뛰어나고 동체시력 특성까지 있는 여울에게 이런 방식의 전투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꼴이었다.
여울은 숨어 있는 암살 트롤들에게 오히려 은밀히 기습을 가하며 8층보다 쉽게 9층을 쓸어 버리고 있었다.
9층에서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혼자서 암살 트롤을 잡으며 9층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던 중에 바닥에서 새하얗게 빛이 나는 마법진을 발견했다.
동그란 원 안에 비대칭 세모 모양이 두 개 겹쳐져 있는 마법진이었다.
“음?”
지름 3미터의 마법진 위에 검을 살짝 올렸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팅.
여울은 발로 검 손잡이 부분을 차서 중앙으로 검을 옮겼다. 그러자 빛이 살짝 울렁이더니 다시 반응이 없다.
고민은 짧았다. 여울은 바로 걸음을 옮겨 마법진 중앙으로 올라섰다.
그러자 빛이 올라와 여울을 감쌌다. 중력이 내려앉는 느낌.
여기 올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혹시?’
“…….”
아니, 이건 위험이었다.
온몸이 찌릿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감각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빛무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여울은 바로 엎드렸다.
후웅!
머리 위로 강풍이 불어닥쳤다.
“그으어어어어어엉!”
동시에 몸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귓가를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