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099)
1099화 재앙의 서곡.(6)
우에 의해 총리를 시작으로 장관과 차관을 비롯한 제국 행정부의 최상층부가 다시 한 번 대차게 뒤집히기 시작했다.
“쯧! 경들도 보시오! 눈이 있으면 보란 말이오!”
붉은색, 푸른색으로 써진 각종 지적문이 빼곡하게 자리한 문서들을 펄럭이며 우가 뭐라고 할 때마다 대전 안에 모인 대신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머리만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송, 송구하옵니다!”
“신들이 불민하여…..”
연신 용서를 구하는 말을 되뇌이며 대신들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태태상황과 태상황께서는 왜 이리도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신 것이야!’
‘이 나이에 앉지도 못하고 부복만 하고 있으니, 아이고! 무릎이야!’
‘태태상황과 태상황께 지금 몇 번 째 당하는 것인가!’
‘도대체, 왜!’
대신들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지난번 검열을 당하면서 한바탕 당했고, 이번에 또다시 당한 것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뭐라고 변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대전 안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들 모두 나름 찬란한 경력과 실적을 자랑하는 전문가들이었다. 하지만, 향과 완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노는 이들이었다. 결국, 대신들은 우에게 계속 머리를 조아리면서 속으로 비명만 질러댈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황희 대감이나 김종서 대감이 있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하는데, 경들은 도대체 뭐하는 것인가!”
“송, 송구하옵니다!”
“신들이 불민하여……”
‘아니! 전설을 불러오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이건 반칙입니다!’
현의 치세가 시작하면서 나름의 암묵적인 룰이 하나 생겼다.
-아무리 일이 엉망이어도 황희나 김종서는 ‘가급적’ 언급하지 말자.
지금 제국을 운영하는 대신들에게 황희와 김종서는 ‘엄친아’와 같은 존재였다.
오히려 그랬기에 함부로 언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못 해 먹겠다!’
이러면서 사직소라도 쓰게 되면 골치 아픈 것은 황제였으니까.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는 있었다.
“선왕께서는……”
이렇게 선왕을 입에 올리면서 신하들이 은근히 왕을 압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세종 시기부터 쓸 수 없게 된 방법이었다. 세종이 즉위할 때에는 태종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있었고, 칭제건원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향이 황제였을 때에는 세종이, 이후에는 향을 시작으로 줄줄이 살아서 버티고 있었으니까. 함부로 ‘상황’ 또는 ‘태상황’을 입에 담았다가는 당장 당사자가 나타나는 상황이었다.
“나를 찾았다고?”
“내가 그랬다고? 기억에 없는데?”
이래 버리면 더욱 곤란해지는 것은 대신들이었다. 우스운 것은 그렇기에 황제도 함부로 황희, 김종서와 같은 선대의 명신들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게 된 것이었다. 그것 말고도 쓸 패는 많았고, 이미 말한 것처럼 너무 과하게 밀어붙이다가 사직소라도 쓰면 더 골치 아프니까.
* * *
종로의 육조거리가 재앙을 맞아 간난신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51구역의 장인들도 재앙을 맞이하고 있었다.
-신형 날틀 모함에 사용할 날틀 개발 알림.
-날틀 모함에 사용할 날틀은 다음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ㄱ) 날틀의 폭은 날개를 기준으로 4장(약 12m)을 넘어서는 안 된다.
ㄴ) 길이는 3장 반(약 10.5m)를 넘어서는 안 된다.
ㄷ) 높이는 1장(약 3m)를 넘어서는 안 된다.
ㄹ) 날틀에는 병식 화차 또는 새로운 화차가 최소 1문이 고정으로 달려야 한다. 또한 이 화차에 사용한 탄약을 1문 당 500발 이상 탑재해야 한다.
ㅁ) 날틀에는 자항화탄을 최소 1발 이상 탑재가 가능해야한다.
ㅂ) 날틀은 모든 무장과 연료를 가득 실은 상태에서 40 장(약 120m)보다 짧은 거리를 달려 날아오를 수 있어야 한다.
(하략)
온갖 전제조건이 잔뜩 붙은 공문을 읽은 젊은 장인들은 연신 자신의 눈을 비비며 몇 번이고 공문을 꼼꼼하게 살폈다.
“이건 꿈이야…..”
“이 정도면 바로 도전록에 올려버려야 하는 것 아닌가?”
온갖 좌절포즈를 취하던 장인들은 곧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공 야장을 찾았다.
“조건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닙니까?”
마침,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문제의 공문을 보던 공 야장은 젊은 장인들의 푸념에 살짝 표정이 사나워졌다.
“흐음….. 좀 어렵기는 하지만 너무 가혹한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은 쉽지요!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날틀이 가당키나 합니까! 불가능합니다!”
젊은 장인들의 항변에 공 야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것들이 해보지도 않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어! 날틀 한 두번 만들어 봐?”
“저 조건이 가당키냐 하냐는 말입니다!”
“이 자식들아! 나 때는 말이다! 아예 날틀의 개념조차 없었어!”
‘나 때는 말이다…’로 시작한 공 야장의 훈계는 거의 1시진(약 2시간)동안 이어졌다.
“…..그러니까, 가타부타 따지기 전에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만들지 궁리부터 해!”
“예에…..”
공 야장의 길고 긴 폭풍 훈계에 지치고 너덜너덜해진 젊은 장인들은 힘겹게 대답하고는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쯧!”
그런 젊은 장인들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찬 공 야장은 다빈치를 보면서 푸념을 늘어놨다.
“요즘 젊은 것들은 패기가 없어! 자네하고 나하고 나선 날틀을 만들 때 어땠었나? 태태상황 폐하만 빼고는 전부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우리와 동료들은 밤을 잊어가면서 해내지 않았나?”
“그랬지, 그랬지…..”
“요즘 것들은 그런 패기가 없어! 에잉!”
“그렇지, 그렇지…..”
공 야장의 푸념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다빈치의 시선은 공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거참! 사람이 말을 하면….. 응?”
건성으로 대답하는 다빈치의 모습에 화를 내려던 공 야장은 다빈치의 모습을 보고는 말을 멈추고는 바싹 다가왔다.
“뭔가 답을 찾았나?”
“그런 것 같으이.”
“무엇인가?”
“가볍지만 강력한 동력기관.”
“동력기관? 혹시 요즘 궁리하는 그거? 그게 답이라고?”
“그게 답이야.”
“흐음…..”
다빈치의 대답에 잠시 고민하던 공 야장이 곧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해도 그거 같군.”
* * *
같은 시간 향과 완도 비슷한 내용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건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닙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하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해결하는 것이 정도라고 보십니까?”
“태상황이 가지고 온 신형 동력기관의 제대로 된 개선품 부터 나오는 것이오.”
“아….”
향의 말에 완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완의 얼굴은 쉬이 펴지지 않았다.
“날틀의 틀이나 다른 부분도 쉬운 것이 아니니 걱정입니다.”
완의 걱정에 향은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가 그 날틀을 연구한 세월이 몇 년이오? 틀의 얼개나 조종 방법 같은 것은 이미 경지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오. 문제는 동력이었지.”
“그렇기는 했습니다.”
완은 아련한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황태자 시절 날틀에 매료된 이후 길게 이어졌던 고생의 시간이 생각난 덕분이었다.
“하지만, 고정무장과 자항화탄의 탑재능력까지 생각한 다면 조건이 너무 가혹한 것 같기도 합니다.”
“만약 조건을 맞추지 못한다면 답은 하나일 거요. 동력 기관이 너무 약하다.”
“그렇습니까?”
과하다 싶은 향의 긍정적 인 반응에 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바마마께서 비범하심은 모두 인정하지만, 이건 좀 불안한데?’
하지만, 향도 나름의 확신은 있었다.
‘라이트 형제가 처음 비행기를 날린 이후, 공중전이 벌어지고 폭격기, 뇌격기가 나오기까지 십 몇 년도 안 걸렸어! 아까 말했지만, 기체 구조나 조종방식은 이미 체계가 잡혔어! 남은 것은 엔진 뿐이야!’
시간이 흘러, 향의 말은 51, 52구역에도 전해졌다. 이후, 동력기관을 탑재하고 움직이는 모든 수송수단과 전투 무기 개발과 관련한 금언이 만들어졌다.
-원하는 기동성이 안 나온다고? 동력기관의 출력을 높여라!
-우선은 동력기관을 만들고 나머지를 거기에 맞춰라.
-동력기관이 강력해지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강력해 진다!
그리고 이 금언에 따라 51, 52구역의 장인들은 완이 생각해낸 동력기관의 개선품 개발에 전력을 집중했다.
-제대로 된 동력기관부터 만들고, 나머지를 고민하자!
* * *
이런저런 소동을 겪으며 제국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유럽 열강들 역시 시끄럽고 머리 아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열강들의 골치를 썩이는 이슈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페르시아로 가는 길’이었고, 다른 하나는 ‘수에즈 운하’였다. 먼저, 페르시아로 가는 길은 ‘알박기’의 정수였다. 술탄 결정전에서 패한 코르쿠드와 아흐메드가 자리를 잡은 곳이 참으로 교묘했다. 수도인 콘스탄티니예와 가장 큰 자금줄인 수에즈를 연결하는 가장 짧은 육로를 차단하는 위치였다.
페르시아로 가는 육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에즈에서 페르시아로 가기 위해서는 광대한 사막을 지나야 했고, 레바논에서 출발하는 경로를 정체를 알 수 없는 도적들에게 털리기 일쑤였다. 의외인 것은 술탄인 셀림의 반응이었다.
“눈엣가시인 것은 맞지만 아직 힘이 부족하고, 명분도 약하다.”
셀림은 이런 핑계를 대며 해상 전력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 열강들은 셀림의 노림수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에게해와 흑해의 제해권을 완전하게 확보한 다음 북쪽 에서 바쿠와 페르시아로 진출한다!
셀림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페르시아로 가는 육로는 셀림이 독점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코르쿠드와 아흐메드의 가치는 사라지게 될 것이었다. 물론, 코르쿠드와 아흐메드의 거점을 교두보로 삼아 페르시아로 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다른 열강들과 마찬가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도적’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볼 것 이었다.
즉, 셀림의 계획이 성사되면 합스부르크와 잉글랜드는 손을 떼야만 할 것이고, 셀림은 좀 더 편하게 코르쿠드와 아흐마드를 처리하게 될 것이었다. 셀림의 노림수를 알아챈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한 자리에 모여 이해를 따져 보았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요.”
“동감이오. 셀림이 성공한다면 합스부르크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겠군.”
“잉글랜드도 마찬가지요.”
“그것만이 아니오. 셀림이 원하는 군함들은 우리만 팔 수 있으니 이득이지.”
이탈리아 대표의 말에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대표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지만, 오스만은 이미 프랑스, 포르투갈, 이탈리아가 제작한 군함에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결국,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셀림의 노림수를 지원하기로 합의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페르시아에서 들려오는 풍문은 이들이 결정을 뒤엎고 다시 고민하게 만들어 버렸다.
-동방의 세 나라가 페르시아를 선점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포르투갈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합스부르크와 잉글랜드까지, 유럽의 열강들 모두를 기겁하게 만든 풍문 이었다. 소문을 들은 열강들은 다급히 밀정들을 페르시아로 보내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밀정들이 보내온 보고를 확인한 열강의 군주들과 정치인들은 모두 낭패한 표정이 되었다.
“당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