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10)
1110화 황제의 우울.⑷
“후우〜. 이걸 반려할 수도 없고…..”
향과 완이 요청한 추가 예산 요청서를 받아든 우는 한숨과 함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생각 같아서는 바로 박박 찢어버리고 싶지만, 이게 또 제대로만 만들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는 점도 사실이니. 참으로 고민이로다.’
“후우〜.”
우는 다시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완이 처음 내연기관을 선보였을 때, 향과 완은 신이 나서 내연기관의 가능성을 이야기 했다. 당시 완과 향이 했던 설명에 의하면 내연기관은 다양한 곳에서 쓸모가 많은 동력기관이었다.
때문에, 당시 황제였던 현은 내연기관의 성능개선작업에 필요한 예산 배정을 결정했었다. 그리고 이런 결정에 우와 대신들은 동의했다. 하지만……
“나라의 예산이 화수분은 아닌데……”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리던 우는 슬쩍 대신들의 표정을 살폈다. 총리는 해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재경부 장관은 암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면, 국방부 장관은 간절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쉰 우는 결론을 내렸다.
“재경부 장관.”
“…..예. 예비비에서 배정하겠사옵니다.”
“고생하시오. 짐은 경과 재경부의 노고를 언제나 감사히 여기고 있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회의가 끝나고 근정전을 나온 대신들은 총리의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죽상이 된 재경부 장관의 눈치를 살피던 국방부 장관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고오〜. 이번처럼 예산문제만 만나면 어디서 화수분이라도 하나 구해오고 싶소이다! 아니 그렇소, 대감? 아 하하하!”
국방부 장관의 너스레에 재경부 장관은 불퉁스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화수분이 있으면 나라 망하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화수분은 개뿔이……”
재경부 장관의 타박에 국방부 장관은 물론이고 총리와 다른 대신들까지도 의문을 표시했다. 다른 대신들의 반응을 본 재경부 장관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 되어 되물었다.
“대감들, 요즘 백미 한 섬을 사려면 얼마나 내야 하는지 알고 있소?”
일제히 입을 다무는 대신들의 모습에 재경부 장관의 목에 핏줄이 솟아올랐다.
“제국폐가 처음 찍혀 나올 때에는 제국폐로 은 1냥이었소. 그런데 지금은 은 4냥에 황동전 600원을 더 줘야 살 수 있소! 지난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4배, 아니, 거의 다섯 배로 오른 것이외다!”
재경부 장관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연쇄 효과, 그리고, 이것이 제국의 경세에 끼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후욱〜 후욱〜.”
설명을 끝내고 거친 숨을 몰아쉬던 재경부 장관은 목을 축이고는 마무리에 들어갔다.
“이런 속사정이 있기에 상소가 물밀듯이 올라와도 전매소의 물목을 줄이지 않는 것이고, 백성들이 사사로이 제철소를 세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오. 그리고 원황제와 태태상황께서 억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왕토론(나라의 모든 땅은 왕의 것이다)’을 고집하셨던 것이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되기에. 그리고 제국의 경세는 아직 그런 투기를 버틸 여력이 부족해서! 그런데, 뭐? 화수분? 제국폐를 찍힌 액면가가 아니라 무게를 달아서 셈 하고 싶소? 아니면, 그 옛날처럼 여행 갈 때마다 쌀섬을 이고 지고 다닐 것이오!”
재경부 장관의 타박에 총리가 나서서 헛웃음을 지으며 진화를 시도했다.
“허허허. 설마 우리가 몰라서 그랬겠소? 단지, 예산으로 고생하는 대감과 재경부의 관리들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지만, 총리의 시도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흥! 풀어주기는 개불이! 출사하자마자 거쳐야 했던 연수원을 잊은 것이오? 연수원에서 배워야 했던 ‘초등경세학’을 잊은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화수분이 왜 튀어나와!”
점점 더 거세지는 후폭풍에 대신들은 총리와 국방부 장관에게 눈총을 주었다. 결국,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나서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내가 실언을 했소이다. 내 거하게 한 잔 살터이니 그만 화 푸시오.”
“거 참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내 실언했소이다! 자, 자! 이제 그만 화 푸시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향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완벽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들었던 말이 생각나는군. ‘디자이너가 설치면 엔지니어가 뒷목을 잡고, 엔지니어가 설치면 디자이너가 뒷목을 잡는다. 하지만, 결국에는 소비자가 뒷목을 잡는다.’”
이런저런 소동이 있었지만, 예산은 들어왔고 향과 완, 장인들은 다시금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에서 들어온 소식에 향과 완, 그리고 다빈치와 장인들은 그대로 불타올랐다.
-프랑스, 날틀 개발 성공.
이것이 프랑스에서 들려온 소식이었다.
* * *
세종 집권기에 문호를 연 이후 많은 외국인들이 당시 조선, 지금의 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그렇게 다녀간 이들이 쓴 여행기는 큰 인기를 끌었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제국을 찾았다.
그런 이들을 통해 제국의 비구와 자력비행비구가 알려졌고, 날틀의 존재도 알려졌다. 처음 이들의 존재는 일부의 호사가들만 관심을 보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탈리아 통일 전쟁을 통해 비구와 자력비행비구의 군사적 가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나라들이 비구와 자력비행비구의 개발에 매달렸고, 성공했다.
제국의 바깥에서 점점 더 우수한 성능의 비구와 자력비행비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날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향이 주도해 시작된 공모전과 그 결과물의 출현을 통해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공모전의 목표는 가볍고 강력한 동력기관의 개발이다.
-이 새로운 동력기관이 필요한 것은 날틀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동력기관이 나왔고, 제국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결론: 날틀은 군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물건이다.
물론, 결론을 놓고 너무 크게 평가했다는 말도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유럽 열강 가운데 두 나라는 그런 비난을 일축했다.
“이것도 박하게 한 평가다!”
“날틀은 반드시 선점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의욕을 보인 나라는 프랑스와 합스부르크였다. ‘제2차 로렌 분쟁’에서 자력비행비구를 이용한 공중전을 치렀던 두 나라였기에 날틀의 중요성을 바로 알아챈 것이었다.
“제국에 이런 말이 있다지? ‘하늘을 장악하면 땅을 지배하고, 바다를 장악하면 세상을 지배한다.’라고 말이야. 바다는 이미 늦었지만, 하늘까지 늦을 수는 없다!”
“로렌에서 피를 흘려가며 얻은 교훈을 잊지 마라!”
이렇게 해서 항공분야에서 군비경쟁에 들어간 프랑스와 합스부르크였다. 그리고, 둘의 경쟁을 본 다른 유럽 열강들-특히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은 고민에 잠겼다.
“저 두 전쟁광들의 하는 짓을 보면 우리도 개발해야 할 것 같은데?”
“꼭 필요할까?”
다른 열강들이 고민에 빠진 것은 그동안 비구와 자력비행비구들이 보여준 장점과 단점 때문이었다.
-장점: 높은 하늘에서 내려보면서 적진의 상황을 더욱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단점: 비구의 경우에는 자유로운 조종이 불가능하고, 자력비행비구의 경우에는 먼 거리를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 하다. 또한, 높이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증기기관은 물과 석탄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자력비행비구에는 탑재량에 한계가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자력 비행비구들의 성능으로는 도버 해협 을 왕복하는 것도 힘들었고, 알프스산맥을 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때문에, 다른 열강들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게 된 것이었다.
“신형동력기관, 아! 제국은 내연기관이라 이름을 붙였다던가? 그 내연기관을 개발하고, 날틀까지 개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돈도 한두 푼 들어가는 일도 아니고 말 이야. 그렇다고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차라리 나중에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오면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 같은데 말이지.”
다른 열강들이 이런저런 고민에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을 때, 프랑스가 첫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었다. 프랑스가 내놓은 것은 삼엽기 였다. 프랑스가 삼엽기를 만든 것은 동력기관의 한계 때문이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고, 계속해서 실험과 개선이 이어졌음에도 강력한 성능의 내연기관을 얻을 수는 없었다.
“시간과 예산을 좀더 주시면…..”
내연기관의 개발을 담당한 학자들과 장인들이 이렇게 말했지만, 프랑스의 위정자들은 그들의 청을 거절해야만 했다. 오스만 후계자 결정전, 그리고, 이어진 오스만 군사 지원 등으로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은 돈이 없네. 우선은 지금까지 나온 동력기관 가운데 가장 우수한 놈을 기반으로 ‘날틀’을 만들어 보게.”
“예.”
“아! 그리고 그 ‘날틀’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이름도 찾아보고! 발음이 쉽지 않군.”
“예.”
높으신 분들의 명령에 학자들과 장인들은 각종 제국 유람기를 다시 뒤져가면서 개발에 매진했다.
“출력이 부족한 동력기관으로 날틀을 띄우려면 날개를 키울 수밖에 없소.”
“동의하오.”
고민 끝에 새로 만들어진 날틀은 마침내 비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했음에도 학자들과 장인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날틀의 날개가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면적의 날개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날개의 구조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무게가 늘면서 너무나 둔해진 것이었다.
“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코끼리가 나는 것 같군.”
둔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 튼튼하게 만들었음에도 조금이라도 급한 기동을 하면 날개에 무리가 가버렸다. 결국, 수많은 고민과 시도 끝에 동체에 큼지막한 마스트가 세워졌고, 많은 와이어들이 날개와 마스트를 연결했다.
이런 개선을 통해 새로운 날틀은 조금 더 날렵해졌지만, 여전히 거대한 면적의 날개가 발목을 잡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이 이어지던 가운데 누군가가 기발한 발상을 내놓았다.
-옆으로 길게 퍼진 날개를 잘라 위로 포개면 어떨까?
참신한 발상의 가능성을 계산해 본 학자들과 장인들은 눈을 빛냈다.
“가능할 것 같은데?”
그리고 많은 시도가 이어졌다. 복엽기는 기본에 5엽기까지 나온 끝에 가장 최적이라고 평가받은 것이 삼엽기였다. 그리고 학자들과 장인들이 내놓은 결과물을 본 프랑스의 군인들과 위정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멋지군. 수고했네.”
“망할 합스부르크 놈들은 아직 날지도 못하고 있고, 떠벌리기 좋아하는 제국놈들도 조용하지. 이제, 하늘은 우리 위대한 프랑스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채용된 날틀은 2인승의 삼엽기였다.
-전방에 앉은 이가 날틀을 조종하고, 후방에 앉은 이가 화차를 운용한다.
-전투가 벌어진다면 후방에 앉은 이가 기체의 좌우로 화차를 돌려 적을 공격한다.
전함과 자력비행비구의 전투방식과 유사한 교전방식이었다. 아직은 공중전의 이해가 부족했기에 나온 교리였다. 이후, 이 날틀을 놓고 작은 소동이 있었다.
날틀에 붙일 이름 때문이었다.
처음에 나온 이름은 ‘이카로스’였다. 하지만, 이는 곧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하필이면 비행에 실패한 이의 이름이라니! 나는 거부한다!”
“그런 불길한 이름은 안 된다!”
이런 거센 반대 끝에 붙은 이름은 이카로스의 부친이자 비행에 성공한 ‘다이달로스’였다. 이후. 이 이름을 확인한 향은 묘한 표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라팔’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면 진짜 재미있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