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419)
419화 Cargo Culture(화물신앙) (2)
세종은 불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뒤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토벌하는 것으로 대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저들이 아직 귀부하지 않았다 하나, 결국은 우리 조선의 백성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때문에, 무조건 토벌은 불가하다.”
세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말생이 입을 열었다.
“군에서도 토벌은 좋은 수가 아니라는 분석이오. 철로의 절도가 주로 일어나는 지역은 동빙항과 연결되는 육로요. 그 지역의 삼림은 우거지고 기후의 문제도 있어 전면적인 토벌은 불가능하오.”
조말생은 토벌이 힘든 이유를 계속 설명했다.
-동빙항과 연결되는 이 지역은 대부분 올적합(兀狄哈, 우디거)에 속한 부족들이 많다.
-올적합 부족이 사는 지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올량합(兀良哈, 오랑카이, 오랑캐) 지역과 달리 원시림으로 우거진 지역이다.
-이런 원시림 지역에서는 기병대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제대로 된 토벌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보병이 투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미로와도 같은 원시림 안쪽의 상황을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투입되는 병력의 규모는 평소보다 커야 한다. 군부의 계산에 의하면 3배 이상 동원해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특히, 원시림 안에는 아직 우리 조선이 잘 모르는 독충과 같은 위험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때문에, 토벌을 위해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면 예상보다 긴 시간과 예상보다 많은 병력을 투입하고, 엄청난 금액의 전비(戰費) 소모를 각오해야 하오.”
조말생이 설명을 끝냈을 때, 대신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돈 쓸 줄만 아는 군부가 저런 말을 할 정도면 토벌은 무리다.’
“하지만, 그들의 절도를 계속 놔두면, 공기(工期, 공사 기간)는 계속 늘어질 것이고, 비용도 계속 늘어날 터인데….”
국토개발부 장관이 세종의 눈치를 보며 말을 흐렸다. 그런 국토개발부 장관의 발언에 세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문제의 해법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무조건 토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때문에, 경들은 이에 관한 해법을 궁리해 보도록 하라.”
이에 조말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함길도 첨절제사로 있는 이징옥이 이와 관련해 상소한 것이 있사옵니다. 군과 참모본부의 연구 결과, 매우 괜찮은 생각이라 여겨 전하께 보고할 참이었사옵니다.”
조말생의 보고에 잠시 기억을 더듬던 세종이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조말생을 바라봤다.
“그래? 이징옥이라…. 매우 유능한 장수였지. 그런데, 그이는 여진족에게 매우 가혹했던 것으로 아는데?”
‘착한 여진족은 오로지 죽은 여진족뿐이다.’
이것이 경장 초기 북방에 배치되면서 이징옥이 공개적으로 했던 말이었다.
갑사로 군문에 들어서자마자 북쪽에서 여진족들과의 싸움으로 시간을 보냈고, 이후 다시 무과에 급제한 다음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여진족과의 혈투로 보냈던 이징옥은 여진족이란 말만 들으면 이를 박박 갈아 댔다.
세종조차 가장 과격한 이로 이징옥을 언급할 정도였다.
이런 기억과 평판 때문에 세종이 미심쩍다는 표정을 짓자, 조말생이 웃으며 답했다.
“하하! 전하! 원봉(圓峰), 그 사람도 세월이 흐르고, 여진족들과 계속 부대끼며 살다 보니 많이 유해졌사옵니다.”
“그렇소? 그렇다면, 이징옥이 생각했다는 계(計)가 무엇인지 어디 한번 들어 봅시다.”
세종의 말에 조말생은 이징옥이 올린 대안에 관해 설명했다.
“시작은 간단합니다. 저들이 철로를 훔쳐 가는 것은 잘 정련된 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가져간 철로 만드는 것은 무기도 있지만, 도끼나 식도(食刀, 부엌칼), 솥과 같은 생필품도 많습니다. 그것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전매소인가?”
중간에 끼어든 세종의 물음에 잠시 멈칫하던 조말생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사옵니다.”
“귀부를 하면 전매소를 사용하게 해 준다, 이것인가?”
“귀부를 하지 않더라도 전매소를 사용하게 해 주자는 것입니다. 단, 여기에 조건이 추가되는 것이지요. 우리를 대신해 철로 주변을 계속 순찰하며 철로의 절도를 막는다. 그러면 전매소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겠다.”
“거래라…. 무조건 주는 것도 아니라 거래를 할 자격을 주겠다라…. 괜찮군.”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던 세종은 김점을 바라봤다.
“재경부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매우 좋은 생각이라 여겨지옵니다!”
김점의 매우 긍정적인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세종은 갑자기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훗! 그러고 보니…. 외인들과 연관되면 전매소가 가장 좋은 해법이 되는구려. 전매소야말로 만병통치약이로군. 내가 생각하기에 세자의 가장 큰 치적은 전매소라 생각하오. 어떻소?”
뜬금없는 세종의 자식 자랑에 대신들은 순간적으로 어이없어하다가 곧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세종의 말처럼 전매소를 이용해 해결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자식 자랑이라니…. 하지만, 결과가 이러니….’
‘세자가 보위에 올랐을 때면 내 자식놈들도 한자리하고 있을 때인데…. 미안하다! 고생 좀 해라.’
* * *
그렇게 해서, 이징옥의 안이 채택되었다. 이야기를 들은 향은 곧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징옥, 그 과격파가 이런 생각을?”
세종과 비슷한 평가를 내리는 향의 말에, 최해산이 말을 받았다.
“원봉, 그 사람도 겪은 것이 많고, 능력도 뛰어난 이니 변한 것이겠지요.”
“그렇습니까?”
향의 물음에 최해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릇 뛰어난 장수는 적을 살피고 파악함을 게을리하지 않는 법입니다. 원봉, 그 친구가 그동안 여진족을 상대하고, 열심히 살피면서 많이 변했사옵니다. 거기에 이제는 밑에 부리는 여진족들도 한둘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
최해산의 말에 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해산의 말처럼, 이징옥은 바로 눈앞에 있는 강력한 적인 여진족을 상대하기 위해 여진족의 풍습과 역사 등을 꼼꼼하게 연구했다.
그렇게 여진족에 관해 파고들면서 이징옥은 점점 배타적인 생각을 고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귀부한 여진족들이 점점 늘고, 자신의 휘하에도 점점 많은 수의 여진족들이 근무하는 것을 본 이징옥은 채찍이 아니라 당근을 이용하는 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이 계획을 잘 이용하면 동빙항까지 이어지는 육로의 안전은 물론이고 부가적인 소득도 꽤 올리게 되겠습니다. 재경부 장관이 아주 좋아하겠군요.”
향의 마지막 말에 같이 있던 모든 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에서 잠깐 참견을 좀 하러 가야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향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최해산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가는 향을 배웅하며 그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오늘부터 누군가들이 자신들의 머리를 탓하며 고생하겠군.’
향이 참견질을 할 때마다 해당 실무진들은 고생을 해야 했다.
“아니, 이 부분을 빼먹으면 어쩌자는 건가?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향의 질책을 받을 때마다 실무진들은 자괴감에 시달리며 야근을 해야 했다.
* * *
그렇게 향이 약간의 MSG를 친 계획은 곧 해당 지역의 여진족들을 상대로 진행되었다.
-동빙항까지 건설되는 철로의 경비를 대신하면 곡식과 전매소를 이용할 권한을 주겠다.
-전매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부족이 채취한 약재와 모피 등을 전매소에 팔고 필요한 물품들을 자유롭게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선은 아직 귀부는 하지 않았지만, 조선에 호의적이며 철로와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는 부족에게 이와 같이 제의했다.
조선의 제의를 들은 해당 부족의 족장들과 원로들은 머리를 맞대었다.
“조선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까?”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겠소? 조선이 운영하는 전매소에는 없는 것이 없다 하더이다.”
“우리와 교역하는 명국 장사치들과 다른 부족의 장사치들을 생각해 보시오. 그들이 언제 제값을 치러 줍디까?”
“하지만, 잘못하면 조선에게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소문에 들으면 조선은 적어도 자기가 한 말을 먼저 깨지는 않는다 합디다.”
제안을 받은 부족들마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론은 조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무리 노력해도 궁핍함을 벗어나기 힘든 자신들의 부족에 비해 모든 것이 풍요로운 조선이었으니까.
* * *
그렇게 철로 인근의 부족들이 나서서 철로를 보호해 주면서 공사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공사 현장이 활발해지면서 인근 여진족들은 뜻하지 않게 돈을 벌 기회를 얻었다. 현장에서 노무자로 일하면서 임금을 받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벌은 돈으로 여진족들은 전매소 단골이 되었다.
“이거 잘하면….”
점점 위로 올라가는 실적표를 보며 전매소의 관리들은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목숨 걸고 온 험지의 전매소였지만, 조금만 더 하면 포상금과 좋은 근무 고과를 받을 수 있는 실적이 쌓이고 있었다.
* * *
이렇게 동빙항까지 이어지는 철로 공사에 참여한 여진족들은 모두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왜 이런 길을 까는 거지?”
엄청나게 신경 써서 기반을 다지고, 그 위에 자갈을 깔고, 침목과 철로를 놓는 복잡하고 공이 잔뜩 들어가는 공사였다.
자신들이 타는 말들보다 거의 세 배는 커 보이는 덩치를 가진 말들이 끄는 수레가 그 철로를 타고 와 자재들을 내리는 광경을 봤지만, 여진족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엄청나게 큰 말들이 끄는 엄청나게 큰 수레지만, 겨우 저런 수레들을 다니게 하자고 이런 길을 가는 것은 영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
“도대체 왜 이런 길을 까는 거지?”
풀리지 않는 의문에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온갖 추측을 하는 여진인들이었다.
그리고, 공사 구간이 완료되는 날, 여진인들은 그 철길 위로 무엇이 다니는지 알게 되었다.
꽤애애액!
철로 주변에 서 있던 여진인들은 요란한 기적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거대한 철덩어리를 보고는 공포에 질려 흩어졌다.
“꺄아악!”
“괴물이다!”
“도망가라!”
공포에 질린 여진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다리의 힘이 풀려 도망치지 못한 이들은 냅다 바닥에 엎드리며 머리 위로 손을 합장했다.
“아이고, 부처님!”
* * *
그런 소동은 동빙항까지 철로가 연결되고, 철마가 달릴 때까지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그런 소동에 관한 보고를 받은 세종은 피식 웃다가 곧 심각한 얼굴이 되어 황희에게 물었다.
“우리 조선 내에도 이런 일이 있소?”
“무사 운행을 위한 고사는 지내도, 저런 소동이나 백성들의 재물을 갈취하는 굿판은 벌어지지 않았사옵니다.”
황희의 대답에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세종은 당부를 잊지 않았다.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잘 믿기지 않는 것이 저 철마와 철로요. 백성들을 잘 계도하여 혹세무민하는 이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오. 두박신 사건의 재발은 반드시 막아야 하오.”
세종의 당부에 황희는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각골명심하겠나이다!”
* * *
지난 5월 참으로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어떤 남자가 사형당한 문무 재상들의 이름을 종이에 써서 장대에 매달고는 ‘두박신’이라 불렀다.
‘두박’이란 ‘엎어져 죽다.’라는 말로 두박신이란 말 그대로 엎어져 죽은 한 많은 귀신이라는 것이었다.
곧, 소문이 퍼진 곳마다 비슷하게 장대에 이름을 쓴 종이를 매달고 제사를 지내고 제물을 바치는 일들이 벌어졌다.
혹세무민하는 광경을 본 용인현수 장아가 곧 이 장대들을 빼앗아 불태우고 장계를 올렸다.
보고를 받은 세종은 곧 엄히 조사할 것을 명했고, 곧 강유두, 박두언, 최우 등이 붙잡혀 와 벌을 받게 되었다.(주1)
때문에, 세종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을 우려하여 엄히 막으라 명한 것이었다.
* * *
주1)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박영규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