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Haired U.S. Army Marshal RAW novel - Chapter (318)
318_서부전선 이상 많음 (4)
남프랑스 방위를 위해 배치된 독일군은 G 집단군, 그리고 그 예하 제19군.
거창하게 무려 집단군 하나가 배치되어 있었지만, 남프랑스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고도 남았기에 그 상태는 영 좋지 못했다.
동부 전선이 개막하자 병력과 장비를 한 움큼 타 부대에 차출당했다.
한창 격렬하게 북아프리카 전역이 벌어지고 있을 때 롬멜에게 보낼 지원부대로 또 한 움큼 뜯겼다.
이탈리아에 연합군이 상륙하자, 가장 급히 동원할 수 있던 부대 또한 이들 남프랑스 주둔군.
설상가상으로 노르망디에 연합군이 상륙하자마자 룬트슈테트는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또 이곳의 부대를 일부 데려갔다.
“어차피 못 지키잖는가.”
“그렇지만―”
“총통 각하께선 당연히 반대하시겠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봐야 하네. 이미 노르망디에 적이 발을 디딘 이상 남프랑스에서 상륙을 격퇴한다 한들 상황은 그리 바뀌지 않아.”
그래서 그냥 싸우지 말고 얌전히 죽으라고?
삥 뜯긴 병력의 일부를 돌려받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 받은 병력은 당연히 전투력이라곤 개판인 동방부대. 말이 거창해서 동방부대지, 대충 붙잡아다 ‘넌 오늘부터 독일군이다!’라며 군복 입혀 보낸 슬라브인 아닌가.
삥 뜯긴 무기의 일부는 돌려받긴 했다. 죄다 노획한 적군의 병기로. 심지어 ‘너희 어차피 얌전히 해안 방어하는 부대니까 기동력 필요 없잖아?’라는 명분으로 몇 없는 트럭과 짐마차, 말까지 싹싹 다 뜯겨버렸다.
사실상 남프랑스는 방치되었고.
결과는 뻔한 일이었다.
5월 15일.
D+4일.
“개잡놈들을 싹 쳐죽일 시간이다! 바로 우리가 이 전쟁의 최고 수훈자가 된다!”
“마르세유 일대를 해방한 후 북진하여 노르망디의 아군과 합류한다. 프랑스 전역을 거대한 포위망으로 만들어 독일군을 가둔다면 이 전쟁의 끝을 1년은 족히 앞당길 수 있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생―막심(Sainte―Maxime) 일대에 미―불 연합군이 그 발을 내디뎠다.
서쪽으로는 툴롱과 마르세유, 몽펠리에.
동쪽으로는 칸과 니스.
특히 툴롱과 마르세유는 천혜의 항구이자 군항으로, 이곳을 확보한다면 연합군의 보급 능력은 훨씬 더 신장될 것이 너무나도 명백했다.
“연합군이다!”
“어, 어떻게 벌써? 며칠 전에 노르망디에 상륙했다고 하지 않았냐고?!”
상륙 작전 직전, 사전 제압을 위해 노르망디에 투입되지 않고 대기 중이던 미 육군 제82공수사단이 남프랑스에 강하하여 주요 교통의 요지를 점거했다.
독일군은 나름대로 어려운 여건과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방어자의 유리함을 십분 활용해 저항해 보았으나.
“아군은 대체 다 어디 있는 거냐!”
“통신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레지스탕스들이 봉기했습니다. 철도 곳곳이 훼손되어 병력 이동에 심각한 지장이―”
“이런 빌어먹을!!”
노르망디 상륙의 전훈은 현장에서 즉각 업데이트되어 용기병 작전을 시행하는 주요 지휘관들에게 배포되었고, 패튼을 위시한 미군 지휘관 중 이를 경시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해안포가 제압되지 않은 섹터가 있습니다.”
“날파리 새끼들이 실컷 두들겼는데도 살아 있다고? 빌어먹을, 역시 전쟁은 군인이 걸어가서 하는 거지. 해당 섹터는 포기한다.”
패튼이 추구하는 전투는 곧 기동전.
말짱한 철조망과 방어선에 병사를 쑤셔넣어 어기적대는 꼬라지는 그의 미학에 반하는 짓이었고, 연합군은 방어가 약한 곳만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순식간에 해안선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항복! 항복!!”
“우린 끌려왔습니다!”
“얘들 뭐라는 거야?”
“독일어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깟 포로 붙들고 있을 시간 없어! 대충 격리 수용하고 빨리 진격한다!”
노르망디에서 이미 증명되었듯, 어떠한 전의도 의욕도 없는 동방부대는 미군이 다가가기 무섭게 광속으로 총을 바닥에 버리고 두 팔을 높이 뻗었다.
그 뒤는 일사천리.
패튼의 장기가 펼쳐졌다.
미리 쟁여 놓은 수만 개의 맛 좋은 알약이 배부되었고, 만 48시간 동안 독일군이 정신줄을 붙잡기도 전에 휘몰아친 끝에 연합군은 성공적으로 해안 일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령관님. 더 이상은 힘듭니다.”
“병사들이 약의 힘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역시 48시간까진 무리였나. 그럼 선수 교체해야지.”
다소 과격했지만, 적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구분은 할 줄 안다.
상륙 직후 도시를 점령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또한 이미 브래들리와 몽고메리가 처절하리만치 증명했다.
“뒤 닦는 일은 프랑스군에게 마저 맡기자고. 일부만 마르세유 점령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숨 좀 고른 후 곧장 북상한다.”
“북상… 말씀이십니까?”
“그래. 리옹까지는 확보해 둬야 안전선이지! 저 새끼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는 지금 뒤통수에 큼지막한 혹 몇 개는 더 새겨줘야 하지 않겠어?”
적의 전력은 곳곳에 파편화되어 뿌려져 있다.
기동성을 갖춘 몇 안 되는 병력은 레지스탕스에게 발목이 붙들렸고, 도무지 제대로 된 전술적 행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
“기갑사단 하나. 그 이외엔 멀쩡한 군대라곤 없구만.”
저 기갑사단 하나만 으깨버리면 파리로 가는 길이 한여름 꽃봉오리처럼 활짝 열린다.
[파리는 패튼 장군을 환영합니다!] [고마워요, 미국인 여러분!] [프랑스인들은 영원히 조지 패튼의 이름을 기억할 것]개선문 앞을 위풍당당히 행진하며 끝없는 꽃다발의 세례에 푹 빠지고, 이 위대한 정복자이자 해방자를 환영하는 무수한 악수의 세례!
음, 좋다. 완벽해.
“가자, 파리로!”
“총사령관께선 파리를 건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만―”
“아, 말이 그렇단 거지. 내가 언제 명령에 안 따른 적이라도 있었나?”
뻥이다. 기회만 엿보다 각만 잡혔다 하면 바로 들이댈 거다.
“그런데 말야. 나처럼 인도적인 사람이 고통받는 파리 시민들을 위해―”
“안 됩니다.”
패튼은 치솟아 오르는 입꼬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힙플라스크를 입에 가져다 댔다.
가고 싶다, 파리.
* * *
프랑스인들은 거의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삼색기!
마침내 이 땅에 돌아온 삼색기를 휘날리는 군대!
“일어나라 조국의 아이들아, 영광의 날이 왔노라!”
“우리에 맞서 압제자의 피 묻은 깃발이 일어났노라!!”
입에서 입으로.
들불이 온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 대지를 모조리 불태우듯, 프랑스 남쪽 끝에 모습을 드러낸 자유 프랑스군의 소식에 온 프랑스가 부글부글 들끓기 시작했다.
“폭탄 시키신 분!”
“여긴 우리 구역이다!”
“그래, 당장 꺼져!”
폭발, 폭발, 총성, 폭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프랑스인들은 그동안 억눌린 정열과 울분, 예술에 대한 욕망을 폭발로 승화시켰다. 어쩌면 예술이란 폭발이 아닐까?
노르망디로 전투 병력 상당수가 빠지면서, 주요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주둔해 있던 병력의 수가 당연히 그만큼 감소했다.
이제 독일군은 밤에 순찰을 돌 때면 반드시 장탄수를 확인한 뒤 여럿이 함께 조를 이뤄 움직여야만 했다.
여자나 밀수 등, 뒤가 구린 짓을 하기 위해 홀로 거리를 싸돌아다니던 독일군은 그동안 자신들이 안전하게 도심을 활보했던 이유는 오직 독일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단 교훈을 온몸에 새기고 말았다.
“커, 컥! 사, 살려, 살려주―”
“닥쳐.”
안타깝게도, 교훈이 몸에 새겨지고 나면 으레 영혼이 육신을 빠져나갔기 때문에 그 교훈을 되새김질할 시간 같은 건 없었다.
레지스탕스는 어디에나 있었고.
또 어디에도 없었다.
독일 병사 한 명이 시체로 발견되면 독일군이 떼지어 몰려가 으름장을 놓고 공개 총살을 집행하며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연합군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지금 그 모든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유 프랑스군의 기치가 휘날리는 해방구 그 어디에도, 정작 그 지도자 드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 *
[―따라서, 우리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파리를 사수할 것이나 비열한 연합군은 우리에게 정당한 권리가 있는 파리와 프랑스 일대를 노리는 바가 명백하다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제3제국 총통, 아돌프 히틀러 각하께선 천명하시었다. 연합군이 파리를 노린다면, 그들이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오직 잿더미와 자갈뿐이다! 우리는 파리를 적의 손에 넘겨줄 바엔 차라리 잿더미로 만들 것이다. 파리를 지키는 우리의 아들들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파리의 골목 하나하나는 독일의 건아 한 명을 쓰러트리기 위해 열 명의 목숨을 바쳐야 할 것이다! 앞으로 파리가 파괴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한 연합군에게 있으며―]“씨발놈.”
넌 진짜 잡히면 뒈졌다. 괴벨스 박사. 교수대에 보내기 전에 그 혓바닥부터 먼저 손봐줄 테니 딱 기다리고 있어라.
나는 도저히 낙지 스껌 새끼들의 저 비범한 발상을 따라갈 수 없다.
파리를 불태우겠다니. 제정신인가?
물론 나는 건전한 정신과 건전한 양식을 겸비하고 있는 상식인이기 때문에, 파리에서 뜨거운 공성전을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시가전 준비를 끝내고 도시에 틀어박힌 적을 상대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스탈린그라드가 증명했으며, 캉에서도 피로 교훈을 새겼다.
하물며 파리와 같은 거대한 도시에 들이박는다? 하하. 농담도 참.
이미 참모부에서는 ‘파리 시가전은 어마어마한 인명 소모와 막대한 물자 소모가 예상됨’으로 요약할 수 있는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그 뒤 ‘잿더미가 된 파리 시민이 굶어 죽지 않게 하려면 필요한 긴급 구호 물자’에 대해서도 보고를 올렸다.
절대, 절대 이건 감당할 수 없다.
파리는 독이 든 사과다. 연합군이 안정적인 보급선을 확보하기 전에 섣불리 파리를 건드렸다간 우리 장병들이 굶거나, 난민이 된 프랑스인이 굶거나, 둘 다 굶는다.
따라서 우리가 세운 전략에 따르면 파리를 우회해 거대한 포위망을 구성하고, 파리에 뛰어드는 대신 서서히 조여 들어가 주둔군의 자발적인 투항을 유도한다는 플랜이 잡혀 있다.
그리고 내 참모들조차 모르는 시크릿 루트로는, 은밀히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와 교섭이 지속되고 있다.
그 간교한 인간백정은 알고 있다.
지금 괴벨스의 저 선언으로 자신의 몸값이 더 올랐단 사실을.
참으로 우습지만, 어쩌면 정말 저 새끼가 신분 세탁도 안 하고 평온히 여생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이틀을 달게 된다면 말이지.
패튼은 파죽지세로 치고 들어갔고, 남프랑스 전역을 말 그대로 찢어버리고 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퍼싱 중전차는 다 후방에 던져버렸다. 느려터져서 따라오지도 못하고 정비 소요만 신나게 늘리는 퍼싱 따위를 끌고 다닐 바엔 차라리 셔먼에 의지하겠다는 저 놀라운 기동에 대한 집착. 역시 패튼을 남프랑스에 박은 건 최고의 판단이었다.
폭풍은 지나갔고.
연합군은 다시 무시무시하게 대륙으로 병력을 뿜어내고 있었으며.
비구름이 사라진 하늘은 다시 연합군 특제 B―17 구름으로 뒤덮였다.
후. 이제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이 유진 킴이야말로, 어쩌면 하늘이 내린 ‘작전의 신’이 아닐까…?
몬티는 매일마다 ‘내일은 카랑탕을 함락시킬 수 있음! 이번엔 진짜임!’이란 소릴 갱신하고 있었고, 하지몬이 이끄는 7군단은 성공적으로 캉을 수비했다.
이제 내일부로 밴플리트의 8군단이 진격을 개시하면, 다시 한번 독일 놈들을 크게 갈아버리고 파리 근방을 향해 진격할 수 있다.
영국은 당분간 잠잠할 테고, 드골은 남부로 보내버렸으며, 소련군은 다음 공세 준비에 분주한 이 상황.
크헤헤헤. 이제 남은 건 나의 위엄이 전 세계에 뻗어나갈 일뿐이다. 착하게 사니까 하늘이 드디어 상을 주시는 게 틀림없어.
폭풍이 치던 때부터 매일매일 꼬박꼬박 군목 불러서 예배도 드렸다. 혹시 기도가 모자랄까 봐 성공회와 가톨릭도 돌면서 무려 트리플 악셀 예배까지 했지. 이러니 제깟 놈들이 머리 굴려봐야 부처님 앞의 손오공 아니겠나―
“사령관님. 제1군 사령관의 긴급 연락입니다.”
“오마르가?”
나는 자리로 다가가 수화기를 들었다.
“무슨 일이야? 혹시 캉이 위험하기라도 한가?”
― 차라리 그거면 다행이지. 작전상의 문제는 없네. 그런데 전혀… 전혀 상정 못 했던 일이 발생했단 보고를 받았네.
뭐지.
“뭐길래 그래?”
― 드골이 캉에 갔다는군.
“뭐?”
― 드골이 캉에 입성했다고! 이 자, 패튼과 같이 있던 게 아니었나?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도대체 뭔데, 똑바로 말해봐!”
― 자유 프랑스군, 1개 연대나 여단급으로 추정되는 자유 프랑스군과 함께 드골이 왔어.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가 있지? 나도 현지에서 보고받자마자 지금 너한테 전화한 거야.
“나중에 다시 내가 전화하지.”
―유ㅈ….
타앙!
나는 반쯤 던지다시피 수화기를 내려놓고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시발, 한 대 맞았다.
샤를 드골.
패전국 프랑스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기어이 승전국의 반열로 끌어올린 괴물.
그런 인간이 순순히 남프랑스로 간다고 했을 때 눈치 깠어야 했는데!
“알렉산더 장군! 알렉산더 장군 어디 있어!!”
“총리님의 부름을 받고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그럼 대리, 차상급자는?”
“그분들도 전부―”
“나머지는?”
“죄송합니다. 찾아보겠습니다.”
처칠이다.
처칠이 드골이랑 짜고 친 게 틀림없다.
후. 역사에 이름 남긴 괴물딱지들을 우습게 본 대가가 너무 아프다. 너무 아파.
친애하는 루즈벨트 폐하, 이 꼴이 보이십니까? 저는 정치 할 능력이 안 된다니까요? 왜 나한테 이딴 일을 맡겨가지고!
그래.
이건 다 FDR 잘못이야.
내 잘못 아님.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