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Haired U.S. Army Marshal RAW novel - Chapter (37)
오합지졸의 민병대뭉치.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백만대군을 모아 총력전을 치른 결과 무수한 희생을 담보로 성장한 반면, 미군은 제자리걸음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우리는 금방 배울 것이고, 그들이 피로서 얻은 교훈을 흡수할 것이고, 그들이 개발한 무기를 사들일 것이네.
이 전쟁은 우리의 손으로 끝낸다. 명심들 하게.”
“알겠습니다!”
“우린 당장 참전하지 않을 걸세.”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느긋하게 생각하게, 느긋하게. 지금 저 불쌍한 친구들을 참호로 밀어 넣겠다고? 대서양을 건너자마자 죽는 게 저 친구들의 역할인가? 난 전혀 그렇게 할 의향이 없네. 가능하면 올해는 최대한 훈련에 전념하고 싶네.”
“알겠습니다.”
“이미 1사단 친구들이 훈련장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아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우리 장병들에게 충분한 물자, 무기, 그리고 훈련을 제공하고 싶고, 그대들이 이 요망에 충실히 응해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네. 가능한 한 빨리 장병들이 총기와 전장에 숙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게.”
역시 역사에 남은 명장은 뭔가 다른가.
퍼싱의 원칙은 확고했다.
우린 남의 밑에 들어가지 않겠다.
전장에 뛰어들 시기도 우리가 직접 정하겠다.
그리고 그 시기란, 바로 우리 장병들의 훈련이 완료되었을 때다.
이 병신과 머저리들로 가득한 미군을 이끌 사령관으로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방침이었다.
“킴 소령.”
“옙.”
“보다시피, 우리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훈련이네.”
시발.
보내준다며!
보내준다며 나쁜 놈아. 원하는 곳으로 가라며. 대충 원하는 곳 보내준다며. 그게 설마 ‘원하는 훈련소로 보내주겠네’였다고 말할 셈이냐? 아, 정의의 납탄 마렵다.
패튼도 나를 속였다. 본부대장이라며 큰소리 땅땅 치던 망할 선배님께선 뒤에 짜져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하루만 딱 훈련시키면 된다며?? 지금 보니 전쟁 끝날 때까지 훈련만 할 것 같은데요?
내가 저런 새낄 선배랍시고 믿고 있었다니. 빨간 모자 사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내 커스텀 모자랑은 다르게 해골 마크가 없는데, 역시 패튼의 해골을 박아넣어야-
“자네 괜찮나? 넋이 나간 표정인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괜찮긴 개뿔. 자살하고 싶어.
“킴 소령에게 맡길 임무가 있네.”
자리에 있던 모두가 번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개구리 놈들이 포드사에서 개발한 전차 1만 대를 주문했네. 영국과 프랑스 양국이 전차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이상, 우리 역시 전차를 본격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쟁부의 결정일세.”
“그 말씀은-”
“우선 1개 대대 정도로 잡고 있네. 1개 전차대대를 완편하도록 준비해 보게. 지금 있는 병사들 중 운전 경험이 있는 자들 위주로 준비해줄 테니, 훈련, 운용, 실전 등 모든 부분에서 전차가 어떤 식으로 사용될지 철저히 테스팅해보도록.”
“알겠습니다!”
이건 확실히 중요한 임무다.
어차피 미군의 전투 참여는 한동안 없을 터.
어쩌다 벼락진급한 내게 이런 일이 맡겨졌는진 감이 잘 안 오지만, 분명 이건 기회였다.
“프랑스놈들도 자네를 요청했었네.”
“??”
“물론 내 선에서 잘랐네. 어디서 남의 나라 간부를 오라가라 한단 말인가. 귀관은 귀관이 맡은 임무에 충실하면 되지만, 혹시나 타국의 협력을 구할 일이 있다면 우선 원정군 사령부에 문의한 후 귀찮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적당히 대처하게나. 미우나 고우나 동맹이라는 점은 약간 고려하고.”
“알겠습니다.”
그때 슬그머니 끼어드는 한 눈치 없는 인간이 있었다.
“장군님.”
“무슨 일인가, 대위.”
언제나 마이 페이스 그 자체인 20세기 광전사의 눈이 다시 번들거리고 있었다.
“저도 같이 참여하고 싶습니다.”
“자네는 본부대장으로서 할 일이 제법 많을 텐데?”
“장군님. 저는 미합중국 육군에서 최초로 전차를 전투 지휘한 장교입니다. 당연히 저야말로 신생 전차부대에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기에 최적의 인재 아니겠습니까!”
아니, 저게 무슨 기적의 논리야. 그 논리대로면 퍼싱 장군도 멕시코 원정 사령관이었으니 같은 입장이겠다.
“흐음···.”
문제는 퍼싱 장군이 거기에 넘어가고 있단 점이었다. 안 됩니다 장군님! 저 미친개를 저한테 넘기지 말아줘요. 제바아알-
“그건 또 그렇군.”
그가 나와 패튼을 번갈아보더니 수긍해버렸다.
시발.
“도적놈들을 세트로 보내주면 전차의 미래가 참으로 창창하겠어.”
“아니, 장군님. 패튼 대위와 같은 고급 인재는 당연히 본부의 막중한 업무를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요?”
“킴!! 소령 달았다고 벌써 날 버리는 거냐! 내가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엉?! 다 해줬는데 그렇게 매정한 남자가 되었단 말이냐! 난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누가 들으면 이상하게 오해할 것 같잖아, 이 미친놈아.
나의 절규와 관계없이 퍼싱 장군은 마침내 결정을 내려버렸다.
“패튼 대위.”
“예, 장군님!”
“한참 후배의 부하로 배속될 텐데, 불편하지 않겠나?”
“킴 소령과 저는 이미 한 몸과 같습니다! 어찌 손발이 심장을 불편해하겠습니까!”
“호. 그 정도였나. 죽이 참 잘 맞는군. 그러면 인수인계 준비를 하게. 킴 소령의 옆에서 많이 도와주게나.”
미친개를 훈련사에게 맡기고 행복하게 빠져나오는 모습이다.
의문의 맹견 훈련사가 된 나만 당혹스러워질 뿐.
“크하하하!! 감사합니다 장군!! 제가 저 개같은 독일놈들에게 전차란 무엇인지 똑똑히 각인시키겠습니다! 곧장 베를린까지 달려서 팔병신 카이저의 시체를 반드시 전차에다 걸어-”
“킴 소령. 패튼을 잘 부탁하네.”
“예에에···.”
“전차부대 별명은 그래서 ‘백골’인가, ‘헤드헌터’인가?”
그런 거 진지하게 말씀 마세요.
농담으로 안 들리잖아요.
***
프랑스는 ‘니벨 공세’의 실패로 매우 우울해져 있었다.
미합중국 육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하기 직전 벌어진 저 대공세는, 사상 최악의 졸전과 꼴아박으로 무수한 사상자만 내고 끝나버렸다.
새롭게 프랑스군을 수습하게 된 페탱은 분노와 절망으로 돌아버린 병사들을 달래기 위해 간단한 표어를 제시했다.
“우린 미국인들과, 그들이 들고 올 전차를 기다릴 겁니다.”
전차만 오면 우린 다 살 수 있다.
더 이상 참호를 향해 개처럼 헉헉 뛰어가다 기관총 맞고 뒤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를 위시한 프랑스 군부는 미국에서 온 신병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의미해 보이고, 성과가 기대되는 것이 바로 전차였으니.
프랑스의 경우 포드제 전차, 미군 정식 제식명 M1917 전차 1만 대를 주문한 것은 물론 라이센스까지 따서 국내 생산까지 돌리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몰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터지기도 전에 이 지옥 같은 참호전을 예측하고 전차라는 개념을 그 누구보다 빨리 제안한 인물이 대서양 건너 야만의 땅에 있다는 사실은 프랑스인들을 광분하게 만들었다.
“···당신이라고?”
“그렇습니다.”
시발, 개구리 새끼들 태세전환하는 것 보소.
미군 전차부대의 훈련 부지 관련해서 협의할 게 있단 핑계로 날 끌어낸 놈들이, 내가 아시안이라는 걸 알자마자 썩어들어가는 표정이 아주 그냥 예술이다.
“흐으음···.”
“귀측에서 요청해서 왔소만, 뭐가 그렇게 흐으으음 인 거요? 혹시 고향이 베르사유요? 목이 안 잘린 귀족의 후예신가?”
나이스 패튼. 어우 씨발 시원해. 이게 사이다지.
정말 뇌를 거치지 않고 척수반사적으로 내뱉는 그의 막말에 프랑스 측 인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크흠! 혹 불편했다면 사과드리오. 무척 젊은 분이 오셔서 잠시 당황했소.”
“미합중국은 나이나 인종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오직 능력만을 보지요.”
미친 레이시스트 놈들이 어디서 나이 운운하고 있어. 까놓고 말해서 니들 피부색 보고 움찔한 거잖아.
내 말에 그들은 결국 현실에 보다 집중하기로 했는지 테이블에 각종 도면과 서류를 펴기 시작했다.
“우리와 영국인들 모두 이 참호전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을 연구한 결과 강력한 장갑을 두른 무장 트랙터라는 개념에 도달했소.”
“그렇겠지요. 그게 가장 합리적이니까요.”
“그럼 어째서 거대한 ‘육상전함’이 아니라 이런 작고 아담한 물건을 개발한 거요?”
“그럼 안 사면 되지 왜 주문하셨습니까?”
아, 참아야 하는데.
지금 감정이 자꾸 꿈틀거려서 묘하게 시비거는 투로 자꾸 말이 나간다.
어차피 원래 역사에서도 니들 저거랑 거의 똑같이 만들잖아. 생각해보니 웃기네. 어차피 지들도 저런 걸 만드는 게 낫겠다 생각했을 건데 왜 또 묻는 거지? 자기과시?
“흠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M1917 전차의 개발에 제가 제법 참여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제가 포드사 영업사원인 건 아닙니다. 혹시 궁금하신 게 있다면 포드사에 문의하심이 좋을 것 같네요. 다른 것 또 있습니까?”
아니, 당장 신규편성하려면 바빠 죽겠는데 이딴 뻘짓거리나 하고 있어야 하나.
당장 새로 편성 예정인 전차대대가 어디에 들어갈지부터 카오스였다.
1사단의 시버트 장군은 마셜에게 이야길 듣자마자 곧장 사령부로 달려와서는 “당연히 전투부대는 일선에 있는 저희 1사단에 주시겠지요??”하며 아기새처럼 입을 쩍 벌렸고, 원정군 사령부는 “이런 귀한 물건은 당연히 사령부 직할! 직하아알!” 하면서 까악까악대고 있었다. 군바리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그렇게 혈압 오르는 일들을 겪으면서도, 전차대대 창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이걸 나한테 준다고?”
“그렇습니다, 패튼 대위. 이제 귀관이··· 용사의 임무를 계승받을 시간입니다.”
“하하하하!!! 걱정 마시게. 내가 완벽한 정예신병을 육성하겠네!”
정예신병이 아니라 병신예정이 될 것 같은데.
과연 이게 올바른 판단일까?
어쩌면 내가 과로에 짓눌려 미친 판단을 하는 게 아닐까?
패튼이 훈련시킬 병사들이 얼마나 인성이 황폐화될지 애써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며 나는 패튼에게 빨간 모자와 선글라스를 내주었다.
그래, 이제 좀 쉬자.
훈련은 하기 싫어.
***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위는 텍사스에 처박혀 신병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파병나가고 싶다는 그의 애처로운 요구는 ‘안 돼. 훌륭한 교관을 잃는 건 킴 소령 한 번으로 충분해.’라는 무적의 논리에 튕겨나갔다. 나는 대서양 건너편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찬 편지를 받아야 했다.
전장에 못 나가는 슬픈 아이크를 달래주는 것은 갓 태어난 첫째아들 다우드였다. 내 편지에 아들 이야기만 가득하다며 욕하던 아이크가 이제 제 편지에 아들 자랑만 듬뿍 적고 있었다. 거봐라, 너도 애 있으면 다 그렇게 되지.
오마르 브래들리 대위는 전략 요충지인 몬태나의 구리광산을 사악한 빨갱이와 독일 간첩에게서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오마르에게선 어째서 네놈만 승승장구하느냐는 저주 섞인 편지를 받아야 했다.
제임스 밴플리트 대위는 기관총중대장을 맡았고, 조만간 파병이 예정되어 있었다. 저놈이 프랑스에 발을 디디는 날, 나는 기쁜 마음으로 환영의 목 꺾기를 해줄 요량이 있었다.
마셜은 피를 토하면서 1사단과 원정군 사령부를 왕복해야 했다. 사단과 사령부 사이의 의견조율은 물론 영국놈들과 프랑스놈들에게 ‘아 꺼져 우린 니들 부하 아님.’이라고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일까지 모조리 마셜의 주 업무가 되었다.
패튼은··· 평소대로의 패튼이다.
“수급!”
“수그으읍!”
“명심해라! 강철의 파도로 적을 짓밟아라! 전부 죽여라!!”
“죽여라아아!!”
나는 훈련장에서 벌어지는 집단 세뇌의 현장에서 애써 눈을 돌렸다.
뭔가···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
모두가 전쟁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다 보니 어느덧 11월이 되었다.
그리고 11월 1일, 생나자르에는 어김없이 새롭게 미군이 도착했다.
제42보병사단, ‘무지개’부대.
부들부들한 부슬비가 이들을 환영했고, 이들을 내려준 수송선은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U보트의 습격에 격침당하고 말았다.
이 모든 징조가, 42사단장에게는 불길하기 그지없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 어중이떠중이들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 마십시오 장군님. 장군님의 군대는 무적입니다.”
“패기 넘치는구먼. 나는 몸이 영 안 좋아져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제가 최선을 다해 보좌하겠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병력관리를 끔찍하게 만드는 부슬비도,
수송선의 격침도,
나약한 상관도.
그 어떠한 역경과 불길한 암시도, 42사단 참모장 더글라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의 가슴 속 불길을 꺼트릴 수는 없었다.
전장이 그를 필요로 하고 있었으니까.
별들의 집결 (1)
미합중국의 병력은 보잘것없었다.
전투력은 형편없었다.
무장은 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