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Haired U.S. Army Marshal RAW novel - Chapter (38)
하지만, 독일제국이 숨만 쉬고 있는 동안에도 그 보잘것없고 형편없고 빈약한 놈들은 날이 갈수록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1에서 2로, 2에서 4로, 8, 16, 32, 64, 128···.
독일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
1년 뒤인 1918년에 200만 대군이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독일제국의 장성들은 전부 자살을 택했을 것이다.
***
미국원정군은 빠른 속도로 재편되었다.
사령부 예하 1군단이 창설되었고, 1군단 아래에 속속 “빅 레드 원” 1사단과 “인디언헤드” 2사단, 그리고 주방위군 기반으로 편성된 26사단, 32사단, 41사단, 42사단이 집결했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전차대대는 그 지옥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여러분. 전차전력은 곧 증강될 겁니다. 굳이 지금부터-”
“사령부에 묵혀두기만 하면 뭣 합니까! 사실상 장식품 아닙니까!”
“우리 1사단은 이미 참호에 투입되었습니다. 미합중국 육군의 힘을 보여주려면 역시 저희 1사단에 배치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보시오! 사단급 주제에 어디서 전차대대를 배속받으려 합니까? 이건 최소한 군단급이에요!”
“군단도 사실 장식품인 건 매한가지 아닙니까? 저 전력을 후방에 놀린다구요? 일단 훈련이나 끝내고 나서 말씀하시는 게?”
그만해. 나의 라이프는 이미 제로야.
대체 왜들 그리 전차대대를 갖고 싶어서 저 난리들인 거지··· 라고 묻기에는, 나라도 저런 끝내주는 아이템을 갖고 싶어서 환장할 법했다.
탈무드에 따르면, 아이 하나를 두고 두 엄마가 서로 제 아들이라며 싸울 적에 솔로몬이 판결하긴 아이를 반으로 갈라주라 하니 진짜 엄마를 찾을 수 있었다 한다. 하지만 전차대대를 가를 수는 없으니-
“진정들 합시다. 전차부대의 규모가 대대급이어서 써먹기 어렵다면, 차라리 우선 중대 규모로 분할해서 일선 사단에 할당하고 추후 전차를 더 수급하면 군단급의 전차대대를 새로 편성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것참 명안이로군요!”
“아주 훌륭합니다.”
꺼져. 꺼져 미친놈아. 내 대대 가르지 말라고 이 또라이들아.
“그건 안 됩니다. 단순히 움직이는 토치카 용도로 전차를 쓰려 한다면, 애초에 전차대대를 창설한 목적에 어긋납니다. 차라리 대대는 유지하고 추후 전차중대를 신편하는 것이-”
“이 옐로 몽키가 어디서 높으신 분들 이야기하는 데 끼어들고 있어!”
“벼락출세한 놈이 으스대지 마!”
아, 쏴죽여버리고 싶다. 거지 같은 놈들.
“이제 편성도 끝났으니, 킴 소령의 역할도 끝난 것 아니겠습니까?”
“유색인종은 감투정신이 부족하고 전투력도 떨어집니다. 지금이라도 유능한 친구를 대대장 자리에 임명하시죠.”
“귀한 전차전력을 옐로 몽키한테 맡긴다면 영국과 프랑스가 비웃을 겁니다. 퍼싱 장군, 지금이라도 참모부로 돌리시지요.”
“전차 제조사와 유착 관계가 있는 인물을 전투 지휘에까지 배치한다면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공정한 평가가 가능한 인물을 올립시다!”
이 개좆같은 놈들을 봤나.
확실히 내 자리는 불안정하기 짝이 없었다. 이건 사실이다.
애초에 ‘편성’을 하랬지, 내가 대대장을 받은 적은 없다. 내 정확한 소속은 원정군 사령부 예하 훈련계획참모 보좌관이라는 참으로 골때리는 위치였는데, 정작 훈련계획참모랑 내가 만날 일이라곤 전차병 훈련에 관한 논의가 전부였다. 그걸 아니 저 양반들도 미래의 전차대대장 감투를 놓고 벌써 쌈박질을 벌이는 거였고.
내 피가 거꾸로 솟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퍼싱 장군 역시 묵묵부답으로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다들 주목.”
그가 입을 여는 순간, 회의실 안에 순식간에 적막이 찾아왔다.
“도옌 준장.”
“예.”
2사단장 도옌 준장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해병대 출신이라 그런지 내 인사(人事)에 불만이 많은 것 같소만.”
“저는 충분히 객관적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저는 프랑스군과 오랫동안 협조해왔고, 그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유색인종을 어찌-”
“전공을 많이 세우셔서 그런가, 혹시 원정군 사령관 자리에 관심이 있으신 거요?”
“······아닙니다.”
“월권하지 마시오. 마지막 경고요.”
“알겠습니다.”
만만한 타군 장성을 쥐어패서 더더욱 분위기를 영하권으로 만든 퍼싱이 비로소 자신의 의견을 꺼내 들었다.
“전차대대는 해체하지 않소.”
“장군!!”
“전차대대는 말 그대로 대규모 전차 운용을 실전에서 경험하기 위한 조직인데 무얼 자꾸 해체하라 마라요? 이미 대서양을 건너고 있는 전차도 많으니 여러분도 곧 수령할 건데, 그만 좀 투정들 부리시오. ”
“크흠···.”
그럴듯한 사탕발림 명분 밑에 깔려 있던 ‘니들 다 저거 갖고 놀고 싶은 거 다 알아.’를 대놓고 지목해버리자 다들 얼굴이 벌게져서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저 갓-싱. 킹갓 퍼싱만 믿고 갈 뿐이다.
“로켄바흐 대령?”
“옙, 장군.”
사무엘 로켄바흐(Samuel Dickerson Rockenbach)가 얼른 대답했다.
“원정군 사령부에 기갑감실(機甲監室)을 설치하고 그대에게 기갑감을 맡기지. 전차에 관련된 모든 것을 위임할 테니 다른 분들이 괜히 신경 쓰지 않게 잘 해주시오. 그리고 킴 소령.”
“예.”
“전차대대의 편성은 어느 정도로 진전되었나?”
“사실상 완료되었습니다.”
“해당 대대를 사령부 직할 제326경전차대대로 편성하고, 대대장에 킴 소령을 임명한다.”
드디어!
드디어 전투부대 지휘관이다.
이날을 대체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개좆같은 차별의 땅에서, 마침내 전투부대 지휘관 자리를 거머쥐었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커리어는 이제 반석에 오를 수 있었다.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는 동안 퍼싱의 명령이 계속되었다.
“아마 1달 내로 실전에 들어갈 것 같네.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이후로도 회의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마침내 나의 순서가 왔다.
“-이렇게 신편 326경전차대대가 운용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전차병들에겐 별도의 개인화기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별도의 개인화기라고?”
“예.”
나는 이 자리에서 드디어 제안할 문제의 품목을 꺼내 들었다.
내가 손짓하자, 기다리고 있던 패튼이 박스 하나를 질질 끌고 와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개봉했다.
“저게 뭐지?”
“저게 개인화기라고?”
“거참 끔찍하게도 생겼군.”
“그냥 쇳덩어린데? 주유기? 기름칠 도구 아닌가 저거?”
“허허. 무기입니다.”
수십 년 먼저, 희대의 명총 ‘M3 그리스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여기선 아직 M3라는 제식명칭을 받진 못했지만, 벌써 보자마자 그리스건 소리가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그따위로 생기긴 했어 얘가.
“신무기라. 자네가 개발한 건가?”
“여기 계신 분들 중 일부는 제가 몇 년 전 제출했던 레포트를 아실 겁니다.”
아마겟돈 레포트를 감상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구분이 아주 확연해졌다. 표정만 봐도 알겠네.
“그때 저는 참호에서 ‘극도로 짧은 시간에 내 코앞에 총탄을 뿌려줄 무기’가 필요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관단총’을 개발하게 되었지요.”
“샷건을 쓰면 되지 않나?”
“샷건은 한 번에 총알 여러 발을 날리잖습니까. 야포와 기관총이 같을 순 없지요. 어쨌거나, 저는 이러한 총기가 필요할 것이라 확신하고 사비를 털어 제작했고 이게 그 결과물입니다.”
못생겼다.
게다가 비용 절감, 생산성 등 여러가지 요소 때문에 희대의 명작 ‘스텐’에서 따온 부분도 약간 있었기에 원작 M3보다 더더욱 못생겨졌다. 미적 감각이라곤 1도 느껴지지 않는 쇳덩이 그 자체.
곧 죽어도 총엔 목재가 붙어 있어야 한다고 믿던 이 시대의 장성들에겐 너무 컬쳐쇼크가 컸나 보다.
“이런 걸 쓰겠다고?”
“이보게 킴 소령. 지금 자네 부대의 역할이 앞으로의 전차 부대에 적용될 선도적 역할이라는 걸 알고 있겠지? 이런 흉물을 전 육군의 전차에 도입하겠단 건가?”
“이건 합중국의 명예 문제야! 이딴 걸 썼다간 조롱당할 게 뻔해!”
반응은 굉장히 안 좋았다. 옆에 조용히 있던 패튼이 콧바람을 거칠게 내쉬기 시작한 걸 보니 확실히 분위기가 개차반인 건 맞았다.
그렇게 난도질에 가까운 평가를 듣던 와중, 한 남자가 저벅저벅 다가와 그리스건을 잡았다.
“잠깐 테스트해도 되겠습니까?”
“그게 무슨-”
“노리쇠는 어떻게, 아 이렇게군.”
그는 슥 한번 구경해보더니 능숙한 자세로 파지 후-
타타타타타타타!!!!
그대로 구석에다 대고 갈겨버렸다.
무시무시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모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막 화를 내려는 사람도 3초 뒤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자리에까지 오려면 적어도 최소한의 판단력은 있다. 이 무시무시한 연사력을 바로 앞에서 맛보고도 무작정 부정할 사람들은 아니었다.
“이거, 여분 있나?”
“예. 약간 있긴 있습니다만-”
“남은 거 전부 42사단으로 보내주게.”
“이보게, 그게 무슨 말인가?”
딱 봐도 다 죽어가는 초췌한 모습의 42사단장이 고개를 홱 돌렸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장군님. 이 무기야말로 미래이자, 우리 병사들의 생명줄입니다. 반드시 우리가 선점해야 합니다.”
“그, 그런가···?”
“그렇습니다.”
탁.
총을 테이블에 올리는 묵직한 사운드가 장내를 채웠다.
“이 더글라스 맥아더가 보건대, 이 무기는 무수한 미군 장병들을 구원해줄 겁니다.”
“크흠!”
“이보게, 맥아더 대령.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대뜸 쏴버리는 건-”
“여러분들은 총기를 평가하면서 실사격 장면도 보지 않으려 했잖습니까? 일어날 생각조차 없는 분들이 가득하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눈앞에서 쏴드려야지.”
맥아더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명심하십시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던 상식은 저 참호에서 전부 끝장났습니다. 유럽인들은 무수한 시체를 쌓아 올리며 하루하루 새 상식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누구보다 프론티어 정신 가득한 우리가 도로 옛 상식에만 의지할 생각이십니까? 대체 누구의 시체를 더 쌓고 싶어서!”
그의 일갈 한 번에, 장내의 분위기가 마법처럼 뒤바뀌었다.
***
회의가 끝나고, 나는 맥아더에게 다가갔다.
더글라스 맥아더.
가장 유명한 군인 중 하나.
웨스트포인트 개교 이후 모든 졸업생 중 성적 3위.
미합중국의 거대한 전쟁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거인.
불후의 기록을 세워나가며 미군의 역사를 갈아치운 남자.
그가 훗날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실수 끝에 몰락하게 되는지를 뻔히 아는 나였다. 하지만 ‘맥가놈’의 추한 면모를 모조리 알고 있는 나조차, 방금 장성들이 즐비한 회의장을 한 번에 제압해버린 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인정해야 했다. 퀴퀴한 서적 속 맥아더와 내 눈앞의 맥아더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이 사람은 타고난 카리스마의 화신이었다.
홀로 빛나는 태양 같은 존재. 그 빛을 경배하게 되거나, 혹은 저주하게 되거나 둘 중 하나.
본인과 동급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는 에고의 집결체이자, 그 에고에 걸맞는 능력을 가진 천재적 명장.
내가 앞으로 군에 계속 몸을 담고 싶다면 언젠가는 선택해야 했다.
숭배의 대열에 합류하거나.
그의 등짝에 칼을 찍고 싶은 반대파의 일원이 되거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다니?”
“아까, 그 총기 건 말입니다.”
“그건 도와준 게 아닐세.”
그는 고개를 흔들며 단언하듯 말했다.
“그 무기의 유용성은 결국 입증되었을 거야. 문제는 통찰력을 갖고 단숨에 채택하느냐, 무수한 피를 뿌린 끝에 울며 겨자 먹기로 채택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나는 전선의 장병들을 위해 윗사람들의 눈이 트이게 만들었을 뿐이고.”
오만할 정도의 발언.
하지만 해낸 일이 일이다 보니 부정할 수도 없었다. 그리스건을 들고 참호선에 돌입한 장병들이 얼마나 더 손쉽게 적을 물리칠 수 있을까?
여전히 옐로 몽키라는 페널티가 달린 나는 그 자리에서 꼰대들을 제압할 수 없었다.
패튼? 패튼은 성질 부리다가 쫓겨났겠지.
하지만 맥아더는 말 몇 마디로 해냈다. 어쨌거나 다수의 동의를 얻으면서.
“오늘 일로 대령님을 꽤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생긴 것 같습니다만.”
“이딴 거로 날 불편해한다고? 자리 걱정하는 무능한 놈들이나 그렇지.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내게 감사를 표하겠지. 전혀 그럴 일 없으니 안심하게나. 자네, 생각보다 걱정이 많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