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Haired U.S. Army Marshal RAW novel - Chapter (555)
555_외전 – 제3차 중동전쟁 (1)
“임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공의 명장입니다.”
“이스라엘이 왜 그를 받아줬을까요? 볼셰비키들의 거대한 음모 아니겠습니까!”
“한국은 즉시 해명하십시오. 등소평에게 무엇을 약속받고 임표를 넘긴 겁니까?”
“아니, 진짜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니까요? 망명한 놈이 또 엉뚱한 나라로 향할지 우리가 대관절 어떻게 그걸 파악합니까?”
서방 세계가 임표의 이스라엘행을 두고 갑론을박에 휩싸였지만, 진상은 그들이 생각하는 ‘빨갱이들의 세계정복 마스터플랜’과는 크나큰 거리가 있었다.
먼저, 이스라엘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집트가 미국과 친하게 지내는 이상, 우리가 미국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허사가 된 듯합니다.”
“그럼 차라리 소련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편이 득이 되겠지요.”
“소련은 지금 중동에 특별한 거점이 없습니다. 마침 새 서기장인 흐루쇼프가 반유대주의에 심취했던 스탈린을 격하하고 있으니, 우리와의 관계 개선은 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중공은 당연히 임표와 강청을 붙잡아 야무지게 고사포로 쏴 죽이겠단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소련 입장에선 조금 셈법이 달랐다.
“모택동을 연금한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충분히 부담이 걸렸습니다.”
“중국의 동지들은 우리들에게 크나큰 빚을 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감사를 느끼지 않는 듯합니다만.”
“그놈들 뻔뻔함은 세계 제일 아닙니까. 왜 모택동을 안 죽이냐고 도로 성화인 놈들인데.”
헝가리의 너지 임레를 잡아다 처형해버릴 만큼 배짱 두둑한 소련이라지만 모택동은 급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애초에 스탈린과 어깨를 견주던 프랜차이즈 스타 아닌가.
물론 중공은 소련의 ‘호의’에 전혀 감사를 느끼지 않았다.
― 저놈들이 모택동을 인질로 잡고 있네. 빌어먹을 놈들.
― 정말 우리를 돕고자 한다면 빨리 모택동을 처형해야지! 누가 봐도 수틀리면 저놈을 복귀시켜 공화국을 조종하겠단 의사가 아닌가?
이런 팽팽한 구도 속에서, 임표와 강청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남중국 괴뢰국 놈들이면 모를까, 중공 놈들이 암살자를 보내서 인도의 보호를 받고 있는 두 망명자를 죽여버린다?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임표는 그게 말이 되게 만들 만큼 영향력 있는 인사였다. 인도에 온 등소평이 진지하게 암살을 고민했다는 ‘썰’이 외교가를 떠돌아다니고 있기도 하고.
아무리 인도가 친소 성향의 중립이라곤 하지만, 정말로 자기네 안방에서 망명자가 살해당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간 저치들도 머리뚜껑이 열려버릴 게 틀림없었다.
이스라엘과 소련은 여기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사회주의 우방인 우리 이스라엘이 저들을 보호하겠습니다.”
“저들은 인도의 보호하에 있으니 굳이 그대들이 나설 것까진 없소만….”
“그래서 지금 불편하지 않습니까? 인도와 한번 교섭해 봅시다.”
인도 또한 일단 제3세계 맹주의 입지를 차지하고자 괜히 잘난체하며 저 두 사람을 받아들였지만, 돌아가는 상황의 괴상망측함에 점점 질리기 시작한 상황.
그리하여 인도가 동의하여 임표에 대한 설득에 들어갔고, 그는 이스라엘로 향했다.
“잘 오셨습니다, 임표 동무. 강청 동무. 우리 이스라엘은 동무에 대한 일체의 신변 안전을 보장합니다. 우리가 준비한 안가로―”
“국방부나 참모본부로 먼저 갑시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내 장군으로서의 능력이 필요해 부른 것 아니오?”
“……우리가 왜 당신의 능력을 필요로 합니까?”
오해는 오해를 부른다.
그리고 오해는 분노를 유발한다.
“나는 조지 패튼, 그 미치광이의 위협에 중동의 동지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해서 왔소.”
“이스라엘군은 독립전쟁 때부터 승리만을 거듭한 역전의 용사들로 구성되어 있고, 패튼이 아무리 뛰어난 장군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한들 열등한 아랍인들을 부하로 거느린 이상 그 또한 별 힘을 쓰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대관절 나는 왜 불렀소?!”
“부른 적 없습니다. 우리는 친우로서 신변의 위협을 받는 동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할 뿐입니다.”
“이럴 거면 인도가 나았어! 그냥 나를 돌려보내주시오!”
“헛소리하지 마시오! 당신, 돌아가면 죽는단 말이외다!”
“조국이 내 목숨을 원한다면 기꺼이 죽으리!”
한 편의 지랄풍작성 연극이 끝난 후, 안가에 감금되다시피 한 두 사람의 인생역정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강청은 살아남았다는데 안도했고, 남은 여생을 회고록 집필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임표는 부지런히 현지 언어를 익히고 편지를 뿌려대며 구애의 춤을 췄고.
몇 년 만에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 * *
“킴 대원수님! 유대 민족의 구원자시여! 이스라엘을 부디 도와주시옵소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한낱 야인에 불과합니다.”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기 위한 이스라엘 외교관들의 노력은 실로 처절했다.
이라크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이라크 왕국이 멸망하고, 그 자리에 군부 독재 국가 이라크 공화국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막의 독재자들이 항상 그러하듯, ‘이스라엘 멸망’이라는 표어는 아랍 민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미국은 말로는 ‘중동의 항구적 평화’를 원한다고 했지만, 패튼을 군사 고문단으로 보낸 것에 그치지 않고 노골적으로 이집트에 경제 원조를 퍼붓고 있었다. 저들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이에 맞서기 위해 소련과 손을 잡는 것은 물론, 때마침 국뽕 충전을 위해 미국에 뻐큐를 날리는 데 몸이 달아 있던 드골의 프랑스와도 은밀히 거래해 원조를 받아냈다.
유럽짜장 프랑스와 중동에 거점이 필요한 소련이라는 뒷배를 확보한 이스라엘은 적과의 연대도 서슴지 않았다.
“나세르가 우리를 멸망시킨다면 그는 무함마드 다음가는 아랍의 위인으로 격상될 겁니다. 정녕 그걸 원하십니까?”
“그걸 당신네들이 말하니 참 이상하구려.”
“우리도 딱히 당신들과 친해지고 싶진 않습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중동 패권을 바란다면 이스라엘이 존속해야 한다는 사실뿐입니다.”
아랍의 맹주가 되고 싶은 것은 이집트뿐만이 아니다.
성지의 수호자를 자칭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나세르의 급성장에 배알이 많이 뒤틀려 있었고, 급기야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줘 이집트를 차도살인한다는 금단의 플랜에 손을 대고 말았다.
만약 민중들에게 이스라엘을 지원해줬다는 사실이 들켰다간 당장에 반란이 일어나겠지만… 안 들키면 장땡 아닌가?
“나세르가 승리하면 수니파 시대가 옵니다. 다음은 누구겠습니까? 하나 된 아랍이 다음 적으로 규정할 나라는 오직 당신네 시아파들밖에 없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구려. 이라크는 우리가 적당히 견제해 주겠소.”
여기에 이란마저 이스라엘 편으로 선회하면서 마침내 생존을 도모할 만한 판을 짜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하나.
단 한 번의 일격으로 미치광이 전쟁광 나세르의 코뼈를 완전히 으깨버리는 것뿐!
“혹시 패튼과 붙어 본 사람 있소? 내 경험이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자부할 수 있소만.”
“귀하의 군사적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중공군과 우리 이스라엘군의 교리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인명경시가 몸에 배다시피 한 중공군과, 그 어떤 장비의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맨파워만큼은 지켜야 했던 이스라엘군.
하지만 임표는 몇 년간 차곡차곡 준비를 해왔었다.
“고문 감투나 하나쯤 주시구려. 내 ‘조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살포시 무시하면 될 일 아니오?”
“지금은 우리가 가릴 처지는 안 되는 듯합니다.”
“좋소. 채택 여부는 둘째치고, 조언을 아끼지 말아주시구려.”
상대가 중동에 많고 많은 똥별이 아니라 패튼이라는 사실은 이스라엘군을 반쯤 미치게 하고도 남았다. ‘대원수의 가장 날카로운 세이버’가 대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니.
행인지 불행인지, 이집트군은 이스라엘의 기대를 다른 의미로 배신하고 있었다.
“살다 살다 이런 병신 같은 군대는 또 처음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패튼의 영향으로 이집트군의 체질은 크게 개선되었다.
대학생에 대한 징병제를 도입해 초급 간부의 질이 대대적으로 개선되었고, 많은 똥별들이 낙마해 거름이 되었다.
군대를 좀먹던 쌍팔년도식 똥군기가 무자비한 군법 적용으로 약화되었고, 사막전에 대한 교리, 특히 기갑 운용 방안이 놀랍도록 세련되게 바뀌었다.
하지만 이집트군 개선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시점에서, 전쟁을 원치 않던 나세르에게 패튼은 슬슬 불편하고 말 많은 손님으로 전락해 있었다.
“정말 전쟁 안 할 게요?”
“좀 기다려 보시오.”
“말만 많은 놈 같으니. 됐소. 때려치웁시다.”
“어허, 조금만 더 참아 보십시오. 내 대전략에 의하면 이제 이스라엘 놈들이 굴복할 때가 되었단 말입니다.”
“굴복하면? 내 전쟁터는?!”
“이스라엘이 굴복하기 직전에 무력도발을 할 게 뻔하잖습니까. 그때 원하는 전쟁 실컷 할 수 있도록―”
마침내 패튼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그는 1963년을 끝으로 ‘계약 종료’를 통고했다. 잔금만 받은 뒤 아프리카로 건너가 신나는 전쟁을 할 심산이었다.
이스라엘의 악명 높은 첩보기관 모사드는 이 극비 정보를 입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패튼의 군사 고문단 계약이 올해를 끝으로 만료된다고 합니다.”
“역시! 나세르 놈은 올해에 전쟁을 일으킬 심산이야!”
이미 나세르가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위해 사탄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굳게 믿고 있던 이스라엘은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냥 이집트와 패튼의 관계가 틀어진 것 아닐까요?”
“무슨 소린가. 그래서야 꼭 패튼이 미국 대표로 파견된 게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온 것 같잖나.”
“패튼은 미국이 이집트를 지원한다는 확실한 상징이지요. 나세르는 반드시 미국의 뒷배가 남아있는 동안 전쟁을 일으킬 겝니다.”
“설마 나세르가 전쟁을 앞두고 패튼 같은 명장을 내쫓는 병신이겠습니까?”
그들의 헛발질은 너무나 논리적이고 근거 또한 탄탄했기 때문에, 이스라엘 수뇌부 그 누구도 자신들의 분석이 틀렸다고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을 적극 후원하고 심심할 때마다 ‘유대인 멸종’을 외치고 다니며 뻑하면 국경 무력도발을 일삼는 놈이 전쟁에 관심이 없을 리가?
그리하여 1963년 6월.
“공격 개시!!”
“제공권만 잡으면 우리가 압도적이다! 싹 다 날려버려!”
선전포고 따위 없는 기습 폭격과 동시에 제3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유대인! 유대인이 쳐들어온다!!”
“적 전차… 대규모 전차 부대가 기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군은 뭐 하는 거야?!”
오직 단 한 번의 한타만을 위해 칼을 갈아온 이스라엘은 기습의 어드밴티지를 얻어 말 그대로 양민학살을 찍었고, 사흘 만에 전방의 이집트군은 깨강정처럼 바스라져 사방으로 도망쳤다.
“조지 패튼이 명장이라더니, 순… 병신이잖아?”
“패튼도 아랍 군대를 구원할 만큼 명장은 아니었나본데?”
“역시! 이 땅에서는 우리가 최강이다!”
이집트군을 걷어낸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패튼을 격퇴했다고 확신했다.
[패튼도 구제 못 한 이집트군… 아랍의 저열함 인증되다] [대승리! 수에즈가 눈앞에!] [이스라엘의 영광을 위해! 마지막 한 발!]전 세계에 프로파간다를 뿌려댄 이스라엘은 곧장 순회공연 돌듯 시리아와 요르단의 턱을 재조립해주며 중동 1티어 싸움닭의 위엄을 뽐냈다.
“패튼 장군. 부탁드립니다. 이 나라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허. 이제 와서?”
“비공식적으로나마 전권을 드리겠습니다. 이스라엘이 소련과 무슨 거래를 했는지 아십니까? 자기네 항구를 조차해주기로 했답니다! 우리가 패하면 중동이 소련 앞마당이 됩니다!”
“내가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도 참 뭣하지만… 당신도 빨갱이 아니오?”
“아랍사회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는 다른 아랍 독자적 사상입니다. 우린 러시아인이 필요하지 않아요!”
패튼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찢어졌다.
그토록 고대하던 전쟁, 전쟁이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
“패퇴한 병력을 재조직한다. 당장!”
“참새 모조리 끌어모아! 수에즈 일대 제공권부터 확보한다!”
“유대 볼셰비키 놈들은 인력의 한계가 명백하다. 그러니 기갑사단 한두 개만 잡아먹으면 놈들은 자멸한다! 대전차전 준비시켜!”
이스라엘이 축배를 치켜들고 시리아의 핵심 요충지, ‘골란 고원’ 공략에 매진하는 동안.
패튼은 누구 옆에서 보고 배운 대로 똥별 몇 명의 견장을 뜯으며 이집트군을 명실상부하게 장악했다.
그리고 며칠 뒤.
“저건 대체 어디서 나타난 군대야?!”
“이, 이집트군! 이집트군 전차가 끝없이 후방에서!”
“속았다! 전차가 아니었습니다! 전부 구형 하프트랙이었습니다!”
“보급대와의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이스라엘군 제7기갑여단은 순식간에 휘말려 사라졌다.
그제서야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심각한 착각에 빠져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고.
“임표 동무. 동무의 예상이… 맞았던 것 같소.”
“내가 뭐라 했소? 패튼도 아마 나와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었던 것 같소만.”
“그래서, 해결책이 있어 보입니까.”
“물론이오.”
임표는 이스라엘 장성들의 시선을 즐기며 자신 있게 선언했다.
“패튼은 그 성미가 불같으니 반드시 직접 전쟁터로 뛰어나올 것이오. 그를 죽이면 이집트군은 원래의 약졸들로 되돌아갈게요.”
임표의 조언하에, 이스라엘군은 중세 기사를 지옥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