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13
청풍표국 최강식객 213화
213화. 명가의 자존심(1)
대신들이 물러가고, 다시 편전에 모인 조상연과 구연초, 그리고 노지광, 완후겸.
이제 그들은 황제의 최측근으로서 앞으로 국정 전반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주천웅은?”
이제는 아예 형님이라고도 하지 않는 조상연이다.
“아직은 행적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조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흥. 누군지 알만하지.”
산동까지 쫓아왔던 흑표이리라.
“어찌하시겠습니까? 청풍표국을 압박할까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집 여식과 꽤 깊은 관계라고 합니다.”
“그들은 무림의 고수들 아닌가. 여차하면 도망가면 될 텐데 굳이 압박해서 숨어들게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쯧. 그냥 놔둬. 뭐 기어 나오면 치면 되지.”
조상연이 대수롭지 않게 손을 휘저었다.
무림 최고수의 반열에 오르다 보니 모든 게 하찮게 느껴졌다.
그러자 구연초가 조심스럽게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혈궁주 역시 무위로는 천하제일이었지만 느긋하게 준비하다가 당했습니다. 1차 전투와 강남 정벌을 통해 백도 무림을 얕봤던 거지요. 하지만 암존이 동귀어진을 하고, 상천십좌가 번 틈으로 파천황이 마지막 일격을 날려 죽었습니다.”
구연초의 말에 조상연이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죽을 거라 이 말인가?”
“다, 당치않사옵니다. 저는 단지 그들의 독기는 짐작하기 힘들 정도이니 철저히 밀어붙여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최근 성정이 바뀌었기도 했지만, 그 역시 대학사다.
“그럼 어쩌자는 말인가?”
그제야 구연초가 고개를 들었다.
“이번 기회에 청풍표국을 고립시키는 거지요. 이름 있는 무림 세력을 불러들여 충성서약을 받아낸 다음 그들이 황제와 파천황을 공격하도록 하면 됩니다.”
턱을 쓰다듬던 조상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이 쉽게 충성서약을 할까?”
“그들은 의외로 모래알 같은 습성이 있습니다. 자신이 당하는 게 아니면 남의 불행에는 잘 나서지 않죠. 본보기로 세력 하나를 무너뜨리면 됩니다.”
조상연의 눈에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크큭.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안 그래도 몸이 찌뿌둥했는데 말이야. 그럼 자네가 한번 적당한 그림을 그려보게.”
“충!”
조상연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 * *
“흥! 이번에 황좌를 차지했다는 자가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군. 감히 누구더러 오라 가라야.”
팽극환이 서신을 구겨서 삼매진화로 태워버렸다.
“가만 보니 우리를 불러 모아서 기를 죽이려는 모양인데, 어림없지. 거긴 고수도 어쩔 수 없는 진법이 있다는 걸 모르는 줄 아나 보군.”
팽극환의 집무실에는 호위대주인 흑영과 가주의 동생이자 총관인 팽극기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황제의 명을 거역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사업을 하는데 제약을 걸 수도 있고.”
동생 팽극기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하자 코웃음을 쳤다.
“흥. 이 생각을 하는 것이 어디 나뿐이겠느냐. 온갖 착한 척은 다 하고 앉아 있는 소림의 땡중이나 무당의 말코도 나랑 생각이 비슷할 게다. 어느 단체든 그 우두머리에 앉는다는 건 보통 마음가짐으로는 못 버텨. 하물며 무림의 최정상의 문파를 지휘하는 이들이 그리 호락호락할까? 정 뭣하면, 무림 세력의 수장들이 모여서 힘을 좀 보여주면 황제도 찍소리 못할 거다.”
“그런데 전 황제는 어디로 간 걸까요?”
“글쎄….”
둘의 대화에 흑영이 끼어들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파천황과 전 황제가 이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라고 합니다.”
“임가 녀석이랑?”
“예. 정보를 모아보니 과거 황자의 난 당시 큰 공을 세우고 황궁을 나온 것 같습니다.”
“음. 맞아. 기억이 나는군. 황제가 황자였던 시절, 비밀리에 키우던 무력 조직이 있었지. 임가 녀석이 그 조직에 몸담았었단 말이지?”
“몸담은 정도가 아니라 가장 뛰어난 호위무사였다고 합니다. 황제를 지근거리에서 지킨 수신 호위였다고 합디다.”
“그래? 그럼 신임이 보통 아니겠군. 이번에 황제가 무사히 황궁을 빠져나온 데 개입했겠군.”
“그렇습니다.”
“우리를 부르려는 이유에 그것도 포함될까?”
이번엔 팽극기가 나섰다.
“그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 일도 거론하겠지요. 아마 자신의 손이 아닌 저희의 손으로 파천황을 치려고 할 겁니다. 그런 식으로 길들이기도 하면서 무림의 자체 세력도 약화하겠지요.”
“흥. 하여간 윗대가리들 하는 생각이야 늘 똑같지.”
자신 역시 무림의 가장 윗자리에 있으면서도 팽극환은 황제를 욕했다.
“말한 대로 일단 지켜봐. 어차피 다른 영감들도 나랑 비슷한 생각일 테니. 움직이더라도 함께 움직여야지.”
팽극환이 느긋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 결정이 얼마나 큰 피해로 번질지 지금은 알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원호 녀석은 어쩌고 있나? 사천에 데려가지 않은 것 때문에 아직도 꽁해 있나?”
“후후. 데려가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실력이 아직 그만큼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꽤 실망한 것 같습니다. 요샌 밤낮으로 무공 수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무공을 배울 때처럼요.”
“후후. 좋아. 벽을 뚫어내려면 집중이 필요하지. 놔둬.”
팽극환이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 * *
“타앗!”
촤자자작!
내공은 담기지 않은 도초가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비록 도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예기로 인해 연무장 바닥과 벽에는 도흔이 새겨지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한참을 더 수련한 팽원호가 숨을 고르며 멈춰 섰다.
“후우.”
천천히 강천이 다가왔다.
“금방 하다 마실 줄 알았는데 이번엔 꽤 오래가시네요?”
강천이 내미는 대나무 물통을 받아 마시며 팽원호가 웃었다.
“흐흐흐. 친구를 따라잡으려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임가 소식은?”
“선배들 말 들어보니 아마 황제를 구해 어디론가 숨은 것 같은데 아직 표국에는 당도하지 않은 것 같아요.”
“흥. 그 녀석이 그리 쉽게 잡힐 리가 없지.”
“그런데 이번에 황실에서 내려온 서신이 좀 문제가 있나 봅니다.”
“문제?”
팽원호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눈을 치켜떴다.
“예. 아무래도 이번에 황제가 된 이가 무림을 길들이려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흥. 황제가 그런 시도를 한 적이 한두 번이라야지. 과거 어떤 황제는 괜히 당가를 건드렸다가 죽을 때까지 독에 죽는 두려움에 떨었다지?”
“그런데 이번에 황제가 된 사람이 무공의 고수라는 말도 있던데요? 그렇지 않았다면 임 공자가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 리 없지 않았을 거라고.”
“글쎄. 아무리 무공의 고수라 한들 임가 그 녀석이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
팽원호가 다시 물통을 내밀고는 수련을 시작했다.
아직 팽가의 부자는 이번 황제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다.
그리고 그건 다른 무림 세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잘못된 판단은 특히 팽가에게는 치명상으로 이어졌다.
* * *
두두두두두두.
“음? 뭐지?”
땅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집 근처로 수상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어지간한 이들은 가문의 무사대로 정리가 되겠지만,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팽극환이 침상에서 일어서며 벽에 거치된 백호대도를 쥐었다.
“상공?”
팽극환의 아내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별일 아니오. 그냥 주위가 소란스러워 그러니 더 자시오.”
하지만 말과는 달리 팽극환은 손잡이를 이었다.
평소에는 평범한 길이의 도였지만, 손잡이를 이으면 군용 대도가 된다.
콰아앙!
마치 포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팡!
팽극환이 급히 몸을 날려 방을 빠져나왔다.
“주군!”
이미 나와 있던 흑영을 비롯한 호위대가 그의 뒤를 받쳤다.
“정문 쪽에서 난 소리 같습니다.”
“음.”
팽극환도 이미 알고 그리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문에 도착하니 오히려 조용했다.
화륵. 화르륵.
수많은 이들이 횃불을 들고 정문에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 장원의 담장에는 수많은 군사가 활시위를 이쪽으로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마가 보였다.
“누구냐.”
팽극환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백호대도를 가마에 대고 겨눴다.
“무엄하오! 지엄하신 황제의 행차시오! 팽 가주는 예를 갖추시오!”
구연초가 나서며 추상같이 호령했다.
팽극환의 눈썹이 꿈틀했다.
“아버지.”
이미 세 아들이 그의 주위에 서 있었다.
팽원호의 목소리에 팽극환이 백호대도를 거뒀다.
“황제 폐하시라니. 믿을 수 없소. 이 야심한 시각에 무림 세가에 무슨 일로 오신단 말이오.”
“허허. 이 발칙한 자를 봤나. 지금 이 주위에 있는 금의위 무사들의 비어복을 보고도 모른단 말이더냐!”
아닌 게 아니라 지금 집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은 모두 금의위였다.
그들은 조상연이 개인적으로 데리고 있던 무사들로, 이번에 모두 금의위가 된 것이다.
“으음….”
달리 할 말이 없어 팽극환이 침음성을 흘렸다.
‘황제가 미친 건가.’
아무리 황제라도 천무삼신인 자신이 있는 이곳에 당당하게 올 수는 없다.
지금까지 무림 고수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건 관무불가침이라는 일종의 비밀 협정과 진법에 둘러싸인 궁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천무삼신을 핍박하다가 자신이 황제가 되면 어쩌려고 당차게 나온단 말인가.
끼익.
그때 가마의 문이 들리고 한 청수한 청년이 내렸다.
“흠. 그대가 팽가의 가주 팽극환인가? 도신이라 불린다지?”
“그렇소. 헌데 그대가 황제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겠소?”
팽극환은 지금 상황이 뭔가 찜찜했다.
며칠 전 받은 서찰, 그리고 이 야밤에 기습하듯 방문한 황제.
그는 여차하면 황제인 줄 모르고 죽였다고 할 작정이었다.
스릉! 스르릉!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세 아들들도 도를 빼 들었다.
“하하! 하북의 호랑이라 과연 배포가 상당하군. 가져오너라.”
청년, 조상연이 손을 내밀자 옆에서 노지광이 창을 가져왔다.
오직 노지광만이 그의 창을 만질 수 있었다.
쾅!
자룡창을 땅에 찧은 조상연이 까딱까딱 목을 꺾었다.
“황제의 명을 거역하고 불러도 오지 않은 데다가, 황제를 보고도 예를 취하지 않고 무기를 들이밀다니. 그것도 군용 대도라니. 이건 역모라고 봐도 되겠지?”
무림 세력들에 날린 서찰에 명시해둔 날짜가 지났건만 아무도 자신의 명에 따라 황궁으로 입궁하는 이들은 없었다.
예상한 일이었다.
조상연은 구연초의 조언을 따라 어디 한 곳을 본보기로 삼을 생각이었다.
조상연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북경과 가장 가까운 하북팽가를 지워버리기로.
명분도 있었다.
북경과 지척에 있으면서, 황궁을 수호할 책임을 진 하북팽가가 황제를 알현하지 않는다?
그럼 역심을 품은 게 아닌가?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팽가가 선택된 것이다.
“난 여태 한 번도 황제를 보지 못했소. 그대가 황제를 참칭하는 자인지 어찌 알겠소? 그리고 우리 팽가는 대대로 대도의 사용을 허락받았소. 대신 황궁이 외적의 침입을 받을 때 군사로서 함께한다는 조건이 있지. 괜한 것으로 트집 잡지 마시오.”
아무리 관무불가침이라고 하나 무림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몇 있었다.
폭탄이나 대포와 같은 화기와 활, 대도와 군용 무기다.
그래서 강호는 검을 사용해왔고, 창 정도는 허용되었는데 장창이 아닌 단창을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특별히 하북팽가는 북경이 위치한 곳에 터를 내주고 대도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외적으로부터 황궁을 수호할 책임이 있었다.
황제는 지금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들을 무시하고 트집을 잡고 있다.
팽극환의 가슴이 뛰었다. 갑자기 왜 황제가 이렇게 나온단 말인가.
“후후. 됐고. 내 친히 그대에게 벌을 내리겠다. 만약 내 창을 막아낸다면 역모 혐의를 모두 벗겨주지.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만약 그대가 진다면 오늘부로 강호에서 하북팽가라는 이름은 지워질 테니.”
“뭐라…?”
팽극환이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