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45
243. 보상 상승 (1)
「21층 공용 구역에 입장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에 들어오기 전에 들렀던 장소로 돌아온 상태였다.
아무도 없는 적막하기 짝이 없는 기도실.
에 입장시켜 준 사도인 카르닐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그다지 거기에 신경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
바로 신격화를 해제한 나는 기도실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은 채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럴 만도 했다.
머릿속이 지끈거리는 걸 넘어서 아예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각이 이어지고 있으니까.
서리가 낀 얼음물이라도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마는.
어차피 그런 걸로는 시원함도 느낄 수 없게 된 몸이니 바로 시답잖은 생각이라며 일축했다.
그리고 차가운 얼음물을 생각하는 대신에 본질적인 과제로 눈길을 돌렸다.
다름이 아니라…….
‘진짜 27층 시련에서 관리자들을 죽여야 하는 건가…….’
이전에 증명의 신에게 들은 내용에 대해서 생각했다.
물론 이는 합리적인 의심 같은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증명의 신이 한 말을 화룡안으로 진실인지 아닌지를 체크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는 더 재 볼 가치도 없는 깔끔한 ‘진실’이었다.
“젠장…….”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게 의미 없는 의심이고 십중팔구 증명의 신이 한 말이 맞을 거라는 것을.
증명의 신은 고대 신격은 아닐지라도 그 아래의 위치에 있는 신격이니…….
그의 신성 권능이 인과율을 통해서 읽은 미래가 그렇다면 정말 그 말대로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야.’
그에 나는 눈을 찌푸린 채 몇 분 전에 들은 증명의 신의 말을 떠올렸다.
─27층 시련은 탑이 너의 브레이크를 아예 없애기 위해서 마련한 것일 테지.
시련의 탑이 바라는 최종적인 목적은 도전자를 전지전능의 초월자로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현재 이 탑에서 나는 이례적인 성장 속도를 보이는 탑의 소중한 후보 중 하나인 셈이니.
하지만 탑은 동시에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모종의 이유로 성장을 멈춘다든지 혹은 모든 신격의 말살을 바라지 않게 된다든지 하는 경우를.
‘……어쩌면 27층 시련은 탑이 내 성장을 더 가속하려고 하는 걸 수도 있겠어.’
그 대비책으로 27층 시련이 관리자들과의 전투로 내놓아진 거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나마 지켜온 최후의 일선을 넘어서게 되면 많은 게 달라질 테니까.
지금껏 꺼려 왔던 대량 학살은 물론이고 죄 없는 이들도 얼마든지 해칠 수 있겠지.
마치 브레이크 없는 화물 트럭처럼 그대로 가속도를 붙인 채 탑의 끝에 다다를 터다.
하지만…….
‘탑의 의지대로 흘러가는 건 그다지 달갑진 않네.’
그렇게 되는 건 탑이 그리는 그림이지 내가 원하는 결말이 아니다.
추측하건대 그대로 탑의 끝에 다다르면 나는 폐인처럼 변화하게 될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탑의 끝에 그런 식으로 오른들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을 테니까.
아, 물론 탑의 도구처럼 쓰이며 간절히 바라는 모든 신격의 말살은 이룰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자신이 바라는 건 어느 것도 얻을 수 없겠지.
아마도 그리되는 게 현재 상황에서 상정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결말일 것이다.
‘결국에는 한 번 망가지면 탑의 도구로 쓰이다가 부질없이 끝나겠지.’
그에 나는 잠깐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은 후.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차근차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니 문득 또 증명의 신이 했던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강해지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는 너에게 새로운 신념이 깃들까?
“신념인가…….”
어째서 증명의 신이 신념이라는 말을 거론했는지 알 듯했다.
27층에서 관리자들을 살해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진 것도 결국에는 신념의 부재 탓이겠지.
최대한 관련되지 않은 이들은 건드리지 않되 적극적으로 힘을 수급하자는 게 어설픈 모토로는 이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할지는 정해져 있는 셈이었다.
‘이제부터는 좀 더 능동적으로 적을 찾아야겠어.’
여태까지 나는 내게 적대적인 스텐스를 취했던 이들만을 골라서 처리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많은 게 달라질 것이다.
어설프게 싸움을 질질 끌며 성장을 도모할 생각이 사라졌으니까.
21층 공용 구역에 있는 자경단이 그 예제 중 하나다.
‘그때는 그저 나중에 또 오면 오고, 아님 말고, 라는 식이었지만, 그래선 안 되겠지.’
굳이 공용 구역을 지키는 자경단이 찾아오지 않을지라도 나는 그들과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철저히 말이다.
그리고 얻을 수 있는 모든 보상을 손에 넣는다.
이것이 이제부터 내가 걸어갈 길이며, 탑에서 원하는 대로 뜻을 펼칠 수 있는, 오로지 하나뿐인 활로다.
‘27층 시련은 어차피 바꿀 수 없겠지.’
아마도 이게 탑이 안배한 장치라면 27층 시련 같은 것은 어차피 한 번은 마주해야 할 터이다.
27층 시련을 꼼수로 회피하는 건 파멸을 잠시 미루는 것에 불과할 뿐.
물러서지 않고 받아칠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그렇다면 정면으로 돌파하는 게 정답이야.’
27층에 이를 때까지 나는 탑과의 협상을 논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심산이었다.
신격들처럼 신성력을 대가로 지불하여 탑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말이다.
그리고 정해진 미래를 타파하여 철혈의 군주와 백학검선을 살릴 것이다.
원래 가장 간단한 게 최고의 해답이라고 하듯…….
이처럼 깔끔한 정답도 없을 것이다.
“진짜배기 신격이라…….”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눈빛을 서늘하게 빛냈다.
“해볼 만은 하네.”
이제부터는 정말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
어느새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시야에는 관리자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갑자기 시선이 차단된 것에 대해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관리자 ‘백학검선’이 제자의 안색이 좋지 않다며 크게 걱정하는 기색을 내비칩니다.」
그것도 둘이나 말이다.
요즘에는 크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조용히 보고 있었기에 의외였다.
그녀들은 비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까지는 조용히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메시지를 띄우니 살짝 놀랐다.
하지만 생각을 해 보니 납득이 되었다.
‘……하긴, 갑자기 시선 차단 권한을 쓴 것 때문에 놀랐겠네.’
시선 차단 권한으로 시야를 암전시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을 테지.
그런데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서 전달되는 감정을 보니 시선 차단 원인이 나라는 건 모르는 모양새.
그렇다면 생각보다는 변명하기 쉬워진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증명의 신이 잠깐 관리자의 관측을 끊은 것 같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매우 당당하게 대답한 탓일까?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만약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하라며 조언합니다.」
「관리자 ‘백학검선’이 도울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돕겠다고 눈을 반짝입니다.」
이 둘은 시선 차단의 원인이 정말로 내가 아니라고 믿는 듯했다.
“저는 괜찮으니 걱정해 주실 것 없습니다.”
그에 나는 외부로 드러나는 감정을 철저히 갈무리하고는 그리 말했다.
―……침 하나 안 바르고 잘도 그리 거짓말을 하는구나.
그 모습을 본 담천우는 살짝 질렸다는 듯 그리 말했지만…….
뭐, 이것도 따지고 보자면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증명의 신에게 들은 이야기를 관리자들에게 털어놓으면 그 둘을 더 곤란하게 만드는 거니까.
굳이 내게 매우 호의적인 이들을 쓸데없이 걱정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관리자들을 진정시킨 나는 바로 신전을 빠져나왔고, 이어서 인벤토리를 열어서 이전에 얻은 보상을 확인했다.
「지정 스탯 상승 물약」
「등급 : A+」
「능력치를 가진 모든 존재에게 쓸 수 있는 탑이 제작한 특수 물약.」
「복용할 시 능력치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해당 능력치를 +10 상승시킬 수 있다.」
에서 얻은 보상 중 하나인데…….
‘직관적이네.’
그다지 주의 깊게 살필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간단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굳이 더는 쓰임새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윽고 나는 ‘지정 스탯 상승 물약(A+)’을 입에 탈탈 털었고.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며 선택지가 나타났다.
「지정 스탯 상승 물약(A+)을 섭취했습니다.」
「수치를 상승시킬 스탯을 선택하십시오.」
보유한 능력치 중 어느 것을 콕 집어서 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네크로맨시로 성장시켜 온 능력치들은 부족함을 느낄 수 없는 지경이 됐으니까.
그러니 이 능력치를 올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에 집중했다.
‘그러고 보니 내구 능력치를 올리는 것도 괜찮겠어.’
를 클리어하고 얻은 스킬인 ‘장비 내구력 연동(B-)’이 생각났다.
이 스킬 덕분에 이제는 장비들이 더더욱 심후한 내구도를 갖췄고, 신체에 맞닿은 모든 아이템에 자동 수복 능력이 붙었다.
마땅히 선택할 능력치가 없다면 내구 능력치를 올리는 게 옳을 것이다.
「선택 완료.」
「도전자 한성윤의 내구가 +10 상승합니다.」
‘이걸로 능력치 상승은 마쳤나.’
이어서 나는 인벤토리 내에 있는 또 다른 보상을 꺼냈다.
바로─.
「신념의 거울」
「등급 : SSS-」
「성유물 완성도 : 0%」
「어느 도전자에게 신념이 싹트길 바라며 증명의 신이 창조한 특별한 거울.」
「※도전자 한성윤의 감정에 심도 있게 감응하여 신념이 완성될 때, 신념의 거울 또한 성유물로서 완전해진다.」
에서 얻은 최후의 보상이었다.
‘설마 이런 걸 넘겨줄 줄이야.’
솔직히 말해서 에서 뭘 한 것도 없는데 보상이 과했다.
현재 시스템 메시지에 기록된 등급만 해도 SSS-급.
한마디로 여태까지 보아온 성유물 중 등급이 두 번째로 높은 아이템이라는 뜻인데…….
증명의 신이 얼마나 내게 호의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마도 탑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두고 싶지 않은 거겠지.’
그는 내가 걸어갈 길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었고, 그걸 탑이 망치는 것에 짜증을 냈다.
그러니 이렇게 수준 높은 보상을 준 거겠지.
그에 나는 고마움을 느끼며 이내 시스템 메시지에 떠오른 설명을 전부 읽었고.
이어서 신념의 거울이 어떠한 타입의 아이템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성장형 아이템…….”
아니.
이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성장형 완성 아이템’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템 자체에서 걸어 둔 조건으로 성장해야 완성되는 타입의 아이템이었다.
‘신념의 완성이라.’
이건 또 처음 보는 타입인데, 살짝 기대도 됐다.
신념의 거울이 완성되면 얼마나 좋은 능력이 생길지.
아마도 회귀자의 손목시계에 붙어있는 회귀 같은 사기적인 전용 효과라도 생기지 않을까?
「스킬 ‘화룡안’이 활성화됩니다.」
심지어 화룡안 스킬로 세부적인 능력을 살피니 단순한 성장형 완성 아이템이 아니었다.
「※도전자 한성윤의 운명을 여러 조건에 따라서 일부분 유리하게 인도한다.」
신념의 거울은 내 운명을 일부분 유리하게 인도해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숨겨진 효과로 이런 게 있었나.’
물론 이것도 바로 뭔 효과를 가졌는지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부가 능력이 있다는 걸로도 흡족했다.
그렇게 신전을 벗어나서 수풀길을 걸으며 보상을 전부 확인했을 때였다.
갑자기 수풀 너머에 있는 탁 트인 거리에서 살기가 깃든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라.”
그리고─.
철컥-!
눈 깜짝할 사이에 금빛 갑주를 입은 기사가 검을 내게 들이민 채 접근했다.
“네놈이 21층 공용 구역의 자경단을 습격한 자가 맞는가?”
그것도 살기를 진득하게 흘려 대며 말이다.
‘……21층 공용 구역의 자경단이면, 그때 마주친 기사들을 말하는 건가.’
그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럴 만도 했다.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들을 전부 처리했을 때도 어느 정도 직감하긴 했다마는.
설마 이렇게 빠르게 적이 복수하러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물음에 답해라. 이에 응하지 않으면 다소 강압적인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이름 모를 도전자.”
황금빛 갑주를 입은 기사의 말에 나는 낮게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그러고 보니 21층 공용 구역에 들어올 때도 자경단이라던 놈들도 그렇게 말했지.”
정말이지…….
“원래부터 이렇게 누구든지 붙잡고 자기가 정의인 마냥 구는 게 기사들 특징인가?”
재미있었다.
“……그렇군. 네놈이 바로 자경단을 습격한 심연의 숭배자인가. 그렇다면 굳이 긴말은 필요하지 않겠지.”
그럴 만도 했다.
“와라. 영혼마저 썩어빠진 악한이여. 정의의 이름 아래에 네놈을 심판할 터이니.”
그렇지 않아도 이제야 막 어설펐던 모토를 정비했는데…….
바로 이렇게 새로이 생긴 모토를 직접 실천할 기회가 오다니?
마치 잘 짜인 극본을 보는 거 같아서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쪽이 말하는 정의라는 건 강자의 말이 곧 정의라는 거 같은데…….”
그에 나는 더없이 짙은 웃음을 지으며 혈천마검을 손에 쥐었다.
“그런 정의는 나도 싫지 않아.”
추측하건대─.
“그렇게 따지면 오늘 내가 이곳의 유일한 정의가 될 테니까.”
오늘, 이 21층 공용 구역의 많은 것이 바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