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59
357. 천하제일인 (3)
어느새 나는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설마 명약 같은 치트키가 있을 줄이야…….’
그럴 만도 했다.
시련의 탑에는 신비한 효과들을 가진 아이템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있듯이…….
이곳의 무림에도 나름대로 어느 정도 수준이 높은 영약들이 있는 듯했다.
‘그럼 고민할 필요는 없지.’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하나다.
‘화산파에는 매화단, 그리고 종남파에는 유운단이라고 했었지?’
다름이 아니라…….
‘……재밌네.’
시련의 클리어 조건 중 하나인 백씨세가의 부흥을 단숨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접어드는 소용돌이 】
그것도 아주 간단히.
치지지지지지직-!
눈 깜짝할 사이에 발동된 공간 도약의 흑마법이 주위에 일렁임을 일으키며 힘을 발했다.
그리고 그에 백설화는 그걸 보고는 아예 멍해진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마치 일시적인 환각을 보듯 눈의 초점이 흐려진 모습.
“……사, 사범님?”
하지만 그녀의 반응과는 별개로 나는 간단히 말했다.
“화산파나, 종남파 둘 중 하나는 없애고 오겠습니다.”
“……네? 그, 그게 무슨?”
그냥 어디 동네에 있는 시장바닥에서 사야 할 게 있다는 듯이.
“아마도 그곳에 있는 좋은 영약은 전부 가지고 올 것 같은데…….”
실제로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했다.
어차피 화산파는 구파일방 중 하나라고 했으니 없애 둘 생각이긴 했으니까.
심지어 그곳에 있는 명약들을 가져오면 백설화의 성취도 크게 늘 터이니 일석이조이지 않은가.
“그때까진 자율적인 수련으로 충당하고 계십시오.”
그리고.
“그럼 이만.”
다음 순간.
착-.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공간을 도약하여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쯤인가?’
물론 화산파가 어디에 자리를 잡고 있는지 같은 정보는 알 수 없긴 한데…….
‘아마도 이곳이 화산파 같은데.’
어차피 크게 상관은 없는 일이다.
고대 신격의 경지에 도달하여 얻은 감각은 대륙 하나쯤은 바로 탐지할 수 있을 정도.
그렇기에 나는 거목 미궁에서 본 적이 있는 화산파 장로의 기운을 토대로 하여 화산파에 도착하는 게 가능했다.
그것도 아주 가뿐히.
“…….”
그제야 나는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살폈다.
사실상 공간을 넘어서 내려앉게 된 곳은 험산의 산길 중 하나였다.
순간, 화산파가 있는 곳의 추정을 착각하여 이곳에 잘못 온 줄 알았으나,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설마 이런 험산에 세력을 일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럴 만도 했다.
어느새 눈앞에 보이는 험산의 산길 너머에 화산파의 입구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에 바로 화산파로 가는 길로 보이는 곳에 다가가니, 갑자기 자줏빛 무복을 입은 남성이 다가왔다.
“이곳부터는 화산파의 본산이외다.”
자줏빛 의복의 남성은 나를 슥 훑어보듯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외인(外人)은 성명과 출신, 그리고 용건을 말해 주셔야 가는 걸 허락할지 결정할 수 있소.”
마치 어딘지 모르게 깔보는 것 같은 태도.
“한성윤입니다. 백씨세가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눈앞에 있는 상대는 흠칫하며 제대로 반응했다.
“……백씨세가? 설마하니 신검백가로 불리는 그 산동백가를 말하는 것이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렇군. 그럼 이제는 출입용건을 밝히시오. 그래야 이쪽이 출입을 허할 수 있을 터이니.”
“그냥, 화산파도 부술 겸 영약 좀 챙기러 왔을 뿐입니다.”
그에 내가 산책이라도 나왔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그리 말한 순간.
“……그래, 화산파를 부술 겸 영약을 챙기러 왔─.”
그제야 이질감을 느꼈는지 눈앞에 있는 자줏빛 의복의 남성이 눈을 여러 번 깜빡이며 말했다.
“자, 잠깐만 멈추시오. 뭐라고 말했소? 방금, 뭔가를 잘못 들은 것 같─.”
“화산파 부수러 왔다고.”
“?”
그리고.
“……아, 그리고 덤으로 매화단 같은 영약들 좀 챙기러 왔습니다.”
이내 눈앞에 있는 남성을 바라보며 내가 그리 가볍게 말한 순간.
“이런 미친 애송이 새끼가─!”
챙-!
눈 깜짝할 사이에 자줏빛 의복의 남성이 크게 분노하며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손을 내리뻗어서 검면을 쳐내어 검의 궤적을 비틀었다.
살짝 검을 건드리는 것만으로 검의 궤적이 망가지고 검에 실렸던 마력이 허공으로 흩어지며 힘을 잃었다.
“이게 무슨!”
하나, 그것도 잠시.
꽈지익-!
“컥……!”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의 궤적이 흐트러진 틈을 타서 나는 상대의 턱을 주먹으로 갈겼다.
어차피 검의 궤적이 이렇게까지 흐트러졌다면야 접근이 어려울 리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대로 눈앞에 있는 남성이 쓰러지자마자 그의 검을 주웠다.
인벤토리 내에 있는 혈천마검은 사용할 생각이 없었기에.
‘어차피 이곳에선 혈천마검 같은 상등의 아이템들을 사용할 필요도 없겠지.’
그럴 만도 했다.
여태까진 절정 고수라고 불리는 자들도 딱히 어렵잖게 이길 수 있었지 않았는가.
그것도 그리 특출날 것도 없는 칼 한 자루로 말이다.
그런데 이딴 곳에서 특수한 아이템까지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 리가 없었다.
‘그리고 정신병 걸린 것 같은 무림인들의 사고관을 생각하면 더 그렇지.’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탑을 오르며 마주했던 무림인들을 생각하면 아이템의 사용이나, 눈에 띄는 스킬의 사용은 곧 정치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백씨세가의 부흥에 약간이나마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했다.
굳이 특수한 능력을 가진 아이템을 써야 할 필요도 없는데 그걸 보여 주는 것 자체가 필요 없는 일이기에 그리할 생각은 없다.
“화산파인가…….”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다.
“기대되네.”
그대로 나는 검을 들고는 화산파의 장엄한 건물들을 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화산파의 무공은 얼마나 훌륭할지.”
다름이 아니라…….
“정말이지…….”
어느새 나는 화산파에 있을 수많은 무공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상등 중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한 무공은, 개념 영역을 다루는 신격도 대적할 수 있는 수준.
그렇다면 무공 또한 배우는 것에 있어서 나쁘게 볼 일은 아니었다.
흔히들 배움에는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을 알고 있기에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겠어.”
그것도 아주 크게 말이다.
***
시간이 흐르며 빠르게 사건이 커졌다.
설마 화산파의 입구에서 일어난 소동을 눈치챈 걸까?
어느새 화산파 내부에서 자줏빛 의복을 입은 문도들이 각각 분노를 토해 내며 검격을 쏟아 냈다.
“개자식이! 감히 화산파에 이딴 행패를 부리다니……! 다신 걸을 수 없게 만들어 주마-!”
“구파일방 중 하나인 화산파에 이딴 짓을 한 걸 후회하게 해 주마……!!”
“화산의 검 앞에서 그 사악함을 후회하며 죽어라!”
하지만 크게 의미 있진 않았다.
꽈지지지지지지직-!
“크, 크아아아아아아아악-!”
“헉! 검기(劍氣)! 저, 절정 고수……! 어찌하여 저런 괴물이 나타난 것이더냐!”
“……사형들을 불러오게! 절정 고수는 매화검수들이나 상대할 수 있지 않나!”
그럴 만도 했다.
‘이건 또 뭐지.’
눈앞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검객들은 그리 수준이 높지 않았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산동백가에서 마주했던 흉수들이 더 강하다고 해야 할 정도.
그리고 그 수준에 나는 눈매를 좁힌 상태로 어이없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고작 이딴 수준에 불과한 건가?’
오직 다른 것 하나 없이 선을 긋듯 검을 휘두르면 추풍낙엽처럼 적들이 쓸려나가는 모습.
사실상 화산파의 기술을 견식할 기회도 없이 대부분 당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나름대로 고수는 있는 것일까?
“……하하하. 재밌군. 설마, 화산파에 들어와선 이딴 짓을 하는 놈이 있을 줄이야.”
어느새 어느 호쾌하게 생긴 청년이 화려한 검을 들고선 다가온 것이다.
“재미있구나. 너, 이름이 무엇이지? 나는 매화검수 중 하나인 청풍이라고 하…….”
대충 따지자면 무림에선 절정 고수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
한마디로 말해서 검기의 성질 변화를 다룰 수 있는 실력쯤은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나는 청풍을 보고는 크게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검기의 성질 변화를 다루는 수준이라면 상대할 가치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에 관한 생각을 나는 청풍에게 참지 않고 말했다.
“너는 너무 약해.”
“……뭣?”
“고작 검기의 성질 변화밖에 못 다루는 주제에 말이 너무 많아.”
“……개자식이-!”
그것이 일종의 자극으로 변화하여 청풍을 분노시킨 것일까?
“네놈에게 매화검수의 격을 보여 주마……!!”
다음 순간.
“매화만개─!”
촤라라라라락-!
눈 깜짝할 사이에 검격이 매화꽃이 휘날리듯 잔영을 흩뿌리며 낙하했다.
“하하하-! 이게 바로 화산의 검이다! 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
환(幻), 그리고 쾌(快)의 묘리로 이루어진 검격은 매화의 나뭇가지를 생각나게 할 정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훌륭하게 쳐줄 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딴 것도 무공으로 쳐줄 수 있나?”
파아앙!
살짝 검으로 어느 지점을 쿡 짓누르듯 매화만개의 허점을 누른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매화의 향기, 그리고 그 잔영들이 사라지며 눈속임이 사라졌으니까.
그것도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허무하게 말이다.
그제야 눈앞의 상대인 청풍은 환(幻)의 묘리가 사라졌음을 눈치채고는 크게 눈을 떴으나 소용은 없었다.
촤아악-!
“컥!”
그리고.
“어…… 찌……. 매화만…… 개의 초식을……. 파훼했…….”
“그거야 그쪽의 실력이 너무 낮아서 그랬을 뿐이지.”
“그랬…… 군. 나 따…… 위는 비…… 교할 수 없는 엄청…… 난……. 고…… 수였…….”
“이제라도 알아보니 다행이네.”
그것을 끝으로 청풍은 입술에서 피를 왈칵 쏟아 내며 쓰러졌다.
털썩-.
“매, 매화검수도 고작 일초지적으로 당했다고……?”
“처, 청풍 사형이 저렇게 당하다니! 매화검수 중 최고수에 가까웠을 터이거늘!”
“초절정 고수, 혹은 화경의 고수이겠군. 그렇지 않고는 저 신위를 설명할 수 없을 터이니…….”
어느새 눈에 보이는 상대들을 족족 쓰러트리고 나니 분위기라고 해야 할 것이 달라졌다.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걸까?’
화산파 내에서 이곳으로 보내오는 눈빛들이 변했다.
여태까지는 그냥 단순하게 적대감만이 감돌았을 뿐이었는데…….
그야말로 압도적인 승리를 계속하여 거머쥐니 경외심, 혹은 당혹감 같은 감정들이 뒤섞였다.
‘나쁘진 않은 일이야.’
솔직히 말해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수준이 낮긴 했으나 최악은 아니다.
‘최대한 평화롭게 대처한 보람이 있었어.’
그럴 만도 했다.
최대한 예의를 차려서 평화롭게(?) 아무도 죽이지 않는 대접을 해 준 덕일까?
그래도 나름대로 곳곳에서 흉수를 갈가리 찢어 버리겠답시고 분노하는 이는 없었다.
“……놀랍구려.”
심지어 그것만이 아니다.
터벅터벅-.
“화산의 제자들이 경거망동하는 것 같길래, 외인이 죽지 않게끔 하려고 왔거늘…….”
어느새 화산파의 본관에서 어느 한 노인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알고 보니 화산의 제자들이 경솔해질 만도 했소.”
그냥 얼핏 봐도 상냥함이 느껴지는 온화한 인상.
“절세고수께서 무례를 저지르긴 하였으나, 절세고수에겐 그만큼의 대우를 해 줘야겠지.”
오직 선의밖에 없을 것 같은 노인은 싱긋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자결하시오.”
“?”
“그리한다면 그대의 사문에는 아무 일도 없게 해 주겠소이다.”
“…….”
“화산의 장문께선 아직 그대 같은 버러지 때문에 움직이진 않았소. 그러니 화산의 장로인 빈도의 재량으로 명예로운 자결쯤은 허락해 주겠…….”
“대충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네.”
그리고.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 됐구나.”
“상황 파악? 그것은 그쪽이 해야 할 일이외다. 감히, 구파일방 중 하나인 화산파에─.”
“화산파는 구파일방이 아니게 될 테니 상관없어.”
“?”
그에 나는 이어서 말했다.
“오늘부로 화산파는 끝이니까.”
그대로 나는 싱긋 웃음을 지으며 화산파 본관의 건물이 있는 곳에 손날을 그었다.
“알겠지?”
“그게 무슨 헛소…….”
“헛소리가 아니라 진심이야.”
그리고.
“화산파는, 재기할 수도 없게끔 깔끔하게 파괴할 테니까.”
다음 순간.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눈 깜짝할 사이에 쏘아진 심검에 화산파의 건물들이 쩍쩍 갈라지며 붕괴했다.
꽈과과과과과과광……!
화산파의 건물들이 무너지며 곳곳에서 굉음이 일어났고, 그제서야 노인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화했다.
“……이게, 무슨?”
마치 대낮에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된 거 같은데…….”
그리고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장문인 좀 불러와 줄 수 있으려나?”
다만, ‘그냥 이대로 산이랑 통째로 생매장시키기 전에.’라는 뒷말은 빼놓은 상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