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39
제 239화
79장. 제1차 나스 대미궁 공략 – 5화
국가 간의 전쟁은 전략과 전략의 싸움이다.
그 안에는 모략도 있고, 배신도 있고, 기습도 있다. 사용되는 수단과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여러 가지 방법을 머릿속에 두고 있었지만, 이번에 게니츠가 낸 계책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이게 바로 인재의 중요성이다.
휘하에 어떤 사람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서, 때때로 기분 좋은 변수가 생기곤 한다.
만약 게니츠와 루크 제독이 내 곁에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계획을 세울 수는 없었을 터였다.
“폐하, 어찌하시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그들의 함선을 빼내거나 파괴한다고 한들, 큰 영향을 줄 수가 없소. 아직 전쟁에 돌입하지 않았으니.”
“그렇습니다, 폐하.”
“그리 머지않은 시일에 반드시 방침을 전달할 터이니, 그때까지는 데스먼드 제국을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하도록 일러 주시오.”
“예, 폐하.”
“그리고 그들에게 꼭 전해 주시오. 이역만리 타국에서 보여 준 충성심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명 받들겠습니다.”
“흐음…….”
게니츠의 말을 듣고 나니, 나 역시도 다시 한번 집안 단속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물론 우리 크리비아 제국은 유례없는 대번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번의 내정 꼼수 – 혹은 버그 – 를 통해서 모든 종사자들의 효율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 번영과 부흥의 물결 속에 소외된 계층이나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
점검은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게니츠 제독.”
“예, 폐하.”
“해군 전체에 일러 불만 사항은 없는지, 부당한 대우나 차별은 없는지 면밀히 조사하도록 하시오. 적의 분열을 유도하는 것도 좋지만, 내부 결속도 중요하오.”
“참으로 고명하십니다, 폐하.”
“해군을 잘 부탁하오, 제독.”
“맡겨만 주십시오.”
나는 게니츠 제독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 역시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이다. 훗날 해전에서 그를 잃는 일이 없기를, 보이지 않게 그러나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 * *
미궁 입구 앞.
과거에도 그랬듯이 자레드 일행은 샛길을 통해 도착한 나스 대미궁의 입구에 서 있었다.
이동하는 사이, 아슈르와 마이라는 수련의 방에 다녀왔다.
어쩌다 보니 단둘만 보내는 여정이 되었는데……. 찰나의 순간에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꽤 많이 바뀌어 있었다.
수련의 방 외부에 있던 자레드 일행에게는 1초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 흐른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1년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공주라는 타이틀을 벗고, 세간의 시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귀족이 되었기 때문일까?
마이라는 수련의 방에서 아슈르와 함께 손발을 맞추면서, 그와 무척 많은 정이 들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했던 두 사람은 함께 자레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쌓아 갔고.
검사와 궁수로서 근거리, 원거리 공격의 호흡을 맞추며 점점 가까워져 갔다.
그리고 1년이 지났을 때.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레드를 포함한 다른 일행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아슈르와 마이라를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데면데면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연인이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이것이 바로 수련의 방이라는 독립된 세계가 갖는 묘미이자 특이점이었다.
‘마이라는 이제 라키스의 80% 정도 되는 수준에 올랐고, 아슈르는 궁마법으로도 6클래스까지는 가능해졌군. 마력이 크게 올랐어. 아주 좋은 성장 곡선이야.’
1년을 꼬박 수련한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이제 나스 대미궁 공략으로 정점을 찍을 때가 됐다.
“자, 지금부터 공략을 시작할 것이다. 아래층은 비교적 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점점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고.”
자레드가 입장에 앞서 다시금 주의 사항을 짚어 주자, 모두가 입을 다물고 내용을 경청했다.
자레드는 방심을 경계했다.
대마법사도, 소드 마스터도 순식간에 죽음에 이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방심’이다.
그것은 도 예외가 아니어서 많은 최상위 플레이어들이 교만에 빠져 방심하다가 적대 세력의 공격에 몰락하곤 했다.
이미 수많은 반면교사를 통해 배운 자레드였기에 재차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는 50층의 보스 몬스터를 공략할 때까지 계속해서 내려갈 것이다. 예외는 있을 수 없고, 이탈자도 허락하지 않겠다. 나를 믿고, 전력을 다해 몬스터와 싸워 줬으면 한다.”
“예, 폐하!”
“사소한 몬스터 하나라도 절대 방심하지 말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처리해야 한다. 변수는 어디에서도 생길 수 있으니까.”
“예!”
대답과 함께.
촤르륵!
자레드가 지도를 펼쳤다.
트리스티스 아일랜드의 지도.
갈라딘 라스무틴을 죽이면서, 다섯 번째 위기를 극복했고.
덕분에 80층까지 고생하지 않고, 차근차근 오를 수 있는 차원문의 조합법을 얻게 됐다.
층수 공략을 마쳐 놓고도 다시 아래 층수로 거꾸로 가게 되거나, 엉뚱한 위치로 이동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타이밍이 좋군. 지금 입장하면 된다. 모두 출발!”
그렇게 자레드 일행의 나스 대미궁 공략이 시작됐다.
검사 계열은 라키스, 레나, 엘라, 마이라.
마법사 계열은 자레드와 미아, 나오미, 그리고 궁마법이라는 예외적 개념으로 아슈르.
그리고 어쌔신 클로이, 주술사 이자벨, 치유사 헤이즈까지.
최정예로 편성된 11인 공략의 시작이었다.
* * *
“신난다! 신난다!”
뻐엉! 뻐엉! 뻐어엉!
“끄웩! 끄웩! 끄웨에엑!”
대미궁 1층의 보스 몬스터 공략의 포문은 미아가 열었다.
꾸준히 갈고 닦아 온 ‘바람 망치’의 위력은 가히 파괴적이었다.
내가 퍼펙트 실드를 시전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깰 수 있을 듯한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폐하, 저게 미아의 힘인가요?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더 실감이 크게 나는 걸요?”
“더 이상 예전에 마군의 피난처에서 적마귀 하나에 쩔쩔매던 우리가 아니라는 거지.”
나는 감탄을 거듭하는 헤이즈의 말에 과거의 기억을 환기해 주었다.
그랬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지금은 느려 터져 보이기 짝이 없는 적마귀를 두려워하며 피해 다녔던 것이 3년 전의 기억이다.
하지만 지금은?
적마귀가 달라붙어서 폭발을 하더라도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1층은 제가 뚫을게요……!”
빠앙! 퍼서서석!
풍선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눈앞에서 보스 몬스터의 머리가 그대로 으깨어졌다.
보기에는 다소 끔찍한 광경이지만, 미아의 마법 위력을 실감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현장이었다.
나는 옆에서 회중시계를 들고 체크하고 있던 라키스에게 물었다.
“몇 분 걸렸소?”
“1분입니다, 폐하.”
“미쳤군.”
좋은 의미로 미쳤다는 표현을 썼다.
물론 1층의 보스 몬스터는 수준이 낮기는 했다.
의 경험에 비추어 마물의 등급으로 분류하자면, 중하급 마수 정도 된다.
중하급의 마물이면, 일반 병사 100명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학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 녀석을 1분 만에 혼자서 피격 없이 제압했으니, 그 전투력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자, 2층은 누가 맡겠소?”
“폐하, 여기 계신 분들께 아직 제가 눈도장을 제대로 찍지 못했습니다. 맡겨 주시지요. 30초 만에 끝낼 자신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보스 몬스터 솔플을 자원한 것은 아슈르였다.
수련의 방에 들어가기 전의 그였다면 극구 말렸겠지만, 지금은 별칭 그대로의 ‘신궁’이 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화살 공격 하나하나가 내가 시전하는 4클래스 마법인 ‘파이어 애로우’에 준하는 화력을 가졌다.
궁마법이 아닌, 활시위를 당겨 완력과 집중력으로만 날리는 일반 공격으로 말이다.
“자, 그럼 다음은 아슈르의 실력을 한번 보도록 하지. 2층도 1층처럼 절멸(絶滅)로 간다.”
나는 재차 우리의 방침을 주지시켰다.
미궁 전체의 몬스터를 남김없이 모조리 쓸어 가며, 다음 층으로 향하는 것.
최대한의 레벨업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략법이었다.
* * *
10층, 20층, 30층…….
속도감이 붙은 자레드 일행의 공략은 거침없이 진행됐다.
[‘나스 대미궁 31층 공략자’의 칭호를 얻었습니다!] [……(생략)] [‘나스 대미궁 40층 공략자’의 칭호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9 올랐습니다!]새로운 층수 공략에 따른 칭호 부여도 계속됐고, 이에 따른 레벨업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특히 이번 나스 대미궁 공략이 처음인 동료들은 1층부터 꾸준히 칭호의 효과를 봤기에, 레벨과 스탯의 상승 폭이 훨씬 더 컸다.
각 층을 공략할 때마다 공략자의 칭호와 함께 레벨 1이 올랐고, 그와 동시에 특전으로 근력, 지혜, 물방, 마방 수치가 10씩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러니 모두가 체감하는 자신의 성장 폭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층수를 하나 내려갈 때마다 눈에 띄게 달라지는 몸 상태를 느끼고 모두가 탄성을 터뜨렸다.
전에 아슈르와 함께 단둘이서도 25층까지 공략에 성공했던 자레드였다.
그러므로 11인이나 되는 고급 전력이 참가한 공략은 30층까지 체감 난이도가 상당히 낮았다. 모두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나스 대미궁의 지하로 계속 내려가기 위해 기를 쓰고 있는 다른 헌터들이 듣는다면 기운 빠질 얘기지만 말이다.
어쨌든 공략 내내 크고 작은 전리품들이 계속 주어졌고, 레벨도 꾸준히 올랐다. 당연히 스탯에도 꾸준한 상승 변화가 일어났다.
확실히 사소한 몬스터라도 남김없이 사냥하며 경험치를 긁어모은 효과가 꽤 큰 듯했다.
자레드는 그 과정에서 획득한 전리품, 즉 아티팩트들을 전부 동료들에게 계속 분배했다.
마력과 지혜를 확실하게 보조해 주는 아티팩트가 아니면, 사실상 그에게는 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레드의 관심은 상층부에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40층 이후부터. 그때부터는 보스 몬스터들이 드롭 하는 아티팩트의 가치가 확 올라간다.
쉽게 비유하면, ‘십의 자리’ 층수가 가리키는 숫자가 획득할 아티팩트의 등급을 상징하는 셈이었다.
41층부터는 헌터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면 무조건 ‘최초의 공략’으로 100% 아티팩트를 얻는다.
기대치가 높았다.
* * *
어느덧 도착한 41층.
이곳은 그간 공략했던 다른 미궁의 층수와 달리, 분위기가 매우 삭막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 왜 그런가 하고 떠올려 봤더니, 예전에 소트라스를 상대했던 마계 전초기지의 환경하고 느낌이 유사했다.
‘하긴, 나스 대미궁이 성마 대전의 복습 혹은 예습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지.’
나는 ‘개발자의 서신’이라는 명칭으로 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되었던 글을 떠올렸다.
이것이 나스 대미궁과 성마 대전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만든 연관성이었다.
“…….”
미궁 41층은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온 탓에 모두가 베이스캠프에서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불침번은 나와 헤이즈가 자처해서 맡았다.
나야 잠을 안 자도 멀쩡한 몸이니 상관없었고, 헤이즈는 내가 불침번을 서겠다고 하니 함께하겠다며 바로 따라붙었다.
말렸는데도 듣지 않았다.
어명이니 황명이니 하는 이유를 들어 엄하고, 진지하고, 무겁게 헤이즈를 몰아붙여 봤는데도.
녀석은 쉬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대신.
“…….”
불침번을 서고 있는 내 뒤에 조용히 다가와서는 나를 꼭 끌어안은 채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백허그.
웃기면서도 슬픈 얘기지만.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받아 본 적 없는 기분 좋은 포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