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8
제 28화
10장. 미다스의 손 – 3화
자레드의 크리비아 영지와 이바니바의 레드 고블린 부족과의 수교를 의미하는 외교 문서가 즉석에서 작성됐다.
애초에 출발하기 전에 자레드가 초안을 준비해 왔는데, 이바니바가 이견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공식 수교가 맺어지고.
“어서 나이트메어 스톤의 거래를 합시다.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이오.”
이바니바는 즉각 거래를 요청했다.
나이트메어 스톤의 무게에 해당하는 만큼의 철과 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어서 철과 금을 가져와라!”
이바니바의 명령에 레드 고블린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이 창고에 저장한 금과 철을 운반해 오기 위해서였다.
레드 고블린의 영토 안에는 금과 철이 나는 지하 광산이 꽤 있었다. 자레드는 그 위치가 어디쯤인지도 알고 있었다.
혹자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까짓것 고블린을 몰아내고, 그 땅을 차지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몰라서 하는 소리다.
이바니바는 높은 지능과 현명한 처세술을 바탕으로 제법 많은 종족과 교류 관계를 맺고 있는 지혜로운 자였다.
여기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거대한 섬인 타타르 아일랜드(Tatar Island)의 다크 엘프와도 관계가 긴밀했다.
얼마나 긴밀한가 하면 상호 방위 조약을 맺었을 정도다.
즉, 위협하는 적이 나타나면 공동 전선으로 대응한다는 뜻이다.
이런 사전 지식 없이 레드 고블린을 공격한다면? 상대는 누구이건 간에 뼈도 못 추릴 것이다.
다크 엘프는 매우 호전적이기로 유명했고, 더 나아가 다양한 마도 공학 병기를 사용하는 괴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서의 경험으로 자레드는 레드 고블린의 현재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이바니바는 고블린의 입장에서 보면 성군(成君)이며, 고블린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매우 지혜로운 인물이었다.
그런 레드 고블린을 적으로 돌린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한편 고블린 수송대가 금과 철을 준비해 오는 시간 동안.
이바니바는 자레드가 가져온 나이트메어 스톤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볼 때마다, 다른 고블린들과 함께 탄성을 연신 터뜨려 댔다.
“크고 아름다운 돌이다. 역시 우리 레드의 공용 화폐로 쓰이기에 손색없는 진귀한 물건이야!”
“우오, 정말 빛이 납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돌은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공을 들여 연마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대왕!”
레드 고블린은 연신 싱글벙글했다.
심지어 이바니바는 행복에 겨운 듯, 돌멩이 더미 속에 얼굴을 파묻기까지 했다.
그때, 아빌라가 떨리는 손을 겨우 붙잡아 진정시키며, 잔뜩 고무된 목소리로 자레드에게 말했다.
“영주님, 저희가 가져온 돌을 각각 반반씩 나눠 동일 무게의 철과 금으로 바꾼다면 차익이 엄청날 겁니다! 아니, 애초에 나이트메어 스톤은 우리에게 현물 가치가 전혀 없는 물건이 아닙니까?”
“우리에겐 그렇지. 하지만 레드 고블린들에게는 화폐로 통용되고 있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영주님.”
아빌라가 얼굴을 붉혔다.
사실 지난 수십 년간, 레드 고블린들은 자신의 영토 밖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
무척 폐쇄적으로 지내 왔기에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그들의 세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던 것이 당연했다.
하물며 하찮고 멍청한 종족이라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점철되어 있던 종족인 고블린이 아니던가?
아빌라의 지식은 당연한 것이었고, 이는 다른 가신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아빌라가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물었다.
“영주님, 그 말씀은 나이트메어 스톤이 레드 고블린에게는 우리의 금화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까?”
“그렇소. 게다가 매우 희귀한 물건으로 여겨져, 저렇게 왕족이나 상위 계급만 장식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품으로 통한다오.”
“정말 고명하십니다! 도대체 이런 지식을 어디서 얻으신 겁니까? 신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어 왔지만, 레드 고블린의 화폐에 대한 것은 처음입니다!”
“어디서 얻었는지가 무엇이 중요하겠소?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지금이 중요할 뿐이오.”
자레드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가신들은 전부 자레드에게 경외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덤덤했다.
아빌라는 가져온 수송용 수레에 담긴 나이트메어 스톤의 용량을 보고는 역산했다.
이만큼 똑같이 철과 금을 채운다면 얼마의 이익이 발생할지 궁금했던 것이다.
‘약 10골드로 4000골드가 넘는 수입이 발생해. 금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귀한 지금으로서는 정말 엄청난 차익 실현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단 한 번의 발걸음으로 자레드는 10골드의 가치를 4000골드로 뒤바꿔 버렸다.
10골드라는 계산도 나이트메어 스톤의 가격이 아니라, 수집하고 담아서 운반한 비용을 최대한으로 계산했을 경우였다.
‘갈수록 영주님이 무서워진다. 도대체 얼마만큼 많은 것을 알고 계신 걸까? 미래를 보시는가?’
‘그날 이후로 완전히 달라지셨어. 우리 영지를 어떻게 이끌고 나가면 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꿰뚫고 계신 것 같다.’
가신들은 저마다의 판단을 내리며, 자레드를 향해 존경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모두가 입에 손을 가져다 댔다. 오늘의 일을 확실하게 입단속 하라는 시그널이었다.
이 자리에 참여한 가신들은 아빌라, 오브렌, 라키스를 비롯한 영지 내정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주요 가신들이었다.
그만큼 자레드에게 충성하고 있으며, 반대로 많은 신임을 받고 있는 만큼 다른 생각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빌라가 모든 가신의 생각을 대표하여 말했다.
“영주님,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신의 경지에 도달한 듯한 수완을 보여 주시는 분은 이 대륙에 영주님밖에 안 계실 것입니다.”
“신은 너무 나간 것 아니오? 대륙에 대단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이오. 다만 경들의 칭찬 속에 담긴 진심은 절대 잊지 않겠소.”
자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의 지식이 현생에 이토록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만년 회사원 시절에는 ‘꿀을 빤다’는 것이 어떤 개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영주로 사는 지금은 온몸으로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이번 레드 고블린과의 거래 건도 결국은 자신의 독점 지식을 이용한 꼼수였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한, 이바니바는 계속 자신에게서 같은 교환비로 나이트메어 스톤을 바꾸어 갈 것이다.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달달한 꿀을 남몰래 계속 맛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30분 후.
세 대의 거대한 수송용 수레에 한가득 정제된 철과 금을 담은 고블린 수송대가 도착했다.
이미 자레드가 준비해 온 수송용 수레는 고블린에게 인계가 끝난 후였다. 똑같이 세 대였다.
이바니바가 고블린들을 시켜, 자레드에게 철과 금이 가득 담긴 수레를 인계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며,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좋은 물건을 교환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오. 앞으로 정식 교류를 맺게 된 만큼 더 많은 거래를 할 수 있길 바라오.”
“물론입니다. 지혜로우신 고블린의 왕이시여, 앞으로도 우리의 우호가 돈독해지길 바랍니다.”
“우리는 언제나 열려 있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시오.”
“감사합니다.”
그렇게 거래가 끝났다.
영주와 고블린 로드가 상호 만족하는 기분 좋은 거래였다.
“…….”
다만 제3자의 입장에 있는 가신들은 감탄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자레드는 정말 날카로운 통찰력과 약간의 시간 투자로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실로 미다스의 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경이로운 것이었다.
* * *
우리 영지로 돌아오는 길.
가신들은 수레에 가득 담긴 금과 철을 보며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정작 이 일을 성공시킨 나는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가신들은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가신들이 오늘 보았던 레드 고블린 부족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가운데.
나는 선두에서 앞장서 나가며, 은밀히 라키스를 불렀다.
“라키스.”
“예, 영주님.”
“영지 직영의 공방들과 대장간은 잘 운영되고 있소?”
“재료가 부족하여 추가 무기 생산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기존의 무기를 고치거나 다듬는 작업은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일단 영지로 복귀하는 대로 경에게 세 가지 임무를 주겠소.”
“예, 하명(下命)하십시오.”
“오늘 레드 고블린으로부터 얻은 제련된 철들은 모두 검과 창, 그리고 화살을 제작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시오. 하나도 남김없이 말이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치안대 병력 일부를 보내어, 악몽의 숲 인근에 있는 나이트메어 스톤을 최대한 수집하도록 하시오.”
“분부 받들겠습니다. 주변 통제도 함께 겸하면 되겠습니까?”
“떠들썩한 공개 통제는 하지 마시오. 괜한 관심을 받게 되면, 뜻하지 않게 외부로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주변에 병력을 은밀히 배치하여 비공개로 경계하겠습니다. 외부인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좋기는 할 테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해 주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옛.”
“오늘 확보한 금의 절반은 모병에 활용하도록 하겠소. 앞으로 병력 증강에 집중해 주시오.”
“……영주님, 외람된 질문입니다만 혹시 전쟁을 준비하시는 것입니까?”
라키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사실 현재 병력의 규모로도 영지의 치안을 유지하고, 기본적인 수비를 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한데 병력을 늘린다는 것은 내가 그 이상의 목표를 설정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라키스는 그 점을 신경 쓰는 것 같았다.
“적극적 전쟁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억제력을 보유할 생각이오. 마요르카 영지는 우리와 관계가 개선되기 어려운 사실상 적성(敵性) 영지이기도 하고.”
“마요르카 영지를 역시 생각하고 계시군요.”
“그 영지는 이미 타락할 대로 타락한 범죄자의 소굴이 되어 버렸지. 우리 영지와 붙어 있는 만큼, 분명히 악영향이 미칠 것이오.”
“그렇습니다. 정확히 보고 계신 것입니다.”
“언젠가 그들과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오. 우리가 들어가든, 혹은 놈들이 들어오든.”
나는 두 가지 상황을 모두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이미 마요르카 영지는 범죄의 온상이 되었고, 온갖 범죄 조직들이 각지에서 몰려든 탓에 완전 포화 상태였다.
범죄 조직은 필연적으로 세력 확장을 위해 주변으로 마수를 뻗친다.
로넬라 영지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고 만만해 보이는 우리 영지는 놈들의 타깃이 되기 쉽다.
나는 힘주어 말을 덧붙였다.
“앞으로 레드 고블린과의 교류에서 얻은 금의 절반은 계속 군에 투자할 것이오. 병사와 영지민들로부터 신망이 높은 그대가 나를 대신하여 모병을 진행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영주님. 최고의 병사를 선별하여 모집하겠습니다!”
“가용 가능한 전력을 최대한으로 확보해야 하오. 무리를 해서라도 말이오. 라키스 경, 부탁하오.”
“예,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났다.
이제 어느 정도 영지의 재정 운영에 숨통이 트였으니, 병력을 늘릴 때가 됐지 싶었다.
힘이 없는 평화는 결코 오래갈 수 없으니까.
‘남은 절반의 금은 악몽의 숲을 중심으로 주변 인프라를 확장하고 개선하는 작업에 올인.’
나머지 금의 용처도 정했다.
상업과 군사, 투 트랙.
이렇게 나갈 생각이었다.
대륙 북단에 위치한 우리 영지를 몬스터 헌터들의 메카로 만들 수만 있다면,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터였다.
‘좋아, 일차적인 기틀은 다졌어.’
만족 가득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델루크가 가졌던 아티팩트 싹쓸이부터 해서 돌을 금으로 만드는 신묘한 연금술까지.
어제, 오늘!
참으로 파란만장한 이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