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1
제 31화
11장. 육성 프로젝트! – 3화
정오 무렵.
“다들 모였네? 좀 갑작스럽지? 알아서 잘들 수련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나는 육성하고 있는 유망주들을 모두 연병장에 집합시켰다.
레나와 미아는 당연히 나왔고, 얼마 전에 힐러로 각성시킨 헤이즈도 나왔다.
이자벨만 자신의 방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밤을 새워 가며, 내 곁에서 수련을 했기 때문이다.
“중간 점검을 하는 시간인가요? 영주님, 저! 그동안 정말 부지런히 연습했습니다!”
레나가 허리춤에 끼워 넣은 진검을 들어 보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저 검은 얼마 전에 라키스가 선물로 준 진검이라고 한다.
그녀의 빠른 성취에 감탄하여, 스승으로서 축하 선물로 준 것이라 했다.
“레나, 라키스 경 밑에서의 수련은 어때?”
“최고예요! 스승님께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지도해 주시고 계세요. 진즉에 이런 스승님을 모실 수 없었던 것이 한으로 느껴질 정도로.”
레나의 눈빛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의욕과 투지 그 자체. 그녀는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 같았다.
“오늘은 세 사람에게 수련의 속도를 증폭시킬 수 있는 특수한 비법을 전해 줄 거야. 이제는 모두가 충분히 터득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다.”
“우와, 영주님! 이제부터 미아도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거예요? 연상법으로는 이제 눈감고도 마나를 모을 수 있어요!”
미아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무척 설레는 모양이었다.
헤이즈의 말에 따르면, 미아는 영주 저택 안에 있는 서고에서 하루에 12시간도 넘게 마법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지낸다고 했다.
어려운 내용이나 용어가 있으면, 직접 사전까지 찾는 등 공부 삼매경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의 열정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미아는 상상 이상으로 마법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미아의 손을 잡고, 살짝 그녀를 앞으로 잡아끌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아티팩트 하나를 꺼내어서는 미아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앗? 이게 뭐예요?”
“아티팩트! 미아의 수련에 아주 유용하게 쓰일 물건이지.”
“아, 아티팩트요? 이거 엄청 비싼 물건 아니에요?”
“괜찮아. 별로 안 비싸. 그건 미아가 걱정할 부분이 아니란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일찍 경제관념에 눈을 뜬 미아.
메리와 항상 가난하게 살았던 탓인지, 녀석은 늘 모든 것의 결론을 돈에 연관시키고는 했다.
이번에도 내가 아티팩트를 내밀자, 비싼 물건인가 싶어 손부터 바르르 떠는 모습이었다.
“와아, 아티팩트…….”
“미아, 우리 지난주에 매직 미사일을 연습했었지?”
“네, 맞아요! 일주일 내내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도저히 바람 구체를 뭉칠 수가 없어요!”
미아가 답답한 듯,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며 소리쳤다.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지만 녀석은 그것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이건 1클래스 이하의 기초 마법을 흡수하는 아티팩트야. 아주 근거리에서만 흡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널리 쓰이지 않았지.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코앞에서 마법을 쓸 리는 없으니까.”
“그렇죠! 제가 마법사여도 최대한 먼 거리에서 상대를 노릴 것 같아요! 조용히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요!”
“그래서 이건 전투용으로는 쓸 수 없어. 하지만 수련용으로는 매우 유용하지! 미아, 아티팩트를 오른손에 움켜쥐고 매직 미사일을 캐스팅해 봐.”
“캐스팅만요?”
“응, 너 어차피 아직 시전까지는 안 되잖아. 캐스팅만 해 봐. 그래도 괜찮아.”
“네!”
미아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매직 미사일을 캐스팅했다.
아직 디테일한 집중력이 부족하기에 마법 시전은 무리다.
하지만 바람 구체를 일시적으로 뭉치는 것 정도는 거뜬히 해낼 수 있었다.
“어때?”
“매직 미사일 구체가 만들어지자마자 바로 아티팩트에 흡수됐어요! 그리고 아주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제게 마나가 다시 들어오는 느낌인 걸요?”
“빙고. 그럼 내가 이 아티팩트를 미아에게 왜 줬을까?”
“반복…… 수련?”
명석한 미아는 목적을 바로 알아차렸다. 정답이다. 반복 수련을 위해서다.
시스템 메시지의 설명을 빌리자면, 이 아티팩트는 1클래스 이하의 마법을 흡수해서 대상에게 1의 마력을 되돌려 준다.
즉, 사용하는 마력과 회복되는 마력이 같다는 것이다. 무한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미아의 마력 스탯은 한 자릿수.
그렇기에 1클래스 마법을 몇 번 시도하고 나면, 마력이 고갈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아티팩트가 있으면 마력은 소모되지 않는다. 1을 쓰자마자, 바로 1이 회복된다.
아티팩트 사용법을 까먹거나 수련을 그만두지 않는 한, 무한 동력은 영원히 계속된다.
“정답. 이제부터 미아는 캐스팅, 흡수, 캐스팅, 흡수만 계속 반복하는 거야. 그러다 보면 분명히 매직 미사일 마법에 대해 느끼는 바가 생기게 될 거야. 지금은 막연하지만, 반복된 연습은 때때로 엄청난 영감을 주기도 하거든.”
“영주님, 정말 멋져요! 마력을 회복하는 아티팩트라니! 아싸! 신난다, 신나!”
미아는 벌써부터 몸을 이리저리 덩실거리며 들떠 있었다.
“뒤에서 수련해 봐.”
“네, 영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미아가 해맑은 미소와 함께 종종걸음으로 연병장 외곽으로 향했다.
그리고 “얍! 얍!”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매직 미사일 연습 삼매경에 빠졌다.
“다음, 레나.”
“네, 영주님! 뵙고 싶었어요. 요즘 영주님이 너무 바쁘셔서…….”
“그랬지. 바빠서 레나를 보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식은 라키스 경을 통해서 매일 챙겨 듣고 있었어.”
“정말이세요?”
“나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지. 영지에서 내가 허투루 넘기는 소식은 하나도 없어.”
“저도 미아처럼 영주님의 비법을 알려 주시는 건가요?”
“응, 따라와 봐. 보여 줄 게 있거든. 헤이즈, 너도 같이 구경할래?”
“네! 저야 영주님께서 가는 길에는 무조건 따라가야죠!”
내가 앞장서자, 레나와 헤이즈가 졸졸 따라왔다.
“얏!”
열심히 기합 소리를 내며 연습 중인 미아는 우리가 자리를 옮긴 줄도 모르는지 수련에 몰입하는 중이었다.
이내 연병장의 좌측 구석에 도착한 나는 무언가를 가리기 위해 덮어 두었던 천을 휙 잡아당겼다.
그러자 내가 한 달 전부터 공들여 준비해 왔던 훈련 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에서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직접 만든 훈련 시설이었다.
“와, 영주님! 이게 도대체 무슨 장치예요? 정사각형의 꼭짓점 위치에 네 개의 기둥이 있는데,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어요.”
레나가 신기한 표정으로 기둥을 어루만졌다.
각각의 기둥에는 물, 불, 공기, 흙을 상징하는 문양과 나스 대륙어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들은 마법 공격 장치였다.
4원소의 힘을 대표하는 기초 마법을 발사하는 기계였는데, 이 기계를 만들기 위해 델루크의 함정에서 가져왔던 마정석 25개가 남김없이 전부 들어갔다.
“각각 문양의 뜻에 맞는 원소의 힘이 응축되어 발사되지. 이것을 기초 마법이라고 하는데, 달리 붙여진 이름은 없어. 1클래스보다는 살짝 수준이 낮은 마법이거든.”
“아…….”
“이 장치를 이용한 수련의 핵심은 하나야. 네 개의 장치를 전부 사용하되, 속성이 연달아 중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순서를 꼬아야 한다’는 거야.”
나는 특히 레나가 숙지할 부분을 힘주어 말했다.
순서를 꼬는 이유는 수련에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꼼수를 위해서다.
이것을 에서는 탱커의 버그 수련법이라고 불렀다.
이유인즉슨, 한 가지 속성의 마법을 계속 방어하는 연습을 할 경우는 성취도가 100, 80, 60, 50…… 이런 식으로 올라갔다.
반복되는 매크로식 훈련을 막기 위해, 같은 속성을 연달아 상대하면 성취도가 적게 오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단시간에 그것도 속성을 바꿔 가면서 마법을 방어하는 연습을 할 경우, 시스템은 이것을 ‘전투’ 상황이라고 인지했다.
즉, 성취도 억제가 적용되지 않는 실전으로 간주하고 제한을 해제해 버리는 것이다.
이 장치는 그런 기만에 특화된 마법 장치였다.
나는 에서 이것을 처음으로 개발했던 유저였고, 덕분에 꽤 많은 돈을 벌었었다.
물론 얼마 후에 유사 업체들이 판치기 시작하면서, 한철 장사가 되고 말았지만.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라키스 경에게 얼마 전에 방패는 지급 받았지?”
“네. 영주님께서 신경 써 주신 덕분에 정말 좋은 방패를 손에 넣을 수 있었어요.”
“신경까지야. 싼값에 구한 방패니까 막 쓰다가 버려. 어쨌든, 중앙에 보면 네 개의 버튼이 있을 거야. 그것을 발로 눌러. 그러면 해당되는 기둥에서 중앙으로 마법 구체를 발사할 거야. 살상력은 대단히 낮으니까, 겁먹지 말고.”
“영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지금부터 바로 훈련 시작해. 내가 그만하라고 하는 날까지 계속하는 거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레나에게 그만하라고 할 날은 시스템 메시지가 [마법 방어술 기초를 마스터하였습니다.]라고 알림을 보낼 때다. 미아도 마찬가지고.
그때까지는 두 아이를 열심히 채찍질할 생각이었다. 찰싹찰싹.
“다음으로 헤이즈.”
“네에, 영주님!”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헤이즈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헤이즈는 힐러로서 각성은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까지다.
“아직 네 능력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무리야. 지난번에 아티팩트로 내면의 신성력을 이끌어 내는 것은 성공했지만, 여전히 기운이 매우 불안정해.”
“네, 맞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도 꼭 열심히 수련해서 최고의 치유사가 되고 싶어요!”
치유사는 대신관, 대사제, 대성녀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치유 능력을 자랑하는 사람을 말한다.
힐러라는 개념으로 놓고 본다면, 최상위에 위치한 힐러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치유사는 나스 대륙 전체를 통틀어도 다섯 명을 넘지 않았다. 그만큼 능력이 탁월해야 했다.
무서운 점은 헤이즈에게는 치유사에게 가장 중요한 헌신과 응원의 잠재 능력이 각각 S와 A라는 점이다.
에서 치유사 네임드 NPC였던 – 10년 전인 지금도 최고의 현역이다. – 메디네의 특수 성향이 이것이었다.
[특수 성향 : 헌신 SSS / 응원 SS / 거룩한 희생 A]방향만 잘 잡아 준다면, 그녀의 말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절대 꿈이 아니었다.
특수 성향도 레벨과 스탯처럼 성장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너는 100% 전력을 다해서 치유 능력을 사용하려 하지 않았어. 분명히 각성은 했지만, 내면의 무언가가 너를 억제하고 있어. 이를 극복할 계기가 필요해. 하지만 스스로는 답을 도저히 못 찾겠다고 했지?”
헤이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힐러로서 능력을 각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게임에서야 선택을 하면 그만이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바가 있어야 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23년을 살면서 힐러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에, 잠재의식에 무의식적인 방어 기제라든가 비관주의가 스며들어 있는 듯했다.
나는 충격 요법을 주기로 했다.
이자벨이나 미아, 레나에게 알려 준 꼼수가 아닌, 아주 정직하고도 확실한 충격 요법 말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정공법이지만, 그녀에게는 꼭 필요한 방법이기도 했다.
바로 다음 순간.
시잉!
나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단검을 들고 있는 손의 반대쪽 손바닥을 펼친 뒤.
사아악!
미련 없이 손바닥을 그었다.
제법 깊게 그어진 탓에, 순간적으로 피분수가 튀어 내 얼굴을 적셨을 정도였다.
망설임 없이 자해를 한 것은 내가 가진 힐 마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고통과 상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 외의 다른 힘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영주님! 도대체 이게 무슨? 어서! 어서 마법으로 치료를 하셔야 해요! 갑자기 손바닥을 단검으로 그으시면 어떻게 해요?”
헤이즈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순식간에 반쯤 넋이 나간 것 같은 표정이었다.
“네가 치료해. 네 손으로 매듭짓기 전까지 나는 아무 마법도 쓰지 않을 거야. 장난 같지? 미안하지만 진심이야.”
“영주니이이이임……!”
헤이즈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나는 피가 철철 흐르는 심각한 상황에 걸맞지 않게 피식 웃고는 두 눈을 감았다.
유망주 육성이란!
때때로 이렇게 피와 살을 칼같이 냉큼 베어 내는 결단력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묵묵히 그녀의 변화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