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1
31화
서울00지방검찰청 214호 검사실
“계장님. 이 수사기록 유 검사실로 넘겨주세요.”
아영이 입을 비쭉 내밀며 기록을 양 계장에게 넘겨주었다. 기록을 받아든 양 계장이 입을 열었다.
“뭐라고 전해 드릴까요?”
“알아서 처분하시라고.. 제 능력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사건이라고 전해주시구요. 김혁성의 변호사 쪽에게도 그렇게 흘려주세요.”
아영의 포기가 너무 빨라 의아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름 휴가 못 쓴 거 오늘부터 쓸래요.”
“갑자기 말입니까?”
“네, 두 분도 적당히 맞추셔서 휴가 가세요.”
아영이 가방을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양 계장이 당황스러운 눈이 되었다.
“혹시 혼자 수사를 하시거나..”
“아니거든요? 님 찾아 떠나는 거거든요~?”
아영이 웃으며 검사실을 나가버리자 민수정이 양 계장 옆으로 쪼르르 다가오더니 물었다.
“오늘 검사님 좀 이상하시죠?”
“아침에 받은 그 전화 때문인가?”
“호호.. 그분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우리 검사님 아주 푸욱 빠지셨나 봐요.”
“그러게…”
양 계장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김혁성의 수사기록을 모두 챙겨 검사실 문을 열었다.
**
은혜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일단 덕팔을 침대 위로 옮겨 놓았지만,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덕팔을 엎고 산 아래로 내려갈까 생각도 했지만 해가 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효과도 알 수 없는 약재를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물수건을 만들어 붉게 달아오르고 있는 덕팔의 몸을 닦아 주는 일이 전부였다.
덕팔이 간간히 신음성을 내며 고통스러워할 때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에 대해 후회를 하였다.
분명히 깻잎이라고 생각하고 따왔다. 자신이 아무리 아채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여도 깻잎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덕팔은 왜 깻잎을 먹고 인사불성이 된 것일까?
은혜는 너무 무서웠다. 덕팔이 없는, 아니 덕팔이 지켜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이 오두막이 너무 무서워졌다. 덕팔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이 죽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이곳에 오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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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재판을 마친 향숙이 휴대폰을 켜보니, 덕팔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일주일 정도 오두막에서 머물겠습니다. 은혜씨도 데려갑니다.]덕팔다운 메시지라고 생각하며 법원을 나섰다.
가을 하늘이 무척 뿌옇다. 본래 대한민국의 가을은 맑고 높아야 하는데 미세먼지라는 놈이 맑은 하늘을 앗아가 버린 모양이었다.
“덕팔씨가 없는 사이에 슬슬 사무실을 준비해야겠군. 돌아오면 깜짝 선물로 줘야지.”
향숙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콧노래까지 부르며 사무실을 향해 힘차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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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에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어두워지는 만큼 날씨가 쌀쌀해졌다. 은혜는 마당에 쌓여 있는 장작을 가져다 화목난로에 불을 붙였다. 가마솥으로 밥을 하느라 타다만 장작이 있어 불은 쉽게 붙었다.
처음 화목난로를 피워보는 것이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장작이 타오르자 오두막이 따뜻해졌다. 은혜는 덕팔 옆에 앉아 한 손으로 덕팔의 손을 꼬옥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 덕팔의 이마에 난 땀을 닦고 있었다.
조금씩 열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주 붉게 달아올랐던 얼굴도 차츰 본래의 얼굴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덕팔은 눈을 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덕팔씨, 미안해요. 그러니 제발 눈을 떠요.”
은혜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덕팔의 손을 잡고 있던 은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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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덕팔의 집.
“내가 오두막 생활에 훨씬 더 최적화되었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각인시켜놔야 돼.”
아영이 입꼬리를 올리며 이곳저곳을 들려 사가지고 온 물건들을 침대 위에 쏟아놓았다. 캠핑용품에 준하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휴대가 용이하지만,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
어디서 이런 것들을 구해왔는지 아영의 정보력이 놀랍기만 했다.
“좋았어. 짐은 이쯤 하면 될 것 같고.. 음식은 충분히 준비했으려나?”
일주일간 오두막에 머물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휴가가 끝나는 날 어떻게 해서든 두 사람을 끌고 서울로 돌아올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호호호, 절대 둘이 잘되는 꼴을 볼 순 없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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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해가 지니 오두막 문틈 사이로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오두막은 아직 따뜻했지만 밤을 새우기 위해서는 장작이 더 필요할 듯싶었다.
은혜가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오두막 문을 열고자 할 때, 오두막 문틈 사이로 무언가가 보였다. 은혜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 존재는 다행히도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는 듯하였다.
은혜가 황급히 작게 나 있는 유리창을 통해 밖을 살펴보았다.
“허헙..”
은혜가 헛바람을 삼켰다. 지금껏 이렇게 선명하게 귀신을 본 적이 없었다. 표정까지 살필 수 있는, 마치 살아있는 존재를 보는 것 같았다.
은혜가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치다가 쌓아 놓았던 장작을 건드려 무너트렸다. 몇 개 되지 않는 장작이었지만 무너지며 큰 소리를 냈다. 은혜가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찌었다. 분명 통증이 있을 것이지만 그 통증은 은혜의 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은혜가 엉금엉금 기어 덕팔 옆으로 갔다. 너무나 무서웠다. 지금껏 자신이 본 악귀들은 오두막 밖에서 이곳을 주시하는 악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이었다. 그것보다 악귀의 실체를 너무나 선명하게 보게 되자 덕팔의 경고가 무슨 의미였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함부로 보려하지 말아요. 악귀의 모습이 다 볼만한 것은 아니니까요.]은혜가 벌벌벌 몸을 떨며 덕팔의 몸에 파고들었다. 양손으로 덕팔의 손을 움켜준 채 덕팔이 깨어나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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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은 늦은 밤기차에 몸을 실었다.
“룰룰루..”
아영의 계획은 간단했다. 오늘 밤, 기차를 타고 함평까지 간 후,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산 아래 마을에 도착, 빠른 걸음으로 등산을 하여 점심식사 전에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그 첫 출발로, 밤기차에 올랐다. 차로 가면 4시간이면 족하지만, 이 기차는 7시간이 걸린다. 동네동네, 서지 않는 곳이 없는 조금은 느린 기차지만 그 역시도 좋은 추억을 남길 것이라 확신했다.
기적소리 따위는 없었지만 기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영이 싱긋 웃으며 가방에서 사이다와 삶은 계란을 꺼내 놓았다.
“기차여행의 백미는 삶은 계란과 사이다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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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가 1년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00만 년은 지난 것 같은 길고 긴 시간이 지나니 새벽녘이 되었다. 칠흑같이 어두웠던 창밖에 뿌우연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목난로 안의 장작은 이미 꺼져 버렸지만, 화목난로 옆에 장작이 쓰러져 있었지만, 은혜는 오돌오돌 떨면서도 난로 안에 장작을 집어넣을 수 없었다.
덕팔 곁에서 떨어지면 저 악귀들에게 잡아먹힐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추위가 몰려오자 은혜는 덕팔 곁에 누워 함께 이불을 덮었다. 덕팔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이 시간이 지나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었다.
해가 뜨기 전 가장 어둡다는 여명의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내 햇살이 작은 유리창을 통해 은혜를 감싸주었다. 은혜는 비로소 안심하며 눈을 감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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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오버페이스를 하는 통에 시간이 더 걸렸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꽤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도 4시간 반 만에 오두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두막 밖의 풍경이 너무나 이상했다. 해가 중천에 걸렸음에도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가마솥 뚜껑 위에는 이미 숯이 되어 버린 고기가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고, 평상 위에는 야채가 가득 담긴 바가지와 고추가 박혀 있는 막장 그릇이 놓여 있었다.
마치 한창 식사를 하던 두 사람이 순식간에 증발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영이 숨을 헐떡이며 오두막 문을 활짝 열었다.
“뭐셔~ 이 잡것들은!!!”
한 침대 위에서 덕팔을 끌어안고 잠이 들어 있는 은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영의 큰 소리에 은혜가 눈을 떴다. 그리고 곧장 일어나 아영에게 달려들었다.
아영의 발광은 아영을 붙들고 오열을 하는 은혜의 눈물에 찻잔 속 태풍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머…머예요? 왜 이러는 거예요? 나한테 죄를 짓고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이라면 꿈도 꾸지 말아요.”
은혜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지만, 은혜를 달래며 진상을 캐묻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그리 친밀하지 않았다.
“덕팔씨가.. 덕팔씨가… 악귀들이.. 악귀들이..”
은혜의 말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이었으나 자신이 왔음에도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 덕팔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만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빠!”
아영이 은혜를 밀쳐내고 덕팔에게 달려갔다. 아영이 덕팔을 불렀으나 덕팔은 눈도 뜨지 못했다. 아영이 귀를 내밀어 살펴보니 숨은 쉬고 있었지만 미약하였다.
“왜 이래요? 오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아영이 은혜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은혜는 오두막 밖이 무서웠는지 나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아영이 힘을 주어 끌자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끌려 나왔다.
“말해 봐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기를 구웠어요. 쌈을 싸서 덕팔씨에게 주었는데.. 토했어요. 뱉어냈어요. 그랬는데.. 쓰러져서… 악귀가 나오고, 밤새 저를 잡아먹으려고.. 그 눈이.. 그 눈이..”
은혜의 눈에서 다시금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영이 채 굽지 않은 고기와 야채를 살펴보았다. 아영이 보기에 특별한 것이 없었다.
“고기하고, 야채만 넣은 거예요?”
“깻잎하고 마늘하고 된장을…”
아영이 바가지 속에서 깻잎을 집어 입에 넣어보려 하자 은혜가 아영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덕팔씨가 쓰러지면서.. 이 야채가 뭐냐고 물었어요.”
아영이 입으로 가져가려던 깻잎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깻잎이었다. 형태가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의심을 해볼 만했을 터인데 아무리 봐도 깻잎이었다.
아영이 깻잎을 코로 가져가 킁킁거려 보았다.
“에이취..”
깻잎에서 매운 냄새가 났다.
“매운 냄새가 나요. 언니는 이거 안 먹었어요?”
“그게.. 저는 묵은지하고 고기만 먹었어요.”
“흐음.. 깻잎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깻잎에서 매운 냄새가 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아영이 깻잎을 바가지에 던져 놓곤 손을 씻었다.
“악귀 얘기는 뭐에요?”
“덕팔씨가 쓰러져서 제가 오두막으로 옮겼어요. 해가 지려고 하니까 날씨가 추워져서 난로에 불을 피웠죠. 해가지고 날씨가 더 추워져서 장작이 부족할 것 같아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문틈으로 붉은 눈이 보였어요.
창문에.. 날 잡아먹으려는 악귀가… 흑흑.. 정말 무서웠어요.“
“언니는 악귀들이 정확히 보이진 않는다면서요?”
“어제 그 악귀들은 너무 잘 보였어요. 저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까지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어요. 저는 정말.. 무서워서…”
“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