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13만 년 전, 강남.
“스승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바쁘다, 말 걸지 마라.”
오늘도 복제 시체를 해부하며 하루를 보내는 인신 곁에 달라붙은 진우가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했다.
“한 가지만요.”
“덕팔이에게 물어봐.”
“이건 스승님이 알려주셔야 할 일이에요.”
인신이 매우 띠꺼운 표정으로 진우를 돌아보았다.
“중요한 게 아니면 살아 돌아가지 못할 줄 알아라.”
“넵!”
“뭔데?”
“아버지께 강신할 신령은 어디에 있나요?”
“뭐?”
“부상을 입으셨지만 아버지는 신기 능력자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강신을 할 신령이 없어요.”
“….. 뭐래는 거야? 이놈이?”
인신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신력 몽둥이가 진우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깡!
“… 유비무환이라고 스승님께서 가르침을 주셨죠.”
“써글.. 덕팔이에게 물어봐.”
“누나는 잘 모르더라구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크음.. 말해주자면 강신할 신령은 헌터 협회에서 관리한다.”
“예?”
“그러니까 신력 감응 테스트에서 감응 판정을 받으면 받아들일 수 있는 신령의 정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그리고 신령이 잠들어 있는 칩을 오른팔에 심어 주는 것이다.”
“아.. 그러니까, 신기 능력자들이 임의대로 신령을 강신시키는 게 아니고 헌터 협회에서 신령을 지정해준다? 그거네요?”
“그래, 맞다.”
“그럼 아버지의 신령은요?”
“부상으로 인해 헌터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신령이 잠든 칩을 회수했을 것이다.”
“허얼… 말도 안 돼. 무슨 포켓 신령도 아니고…”
진우가 기가 막혔는지 인상을 구겼다. 신령도 신령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는 법. 칩에 갇히기 위해 선신이 된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이기적이네요. 인간은… 그들도 한때는 이 땅을 밟고 살아간 인간이었는데…”
“그래서 신령 칩을 개발할 당시 많은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헌터 협회장이 강하게 주장을 하여 그리된 것이지.”
“김혁성 어른요?”
“아니 그의 아버지 김상국! 본인이 죽으며 첫 번째 신령 칩의 주인공이 되었다.”
진우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런데 아무런 능력이 없는 F급이더군. 평생 사무실에서 펜대나 돌리던 노인이 무슨 능력이 있겠냐마는… 아무튼, 그 영감의 칩은 헌터 협회의 보물로 지정되어 지하 깊숙한 곳에 영구 보관 중이다.”
“….. 하하하”
이제 궁금증은 풀었으니 중요한 문제를 상의할 때가 되었다.
“스승님, 김상필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요?”
“위치는 대략 짐작이 간다.”
진우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장소를 아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일 것이기에..
“어딘가요?”
“당연히 황궁이지.”
“아…”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너무 어렵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럼 시대는?”
“그것은 모르겠구나. 적어도 한강 유역에 인류가 정착하기 이전의 시대일 것은 틀림없다.”
“변수가 너무 많군요.”
“맞아. 그래서 정확한 날짜를 알기 전에는 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가 천문도룡도를 숨겨 놓았기에 한 가닥 희망이 있기는 하다.”
진우가 머리를 굴리다가 박수를 짝 쳤다.
“천문도룡도의 행방을 알기 위해 누군가가 김상필 어른을 만나러 가겠군요?”
“훗… 완전히 바보는 아니군.”
“이씨~”
진우가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깨닫고 도망을 치기 시작했지만 때가 늦은 듯했다.
깡!깡!깡!깡!깡!깡!깡!
막는 자와 때리는 자 중 누구의 신력이 먼저 고갈되는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향숙의 집.
눈이 퍼렇게 된 진우가 집으로 돌아왔다.
“너 눈이 왜 그러니?”
“미친놈한테 맞았어요?”
“미친놈?”
“네, 갑자기 달려들더니 주먹으로 팍 치네요.”
“흐음.. 조심해야지.”
“네.. 아빠! 그래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왜 태권도 학원이라도 보내줘?”
오랜만에 진철이 농담을 하였지만, 진우의 반응이 시큰둥하였다.
“네가 말하기 전에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다. 그러니 조금 있다가 다시 얘기하자.”
“네, 아빠.”
진우가 저녁을 준비하였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조금 과했다. 향숙이 좋아하는 갈치가 듬뿍 들어간 갈치 조림도 있었고, 진철이 좋아하는 제철 꽃게탕도 있었다. 민수가 좋아하는 해물짬뽕국도 냄비에서 팔팔 끓었다.
“와… 오늘 누구 생일이야?”
민수가 시금치 무침에, 콩나물 무침, 각종 장아찌까지 밥그릇을 놓을 곳이 없을 정도로 풍성한 반찬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어른들 모셔와. 식사하자.”
“응.”
민수가 향숙과 진철을 불러왔다. 향숙과 진철이 나란히 앉았고, 민수와 진우가 그 맞은편에 앉았다. 식사가 시작되었다. 향숙과 진철은 약간 긴장을 하였는지 말없이 조용히 식사에 열중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났을 때, 향숙이 진철에게 눈치를 주었다. 진철이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땠다.
“저기.. 얘들아..”
“네”
“네”
“엄마, 아빠랑… 사귀기로 했다.”
“아…네”
“축하드려요.”
진철은 어렵게 말을 꺼냈지만 진우와 민수의 반응은 그러려니 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공식적으로 선언을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자식들이 호응해 주지 않았다.
“거봐요. 말해봐야 이런 반응일 거라고 했잖아요.”
“그래도 어른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사귀려면 확실하게 말을 하는 것이… 흠흠. 아무튼 너희들의 생각을 듣고 싶구나.”
“저는 찬성요.”
민수가 먼저 찬성표를 던졌다.
“두 분이 알아서 하실 문제죠. 저희 눈치 보지 마시고 편하게 편하게..”
진우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진우야”
“별말씀을.. 제가 고맙죠. 약간 부족한 듯 하지만 저희 아빠 잘 부탁드려요. 변호사님.”
“그래.. 알았어.”
향숙이 고개를 돌려 민수를 바라보았다.
“서운하니?”
“아뇨. 소원 성취가 코앞이라 설레요. 엄마.”
“호호.. 그래. 엄마가 열심히 노력해 볼게.”
향숙의 주책에 민수가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대화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진우가 폭탄을 떨어트렸다.
“저 이사 갈까 해요.”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축하한다고, 부족한 아빠를 잘 부탁한다고 해 놓고는 이사를 간단다. 뺨을 때리고 얼르는 것도 나쁜 것이지만 먼저 얼르고 뺨을 때리는 법이 어디에 있나?
“지..진우야.”
진철이 당황을 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저만 갈 거예요. 그러니 변호사님, 앞으로 아빠 잘 부탁드려요.”
“너만? 왜?”
“우택근 선생님과 함께 연구를 할 것이 생겼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거기서 지낼 거고 그 이후에는 독립을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흐음…”
이유가 설명되니 우선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서운했다. 진우가 없다면… 그 맛있는 음식은 누가 해준단 말인가? 누가 뭐래도 오진철은 오진우의 별책부록과 같은 존재. 메인은 진우가 귀여운 아들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향숙은 반대하지 못했다. 아니 그럴 틈이 없었다.
“엄마, 저도 독립을 해볼까 해요.”
“…뭐? 너는 왜?”
“형 곁에 있어야 안심도 되고, 또 공부도 도움이 되고, 운동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뭐, 집에서 살아야 할 이유보다 진우 형 곁에 붙어있어야 할 이유가 백 가지쯤 더 많아서요. 하하하”
“민수야. 넌 아직 어려.”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16살 만 되어도 결혼을 하는데.. 저는 이미 17살이라구요. 무엇보다 우택근 선생님이 하시는 연구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분께 배워보고 싶어요.”
두 아들을 빼앗아 가는 원흉이 우택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향숙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건을 달았다.
“딱 1년! 그 뒤에는 집으로 들어와. 둘 다! 안된다면 내가 우 선생님을 직접 만나야겠어.”
향숙의 말은 진지했지만 뒤 이어지는 민수의 중얼거림에 진우는 폭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1년 동거하면 질릴 법도 하지. 의리로 사는 거야. 의으리!”
**
다음날, 진우와 민수의 조촐한 이사가 시작되었다. 옷가지 몇 벌과 책이 전부인 이삿짐이었기에 민경환의 도움으로 이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야. 집 끝내준다. 여기서 저 누나랑 셋이서 같이 산다고? 대박!!”
민경훈이 흥분하여 진우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글쎄다. 이게 좋은 일일지…”
그날 13만 년 전 강남에서 말 실수를 한 진우는 신력 버티기 끝에 자신의 불리함을 깨닫고 항복을 선언했다. 그러나 인신은 무자비했다. 한동안의 훈육을 빙자한 매질 뒤에 ‘집으로 들어와’라는 말 한마디가 있었을 뿐이었다.
**
진우와 민수는 2층 방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지하에서 보내고 있었다.
“완전히 이해했어. 형! 여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형은 학교나 가!”
민수가 약초가 잘 마를 수 있도록 뒤집으며 진우를 밀어내었다.
“신력 조절을 잘 해야 해! 잘못하면 타버린다고.”
“알았어. 알아서 할 테니까 얼른 가!”
진우가 못 믿겠다는 표정을 하였지만 민수가 등을 떠밀자 어쩔 수 없이 빈 가방을 매고 학교로 출발하였다.
“이것들이 모여 내가 먹는 약이 된단 말이지. 그것 참 재밌네.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것들도 재밌는데 형이 알려주는 것도 너무 재밌어. 아.. 헌터를 해볼까? 우씨! 그 사람들만 아니면 형하고 헌팅을 해도 재밌을 것 같은데.. 쩝! 후회된다. 후회돼!”
민수가 약초를 뒤집으며 지난날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었다.
**
한국대 법학관.
새 학기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에 진우가 첫 등교를 하였다. 이미 수업은 시작되었기에 진우는 수강인원이 남아 있는 과목을 골라 수강할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 수업을 빼고 나니까 수업이 무지 빡빡하네. 전공 필수만 들을 걸 그랬나?”
시간표를 살피며 첫 번째 수업이 있는 강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대 강의실이다 보니 학생 수만 수백 명이 되었다. 일일이 출석을 부를 수 없으니 조교들이 입구에서 출석표를 나눠주면 거기에 학번과 이름을 적은 후, 수업이 끝난 후에 조교에게 제출을 해야 했다.
일주일 사이에 친구들이 생겼는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진우는 맨 뒷자리에 앉아 그런 학생들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강의 시작 2분 전.
강단에 한 학생이 올라섰다.
“얘들아, 오늘 수업 끝나고 신입생 환영회 있는 거 알지? 교수님들도 참석한다고 하니까 다들 참석하고… 오진우 왔어?”
강단에 선 학생이 의자에 앉는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진우가 손을 들자 강단에서 내려와 진우에게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