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헌터 협회 협력국장실.
“뭐요? 고약을 못 만들어? 이보세요. 박 원장! 고약이 아니라 연고제도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이제는 고약도 못 만든다? 지금 나랑 농을 하자는 겁니까?”
[아니, 그것이 아니라… 분명 그 친구가 제공한 약초로는 문제없이 고약을 제조할 수 있었는데.. 자체적으로 수급한 약재로는 효과가 전혀 없었소.]“그러니까.. 그 친구가 공급해 준 약재로만 제조가 가능하다?”
[그렇소. 그러니… 원재료를 공급해달라고 요청을…]“박 원장님… 당신이 필요 없다며 납품을 거절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제 와서 나보고 다시 원자재를 납품해달라고 사정이라도 하라는 말이오? 도대체 무슨 일을 이 따위로 하는 거요?”
[미안합니다. 이번 한번만 도와주시오. 은혜는 잊지 않겠소.]“허어..”
전화가 끊어졌지만 차인성의 한숨은 그칠 줄 몰랐다. 애초에 진우는 자신이 원자재를 공급하지 않으면 고약 제조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병원 연구소 직원들은 진우가 공급한 원자재와 직접 조달한 원자재의 성분이 전혀 다르지 않다며 원가가 훨씬 저렴한 직접 공급방식을 선택했다.
오진철이 원자재를 납품하러 갔을 때 정중히 납품을 거절하였다면 차인성의 머리가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연구소 직원들이 오진철을 문전박대하며 온갖 갑질을 다했다. 열이 오른 진우가 직접 항의를 할 정도였으니 보지 않아도 눈에 선했다. 진우의 마지막 말도 기억에 선했다.
[다음에 제게 전화를 하셔서 아쉬운 소리를 하실 때는 합당한 대가를 치르셔야 할 겁니다.]차인성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끝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어휴.. 지분만 없었어도 그냥 무시해 버리는 건데…”
진우를 달래기 위해 어떤 대가를 내놓아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
새벽이 오기도 전에 헌팅은 끝이 났다. 몽달이 잡아 온 멧돼지 고기가 꼬챙이에 끼워진 채 잘 익어가고 있었다.
“역시 사냥에는 멧돼지 고기만한 게 없지. 안 그래? 친구?”
“당연하지. 내가 여진 놈들….”
몽달이 소싯적 자랑을 늘어놓으려다가 은수를 보곤 입을 다물어버렸다.
“말씀하셔도 돼요.”
냉정하고 딱딱한 목소리. 네놈의 정체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말투였다.
“내가 여진 놈들과 전쟁을 할 때, 우리 병사들의 먹을 것이 부족하여 삼일을 굶은 적이 있었지. 여진 놈들이 마을의 집들을 모두 불태우고 식량을 모두 가지고 가 냇가의 물밖에 먹을 것이 없었다. 먹어야 싸울 수도 있으니 우선 먹을 것을 구해야 했네. 그때 이 활과 화살이 무척 유용했지.”
“내가 어디서 들은 건데.. 명나라 사신이 네 활 솜씨에 극찬을 했다며? 여포가 살아 돌아와도 너 정도는 아닐 거라고!!”
“하하하.. 과찬이다. 친구! 설마하니 내가 여포에 견줄 수 있겠나?”
“그건 모르지. 붙어봐야 알 일이지. 그리고.. 실제로 붙게 될 수도 있는 일이고..”
“응?”
“생각해봐. 너도 이렇게 각성해 있는데 중국놈들이라고 여포를 각성시키지 않았겠냐고?”
“그렇군.”
몽달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무인으로서 승부 욕이 발동한 것이리라..
“물어 볼 게 있어요.”
은수가 몽달을 바라보았다.
“말씀하시구려. 소저”
“비흔과 아는 사이신가요?”
“그의 아비와 친분이 있소.”
“… 그렇군요.”
은수가 시선을 돌려 진우를 바라보았다.
“비흔도 저분들처럼 해줄 수 있어?”
“있지. 비용이 들어서 문제지만.”
“돈이라면 얼마가 들던 상관이 없어.”
진우가 피식 웃었다.
“그녀를 강신시키려면 네가 가진 칩과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는 건 알고 있지?”
“그래.”
“그런데 그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로 그녀가 변심을 하여 너에게 강신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천도되길 원한다면? 그래도 괜찮아?”
“…. 그… 그건.”
“너는 신령을 잃고 다시는 S급 헌터가 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래도 진짜 괜찮아?”
“…….”
은수가 끝내 말을 하지 못했다.
“쟤들은 내 친구들이야. 강신을 하지 않아도 내 곁에서 나와 함께할 내 동료들이라고. 단지 현신을 위해 강신을 한 것뿐이야. 하지만 너는 다르지. 너는 그녀를 친구로 대했나? 아니면 도구로 대했나? 그 대답에 따라 강신을 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 같군.”
진우의 냉정한 말에 은수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길동이 은수의 눈치를 보며 진우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상처받은 거 같은데?”
“모든 헌터에게 묻고 싶었던 말이었어. 그들은 자신을 돕고 있는 신령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길동도, 몽달도 말없이 고개를 주억였다. 자신들도 신령이다 보니 칩이라는 괴상한 물건에 갇혀 있는 이들의 처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진우가 날 각성 시킨 이후의 기억만 또렷하다. 하지만 내 기억 어딘가에 답답함과 불안감이 남아있어. 아마도 기억이 혼재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들이 결코 행복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겠지. 나도 저 호리병에 갇혀있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으니까.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후회한 일이 날 조선으로 보내 달라고 유언을 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지금 이 강신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야. 인간도, 신령도 모두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바로잡아야 해.”
진우의 단호한 목소리에 두 신령들이 고개만 주억이고 있었다.
**
“비흔… 나는 너의 친구일까?”
비흔이 은수를 닮은 냉막한 얼굴로 은수를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를 칩에 두고 싶지 않아… 너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 하지만… 너를 잃고 싶지도 않아.. 참 못됐지?”
은수의 냉막한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악귀들에게 진저리를 치고 있을 때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을 구원하지 못했다. 헌터가 된 이후, 오직 비흔만이 은수를 구원하였다. 오직 비흔 만이..
비흔이 은수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신력을 이용해 글씨를 썼다.
[그에게 나를 데려가라.]**
A필드 오두막.
오두막 저 안쪽에서 몽달과 비흔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비흔이 무언가를 설명하였고 몽달이 고개만 주억이고 있었다. 진우와 은수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닥불을 쬐며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수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두려운 것인가?
“앉아. 그렇게 서 있는다고 하여 대화가 일찍 끝나는 건 아니야.”
은수가 말없이 진우의 곁에 앉았다.
“…. 뭐라고 하는 거지?”
“대화가 끝나면 몽달에게 들어.”
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은수를 외면하였다. 은수는 진우의 표정에 더욱 불안해졌다. 그녀는 날 떠나려고 하는 것인가? 손의 잔떨림이 더욱 커졌다. 진우가 슬며시 은수의 손을 잡아 주었다.
“편히 있어. 이야기는 잘 되고 있으니까? 야! 몽달아, 안부 인사는 나중에 하고 여기 불안에 떨고 있는 어린 양부터 구제를 하지?”
진우가 피식 웃으며 몽달을 불렀다. 몽달이 웃으며 천천히 걸어와 입을 열었다.
“비흔 그 아이는 소저의 곁을 지키고 싶다고 하네.”
은수의 불안했던 눈동자에 습막이 맺혔다. 진우가 피식 웃었다. 이제는 정산을 해야 할 시간이다.
“잘 됐네. 어떻게 당장이라도 해줄까?”
“… 해줘. 비흔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하하.. 그래? 그럼 일단 결제부터!!”
**
헌팅을 마치고 돌아온 은수는 끊임없이 비흔과 뭔가를 속닥이며 웃고 있었다. 비흔도 냉막한 얼굴을 버리고 간간이 웃고 있었다.
“진우야, 얼마를 받기로 한 거야?”
“후후.. 알면 깜짝 놀랄 건데?”
진우가 대답을 피하자 길동이 옆구리를 찔렀다.
“에이.. 말해 봐. 내가 달라는 것도 아니고…”
“노예생활 3년 + 강남에 있는 집 한 채!”
길동이 시큰둥한 얼굴이 되었다.
“그게 뭐야. 별것도 아니잖아.”
“후후후.. 길동아! 잘 생각해봐. S급 헌터가 우리랑 붙어있으면 어떤 효과가 있겠냐?”
“글세?”
“잡놈들이 우리한테 시비도 못 걸어. 덤으로 비흔이라는 쌈 잘하게 생긴 신령도 얻었고! 거기에 너희들과 내가 마음 편히 약초를 말릴 수 있는 넓은 집까지 덤으로 가지게 되었으니… 좋아? 안 좋아?”
“대신 너는 강신도 해주고, 신투 장갑도 줬잖아?”
“흐흐흐… 자, 너만 봐?”
진우가 슬쩍 옷깃을 풀었다.
“응? 그건?”
“신투장갑의 시대는 끝났어. 이젠 신투 내복의 시대라고! 푸하하하!”
진우가 미친놈처럼 웃자 길동이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
“그것은 부당합니다. 진우 공!”
진우와 비흔이 끝없는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뭐가? 왜?”
“제가 헌팅을 하여 얻은 신력을 은수가 왜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겁니까?”
“그럼 헌팅을 하지 말던가!! 그냥 귀신으로 돌아 댕기든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야, 최은수! 너 이 팀에서 신분이 뭐야?”
“… 짐꾼이다.”
“짐꾼은 헌팅을 할 수 있냐? 없냐?”
“…… 없다.”
“그럼 신력이 필요하면 어떻게 해야 하냐?”
“크음… 신력을… 사야한다.”
“들었지?”
진우가 피식 웃으며 비흔을 바라보자 비흔이 입술을 깨물었다. 부당했다. 부당해도 너무나 부당했다. 과거 자신이 살던 그 시대의 권세가들보다 더 악랄해 보였다. 비흔이 콧방귀를 날리며 진우 곁에서 멀어졌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몽달이 비흔의 뒤를 따랐다. 오해는 더 쌓이기 전에 풀어야 하기에..
**
“억울하더냐?”
“어르신,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어찌 저리 악독할 수 있는 것인지..”
“은수라는 처자의 집안 형편을 살펴보았느냐?”
“꽤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 진우의 형편은?”
“알지 못합니다.”
“그래, 너는 알지 못하지. 그러면 신력을 저 구슬에 담으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있느냐?”
“알고 있습니다.”
“진우는 돈이 필요하다. 진우가 가진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마도 더 많은 힘과 사람이 필요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필요하지. 그럼에도 진우는 너의 현신을 위해 신력을 양보하고 있다. 그래도 진우의 행동이 부당하더냐?”
“그.. 그것은..”
“사실 진우는 악귀를 잡아 얻은 신력의 상당수를 저 괴목에 쏟아붙고 있다. 오직 과거의 인연을 이어나가기 위함이지. 나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몽달이 오두막 뒤편에 외로이 서 있는 괴목을 가리키자 비흔이 고개를 주억였다. 자신도 오늘 아침에 그 모습을 보았기에 몽달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진우가 어떤 행동을 한다면 그에게는 그럴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 행동이 너의 기준에서 당장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참고 기다려 보거라. 머지않은 시간에 납득 가능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야.”
“그래도… 얄미운 건 얄미운 것입니다. 어르신.”
“하하하.. 너는 네 아비를 쏙 빼닮았구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 칭찬은 아니었다. 하하하”
몽달이 기분이 좋은지 휘적휘적 걸으며 괴목 곁으로 갔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흔이 피식 웃었다. 아비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남이는 전장에서 대범한 사내였지만 평소에는 호박엿 하나 가지고도 노비와 싸움질을 하는 소탈한 남자라고… 그러면서 그의 죽음을 무척 아쉬워하였다.
“그가 있었다면 우리 가문이 멸문되지 않았을까?”
비흔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5백 년이나 지난 일이었다. 미련을 가져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원수를 다시 만난다면? 그냥 외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