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열흘 간의 길고도 짧은 헌팅이 끝났다. 마지막 헌팅은 그믐 맞이 현실 헌팅이었다. 그간 헌팅에 참여하지 않고 평상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기만 하던 진우가 그날만큼은 1인 헌팅을 선언하였다.
몽달에게 월향을 빌려 악귀들을 사냥하는 진우의 모습에 은수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비흔 조차도 진우의 검을 다루는 솜씨에 고개를 흔들어야 했다.
“너는 멍청이다!”
“시끄럽다.”
진우가 은수를 타박하고 있었고, 은수는 귀를 막고 있었다.
“그렇게 알려줬는데 몸 안에 신력을 쌓는 것도 못하냐? 바보, 멍충이 같으니라고!! 너 때문에 아까운 신력을 제대로 모으지도 못하고 날렸잖아.”
“저기 두 분이 신투장갑을 끼고 신력을 모으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 아, 알고 있었어?”
진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은수의 공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너도 몸 안에 신력을 모으지 못하는데 왜 나한테만 타박이지?”
“나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야. 완전히 다른 거라고!!”
“아니, 결과는 같아. 그러니 네가 네 몸에 신력을 쌓은 후에 잔소리를 해.”
“핑계는.. 쯧”
진우가 마뜩치 않다는 표정으로 혀를 한번 차더니 철수를 외쳤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집으로!!”
3남2녀와 한 잡귀가 잔뜩 등짐을 진 채로 산길을 내려서고 있었다.
“진우야, 이런 걸 꼭 가져가야 돼?”
이번에도 길동의 입에서 투정이 튀어나왔다.
“길동아! 그게 다 돈이야. 아마도 지금쯤 그걸 구하려고 아버지 집 문턱이 닳고 있을 걸?”
진우의 예측은 반만 맞았다. 그걸 구하려고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은 맞았지만 집 문턱 대신 사무실 문턱이 닳고 있었다.
“오 사장님! 저희 직원이 뭔가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헌터병원 원장 박충식이 직접 진철을 찾아와 사과를 하였지만 진철은 요지부동이었다.
“원장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저도 제 아들과 상의를 해야 하니 오늘은 그냥 돌아가시죠.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제품 출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원재료가 없어서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이 생겼습니다. 하급 헌터들이 제품을 빨리 출시하라고 아우성이에요. 그러니.. 사장님이 가진 물량이라도 먼저 풀어주시죠.”
“크음..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러 번 말씀을 드렸는데…”
“아이고, 사장님. 제 사정 좀 한번 봐 주십쇼. 얼마나 급했으면 제가 직접 찾아와 이렇게 사정을 하겠습니까?”
진철이 난처한 얼굴이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띠링~
[5분 후 도착! 절대 승낙하지 말 것!]천군만마와 같은 향숙으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크음.. 일단 우리 고문 변호사가 온다고 하니 차나 한 잔 하시죠. 우리 회사에서 새로 개발한 차가 아주 맛이 기가 막힙니다. 하하하”
진철이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크게 웃었다.
**
향숙에게 대박으로 깨진 박 원장이 마지막 보루인 차인성을 찾았다.
“국장님, 도와주십시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오진우를 배제해도 제품 생산에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도움을 달라는 겁니까?”
“틀림없이 오진우가 저희가 모르는 수를 쓴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조과정에 대해서 직접 시연을 했다면서요? 오진우가 납품한 원자재로는 제품이 생산된다면서요? 그런데 무슨 수를 썼다는 겁니까?”
“그게.. 그것이…”
박 원장이 땀이 나는지 손수건으로 연신 이마를 닦고 있었다. 차인성이 혀를 차며 생각에 잠겼다. 오진우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전처럼 압박을 하여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나은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참.. 그 얘기 들으셨습니까?”
“뭔 얘기요?”
차인성이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되묻자 박원장이 진철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오진우가 대한헌터그룹과 차 납품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차요? 뜬금없이 무슨 차?”
“정신을 맑게 해주고, 헌터들의 정신적 피로를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효과가 있는 차라면 당연히 헌터 협회나 우리 헌터 병원과 계약을 하고 모든 헌터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차려준 밥상도 못 먹는 놈이 또 헛된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성질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였다.
“그러니까 정신적 피로를 빨리 회복시켜주는 차가 개발되었다는 말이죠?”
“그렇다니까요?”
“그걸 대한헌터그룹과 독점 계약을 했고?”
“예에~ 말이 안 되는 짓을 한 거지요.”
차인성이 혀를 찼다. 이제 오진우는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상대가 되었다. 차인성이 피식 웃었다. 겨우 20살이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놈의 일처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여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상처를 치료하고, 정신적 피로를 회복해주는 약들이 나왔다면 다음은 뭐가 될까?”
“네?”
“분명 육체적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겠지. 그래야 헌터들의 헌팅주기가 빨라질 테니까.. 허어.. 오진우는 그러한 비법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무래도.. 회장님과 상의를 해 봐야겠군.”
차인성은 박 원장이 있던 말던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급히 사무실을 나섰다.
“아..저기, 국장님..”
박 원장의 구슬픈 목소리만 빈 사무실에 애달게 울려 퍼졌다.
**
“야, 집 빨리 구해서 연락해라.”
진우가 은수를 재차 재촉하곤 은수와 헤어졌다. 은수가 최 회장에게 비흔을 뭐라고 소개할지 고민을 하는 듯하였지만 진우는 모른척하였다.
“훗.. 애 좀 먹어봐라.”
“진우야..”
“왜?”
“왜 은수 처자에게만 박하게 구는 것이냐?”
“내가? 아닌데?”
“하하.. 너만 모르는 거지. 비뚤어진 애정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길동이 끼어들다가 진우의 눈총을 받았다.
“시끄러운 소리 말고 빨리 차 잎이나 널어놔. 얼른 말려야 한다고!”
“예예.. 그러시겠죠. 히히히..”
길동이 히죽거리며 차 잎이 가득 담긴 보따리를 들고 지하로 내려갔다. 몽달도 눈치껏 길동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1층 쇼파에 편하게 앉은 진우가 휴대폰을 힐끗거렸다.
“전화를 해봐야 하는 거야. 아니면 기다려야 하는 거야?”
진우가 갈등을 하는 사이 2층에서 민수가 내려왔다.
“어? 형 왔네?”
“내 동생! 잘 지냈어?”
진우가 민수의 머리를 헝크러주며 옆에 앉게 하였다.
“왜 이렇게 오래 있다가 온 거야? 이삼 일이면 될 줄 알았더니..”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일은 없었는데 엄마한테 혼났어.”
“왜?”
“그때 형이랑 했던 얘기를 엄마한테 했거든.. 그랬더니 우시더라고..”
민수가 귀밑머리를 긁으며 난처한 얼굴을 하였다.
“그랬구나. 마음이 아프시겠지.”
“한참을 그렇게 우시더니 나중에는 막 화를 내는 거야. 누구 인생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거냐고 하시면서…”
“….. 하하하”
진우가 시원하게 웃었다. 민수의 말만으로도 향숙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보고 머릿속에서 지우래. 그런 사람은 원래 없었던 것처럼…”
“그래서.. 마음 정리는 잘 됐어?”
민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잘 될 리가 없다. 친부의 존재를 알았고, 그에게 부정을 당했으니 그 상처가 얼마나 깊고 크겠나? 그게 쉽게 정리된다면 헤어진 연인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생겨날 리 없을 것이다.
“천천히 해. 굳이 정리하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다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너의 심장을 다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형은 네가 너의 심장 안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가득 채우길 바라는 거야. 알았지?”
“고마워, 형!”
“아 참, 우리 이사 갈지도 몰라.”
“또? 이사 온 지 얼마나 됐다고?”
“크크크.. 이번 헌팅에서 왕건이를 건졌거든! 슬쩍 미끼를 던졌는데 이게 왠 떡? 대박이 올라 온 거야.”
“형, 이번 헌팅은 물귀신이었어? 웬 낚시?”
“그런 게 있어. 덕팔이한테도 얘기해 줘.”
“누나가 서운해 하겠네. 혼자 있다가 우리랑 함께 살게 되어서 좋다고 하던데..”
“그럼.. 같이 가지 뭐!”
“그럴 거면 뭐하고 이사를 가?”
“새 식구들이 생겼거든! 하하.. 집이 좁아서 말이야.”
진우가 민수를 데리고 지하로 내려가 두 장군과 한 잡귀를 소개시켜주었다.
“네 눈에는 안보이겠지만 잡귀도 하나 있어. 조만간 강신을 해서 현신한 상태로 살아갈 거니까 가족이 세 명 늘어나는 거야.”
“든든… 하네요. 역사책에서나 뵌 분들과 함께 살 생각을 하니..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하고..”
너무나 엄청난 인물들과 조우를 하다 보니 민수가 실감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오늘은 새 가족들의 입성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마당에서 삼겹살 파티나 열어볼까?”
길동이 환호했다. 지난 삶에서 진우의 삼겹살은 진리였다. 그 맛을 잘 알고 있는 이가 또 있었다.
“불은 내가 피우지.”
몽달이 먼저 밖으로 나갔다.
**
늦은 저녁까지 계속된 삼겹살 파티에 덕팔도 끼어들었다.
“우덕팔이에요. 잘 부탁해요.”
몽달이 술을 품을 뻔 한 것을 간신히 참아내었다.
“남..이라고 하오. 덕팔 소저”
“남이? 와우, 장군님이세요? 호호호”
이 남이가 그 남이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덕팔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근데 너는 이 시간까지 어디 갔다 오는 거냐?”
“일하고 왔지.”
“무슨 일?”
“몰라서 물어?”
“암상? 아직도 그걸 해?”
“안하면 아저씨 연구비며 생활비는 누가 벌어?”
“쯧…”
진우가 혀를 찼다. 강남에 이렇게 큰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활비가 없어 하나밖에 없는 손녀에게 암상이나 시키다니.. 마뜩치가 않았다.
“그거 위험한 거 아니냐?”
“그러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연구재료비에 워낙 돈이 많이 들어 가서..”
“차라리 나랑 헌팅이나 하자.”
“싫어. 길거리에서 보는 귀신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는데 귀신들이 바글거리는 곳으로 기어들어가 그 끔찍한 모습을 보라고? 어휴, 암상이 낫지.”
“헌팅은 하지 말고 그냥 약재나 캐서 회사에 납품하는 게 어때?”
헌팅이 아닌 약초 채집이라는 말에는 덕팔도 호기심이 도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돼?”
“전에 보니까 약초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넘던데.. 너라면 금방 배우지 않을까?”
“당연하지. 어릴 때부터 봐온 건데.. 근데 내가 그걸 하면 넌?”
“나는 너한테 약재를 사서 원청에게 납품해야지. 이른바 중간상이라고나 할까?”
“훗.. 재밌네.”
“아니면 아빠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 아빠일 도우면서 회사 지분도 좀 받고, 나랑 헌팅하면서 네가 채집한 약재를 회사에 입고시켜서 수당을 받으면 지금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그거 괜찮겠다.”
덕팔이 진우의 마지막 제안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아빠한테 전화해 볼게.”
“형, 안 해도 돼. 좀 있으면 도착하실 거야. 엄마랑..”
민수가 휴대폰을 흔들며 웃었다. 이미 향숙에게 보고를 한 모양이었다.
“그래? 잘됐네. 혼자만 삼겹살 못 먹고 있다고 삐쳐있는 복길이도 위로할 겸..”
[도련님의 친구야. 그럼 나도 오늘 강신하는 거냐?]“훗.. 그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오늘 다 해버리자.”
“그럼 오늘 나이트도 가는 거?”
길동이 기회를 잡았다. 진우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가자. 나이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