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mpion from Sapa RAW novel - chapter 179
“그래, 휴. 일이 이렇게까지 꼬였으니, 나도 차라리 다 털어놓고, 네 도움을 받아야겠다.”
나후타야는 폭포 뒤로 장소를 옮기고 나서야 자기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내가 개구리가 된 이유를 설명하려면, 용의 과거를 먼저 설명해야 해.”
나후타야의 이야기는 까마득히 먼 옛날부터 시작했다. 아도나이가 신격을 얻기 전, 용의 위엄이 신에 버금가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고대에 대륙에는 다섯 종류의 용이 있었어. 용들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균형을 유지했고, 대륙의 모든 문명은 용의 허락에 따라 발전과 쇠퇴를 거듭했지. 그 시절의 용들은 지상의 신으로 군림하며 불멸의 권세를 누렸어.”
고대의 용이 가진 힘과 지혜, 그리고 무한한 수명은 신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용의 거체는 그 자체로 가장 완벽한 예술이었고, 거대한 심장에서는 용혈이 끝없이 샘솟았다.
마르지 않는 용마력과 절대 시전의 용언마법이 합쳐지자, 다른 모든 생물은 용의 발치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더군.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던 용의 권위에도 균열이 생겼어. 그 균열은 인간으로부터 시작됐지.”
인간은 극동(極東)에서 기원해 점점 서쪽으로 세력을 넓혔고, 흑해를 넘어 비옥한 중부에 이르자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어났다.
중부는 동방과 다른 독자적인 문명을 꽃피웠고, 새로운 종교를 중심으로 강력한 국가를 건립했다. 후대에 신성제국이라 불리는 거대한 공동체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재미있는 비사(秘史)가 있었으니…….
“사실 그때 중부의 인간들이 만든 종교는 허상이었어. 그들이 우주의 창조주라 찬양하던 유일신은 현실에 존재한 적 없는 가상의 인물이었지.”
그 당시 인간들은 마법을 조금씩 깨치고 있었고, 그걸 자기네 신이 선물한 은혜라고 믿었다.
인간들은 마법과 신앙을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했고, 이내 최초의 제국을 이루었다.
하지만 중부를 지배하던 금빛 용들은 그때까지도 인간의 결집에 별다른 우려를 하지 않았다.
태초의 마법사이자 마법의 화신인 용의 관점에서 인간의 마법이란 아기의 걸음마 같은 수준에 불과했으니, 신성제국도 용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쓸어버릴 수 있는 개미집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긴 것이다.
“우려는커녕, 인간으로 둔갑해 그들 사이에 섞여 사는 유희(遊戱) 문화가 성행할 정도였지. 인간 문명의 발전을 구경하느라 그들의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고.”
당시 중부에 사는 금빛 용은 열 마리도 넘었고, 다들 인간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용의 수명은 무한했고, 자연히 어느 순간부터는 알도 낳지 않았다.
금빛 용들은 대부분 일만 년 이상 살아온 노룡이었고, 하나같이 무료한 일상에 지쳐 있었다.
얼마나 삶이 공허한지, 한번 깊은 잠에 빠지면 수백 년을 내리 잠만 자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와중에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인간이란 종족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이 도구를 만들고, 사회를 이루고, 종교를 창시하고, 전쟁을 벌이는 모든 과정이 용들에게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오락이었다.
“금빛 용들은 인간을 재미있는 구경거리 정도로 생각했어. 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모든 용족이 인간을 얕봤지. 인간들이 확고한 믿음을 품게 되면 어떤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지 몰랐으니까.”
용들은 신성제국이 건국될 때도 마음을 푹 놓고 있었다.
하지만 집단을 이룬 인간이 일정 숫자를 넘어서자, 그들이 가진 진정한 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파에서 온 용사
아도나이의 실체
마법은 자연의 섭리이지만, 인간들은 그것을 신이 베푸는 은혜로 착각했다.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은 신앙으로 변하고, 신앙은 강력한 자기암시가 되었다.
신은 허구였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신앙은 허구가 아니었다.
-신의 사랑은 오직 인간만을 향한다. 신은 자신과 닮은 꼴로 인간을 빚어내셨다. 신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정하셨다.
인간들은 유일신교에 깊이 빠져들었고, 그들의 신앙은 점점 인간 중심적으로 변해 갔다.
“인간들은 스스로를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했어. 신이 그렇게 정했다고 믿은 거야. 그리고, 일말의 의심도 없는 완전무결한 믿음은 인간에게 이전까지 없었던 능력을 부여하기에 이르렀지.”
어느 날, 유일신교의 교리에 깊이 매몰된 인간 중 하나가 빛의 힘을 깨달았다.
당대의 인간들이 ‘신성력’이라 부르는 신비한 힘이었다.
“놀라지 마. 빛의 힘은 본래 용에게만 허락된 힘이야. 신의 축복 같은 게 아니라, 중부의 금빛 용이 가졌던 권능이라고.”
북부의 백룡들이 냉기를 다루고, 서부의 화룡들이 열기를 다루는 것처럼, 중부의 터줏대감인 금빛 용들이 대대로 다루어 온 권능이 바로 빛이었다.
“그럴 수가……!”
이자벨라의 턱이 빠질 듯이 벌어졌다.
나도 내색만 안 하고 있을 뿐, 나후타야의 말에 놀란 상태였다.
‘신성력이 사실은 용의 권능이라고? 그럼 대체 아도나이란 놈은 정체가 뭐야? 그놈은 뭔데 지상의 인간들에게 신성력을 빌려주는 거지?’
빛의 힘은 아도나이가 성직자들에게 전해 주는 것이라 여겼다. 초대 천마가 마교의 호교법사에게 마기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지레짐작을 한 것이다.
나후타야는 내 의문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뜸 들이지 않고 말을 이어 갔다.
“인간 중 최초로 빛의 힘을 깨친 건 중부의 어린 소년이었어. 그 소년은 빛과 교감하며 강렬한 종교적 쾌감을 경험했지.”
당시 인간들은 빛이 신의 손길이라고 믿었다. 햇빛을 받아야 농작물이 자라니,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러니 빛과 교감하는 건 신과 교감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의 기도에 신이 응답하는 경험. 유일신을 믿는 신자에게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었다.
“그때부터 소년은 신의 대리인을 자처했어. 맨발로 중부 전역을 누비며 신성제국의 모든 성직자에게 빛을 다루는 법을 가르쳤고, 사람들은 그 소년을 신의 아들로 모시며 추앙했지.”
수십만, 수백만의 인간들이 내뿜는 신앙이 소년을 향했다.
소년은 가상의 신과 달리 실체가 있는 존재였고, 대중의 순수한 믿음과 찬양이 그에게 새로운 격을 부여했다.
중원의 신선들처럼 수행을 통해 천외천의 경지에 도달한 게 아니라, 타인의 신앙에 의해 신격을 획득한 것이다.
‘그럴 수가 있나?’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나후타야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그녀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사고의 틀을 깨부수고 있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일단 신격에 발을 디뎠으니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거야. 소년의 격은 끝을 모르고 성장했어. 그가 백발노인이 되어 삶의 끝자락에 이르렀을 땐 어느덧 완숙한 신격으로 거듭난 상태였지.”
신격이 무르익어 감에 따라, 노인이 된 소년은 빛의 힘이 신의 권능 따위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대자연에 흩어진 마나처럼, 빛도 올바른 사용법만 익히면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자연스러운 힘이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믿음만이 중요하다. 나는 이미 빛을 통해 신격을 얻었으니, 나의 착각은 믿음을 통해 진실이 된 것이다.
언뜻 궤변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이 노인이 얻은 마지막 깨달음이었다.
육체의 수명이 다하고 이승을 떠나기 직전, 그는 제자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나는 신의 아들이지만, 동시에 신 그 자체이기도 하다. 또한 나는 빛이기도 하다. 신과 빛과 나는 셋이지만 하나다.
그는 자기가 이승을 떠난 뒤에도 계속 추앙받기 위해 삼위일체(三位一體)의 논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삼위를 통칭하는 새로운 이름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아도나이. 옛 신성제국 언어로 주(主, Load)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 순간 아도나이는 진정한 신이 되었지. 인간들의 믿음이 이어지는 한, 아도나이의 신격은 영원불멸해. 그는 타인의 신앙으로부터 힘을 얻는 존재니까.”
“아도나이가 원래는 인간이었다니……! 심지어 이건 사기꾼이나 다름이 없잖아?”
이자벨라가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아도나이가 처음 신격을 얻을 때는 빛에 대한 진실을 몰랐으니 그렇다 쳐도, 그가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 찬양의 대상이 된 건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아도나이는 지상의 인간들을 속여서 자기 신격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도나이가 인간이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런 기괴한 편법으로 신격을 얻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었을 줄이야……. 상상조차 못 했군.’
아도나이가 인간 출신이란 건 나에게 놀라운 사실이 아니었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인격과 신격을 태초부터 정해진, 천부적인 자격 같은 것으로 여겼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인간이 육신을 초월해 천외천의 경지에 이르는 건 기나긴 무림의 역사에 종종 있었던 일이니까.
대표적인 예시로는 마교의 창시자인 초대 천마를 들 수 있고, 곤륜파의 개파조사인 영보도장(靈寶道長)도 깨달음을 얻어 등선(登仙)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자기 능력이 아닌 타인의 추앙으로 천외천에 닿는 건 듣도 보도 못한 경우였다.
‘차이가 있다면, 무림인은 내공을 연마하고 아도나이는 빛의 힘을 다뤘다는 점인데……. 신성력이란 게 원래 그런 건가?’
생각해 보면 신성력은 굉장히 독특한 힘이었다.
마력이나 내공이 수련의 깊이에 비례하는 위력을 가지는 것과 달리, 신성력은 오직 사용자의 믿음에 따라 위력이 달라졌다.
모르긴 몰라도, 심리 상태에 크게 영향을 받는 신성력의 특성이 아도나이의 격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터다.
‘좌우지간, 난놈은 난놈이군. 난잡한 거짓말이 어찌 등선의 수단이 될 수 있겠느냐만, 아도나이의 격이 하늘 꼭대기에 이르렀으니 결국 그의 선택이 옳았던 거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나후타야의 회상은 계속 이어졌다.
“아도나이는 끝없는 발전을 원했어. 그는 신격을 얻었지만, 인간 특유의 향상심과 야망은 그대로 가지고 있었지.”
인간의 욕심을 간직한 신. 이것은 일곱 살 소년이 만인의 생사여탈권을 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도나이는 자기 신격을 강화하기 위해 지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추종하는 인간이 많아질수록 자기 신격이 높아지니, 대놓고 교회의 영역 확장을 도왔다.
드높은 천상, 빛나는 성운 위에 올라앉은 신이 지상의 성직자들에게 무한정 힘을 빌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인간을 대륙의 새로운 지배종으로 만들고자 했어. 태고부터 이 땅을 다스려 온 용들에게는 재앙이었지.”
제일 먼저 횡액을 당한 건 중부의 금빛 용들이었다.
아도나이의 신탁을 받은 신성제국의 대병단은 금빛 용의 서식지를 공격했다.
제국의 군대는 마법과 신성력을 동시에 다뤘고, 특히 신성력을 다루는 사제의 숫자는 십만 명이 넘을 정도였다.
중부를 지배하던 열두 마리의 금빛 용들은 하루아침에 몰살당했다. 미개한 인간에 의해 용족 하나가 멸종한 것이다.
“아도나이라는 구심점이 생기자, 인간의 신앙은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변했어. 아도나이의 신격이 지상까지 뻗치니, 용언마법도 소용이 없었지.”
하지만 뭐든 급하면 체하는 법.
중부의 인간들이 금빛 용을 멸종시키고 파죽지세로 북부까지 진격하자, 용들도 힘을 합쳤다.
오만하기 이를 데 없던 용들이지만, 더 이상 체면만 신경 쓰고 있을 수 없었다. 이대로 각개격파 당하면 멸종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으니까.
“붉은 용, 흰 용, 검은 용. 이 세 종족이 힘을 합쳤어. 수십 마리의 삼색 용 군단이 일제히 중부를 공격했지. 인간과 용, 두 종(種)의 미래를 걸고 대전쟁이 벌어진 거야.”
“삼색 용 군단? 고대의 용은 다섯 종류였다며? 금빛 용은 이미 멸종했으니 그렇다 치고, 너희 푸른 용들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나?”
“그게 문제야. 그때 우리 푸른 용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거든. 그 덕에 많은 일이 벌어졌지. 결과적으로 나는 용인의 몸도 잃어버렸고…….”
기나긴 서론이 끝나고, 드디어 나후타야의 사정을 이야기할 차례였다.
“당시 우리 푸른 용들은…….”
“피해!”
내가 새장을 들고 공중으로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바닥에서 시커먼 도기(刀氣)가 불쑥 튀어나왔다.
도기는 지독한 맹독은 품은 듯, 접촉하는 모든 것을 녹이고 태웠다.
“아오, 놀랐네. 저것들은 또 뭐야? 각하를 노리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원수가 많아요?”
어느새 허공에 떠오른 이자벨라가 짜증을 내며 물었다. 나조차도 그녀가 움직이는 걸 감지하지 못했는데, 역시 점멸 하나는 말도 안 되게 빠른 이자벨라였다.
“나도 모르겠다. 현시점에 나를 암습할 만한 사람은 딱히 없는데? 나랑 척진 놈들은 전부 죽였거든.”
“참 독특한 방법으로 안전을 확보하시네요.”
내 대답에 이자벨라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내 말은 사실이었다. 생포당한 나후타야를 제외하면, 이 세계에서 내 목숨을 노릴 만한 적들은 죄다 검하고혼이 된 지 오래였다.
‘진짜 누구지? 생전 처음 보는 놈인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온몸에 흑색 천을 칭칭 감은 사내가 완만하게 휘어진 장곡도를 들고 서 있었다.
사내의 몸에서는 정제된 내력과 농축된 독기가 느껴졌고, 두건 틈으로 보이는 눈빛은 먹이를 노리는 수리처럼 매서웠다.
‘시끄러운 폭포 옆이라지만, 나한테 들키지 않고 이 정도 거리까지 접근하다니……. 마법에도 소양이 있는 놈인가?’
내가 상대의 정체를 추리하고 있을 때, 엉뚱하게도 새장에 갇힌 나후타야가 그를 알아봤다.
“태, 태양전사다! 아스칸다르가 나를 죽이려고 태양전사를 보낸 거야!”
“태양전사?”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시커먼 외모를 보면 태양전사가 아니라 그림자 전사나 어둠 전사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태양전사는 동방 최고의 전사들이야. 녹봉을 받는 칼잡이지만, 중부나 북부의 평범한 기사와 비교할 수 없이 강하지.”
“확실히 다른 기사들보다 강해 보이는군. 한데, 태양전사가 왜 너를 공격하지?”
“태양전사는 아스칸다르가 수족처럼 부리는 놈들이야. 쳇, 그놈이 나한테 변고가 생긴 걸 눈치채고 요정숲 내부까지 침투시킨 모양인데?”
나후타야가 무력화된 걸 벌써 알아채고 정찰조를 보냈단 말인가? 새삼 아스칸다르가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저 태양전사라는 놈의 실력을 보아하니, 여차하면 이번 기회에 나후타야를 죽여 버릴 의도로 보낸 듯했다.
‘졸지에 나후타야를 지켜 줘야 하는 신세가 됐군. 이렇게 되면 내가 아스칸다르와 은원을 쌓는 셈인데…….’
아스칸다르가 어떻게 나후타야의 소식을 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목적은 뻔했다.
생포당한 나후타야를 죽이고, 최후의 용이 되어 옛 권능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나는 아스칸다르와 싸울 이유가 없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의 수하들을 물리치는 수밖에 없었다.
“각하, 싸울 거예요? 그냥 도망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보아하니 쟤들은 날지도 못하는 것 같고.”
이자벨라가 허공에서 뒹굴며 느긋하게 말했다.
태양전사가 강하다지만, 이자벨라를 겁먹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태양전사 정도는 순식간에 통구이로 만들 수도 있었다. 공중에서 용마력을 퍼부어 대면 지상의 칼잡이가 무슨 수로 이겨 내겠는가?
“싸워야겠다. 저놈들을 두고 자리를 뜨면 엘프와 다크엘프 들이 큰 피해를 볼 거야.”
최소한 오비데우스의 마법 연구 자료 번역이 끝날 때까지는 엘프들을 지켜 줘야 한다.
잠시 고민하는 동안 주변에 숨어 있는 태양전사들의 기척이 늘어났다. 숫자를 세어 보니 무려 열 명이나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생포해서 대화로 풀어 보자. 아스칸다르와 싸우는 건 그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나는 나후타야가 들어 있는 새장을 이자벨라에게 넘겨주고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와 동시에 열 명의 태양전사가 장곡도를 뽑아 들고 나에게 쇄도했다.
사파에서 온 용사
차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