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37)
“나쁜 놈들이 백화루에?”
연하린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많이 죽었대요.”
“아······!”
백화루가 하오문이라는 건 연하린도 알고 있다. 또한 하오문주인 백화루주와는 여러 번 만나기도 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기녀들이나 일꾼들 중에도 하오문도가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소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서 공자님이 거기 일 때문에 밤새 싸우고 회의하고······ 아무튼 그러시고 계세요. 저도 듣기만 한 거라서 아직 자세한 건 잘 모르고요.”
“알았어.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연하린은 소소에게 인사를 하고는 얼른 걸음을 옮겼다.
그런 큰일이 벌어졌는데, 자신은 사심이나 채우자고 밤새 여기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니 갑자기 자괴감이 들었다.
“아가씨! 어디 가세요? 공자님 어디 계신지는 아세요?”
연하린이 걸음을 우뚝 멈췄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돌아서서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걸 본 소소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정문 옆에 있는 전각으로 가보세요. 거기 다들 모여 있다고 들었거든요.”
연하린이 슬그머니 소소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고, 고마워.”
그녀는 얼른 정문 쪽으로 달려갔다.
소소는 그런 연하린의 뒷모습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봤다.
* * *
벽태산은 깊이 생각에 잠겼다가 빠져나왔다.
아까부터 계속 문 앞을 서성이는 기척 때문이었다.
누군지도 알고 있었다. 연하린은 가진 기운의 색깔이 굉장히 선명했으니까.
들어오고 싶으면 그래도 되냐고 물어보면 될 텐데, 밖에서 무슨 말을 들은 건지 계속 서성이기만 했다.
벽태산이 손을 내젓자, 문이 벌컥 열렸다.
열린 문을 통해 눈을 동그랗게 뜬 연하린이 보였다.
이렇게 갑자기 문이 열릴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들어올 거면 들어와라.”
연하린이 얼른 표정을 수습했다. 그리고 입술을 삐죽였다.
“오라고 하셔놓고선.”
일이 있었던 건 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는 것도 안다. 그냥 괜히 투정 한 번 부려본 것뿐이었다.
물론 이 투정이 통하지 않을 것도 안다.
연하린은 주변을 슬쩍 둘러본 다음 얼른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벽태산 앞으로 다가가서는 벽태산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으세요?”
연하린의 물음에 벽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괜찮을 건 또 뭐란 말인가.
벽태산은 연하린을 가만히 쳐다봤다.
“더 강해져라.”
“예?”
연하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벽태산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이 무슨 뜬금없는 얘기인가 싶었다.
한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연하린이 눈을 반짝이며 벽태산을 바라봤다.
“공자님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로 강해질 거예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뿐 아니라 다들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니······.”
연하린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벽태산이 갑자기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벽태산이 저렇게까지 환한 미소를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러니 이렇게 생소한 것 아니겠는가.
“기대하마.”
연하린은 왠지 그 말에 자신을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의 입가에도 벽태산의 것과 비슷한 미소가 맺혔다.
끝
백화루주는 일단 하오문의 피해 상황부터 확인했다.
그날 백화루로 몰려온 적은 전부 죽였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하오문도들을 공격한 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일단 그놈들부터 처리를 해야 한다.
백화루주는 그 일에 무림맹과 흑련을 이용했다.
다행스럽게도 하오문의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당시 장각우와 육태구가 흑도 무사들과 낭인들을 보내 하오문도를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적의 전력이 생각보다 강해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일이 터진 순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적이 나타난 쪽으로 인원을 집중시켰기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달려든 적을 전부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살아 돌아간 놈들이 제법 많았다.
하오문이 이제부터 할 일은 그걸 추적해 말살하고 배후를 캐내는 것이었다.
납치된 무림맹과 흑련의 무사들을 아직도 찾아내지 못했기에 이번 일에 그 두 집단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적은 무서운 놈들이었다.
만일 벽태산이 없었다면 완벽하게 당했을 것이다.
하오문의 정보력을 흔들고 빈틈을 만들어 본단을 직접 쳤다.
그걸 이렇게 간단히 해낼 수 있는 집단이 몇이나 있겠는가.
백화루주는 심각한 표정으로 적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 백화루주에게 화옥이 조용히 다가갔다.
“무슨 생각을 그리 심각하게 하세요?”
“아, 왔어요? 그냥······ 이번 적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정말 대단한 놈들이죠?”
“맞아요. 공자님이 아니었다면 우린 다 죽거나 그보다 못한 처지가 되었을 거예요.”
화옥은 그 말에 크게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십 년 전부터 자리를 잡게 만들어서 거리를 장악한 것만 봐도 보통이 아니죠.”
백화루주가 그 말에 눈을 번득였다.
“한데 과연 그런 놈들이 무한에만 있을까요? 그리고 무한에 그런 거리가 한 군데뿐일까요?”
화옥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그러게요. 분명히······ 다른 도시에도 있을 거예요. 그놈들에게 무한이라는 곳이 아주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면요.”
“하지만 그걸 다 알아보기에는 우리의 힘이 너무 부족하네요.”
“그래도 해야지요. 이번 기회에 우리도 좀 확장을 해보는 건 어때요?”
“확장이라······.”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얘기이긴 했다.
안 그래도 최근 비천단 소속 무인들이 조금씩 합류해 하오문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들과 힘을 모으기만 해도 지금과는 확 달라질 것이다.
화옥은 단호한 표정으로 백화루주를 바라봤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인원이 추가될 거예요. 그들이 누구인지는 하오문주께서도 짐작하고 계시지요?”
화옥의 물음에 백화루주가 난감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솔직히 추측하는 바는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 추측을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았다.
왠지 무서웠다.
“그들은 천하 각지에 흩어져 있어요. 하오문도 그렇지요?”
“그렇긴 하지요.”
“공자님의 허락이 먼저 있어야겠지만, 제가 아는 공자님은 이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시는 분이 아니에요.”
“그건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잡아!”
일단의 무사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그들의 앞쪽으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흑의를 입은 자가 빠르게 도망치고 있었다.
거리가 제법 있었지만, 조금씩 좁혀지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반 시진 째였다.
그동안 쫓는 쪽은 인원이 한 번 교체되었지만, 쫓기는 사내는 잠시도 쉬지 못했다.
아무리 경공에 자신이 있어도 이런 식이면 결국은 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사내는 끝까지 도주했다.
그리고 그런 사내의 옆쪽을 누군가 노리고 달려들었다.
뻐버버벅!
순식간에 주먹과 발이 오갔다.
사내의 실력은 상당했지만, 기습한 자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몇 번 손발이 오가고 나니, 뒤쫓던 자들이 두 사람을 크게 포위했다.
그리고 흑의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합을 맞춰본 듯 공격하는 손길에는 한 치의 어긋남이나 혼란도 없었다.
꽈드득!
“크으윽!”
이내 흑의인의 어깨와 무릎이 뭉개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후우우. 이놈이 몇 놈 째지?”
“일곱입니다.”
“흑련은 몇이나 잡았는지 혹시 아느냐?”
“그쪽도 일곱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원이 너무 모자라. 자칫하다간 뒤쳐지겠는데?”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하오문도 한 명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얼른 안내해라. 네가 좀 더 힘을 내줘야겠다.”
“노력해보겠습니다.”
하오문도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은 여러모로 중요했다.
하오문이 무림맹과 흑련에 빚을 지우는 셈이었으니까.
게다가 최근 호무련에 하오문이 도움을 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하오문의 위상이 점차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잡는 자들의 심문에 하오문이 도움을 주기로 되어 있었다.
적의 잔당도 잡고, 하오문의 위상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니 허투루 할 수 있겠는가.
“다음 장소로 안내하겠습니다. 대협들께서 적을 쫓는 동안 정보를 미리 받아뒀습니다.”
적의 위치는 이번에 하오문도를 습격한 사건을 통해 추적했다.
다급한 상황이었으니 흔적을 예전처럼 깔끔하게 지워내지 못했고, 그걸 토대로 적을 추적한 것이다.
하오문도가 안내를 시작하자, 무림맹 무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일이 무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거기에는 비단 무림맹과 흑련만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남궁세가와 제갈세가에서도 잔당 수색과 처리에 참여했다.
명분은 금벽상단을 돕는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무명이라는 조직에 대한 정보획득이 목적이었다.
당연히 아무렇게나 끼어들 수는 없었다.
정보를 쥔 것은 하오문이었고, 무림맹과 흑련의 이권이 끼어 있었기에 그에 대한 협의가 필요했다.
아무튼 그 모든 것이 잘 이뤄져 끼어들 명분과 정보를 얻었고, 그들 역시 열심히 적의 잔당을 잡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일로 무한 전체가 시끌시끌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평소에 지내던 대로 변함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 * *
“하오문이 이렇게나 대단했던가?”
새하얀 장포를 걸친 사내였다. 조각 같은 얼굴에는 기품이 넘쳐났고, 자세나 분위기에서 귀공자라는 느낌을 진하게 풍겼다.
그런 사내의 앞에는 새까만 옷을 입은 여인이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혁련소, 그 아이가 그리 녹록한 녀석은 아닌데 말이야. 이번에 몇 놈이나 데리고 왔다고?”
“사백입니다.”
“그래, 사백. 아주 그냥 자기가 가진 걸 탈탈 털어왔구나. 그런데도 하오문이 멀쩡하다고?”
“예. 피해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고작 하오문이 혁련소가 열심히 키운 애들을 상대로 압도했다는 뜻인데, 그게 가능해? 네가 보기에는 어때?”
“제가 확인한 하오문도들이 평균 수준이라면 결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는 건 다른 놈들이 개입했다는 뜻인데······.”
사내가 피식 웃었다.
“하여간 혁련비광, 이 독사 같은 놈이 순순히 무한을 내줄 리 없지.”
사내는 차가운 눈빛으로 여인을 내려다봤다.
“우리 애들은 아무도 안 움직이고 있지?”
“예. 그 어떤 일에도 개입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기회가 생기더라도 다 버리라고 했으니 전부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 끝까지 버티라고 해.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으니 확실히 하고 가야지. 혁련비광이 뭘 감췄는지 파악해야 돼.”
“그리 하겠습니다.”
“무림맹이나 흑련에서 개입한 흔적은 없지?”
“확실치 않습니다. 무림맹, 흑련, 남궁세가, 제갈세가, 거기에 호무련까지 복잡하게 얽혀서 누가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쯧쯧, 한 놈이라도 살아남았으면 상황을 파악하기 좋을 텐데, 싹 뒈져버렸으니.”
“차근차근 정보를 수집 중이니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아, 그리고 금벽상단은 건드리면 안 된다.”
“예. 그것도 충분히 알아듣게 지시했습니다.”
“하여간 복잡하게 얽혀서 골치가 다 아프다. 그나저나 금벽상단까지 하면······ 얼추 다 끝나는 건가?”
“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의 속을 누가 짐작하겠습니까.”
“하여간 그 괴물 같은 노인네, 오래도 살아.”
여인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사내를 바라봤다.
“어찌 할까요? 남은 녀석들 흔적을 흘릴까요?”
“당연히 그래야지. 그리고 무한에 혁련비광 녀석이 남겨둔 것들 있지? 그것도 이참에 싹 넘겨.”
“예.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아, 그거 들키면 절대 안 된다. 우린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었던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물론입니다.”
여인이 고개를 한 번 조아린 뒤 물러갔다.
사내는 그런 여인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여인이 사라지자 중얼거렸다.
“슬슬 질리네. 갈아치우기에는 일을 너무 잘하고······ 이참에 경쟁자를 하나 키워야 하나?”
사내의 입매가 비틀렸다.
“뭐, 아무튼 일이 착착 잘 풀리는 것 같으니 기분은 좋네. 혁련휘, 이 머저리 같은 친구야. 나처럼 직접 왔어야지. 큭큭큭.”
* * *
백화루주와 화옥은 상석에 앉은 벽태산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벽태산의 표정은 평소와 똑같았지만, 왠지 오늘따라 약간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납치당한 놈들을 찾았다고?”
벽태산이 먼저 말을 꺼내자, 백화루주가 얼른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