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38)
“예. 몸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이상이 없다고? 그 미친놈들이 납치를 했는데?”
“상처가 있긴 한데,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정도입니다. 제가 직접 의원들을 데리고 가서 확인했습니다.”
천추신의와 일침괴를 데리고 가기에는 너무 과해서 천약방의 의원을 세 명 정도 동원해서 약간 치료를 도와주고 진맥을 해서 확인했다.
벽태산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듯 쳐다보자, 백화루주가 입을 열었다.
“굉장히 의심스럽지만, 드러난 것이 전혀 없어서 다들 일단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아무 일 없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놈들은 흑련과 무림맹에 의심의 씨앗을 심은 것이다.
“그건 알아서 하라고 하고······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예. 분명히 무언가 더 있습니다.”
백화루주와 화옥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황을 유추해가기 시작했다.
“예전에 무한에서 활동하던 무명의 놈들과 이번에 백화루를 습격한 놈들은 다른 조직임이 분명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같은 조직이라면 공자님에 대한 정보가 이 정도로 아예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그들은 공자님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관련된 조직이 하나 더 있는 듯합니다.”
“맞아요. 이번에 잔당 수색을 할 때, 누군가 개입한 흔적이 있었어요.”
“정보를 하루 이틀 다뤄선 절대 해낼 수 없을 정도로 미묘했죠.”
“우리가 아니었다면 알아차리기도 힘들었을 걸요?”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는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같으면서 다른 조직이 분명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벽태산은 두 사람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어설픈 것들이 집안싸움까지 한다는 뜻이로구나.”
“정확합니다.”
어설픈 놈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더구나 이번에 그 미묘한 정보들 덕분에 기존 무한에서 활동하던 무명의 잔당들까지 싹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백화루주는 눈을 반짝이며 그렇게 말했고, 화옥이 그 말을 받았다.
“그 정보들을 분석해서 기존 무명의 조직이 어떤 식으로 세작을 운용하는지, 또 정보 거점을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 알아냈습니다.”
그 말에 벽태산의 눈에 흥미가 깃들었다.
“하면······ 다른 도시에 있는 그놈들의 거점을 알아낼 수 있다는 뜻이로구나.”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들이 그 체계를 바꾸지만 않는다면요.”
벽태산의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아마 이번 일이 알려진다면 저들도 무언가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 첫 번째가 조직을 개편하는 일이 될 테고.
벽태산이 백화루주와 화옥을 한 번씩 쳐다봤다.
“일단 파악부터 해라. 내가 직접 방문할 테니.”
두 사람의 눈이 커다래졌다.
“공자님께서 직접 가신단 말입니까?”
벽태산이 씨익 웃었다.
“그때까지 데려갈 만한 사람이 생기면 데려가고.”
수련 열심히 해서 더 강해지라는 뜻이다.
화옥이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백화루주가 난감한 표정으로 그런 화옥을 바라봤다.
끝
“아우! 갑자기 저것들 왜 저래? 미친 거야?”
천추신의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며 투덜거렸다.
그 옆에 일침괴가 똑같은 자세로 털썩 앉았다.
“넌 정보를 주무른다는 놈이 뭔 귀가 그렇게 어두워?”
“형님은 뭐 좀 아는 게 있는 거요?”
“당연하지.”
천추신의가 미심쩍은 눈으로 일침괴를 바라봤다. 당신이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마음이 절절히 담긴 눈빛과 표정이었다.
“그 더러운 눈 저리 치워라.”
“허어. 무슨 말을 그렇게 하쇼? 더럽다니. 난 하루에 두 번씩 씻는 사람이오. 형님처럼 이틀에 한 번 씻는 사람에 비하면 난 순백의 눈 같은 사람이지.”
“야! 왜 유언비어를 퍼트려?”
일침괴가 당황 반, 분노 반, 섞인 눈으로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는 천추신의를 노려봤다.
천추신의와 일침괴의 목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주변 시선이 잠깐 모였다.
“나도 하루에 한 번은 꼭 씻어! 왜 이래?”
일침괴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천추신의에게 눈을 부라리며 목소리를 죽였다.
“너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올래? 네놈 과거 한 번 탈탈 털어줘?”
“나한테 과거가 어딨소?”
일침괴가 코웃음을 쳤다.
“닷새 전이니 과거라고 하기도 좀 그런가? 청풍루에서 네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다 아는데, 어디 한 번 큰 소리로 떠들어 줘?”
“아이고, 형님. 그 옆방에 형님이 있었다는 거 제가 다 아는데, 어디 한 번 서로 까볼 거요?”
일침괴가 침음을 흘렸다.
“끄응. 그만하자.”
“동감이요.”
“내가 네놈 약점을 언젠가 하나 꼭 잡고야 만다.”
천추신의가 낄낄 웃었다.
“형님이 가진 약점이 너무 많아서 아마 그걸로는 모자랄 거요.”
일침괴가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만 떨고 하던 얘기나 마저 해보쇼. 그래서 쟤들 왜 저러는 거요?”
천추신의의 시선이 연무장으로 향했다.
지금 두 사람은 연무장 가장자리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연무장에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시간이 나는 사람은 어김없이 연무장으로 와서 말 그대로 죽음을 각오하고 수련에 매진했다.
천추신의와 일침괴는 저들처럼 저렇게까지 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어도 저러다 다치는 놈이 나오면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자제해야 할 판이었다.
그 정도로 수련 열기가 대단했다.
“그리고 초서란 저거는 왜 여기서 수련하는 거요? 고작 무량보 수련하면서.”
얼마 전 초서란이 무량보 수련을 시작했다.
금벽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량보 수련을 마무리 했기에 지금은 각자 다른 수련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천추신의와 일침괴조차 무량보 수련이 끝났다.
오직 초서란만 무량보에 매달리는 중이었다.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어 했지만, 초서란은 굴하지 않고 무량보에 매달렸다.
그 효과를 눈앞에서 봤는데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초서란이 무량보에 매달리게 된 계기가 바로 천추신의와 일침괴였다.
나이 많은 노인임에도, 심기체를 바로 세운 두 사람은 웬만한 젊은이 못지않았다.
얼굴에 있는 주름만 아니면 누구도 두 사람이 노인이라는 생각을 못할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주름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 원인이 무량보라는데, 어떤 사람이 수련을 마다하겠는가.
“다들 큰 뜻이 있어서 저러는 거다.”
“그러니까 큰 뜻이 뭐냔 말이오. 누가 보면 공자님이 시킨 줄 알겠네.”
일침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뼉을 짝짝 쳤다.
“오. 비슷했어.”
천추신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침괴를 바라봤다.
“이거······ 왠지 기분이 좀 나쁜데?”
일침괴가 천추신의를 흉내 내듯 낄낄 웃었다.
“내가 네놈이랑 얘기하다보면 항상 그렇다, 이놈아.”
“하여간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고 얼른 말해보쇼. 쟤들 왜 저러는 거요?”
“지금 하오문 애들이 호북 전역을 탈탈 털고 있는 거 알지?”
“왜 모르겠소? 거기 하오문만 끼어 있는 거 아니오. 우리 애들도 다 거기 있으니까.”
“그럼 뭘 터는지도 알겠구나.”
“당연한 거 아니오? 무명인지 거지발싸개인지 그놈들 근거지 터는 거잖소.”
사실 호북에만 한정할 생각은 없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호북 쪽에 월등히 많아서 대부분 호북으로 집중했다.
호북만 정리해도 무명에는 굉장한 타격이 될 거라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얘기는 왜 하쇼?”
“위치를 턴 다음에는 뭘 하겠냐?”
“가서 진짜로 털지 않겠소? 아마 그놈들은 다 죽었다고 봐야지?”
“그러니까 누가 가느냔 말이다.”
“그야······ 우리 공자님이······.”
벽태산 성격에 지시만 내릴 리 없었다. 아마 직접 움직여서 싹 털어먹을 것이다.
인근 하오문이 같이 움직이긴 하겠지만, 실질적인 힘은 벽태산이 다 쓰고, 하오문은 그곳에 있던 재화나 혹시 살아남은 놈이 있으면 제압해 심문하거나 하는 정도이리라.
천추신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공자님이 수련 열심히 하는 놈들은 데려가겠다고 하신 모양이군? 맞소?”
“비슷하다. 뭐······ 데려갈 만한 사람만 데려간다더라.”
“그냥 죽을 때까지 수련하라는 말이네. 공자님 기준이 어디 보통 기준이어야지.”
천추신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연무장을 바라봤다.
“그런데······ 어째 다들 여자들만 있는 것 같지 않소?”
“무슨. 저기 천경완 있잖느냐. 내가 보기에는 제일 열심인데?”
천추신의가 낄낄 웃었다.
“저기 있는 시비들 다 통과했는데, 저놈만 남으면 모양새 진짜 웃기긴 하겠네.”
그 얘기를 들었는지, 천경완의 움직임이 갑자기 훨씬 더 격렬해졌다.
“쯧쯧, 저러다 죽겠네, 죽겠어.”
천추신의와 일침괴는 느긋하게 쉬었다.
자신들은 따라갈 생각이 없었으니 굉장히 여유로웠다.
“어이구, 가면 고생이야. 안 그러냐?”
“형님 말이 맞소. 우리 공자님이 어디 보통 분이오?”
천추신의가 또 낄낄 웃었다.
“이번엔 물구나무서서 가자고 하는 거 아니오? 그러면 진짜 재밌긴 하겠네.”
두 사람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는 듯 기분 좋게 웃었다.
* * *
벽태수는 금벽상단의 거래 현황을 촘촘히 살폈다.
최근 상단의 이익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익이 늘어나든 줄어들든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더 이익을 만들 수도, 모자란 부분에 대한 대비를 할 수도 있으니까.
한데 지금 살피는 부분은 그런 게 아니었다.
“개입이 너무 심해졌는데?”
부인인 채미령의 개입이 점점 깊어지더니, 최근에는 너무 심해졌다.
심지어 기존 거래처를 잘라내고 새 거래처를 붙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저 이쪽이 더 이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거래를 그렇게 해선 안 된다.
당장 어렵다고 쳐내면 신뢰가 쌓일 리 없지 않은가.
벽태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채미령에게 약간의 권한을 준 것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서 영향력을 점차 키워갔다.
어느 정도까지는 벽태수도 용인할 생각이 있었기에 두고 봤다.
하지만 이젠 더 두고 보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아직 흐름이 바뀌지 않았을 때 정리해야 한다. 안 그러면 대처하기가 정말 어려워질 테니까.
그렇게 거래 현황을 모두 확인하자, 총관이 들어왔다.
“장주님, 알아왔습니다.”
“그래, 어디였나?”
“금월상단입니다.”
벽태수의 표정이 굳었다.
총관은 채미령이 새로 바꾼 거래처에 대한 배경조사를 했다.
“전부 말인가?”
“예. 한 곳도 예외 없이 금월상단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런 가격을 매겼다는 건, 이익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건데······.”
“그래야 명분이 서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권한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거래처를 바꿀 수는 없다. 명분이 필요했다.
채미령이 제시한 명분이 바로 이익이었고 말이다.
벽태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총관을 바라봤다.
“금월상단이 목표가 무엇일 것 같은가?”
“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묻는 걸세. 내가 알기로 금월상단은 이런 식으로 다른 상단을 먹어치우는 곳이 아니어서 말이야.”
지금 금월상단이 하는 짓은 금벽상단의 거래처를 전부 금월상단 쪽으로 바꿔 놓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금벽상단을 금월상단에 종속시키고자 함이었다.
결코 쉽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내부에 동조자가 있으면 아예 불가능하지도 않다.
지금 그 내부 동조자 역할을 채미령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정리를 한 번 해야겠군.”
“예. 그러셔야지요. 딱 적당한 시기이긴 합니다.”
어차피 채미령에게 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였다.
벽태수는 이미 채미령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선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를 해뒀다.
아마 채미령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일정 한계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금월상단으로 교체된 기존 거래처는 총관이 좀 챙기도록 하게.”
“예. 염려 놓으십시오. 언제나 하던 일 아닙니까.”
“그리고······ 금월상단은 굉장히 위험한 곳일세. 되도록 엮이지 않는 것이 좋은데······ 이리 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 상황 봐서 자리를 한 번 마련해 보게.”
“직접 만나시려 합니까?”
“그래야지.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지. 아니면 계속 이럴 텐데. 서로 죽자고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적절히 주고받은 다음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우리 상단 자체를 원하는 건 절대 아닐 걸세. 그리고 위험에 대한 대비는······ 생각해둔 바가 있네.”
총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벽태수를 바라봤다.
벽태수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내 동생을 데려갈 걸세.”
“예? 둘째 공자님을 말입니까?”
벽태수가 흐뭇하게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위험할 일은 없을 걸세.”
* * *
장각우와 육태구는 피땀에 절은 몸으로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숨을 헐떡였다.
“괜찮나?”
“너야말로 괜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