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543)
〈 543화 〉 검마(劍魔).
해가 저물며 밤이 됐을 시간.
수풀을 헤치며 무수한 인원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빠르게 뛰어!”
“진열을 갖춰! 흐트러지면 안 된다!”
각기 다른 외형이건만 한 명 한 명 얼굴에 생긴 표정은 모두가 같았다.
긴장감.
그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탁-!
속도는 점차 빨라진다.
숲길을 헤치는 모습들에서 모두가 무인임을 알 수 있었다.
휩쓸리듯 무복이 펄럭인다. 거기 박힌 인장은 밤에도 선명했는데.
저 문장이 뜻하는 바는 오로지 한 가지다.
무림맹.
밤을 뚫고 뛰어가는 이들의 정체는 무림맹 소속 무인들이었다.
짙은 긴장을 품고 가는 이들 사이, 선두에 선 사내.
무림맹 광동 지부 비룡대의 부대주, 서동이 눈알을 굴렸다.
‘빌어먹을.’
한 손은 검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단전에 힘을 주어 온갖 내기를 기감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운은 퍼져나가 숲 주변을 휘감고 있었다.
내기에는 힘이 가득했다.
저 정도 수준의 기감을 표출하기 위해선, 무인으로서 벽을 넘어야 했으니.
서동의 경지가 절정을 넘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 말인즉슨.
그만큼의 강자가 이토록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필이면. 인원이 적을 때…!’
현재 총인원은 일곱.
끌고 온 인원은 모두 이류를 넘어 일류급인 무인들이었으나 그럼에도 문제였다.
지금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적등급이라니….’
적색 마물을 잡기에는 말이다.
절정 한 명에 일류 여섯.
당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물을 사냥하기에는 충분한 전력이다.
절정 수준인 서동 혼자서도 청색 마물을 도륙할 수 있었던 만큼.
마물의 등장이란 그렇게 위험한 일이 아니었건만.
‘젠장 할.’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불과 삼 년 전.
사천을 시작으로, 새로운 등급의 마경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니, 새롭다고 하기엔 말이 맞지 않는다.
애당초 있었던 등급이 다시 나타났을 뿐이니까.
하나.
그리 간단히 설명하기엔, 세상에 닥친 변화는 절대 작지 않았다.
“미리 몸을 달궈! 긴장을 놓지 마라!”
외침에 뒤편 무인들이 흠칫하며 기운을 끌어올린다.
무인들의 내기가 공기와 섞이며 열기가 퍼지기 시작한다.
수 세기 전부터 더는 나타나지 않았던 등급.
적색 마경문.
지금 시대의 이들에겐 익숙지 않은 등급의 문이 몇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청색 마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강한 괴물들.
내기를 막아내는 막을 가졌으며, 절정급 무인의 몸조차 짓이겨버릴 수 있는 악력을 지닌 놈들이다.
심지어 난폭하기 그지없어 한 번 나타날 때마다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기까지 했으니.
이는 또 다른 재앙이라 불리기 충분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등급과의 차이에 비례하듯.
나타나는 빈도가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적등급 마물이 나타났다는 점으로 재난인 건 마찬가지였다.
서동이 고개를 들었다.
“…끄득…!”
허공 너머를 바라보자 절로 이가 갈렸다.
빛이 보인다.
아주 붉은 빛이 말이다.
저게 뜻하는 바는 오로지 하나였다.
‘나타나기 직전.’
적색 마경문에서 마물이 튀어나오기 직전이라는 뜻이다.
놈을 사냥하기에 적기는 마경문에서 막 튀어나왔을 때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버벅거리는 몇 초의 찰나.
그게 전투의 방향을 좌지우지했다.
특히나 이 인원이면 정공법은 개죽음과 다름이 없기에, 그때를 맞춰 사냥해야 하건만.
‘늦었다.’
지금은 시기가 너무 늦은 시점이다.
마경문이 나타났다는 신고도 늦었을뿐더러, 준비하기가 너무나 오래 걸렸다.
이대로 가다간 마물은 마경문에서 튀어나올 것이다.
그리되면.
‘주변에 민가가 많다.’
잘못하면 엄청난 살육이 벌어질 것이다.
절대적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왜지?’
속도를 높이면서도 서동은 의문을 띄웠다.
‘점점 빈도가 늘어나는 것 같잖아.’
어째서인지 근래 들어 신고된 적색 마경문의 신고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처음 발견됐던 해만 하더라도, 일 년에 많아 봐야 스물이었던 수 거늘.
지금에선 새해를 시작한 봄이거늘 벌써 스물이 넘은 시점이었다.
점점 늘어난다.
자신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검대원이 느끼고 있을 감각에 문득 사내는 공포를 느껴야 했다.
그 순간.
쿠우우웅-!
“…!”
건너편에서 들려온 굉음에 사내의 눈이 커진다.
이내 입술을 깨물었다.
저 소리는 분명.
‘마물이 나타났다.’
적등급 마물이 나타나며 울리는 굉음.
저 빛이 보이는 곳 아래, 적색 마물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까드득.
이를 아득 깨문 서동이 검을 뽑아 들었다.
촤악-!
서동이 검을 뽑아 든 동시에, 뒤편에 무인들 또한 망설임 없이 검을 출수했다.
아마 모두가 직감했을 것이다.
잘못했다간 이번 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왜 하필 대주들이 사라진 시점에…!’
하다못해 대주급 무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터인데.
지금은 그런 이들이 모두 출타한 상황이었다.
구권적마 도문강이 사망한 사건.
그걸 조사하기 위한 파견이었다. 사마오제가 관련된 일인 만큼, 대주급이 나선 것인데.
그게 문제가 될 줄이야.
완숙한 절정 급이 둘은 있어야 하거늘, 고작 이딴 인원으로 나서야 한다니.
‘개죽음이 따로 없구나.’
은퇴할 거면 더 일찍 할걸.
그러지 못한 게 죄였을까?
서동은 허탈한 마음을 애써 다잡아야 했다.
그대로 뒀다간 주변에 쑥대밭이 될 게 분명했으니, 그걸 가만히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곧…. 도착이다.”
직전까지만 해도 선명하던 서동의 목소리가 어딘가 불안했다.
“내가 선두에 서겠다. 뒤를 보조하도록.”
“부대주님…!”
서동의 말에 한 무인이 걱정 어린 말을 내뱉지만.
뒤에 이을 말은 없었다.
그 외에 방법이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틱-!
결국, 인원이 모두 빛의 근원지에 도착하고.
서동이 긴장을 가득 올린 채 검을 다잡았다.
우웅-! 검신에 검기가 차오른다.
기감을 멀리 퍼트려 상황을 파악했다.
‘어디에 있지?’
분명 빛이 보인 위치는 이곳이다.
그럼 마물 또한 이 주변에 보일 것이다.
하물며 적색 마물은 대부분 덩치가 거대하기 때문에, 발견하긴 그리 어렵지 않을 터인데.
‘뭐지?’
서동은 뭔가 이상함을 느껴야 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숨이 막힐 것 같은 적막이 흐른다.
적색 등급의 마물이라면, 당장 괴성을 지르며 사방을 찢고 부수고 있는 게 정상인데.
도착한 주변은 소름 끼칠 만큼 조용하다.
여기서 문제는, 기감에도 안 잡힌다는 것이다.
“…”
서동이 손을 들어 낮게 손짓했다.
앞으로 전진하겠다는 표현이다.
존재감을 지운 채 사내가 앞으로 나아갔고. 이에 무인들이 뒤를 따랐다.
그렇게 몇 분가량을 이동했다.
그러자.
…드득-!
“…?”
저 멀리서 낮게 소리가 들려왔다.
끄드득…. 우드드득…우적…!
무언가를 부수고 으깨는 듯.
듣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소름 끼치는 소리다.
소리를 들은 서동은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감각을 느껴야 했다.
츠릅…으드득.
소리는 걸음을 옮길수록 크게 들려왔다.
아마 코앞일 터.
두득-!
분명했다.
이건 어둠 너머 가까운 저곳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긴장감으로 호흡이 거칠어진다.
심장 박동은 빨라지며 식은땀이 흘렀다.
적색 마물인가? 마물이 무언가를 하고있는 것인가.
그리 생각하곤 서동이 떨리는 걸음으로 끝내 한 걸음 내디딘 순간.
“…헙…!?”
눈에 보인 광경에 서동은 자신도 모르게 헛숨을 삼켜야 했다.
자욱한 어둠 너머에 무언가가 보였다.
투두둑-.
처음 보인 것은 푸른 안광이었고.
뒤이어 보인 것은 거대한 육신이었다.
유연한 듯 커다란 몸집을 지닌 무언가가 붉은 가죽을 지닌 마물을 씹어 먹고 있었다.
까드드득-!
뼈가 아작나는 소리와 함께, 마물의 머리가 으깨지는 게 보인다.
주르륵-! 핏물이 흘러 바닥을 적셨다.
그걸 보는 서동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진 상태인지라, 제대로 확인되진 않으나 보기에 잡아 먹힌 마물의 형태는 호랑이를 닮아있었다.
‘…저건 분명.’
하위 등급인 청등급 마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강하며, 상대하기론 완숙한 절정에 닿은 무인이 필요한 괴수.
그런 놈이, 지금 눈앞에서 산 채로 잡아 먹히고 있었다.
주변에 별다른 피해가 없어 보이는 걸 보면, 저항도 제대로 못 했다는 의미다.
‘뭐냐…. 저건, 대체 뭐지?’
그런 적색 마물을 씹어먹고 있는 알 수 없는 무언가.
보기엔 마물 같은데. 등급을 모르겠다.
얼핏 보기에 푸른빛이 보이는 것 같으나 자세히 보면 흑색에 가깝다.
‘…그럼 청색 마물이란 소린가?’
그럴 리 없다. 청색 마물이 저럴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그럼 저건 대체….
크르….
‘이런…!’
식사를 마친 듯 마물의 푸른 안광이 서동을 향했다.
그 즉시 서동이 검에 힘을 주려고 하지만.
우뚝-!
“끄으…!”
녀석의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큰일이다.
이대로는…!
“저기.”
“!!”
몸이 굳은 서동은, 갑자기 귓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몸을 떨어야 했다.
동시에 제 어깨에 팔이 둘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어깨동무하듯 누군가가 서동의 어깨를 감싼 것이다.
“뭐 좀 물어볼 게 있는데.”
높은 미성 같으면서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서동은 굳은 고개를 억지로 돌려 상대를 쳐다봤다.
처음 보인 것은.
‘눈이…?’
앞에 정체 모를 마물과 닮은 푸른 안광이었다.
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너무나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질 않아 파악하긴 어려우나.
목소리를 듣자면 나이가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와중에 서동이 확실하게 알 수 있던 부분은.
‘이길 수 없다.’
패자의 직감이었다.
눈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숲이 이토록 고요한 것은, 저 앞에 마물이 아니라, 이 인물이 뿜어내는 존재감 때문이라는 것을.
그는 덜덜 떨기 시작한 서동을 보며 말했다.
“내가 사람을 좀 찾고 있는데 말입니다. 좀 아시나 싶어서.”
웃음기 머금은 말투.
그 안에 담긴 짙은 존재감에 서동은 몸이 절로 떨린다.
막힌 목을 뚫고 억지로 말을 뱉어냈다.
“…귀…귀하는…. 누구…십니까.”
“음. 그런 질문만 오늘 두 번 듣네.”
땀이 흐른다.
당장이라도 정신이 짓눌릴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냥 여행이 취미인 사람. 그 정도로는 안 되나? 돼야 하는데.”
“…”
이는 분명 정체를 알려주기 싫다는 뜻이리라.
그걸 알고 있음에도 서동은 반박을 내놓을 수 없었다.
여기서 안 된다고 하면 벌어질 일을.
“안 되면 좀 귀찮아지거든.”
어렴풋이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크르르릉.
앞에서 낮게 으르렁거리는 거대한 마물.
놈은 마치 명령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 말은, 이 인물이 저 마물을 길들이고 있다는 건가.
‘말도 안 된다.’
인간이 마물을 길들이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
“…후욱…후….”
의문이 들고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한들.
이를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누굴…누구를…찾으십니까.”
서동의 대답에 인물은 미소를 머금었다.
밤이라 제대로 보이진 않으나, 푸른 안광이 반달로 휜 것을 보면 웃고 있다는 걸 짐작해 했다.
이후, 인물이 서동에게 물었다.
“검마(劍魔)…. 아니지. 얘 이름이 뭐더라. 아마 두 글자였던 거 같은데….”
말을 뱉고선 잠시 생각에 젖는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그리고 이후 떠올랐다는 듯 다시 말을 내뱉었다.
“남자고, 나이는 대충 나랑 비슷할 거고…. 검을 쓰는 데다가.”
아.
“눈동자가 특이하게 황색이거든요?”
“…!”
이를 들은 서동의 몸이 멈칫했다.
그 반응을 본 인물이 웃으며 묻는다.
“알고 있어요?”
“…”
다행인지 아닌지.
서동 또한 알고 있는 인상착의다.
그건 바로, 근래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해진 이의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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