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573)
〈 573화 〉 하남으로.
동굴 밖으로 나와 숲을 거닐었다.
시간이 언젠지 모르겠으나, 달의 위치를 봐선 새벽의 중심일 것 같았다.
“이쯤에서 쉴까.”
한참을 걷다가 툭 내뱉은 말이다.
대답은 듣지 않았다. 그저 멈춰서서 바닥에 손을 휘둘렀다.
화륵-!
손끝에서 불꽃이 터지며 떨어진 나뭇조각에 불이 붙었다.
이어 주변에 더 있는 조각들을 허공섭물로 끌어다 모았다.
그걸로 모닥불이 완성됐다.
어둠이 살짝 밝아지고. 그 주변에 걸터앉아 시간을 보냈다.
주변에 토끼가 돌아다니기에, 그걸 잡아다 구우며 기다렸다.
타닥-! 타닥-!
천천히 익어가는 토끼를 보며 생각했다.
‘칠 주야 안으로는 도착하겠는데.’
이 속도면 하남에 도착하기까지 대충 그쯤이 남았을 것이다.
원래였다면 잠을 줄여가며 움직였을 것이고.
늦어도 사흘 안에는 도착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몸 상태가 말이 아니라서 말이야.’
최대한 몸을 아껴가며 움직여야 했다.
‘똘똘이라도 있었으면…쯧.’
그놈이 있었으면 사흘은커녕 하루 안에 도착했을 텐데.
아쉽게도 그놈도 쓸 수가 없었다.
그 녀석은 지금 지선이 놈에게 보내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이 그렇게 된 이상 결국, 지금은 두 발로 뛰어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어떻게 보면 천천히 내상도 관리하면서 가야 했으니, 오히려 나은 부분일 수도 있었다.
그걸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조소가 떠오른다.
‘그거 한 번 했다고 몸이 이 꼴이라니.’
조절을 안 하고 일부러 과하게 사용하긴 했다지만. 한 번 사용했다고 몸이 이 꼴이 난 걸 보면 많은 생각을 해야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었다.
고작 이 정도로 흐트러져선 안 됐다.
‘그렇다고 조절할 수는 없어,’
지금보다 강하게 사용하면 사용했지.
여기서 약하게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남은 방법은.
‘성장해야겠지.’
그렇게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만큼 여기서 더 강해지거나.
‘그걸 완성하면 얼추 될 것 같기도 한데.’
만들고자 하였던 걸 제대로 쓸 수만 있다면 어느정도 해결될 것 같기는 했다.
물론, 그 둘보다 더 좋은 건….
‘경지를 오르는 것.’
막혀있는 걸 뚫고 더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겠냐고.’
전생에 그 압도적인 내력으로도 오르지 못한 경지였다.
초월경.
그곳은 정말 내기만으로 오를 수 없는 곳이다.
하찮은 깨달음으로는 걸쳐볼 수도 없으며.
비루한 그릇으로는 담고자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무공을 대성하고 심상을 완성 시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패존이 이르길, 초월경을 보고자 한다면, 그게 조건이라 하였다.
이 말인즉슨.
‘멀었다는 소리지.’
내겐 한참이나 멀었다는 소리였다.
하기야, 무인의 태반이 화경에 이르지 못하고 죽는 게 대다수다.
재능이 부족하면 절정조차 오르지 못하는 게 경지건만.
‘초월경을 다 세어봐야 서른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
수두룩한 무인들 속, 그곳에 닿은 이는 고작 그뿐.
이제 스물이 된 몸뚱이로 그곳을 노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그러한 사실을 뻔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해야지.’
그래도 결국은 해야 했다.
꽈악.
주먹을 말아쥐었다.
동시에 떠올린다.
‘이제 어디까지 왔을까.’
전생의 힘을 되찾고자 삼 년을 쏟았다.
그러면서 오로지 내력으로만 채우지 않고 패존과 굴러가며 다른 걸 채워 넣었다.
그렇게 해서 어디까지 왔을까.
이를 객관적으로 보면.
‘팔 할. 그보다 조금 안 되는 수준.’
기연이란 기연을 다 받아먹고도 팔 할도 되지 않았나.
우습다.
그러면서 두려웠다.
‘마도천흡공의 효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이겠지.’
깨달음은커녕, 음습한 감정으로 둘둘 싸여있던 나를. 초월경 직전까지 올려다 놓은 힘.
마도천흡공을 활용하면 힘은 쉽사리 쌓을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그런 빈털터리 힘은 필요 없어.’
끝내 원하는 바에는 닿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느리고 묵직하게. 지금 내겐 그게 필요한 순간이다.
‘…거기에 반대로.’
느린 속도를 바꿔 그걸 빠르게 쌓아야 한다는 빌어먹을 상황에 직면해있기도 했다.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여전히 고민을 거듭해야 할 상황이었다.
화륜성을 껍데기라도 완성 시키는 데 성공했을 무렵.
이를 본 패존이 말했다.
[적어도 발을 디뎠구나. 이제 채워 넣거라.]심상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불완전한 속을 채워 넣어라.
이는, 심상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완성 시키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걸 하면, 오식을 알려준다고 했던가.’
참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투아파천무는 총 일곱 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이제 사식을 끝내고 오식으로 넘어가야 하건만.
그 조건이 심상의 영역을 완성 시켜야 한다는 것이라니.
이 무슨 무시무시한 조건인가.
‘그럼 뭐, 마지막 초식은 초월경에라도 닿아야 한다는 건가?’
왠지 모르게 진짜 그럴 것 같아 무서웠다.
패존이라면 정말 그랬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투아파천무가 알려주는 것이 그랬다.
인위적인 환골탈태를 이루고.
무아지경의 영역에 억지로 발을 닿게 하며.
심안을 구축해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한다.
이제는 나아가 심상을 구축하게 만들고 있었으니.
투아파천무란 말 그대로.
‘인간을 초월하게 만들어 하늘을 부수는 힘.’
패존이 설명했던 투아파천무의 뜻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 노인네….
‘정말 신이라도 될 생각인가.’
농담이 아닐 것 같다.
무공에 미친 인간이라더니. 딱 그 말이 맞으리라.
얼마나 미쳐야 이런 걸 만들어내는 걸까.
‘이런 걸 만들고도 천마에게 졌다는 건가.’
투아파천무라는 괴이한 무공을 만들어내고도 천마에겐 패했다는 것인가.
이를 볼 때.
패존이 반로환동으로 인해 망가진 육신이 아니었더라면. 세상의 정세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제는 쓸데없는 고민이었을 따름이다.
‘그런 멍청한 희망을 떠올릴 시간에.’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나 생각해야 했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쉬곤 손을 뻗었다.
배라도 채울 겸 다 익은 고기를 먹으려던 순간이었다.
그때.
“…이젠 어디로 가실 생각이신지요.”
움직이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던 성율이 말을 걸어왔다.
고기를 뽑아 들며 놈을 쳐다봤다.
“말 했잖아.”
하남으로 갈 거라고.
분명 그리 말했었다.
“바로 말씀이십니까.”
“바로 가야지.”
늦춰봤자 좋을 게 없다.
중간 중간 일을 처리하자면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바로 가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다.
‘하남에서 할 일도 있으니까.’
미리 도착해 작업을 해둬야 했다.
“왜 물어보는 거야? 본론이 뭔데.”
내가 성율에게 물은 말이다.
목적지가 궁금해 물은 말이라면 그럴 수 있으나.
성율의 물음이 마냥 그렇진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밑밥을 깐 것이리라.
분명, 내게 물을 말은 다른 게 더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물음으로 말문을 터주니, 성율은 기다렸다는 듯 본론을 꺼내 들었다.
“…소협께선 제게, 저를 어떻게 써먹을지 알려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랬지.”
무당에서 성율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게 아직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음.”
“소협께서 하고자 하는 일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충분히 알려준 것 같은데. 성율은 여전히 이해가 가질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이해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었다.
“석 달 뒤. 하남을 습격하신다 하셨습니다.”
“맞아.”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가는 것이다.
“하남을 습격하신다는 것은…. 혹…무림맹을 습격할 것이라는 의미신지요.”
이건 구태여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남을 습격한다는 건 곧. 무림맹을 친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말이었으니까.
내가 침묵으로 긍정을 표하자, 성율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다.
“…어째서입니까?”
이유라.
성율의 물음에 살짝 고민했다.
이유를 꺼내자면 수두룩하게 많으나.
이런 물음에 대답은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좋았다.
“부술 만하니까.”
“…!”
“부술 이유는 차고 넘치는데. 부술 사람은 없어 보이기에. 내가 하려고 하는 거지.”
그거 말고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부술 만했고. 부수고 싶었으니 부수는 것이다.
“…”
대답을 들은 성율은 아무런 반응도 내비치지 않는다.
흔들리는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걸 보며 내가 픽 웃었다.
“왜, 이제 와서 하기 싫어?”
사람을 죽이는 일이든 무엇이든, 필요하다고 한다면 다 하겠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망설여지는 걸까.
“그것이 아니라….”
“싫으면 말해. 원하면 보내줄 테니.”
원하면 보내주겠다.
당연하지만, 원하는 곳으로 보내준다는 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성율은 멀쩡해 보이지만.
놈은 전생의 검마였다. 당연히 그대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용언으로 천살성을 짓누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옆에 두는 것이지만.
놈이 이제 와서 머뭇거린다 싶으면.
‘지금이라도 마인으로 만들든지. 죽이든지 해야지.’
망설임 없이 치울 것이다.
다만.
‘흔들리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
녀석이 왜 흔들리는지 모를 일이나.
살생이 꺼려져 그렇거나, 정파의 중심인 맹을 습격하는 게 망설여지는 거라면.
그 자체는 나쁘지 않으리라.
오히려 말을 듣고 좋다고 살기와 투기를 피우던 미친놈들이 더 문제다.
하니.
‘명분을 좀 쥐여줄까.’
성율을 처리하기보단 명분을 좀 쥐여줄까 했다.
“너 말이야.”
“…예.”
“상대의 거짓말을 볼 수 있다는 말. 나한테도 통하냐?”
무당에서 성율이 내게 했던 말이다.
상대의 거짓말을 느낄 수 있다고 말이다.
그게 나한테도 통하냐는 물음이었고. 이를 들은 성율은 잠시 멈칫하더니 날 쳐다봤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왜 저러지?의문을 담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이에 성율이 내게 말했다.
“…잘…모르겠습니다.”
“음?”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모르겠다고?
성율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해봤다.
‘아직 저놈에게 거짓말은 안 해서 그런가.’
생각해보니 성율에게 아직 거짓말을 따로 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아니면.
‘뭔가 있는 건가.’
모르겠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뭐든 확인해보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마침, 쥐여주려던 명분이면 되겠네.’
안 그래도 해주려던 말이 마침 확인하기 딱 좋은 얘기였다.
나는 곧바로 성율을 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하는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확인 좀 해줄래?”
“무슨….”
“그거 알아? 청해일검이 죽은 건 말이야.”
사아아.
청해일검에 관한 얘기를 꺼내들자 성율의 분위기가 급변한다.
눈동자에 색이 스미고 공기가 저릿저릿하게 달라진다.
내 말이 놈의 천살성을 자극 시킨 것 같았다.
그래도 멈추진 않았다.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녀석에게 말을 이었다.
“그거, 무림맹 때문이야.”
사아아아아-!
툭 하고 내뱉으니 성율의 몸에서 어두운 기운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보며 내가 물었다.
“어때. 이 말은 거짓말 같아?”
“…지금…. 무슨 말을….”
성율의 황색 안구가 조금씩 어두워진다. 이대로 조금 더 둘까?
첫 만남 이후로 지금까진 잘 누르고 있던 것 같은데. 과연 한 번 풀었을 때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또한.
‘용언으로 어디까지 잠재울 수 있는지도 볼 겸.’
마침 인적이 드문 곳이기도 했고.
아무리 내가 내상을 입었다고 한들 저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 의도를 지닌 채,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오르는 성율의 살기를 유심히 보고 있던 찰나.
사락.
“…?”
갑자기 등 뒤로 무언가 느껴졌다.
“그게 무슨 말인지. 당장 설명을….”
“닥쳐봐.”
“…!”
덩치를 키워가던 성율의 살기가 순식간에 무너진다.
“컥…!”
형태가 부서지고 반동이 성율을 덮쳤다.
이에 성율의 육신이 흔들렸다.
성율이 뜬금없는 반동에 휘청일 때.
나도 심장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성율도 그랬듯 이쪽도 용언을 끄집어낸 반동이었다.
준비하고 내뱉었어야 하는 걸 다급히 사용한다고 그 피해가 더 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뭐지?’
기감에 무언가 잡혔다. 미세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다.
여기서 문제는.
기척이 아주 가깝다는 것이었다.
거리로 따지면 열 걸음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가까운 거리건만, 지금에 이르러 기척을 느꼈다는 의미는.
상대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뜻일 터.
‘이거 곤란한데.’
내상을 입어 기감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하나. 그걸 감안하고도 상대의 수준이 높았다.
‘누구냐.’
대체 누구일까.
누구기에 이렇게 기척을 숨기고 다가온 걸까.
‘무당인가?’
무당은 아닐 것이다. 정황상 그랬다.
‘그럼, 개방인가.’
그게 가장 확률이 높다.
우봉취개가 금제를 걸었다고 하나. 사람을 붙였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정녕 개방이라면 이렇게 가까이서 날 확인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멀리서 지켜보면 지켜봤지. 이렇게 뭔 짓을 하려고 다가오진 않았을 것이다.
이 정도 거리에 가까이 왔다는 건.
‘멀리 돌고 있을 나히를 뚫고 왔다는 건데.’
지금 이 숲 어딘가에선 나히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내겐 나히가 당했다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말인즉슨, 상대는 그녀의 기감을 뚫고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인데.
우우웅-!
몸에 기운을 끌어올렸다.
심장에 옅은 진통이 느껴지지만 무시했다.
도대체 어떤 놈일까.
그걸 알아봐야 했다.
화아악.
기감이 넓게 퍼지기 시작하며 빠르게 움직인 순간.
웅-!
“뭐…?‘
기감이 퍼지며 동시에 기척이 느껴졌다.
이건.
‘등 뒤?’
바로 등 뒤다.
그걸 느끼자마자 손에 기운을 끌어모아 뒤를 돌았다.
직후 망설임 없이 불꽃을 터트리려는데.
“왕-!”
“…!”
누군가 내가 등을 돌리자마자 손을 번쩍 들며 귀여운 소리를 내더라.
이를 보며 내가 눈을 크게 키웠다.
작은 체구로 번쩍 든 손과 연한 녹빛의 머리칼이 먼저 보인다.
여인은 댕그란 눈으로 날 보고 있었는데.
그 큰 눈 안에 빛나는 눈동자가 이색적이었고.
나는 그걸 멍한 표정으로 보고 있어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으니, 이번엔 반대로 여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라.
“안 놀랐어요?”
“…허.”
아쉽다는 듯이 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허탈한 숨을 터트려야 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힝….”
내 기감을 뚫고 나타난 여인은, 나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잠깐의 침묵을 뚫고 내가 먼저 그녀에게 말했다.
“…오랜만이다.”
그 말에 여인이 웃었다.
여전히 해맑고 상냥한 미소였다.
“네, 많이 보고 싶었어요. 공자님.”
달이 떠오른 야심한 밤.
야생의 당소열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아주 갑작스럽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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