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가리오스
이곳에서 감각이 가장 좋은 이는 아크가 아닌 로크였다.
이번에 얻은 「지고의 감각」을 아무리 닫아놓고, 다른 감각을 닫아놓는다고 해도 그건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오톤과의 수업 끝에 내가 줄인 것은 기껏해야 인간한테 존재하는 5대 감각뿐이었고, 그 외인 6대 감각은 딱히 방해가 되지 않기에 상시 펼쳐놓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아주 작은 위협이라도 로크라면 감지할 수 있었다.
“결계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군요.”
아크와 수업을 진행하려던 찰나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아직까지 아모리 황녀님은 안전한 듯싶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가봐야겠죠.”
“그럼 갔다 오시죠. 저는 제 역할에 다하도록 하지요.”
나는 꺼내놓았던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총장이 펼쳐놓은 결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한 이상 그게 누구든 간에 일단 경계해야 했다.
‘가자.’
[그래.]훈련을 기대하고 있던 백골이도 뒤를 따랐다.
***
이 미세한 기척을 잡은 게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우웅!
아탈리네 황녀한테 받은 반지가 일순 진동했다.
그녀 또한 아카데미에 누군가 침입했다는 것을 눈치챘다는 것이다.
[허니 버드들한테서 연락이 왔다.]아카데미에는 무수히 많은 학생들이 있지만, 허니 버드 또한 그 정도로 많이 준비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아카데미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서 특이한 사람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귀가 뾰족한 자들이 보였다는군.]‘하프 엘프야?’
[아니, 귀가 이중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저런 인간은 처음 본다는군.]‘…..제2의 세력.’
[그럴 가능성이 높다. 나도 녀석들의 정체가 궁금하군.]백골이도 나름 높은 직책이었지만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특히 동맹을 맺은 녀석들이 누구인지 궁금해하였다.
영웅왕님이 짜증을 내는 건 처음이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영웅왕님이 이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제가 이길 수 있는 상대인가요?’
하지만 그보다 현재 내가 막아야 하는 상대가 과연 내가 막을 수 있는 상대인가가 더 중요했다.
거친 영웅왕님의 말에 상대가 누구인지 심히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게 누구든 간에 일단 이곳에 침입한 적이라는 건 다를 게 없었다.
“안내해.”
[따라와라.]-짹짹!
그날 아카데미에 있던 허니버드들이 일순 대이동을 시작했다.
다들 수업 중이다 보니 그걸 본 인원은 몇 명 되지 않았다.
로크는 자신의 감각을 최대한 깨우며 아카데미를 이동했다.
-짹!
그렇게 이동하다 보니 허니버드가 일순 자리에서 멈추었다.
허니버드가 멈춰선 그곳에선 쓰러진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귀가 이중으로 되어 있는 여성이 있었다.
“넌 뭐지?”
영웅왕님의 말에 나는 검을 뽑아 들었다.
“배신자 새끼가.”
뭘 배신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상대를 자극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건 조금 섣불렀을 수도 있었다.
“……영웅왕?”
그 말에 나뿐만 아니라 영웅왕님 또한 놀라 했다.
말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영웅왕님은 흥분하고 계셨다.
영웅왕님의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 또한 놀랐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영웅왕의 기척이 너한테 느껴지는 거지?”
그 말과 동시에 나는 검을 휘둘렀다.
***
최초 12엘프는 전부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중에서는 신체에 특이점이 있는 엘프들도 있었다.
가리오스라는 이름을 가진 엘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귀가 뾰족할 뿐만 아니라, 이중으로 되어 있었다.
물론 귓구멍은 여느 엘프처럼 똑같이 두 개였지만, 귀가 겹쳐져서 4개로 보이는 모습은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다른 엘프들과 달리 자신한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였고, 배신을 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내 검이 그녀를 향해 뻗어나갔지만 무언가에 부딪히며 무색의 파괴가 터져나갔다.
‘저건 뭐지?’
그녀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 내 검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튕겨졌다.
하지만 내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그녀의 몸 주변으로 녹색과 검정색이 섞여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정령?’
그 수는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점점 그 수가 많아지고 있었다.
수십이라는 말도 부족했다. 수백 아니, 수천까지 보일 정도였다.
“네가 영웅왕이 선택한 인간이라면 방심할 수는 없겠지.”
가리오스라는 적은 내가 영웅왕님이 선택한 인간이라는 걸 알자마자 반드시 나를 죽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방심은 없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전력을 꺼냈다.
[〈용살(龍殺)〉이 발동됩니다.]《화룡의 호흡 – 참룡(斬龍).》
-화르르르르르륵!
나는 머리에 화룡을 상징하는 염소의 뿔을 드러내며 검을 들어 올렸다.
‘백골아.’
[칫. 진짜 이러고 싶지 않다만은……]-휘리리릭!
반대편 손에는 백골이의 몸통이 들렸다.
쌍검이라고 보기에는 그렇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즉, 정령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기운을 사용하지 못하는 반푼이 같은 정령이지만, 그래도 일단 정령이라는 건가.
나는 더 이상 영웅왕님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쉬익!
[이 발동됩니다.]몸을 빠르게 움직이며 그들의 공격을 피하였다.
“감이 좋네?”
비록 죽음의 정령들이 내구도는 약하다고 하지만, 그들은 일단 무기를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이게 보이나 보네?”
영혼에 그저 자연의 주술을 덧씌운 것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안 보였을 것이다.
나 또한 그들의 영혼은 볼 수 없지만, 그들한테 있는 자연의 기운으로 모습을 유추했다.
‘후우……’
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눈을 부릅떴다.
죽음의 정령들로부터 보이는 수많은 점과 선들.
[이 발동됩니다.] [가 발동됩니다.]-콰아아아아아앙!
지면을 박찬 나는 양손을 휘둘렀다.
《사 검 – 괴풍이 지나간 길.》
-서거거거거거거걱-!!!!!
수백 개의 영혼들이 양 갈래로 갈리며 순식간에 가리오스 앞으로 다가갔다.
“……!”
그 모습에 가리오스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로크를 바라봤다.
“네가 어떻게……! 영혼의 해방을……!”
로크가 벤 건 영혼이 아니다.
의 업적은 상대의 약점을 보게 해주는 눈, 그들을 죽일 수 없으니 해방시켜 주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검은 정확히 가 알려주는 위치를 베었고, 그들의 영혼을 해방한 것이다.
《일 검 – 바위가 굴러간 길.》
-콰아아아아앙!!!!
가리오스의 머리를 향해 휘두른 검은 또다시 죽음의 영혼들에 의해 막히었다.
‘많아도 너무 많아.’
최초라는 건 곧 태초다.
오랜 기간 살아온 그녀는 이미 너무나 많은 영혼을 흡수하고 침식했다.
공격 한 번 막는 데 한 명의 영혼이 해방된다고 할지라도, 영혼이 부서져 역소환된다고 할지라도 그녀한테는 아직 수억에 이르는 죽음의 정령이 있었다.
많은 생을 살아온 그녀한테 나는 그저 잠깐의 삶을 살아가는 작은 인간이었다.
‘막는다면….. 전부 벨 수밖에.’
[〈무패(無敗)>가 발동됩니다.]치켜든 검에 무색의 기운이 일렁거렸다.
자연의 기운이 압축되어 있는 정수.
소드 마스터들이 뽑아낸다는 오러 블레이드보다 더욱 안정적이다 보니, 더욱 강력한 기운이 검에 일렁거렸다.
「자연신검(自然神劍) 제 일식 – 무색의 길」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해일처럼 쏟아지는 무색의 파도에 죽음의 정령들은 속수무책으로 가루가 되며 사라졌다.
“……!”
당황해하는 가리오스의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백골아!’
백골이의 꼬리에는 지금까지 흡수했던 모든 충격들이 들어가 있었다.
《이 검 – 바위가 떨어진 길.》
가리오스의 머리를 향해 떨어진 꼬리는 부딪치자마자 강한 충격을 내뿜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충격에 파동이 울려 퍼졌지만, 이후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미간을 찌푸렸다.
‘칫.’
정령은 애초부터 형태가 없다.
정령은 상급까지는 원하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고, 최상급부터 외관이 정해진다.
하지만 죽음의 정령은 등급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다 보니, 그 형태를 주인인 가리오스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
‘대체 몇 개나 압축시킨 거지?’
지금까지 숨겨두고 있던 것인지, 가리오스의 몸에서 슬금슬금 자연의 기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녹색의 갑옷을 전신에 두른 것처럼 그 색상은 점점 진해졌다.
자연의 기운이 너무 압축되어 가리오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의 업적으로도 뚫지 못해.’
한 겹당 약점이 하나가 보인다.
몸에 수천 아니 수만 개의 점이 보이기에 검을 휘둘러서 맞히는 것까지는 어찌저찌 가능하겠지만, 이후에도 그녀가 소환하는 죽음의 정령들이 문제였다.
-스멀스멀~
또다시 소환되고 있는 죽음의 정령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던 그때였다.
“……크윽.”
갑자기 이마의 정중앙이 타오르듯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그러자 주변에 있던 자연의 기운들이 파동을 치며 주변을 침식해갔다.
“……크렌디니아?”
가리오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