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27)
27화. 기초
“후우…..”
숨을 내쉰다.
몸 안에 있는 산소를 내뱉는 것처럼, 나는 한계까지 숨을 내쉬었다.
“어때~?”
마르가레의 실눈을 피하며 다시 숨을 들이켰다 내쉬었다를 반복했다.
“확실히….. 몸이 바뀐 느낌이 나네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해본다.
이는 폐활량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과거와 달리 몸이 달라졌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벌컥!
우리가 들어와 있는 방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는 콜로렌스가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응? 아. 뭐. 아무렇지도 않다.”
“다행이군요. 우선 이것 좀 드시죠.”
콜로렌스는 들고 온 배낭에서 포장해온 음식들을 꺼냈다.
-꼬르르르르륵-!!!
향긋한 냄새를 맡자마자 몸이 반응했다.
“도련님 몸은 참 신기해~ 연구하고 싶달까~? 해부해 봐도 돼~?”
“되겠습니까? 그보다 음식은 왜 이리 많이 사 온 거야?”
“지금 도련님의 몸을 보십쇼.”
콜로렌스는 방에 있는 거울을 떼서 내 몸을 보여주었다.
호텔이라 그런지 내 전신이 전부 드러나는 거울이었다.
‘이건….. 「미움받을 근성」 때문인가?’
【능력 저장】 창고에 ‘상태’에 해당하는 「행군의 근성」이 있다.
효과는 쉽게 말해 ‘근성 있는 몸’ 정도였다.
하지만 「미움받을 근성」은 성향에 해당하는 능력, 즉 내 심적인 부분에 근성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B : 미움받을 근성》
효과 : 에너지를 소모하여 체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킵니다.』
에너지라고 하기에 뭔지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몸에 있는 잔여 에너지를 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 이건 육체적으로 체력을 증가시키는 게 아닌, 짧지만 정신력을 조금 더 유지한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았다.
“도련님의 상태는 굉장히 심각합니다. 이유는 아시겠지요?”
너무도 빨리 적응시킨 용의 세포와 그에 견디지 못하는 기초조차 없는 몸.
체력이 다한 몸도 좋지 않은데 거기에 몸의 지방까지 사라졌으니 이보다 심각할 순 없었다.
“일단 드시지요. 드시고 이야기합니다.”
“그럼 사양 않고…. 먹지.”
나는 곧바로 음식에 손을 가져갔다.
***
“흐음~”
로크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또래 소녀는 정원에 있는 의자에 앉은 채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재능은 확실하다는 거죠?”
“예. 제 판단 기준으로선 그렇습니다.”
“아네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그래서 그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둘째 오라버니? 아니면 첫째 오라버니?”
“…… 저도 모르겠습니다.”
“흐음? 모르겠다니요?”
“아가씨의 말대로 살기를 퍼트려 재능이 판단되면 죽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살기를 밀어내더군요.”
당시 아네스는 자신의 살기를 밀어내던 로크의 순수한 살기에 약간이지만 감탄이 나왔다.
살기란 근본이다. 어떠한 대상을 증오하며 나오는 것이다.
경지에 이루면 자신의 감정 안에 숨겨두고 있던 살기를 마음대로 배출할 수 있지만, 한때 증오했었던 근본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근본에 따라 살기의 농도나, 분위기, 성질 등이 바뀐다.
하지만 로크는 ‘순수’했다.
살기에 대상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절대 닿을 수 없는 대상을 증오한 것인지.
그렇게 순수한 살기는 아네스의 인생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오러 사용자의 살기를 밀어낸다라…. 봐주지 않았죠?”
“물론입니다. 무엇보다 막…내 도련님과의 결투에서 놀라운 점을 몇 가지 발견했습니다.”
아네스는 막내라는 부분에서 잠깐 말을 떨었다.
에리나는 로크를 이미 위디아 공작가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있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놀라운 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마나를 역으로 깨트리더군요.”
“흐음? 그게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네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에리나 아가씨.”
위디아 공작가의 차녀인 에리나는 조용히 찻잔을 기울였다.
탁.
조용히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거 아세요?”
“뭐가… 말입니까?”
“알고 보니 제가 로크보다 4달 더 빨리 태어났더라고요.”
“들었습니다.”
“그런 제가 누나겠죠?”
“그…..렇죠?”
그제야 왠지 모를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누나라고요? 그것도 귀여운 남동생이라고요?”
“음…..”
아네스는 가면을 벗은 상태로 피를 흘리던 로크를 생각해봤다.
영웅왕이 푹 빠질 정도로 귀여운 외모에 어딘가 야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소년.
공포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대담하게 덤벼드는 그런 아슬아슬한 모습이 생각나자 아네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긴….하죠?”
“귀여운 남동생은 원래 챙겨줘야 하는 거예요. 아. 그보다 로크를 심하게 대하진 않았겠죠? 부상의 정도는요?”
아네스는 힐끔 허리춤에 있는 레이피어를 바라봤다.
생각보다 깊숙이 찔렸던 로크의 어깨.
거기에 체력까지 전부 소진해 움직이지 못하고 콜로렌스 경에 업혀 가던 모습은 한눈에 봐도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괜찮을….습니다. 괜찮습니다. 네. 그럼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막내 도련님은 괜찮으실 겁니다.”
아네스의 말에 에리나는 차 옆에 놓인 작은 접시로 손을 뻗었다.
차에 어울리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입으로 가져가던 에리나는 후후 웃으며 말했다.
“귀여운 동생 얼굴 한 번 보러 갈까요?”
***
“배에 거지가 들었다는 말이 이럴 때 말해야 하는 거군요, 참으로 복스럽게 드십니다. 허허허허.”
“우적우적…..”
이 시절 로크는 폐쇄적인 환경 때문에 많이 먹질 않았다.
미래에서는 좀 과식하긴 했지만 콜로렌스가 사 온 음식 전부를 먹을 정도로 많이 먹진 않았다.
‘능력 부작용인가.’
마치 소비한 에너지를 다시 채우려고 몸이 억지로 집어넣은 느낌이다.
-짝!
갑자기 들려온 박수 소리에 난 음식에서 손을 떼고 소리를 낸 주인을 바라보았다.
“자. 도련님. 이제 먹으면서 들으십시오.”
우물우물
나는 입을 계속 움직이며 콜로렌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 결투장에 가봤자 배울 수 있는 건 없을 겁니다. 실력도 늘지 않을 테고요.”
오러를 사용하는 자가 결투장에 뭐 하러 있겠는가.
그 오러를 사용하는 자와 싸웠으니 나에게 도전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낭만이 있는 제1 결투장이라면 모를까.
“결투장은 도련님의 재능을 확인하기 위함과 스피릿 브레이크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재능은 어느 정도 확인이 되었지만 스피릿 브레이크를 극한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했죠.”
“꿀꺽. 기초가 부족하니까.”
“맞습니다. 도련님의 몸은 뼈대가 너무 부실합니다.”
거대한 바위를 지탱하고 있는 마른 가지.
내 몸에 딱 맞는 비유였다.
“재능이 몸을 망치고 있습니다. 거기에 용의 세포로 인해 어긋난 몸이 순식간에 재생할 수도 있지요. 도련님의 말씀대로 기초를 쌓아야 합니다.”
콜로렌스는 가지고 있던 검을 나에게 내밀었다.
“검입니다. 금액에 딱 맞게 나와서 살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검을 길들이시길 바랍니다.”
영웅왕의 말에 문득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전에 무기 살 돈이 없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만?”
“그럼 첫날 결투장에 왔을 때, 결투장 대결로 받아야 했던 돈은 누가 받은 거지?”
“……”
“흐음. 거기에 그 검 왠지 익숙한데 내 착각인가?”
“허. 허. 허. 허……”
굳어진 얼굴로 실소를 내뱉던 콜로렌스는 음식들을 가리켰다.
“호텔이라 그런지 음식이 비싸더군요. 그 돈으로 산 음식입니다.”
“으음~? 그건~ 내가 사준~ 으읍!”
“비싸더군요. 제 돈까지 보탰습니다. 허허허허.”
마지막 음식을 집으며 마르가레의 입을 막고 있는 콜로렌스를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콜로렌스.”
“예.”
“영수증 끊어오도록.”
“…..”
“대답은?”
“….. 알겠습니다, 도련님.”
전직 용병한테 어딜 돈을 뜯으려고
***
일단 오늘 하루는 쉬기로 하였다.
저택으로 돌아온 나는 메이드들이 차려준 저녁 식사를 먹었다.
호텔에서 그렇게 먹었는데도 막상 먹으니 또 입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마친 뒤 나는 침실로 들어가려 하였다.
“도련님.”
그런 나에게 메이드 한 명이 다가왔다.
“이름이 분명….”
“리사입니다.”
“리사”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메이드
리사는 나에게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도련님이 안 계실 때 에리나님이 오셨습니다.”
“에리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그녀가 나와 동갑인 것만큼은 알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온 건가?’
접점이 없는 나를 만나러 온다면 그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한 다섯 시간 정도 기다리시더니 내일 오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다섯 시간이나?”
“네. 상황이 심각해졌음을 느낀 테스런님은 로크님을 찾으러 공작령을 계속 돌아다니시다 탈진하셔서 쓰러지셨습니다.”
“……”
그래서 테스런이 안 보였구나.
“내일 언제 오는지는 들었어?”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그냥 내일 다시 오겠다는 말뿐이었습니다.”
“흐음. 뭐.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생각이겠지. 알겠어. 참. 내일 아침 식사는 좀 많이 차려줄 수 있어?”
“물론 가능합니다. 식사량을 2배로 늘릴까요?”
“5배로 늘려줘.”
“…..예?”
“5배. 내일부턴 조금 힘들어질 것 같으니까. 부탁할게.”
“아, 네, 네…..”
터무니없이 많은 양에 리사는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
리사가 떠나자 나는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오늘 많은 일이 있었죠.”
암살자도 쫓고, 드레이크 고환도 먹고, 결투장에서 오러 사용자와 싸우기도 하고, 마르가레까지 만났다.
내일은 비율이 높게 측정될 것이라 예상했다.
“갑자기 웬 다이어트예요?”
“하하하하!”
“그러고보니 영웅왕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영웅왕님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더욱 어두워졌다.
“잘 시간이네요. 오늘도 자장가 부탁드려도 될까요?”
-띠링!
[깊은 잠이 옵니다.]그렇게 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