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9
“앉아라.”
중얼거리는 단우현의 한 마디에 적무성은 인상을 썼다. 그러나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바둑을 두고 있는 단우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네놈이 마독진을 죽인 장본인인가?”
묻는 질문에 단우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바둑돌을 가만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고 있는 것인지 이기고 있는 것인지, 바둑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 적무성에게 있어 그저 흰색 돌이 검은색 돌보다 많아 보이기만 할 뿐이다.
저런 것이 뭐가 재미있다고 빠져 있는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어수선하니 앉으라 했다.”
단우현의 말이 귀를 자극했다.
미친놈인가 하며 비웃음을 날리려는 그 찰나, 어느새 곁에 다가온 검은 가면의 인물이 그의 어깨를 매만졌다.
쿵! 하며 돌덩이에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크게 흔들렸다. 몸은 마치 거대한 무언가에 짓눌리는 것처럼 주저앉아 버렸고, 얼굴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 자존심마저 구기는 꼴이 되어 버렸다.
“이제 좀 낫군.”
‘뭐…… 뭐야!’
적무성은 깜짝 놀란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세상에 어떤 이가 있어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든단 말인가? 더군다나 지금 느낀 이 힘은 틀림없이 마기다. 한때 무수히 많이 겪어 보았고 또한 공포로 남았던 사도학의 그것과 비슷한 감각.
그 거친 힘이 온몸을 휘젓고 다니는 것 같았다.
적무성이 놀란 시선으로 가면의 사내를 올려다봤다.
그 눈빛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너……!”
저 눈빛 안다.
후기지수 때부터 남궁천과 함께 겨루어 온 사이.
그렇기에 눈빛만 봐도 상대를 알아차릴 수 있다.
틀림없는 사도학
마교의 정점에 올라 두문불출하고 있을 늙은 놈이 여긴 어쩐 일인가?
“오랜만이다. 한 십 년 됐나?”
사도학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가면을 벗었다. 이미 상대가 눈치를 채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더 이상 가면을 쓰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 본연의 얼굴이 드러나자 적무성은 인상을 썼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나다니.’
모든 무림인들의 정점에 서 있다는 다섯 명.
사람들은 오황이라 말을 한다.
흔히들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들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엄연한 격차가 존재하는 법이다.
적무성.
그는 필시 사도 제일의 고수라 할 수 있는 존재이고, 무황성을 다스리는 것에도 뛰어난 자라 할 수 있기는 하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오황 중에서도 수위를 다툰다 하는 사도학을 이겨 본 적이 없는 자다.
“빌어먹을…… 네놈 짓이었나?”
적무성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단순히 신생 세가가 아닌 어딘가의 단체에서 만들어 낸 곳이라 여겼어야 했다. 그리고 그 단체가 어디인지 이제야 뼈저리게 느꼈다.
마교.
자칫 이 자리에서 사마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적무성은 힘을 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순간에 끌어 올려진 내공이 압박하던 기세를 몰아내듯 맞섰다. 동시에 엎어졌던 적무성의 몸은 마치 허공에 붕 떠오른 것처럼 기이한 모습으로 일어섰다.
“죽고 싶으냐?”
이를 갈며 사도학을 쏘아봤다.
격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칼을 휘두르지 못할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적무성의 눈빛에 강한 살기가 흘러 사도학을 쏘아봤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봤다.
한 치 양보도 없이 응시하니 불꽃이 튀었다. 흐르는 바람마저 가라앉고 부딪치는 기세에 탁탁 돌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두 사람 사이에 부드러운 기운이 끼어들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칼날과도 같은 두 기운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가라앉은 분위기가 조금 떠오르는 것 같았으며, 강하게 부딪치던 기세들이 서로 맞물려 어우러졌다.
적무성은 더욱 인상을 썼다.
이 기운, 어디선가 느껴 보지 않았던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놈.
휙 하고 고개를 돌려 남궁천을 쏘아봤다.
“너…… 죽지 않았나?”
“허허허.”
남궁천 또한 가볍게 가면을 벗으며 그것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는, 사도학과 적무성의 기세와는 사뭇 다른 기세를 품고 있었다.
마치 주위의 조화를 잘 이루려 하는 것 같았다.
“오랜만일세.”
“미친…….”
적무성은 큰 한숨을 내뱉고는 자리에 앉았다.
도대체 이 장원은 뭔가?
크기도 크기이긴 하지만 오황 중에서도 수위를 다툰다는 두 사람이 있다. 그리고 저 사내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들과 함께 있단 말인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마독진을 일부러 죽인건가?”
“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만…….”
“시신은?”
이 두 사람이 끼어 있다면 복수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휘둘러 볼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저승문을 여는 것과 동일시되는 일이다.
“보냈다.”
적무성이 인상을 쓰며 옆을 바라봤다.
바둑을 하고 있던 단우현이 슥 하며 손으로 바둑알을 치우고 있는 게 보였다. 방금 틀림없이 저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보냈다? 어디로?”
“무황성.”
“미친놈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정말로 사파와 붙어 보기라도 할 작정이냐?”
적무성이 벌떡 일어나 사도학과 남궁천을 쏘아봤다. 이 모든 일의 뒤에는 이 두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할 인간들이 아니니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이들의 계획이다.
도대체 무슨 일로?
정말로 사파와 전쟁이라도 불사하려는 것인가?
마교가? 정파가?
적무성이 살기를 품으려는 순간.
남궁천이 중얼거렸다.
“정파는 지금 전쟁 중이지 않은가?”
“…….”
“또한 그리한 것은 전부 우리 장주의 뜻이었네.”
“장…… 주?”
장주라 함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남궁천의 말에 적무성은 사도학을 돌아봤다. 그러나 사도학이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으니, 이 자리에서 시선이 가는 이는 한 사람밖에 없었다.
“이자가 장주인가?”
“그래.”
단우현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에 적무성의 인상이 한없이 구겨졌다. 사도학과 남궁천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응당 적무성이 누구인지도 알 법한데, 놈은 그런 것 따위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미쳤구나. 네놈! 무황성을 건드리고 무사할 것 같으냐?”
“흠.”
단우현이 턱을 쓰다듬었다.
살을 찌르는 살기를 받으면서도 그는 한참 동안이나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이 장원에 들어올 때 무사히 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온 건가?”
“……뭐라?”
“다 때려 부수고 지 혼자 유유히 나갈 거라 생각했겠지. 하하하!”
사도학은 적무성의 머릿속을 열어 본 것처럼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하긴, 이 정도 수준에 오른 이들이라 한다면 누구나 다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당할 일은 없다.
그렇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이 미친놈들이 정녕!”
적무성이 열을 내며 칼을 잡았다. 그대로 뽑아 제일 먼저 단우현의 목을 잘라 버릴 기세가 가득했다. 그가 내뿜는 살기도, 마음가짐도 틀림없이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대로 칼을 뽑으려는 순간.
털썩털썩!
무언가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적무성은 그 상태로 시선만 돌려 옆을 바라봤다.
그를 따르는 그림자 다섯 명이 어느새 바닥에 누워 있다.
누군가에게 당한 것일까?
사도학은 물론이고 남궁천과 단우현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살피고 있었다. 적무성 수준의 고수가 경계를 한다는 것은, 작은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인 것이다.
한데.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다른 이들이 숨어 있는가?
아니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것은 저 커다란 건물 안에 있는 아이와 다른 한 사람의 기척. 틀림없이 권무진의 것이라 판단되는 기운이다.
이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그런 확신이 있다.
어떤 그림자라 하여도 오황의 이목을 속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데……?
“어디 한번 뽑아 보거라.”
그 한마디가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검을 뽑으려 했던 적무성은 마치 석상처럼 굳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단우현이 내뱉은 한마디가 그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주룩.
미간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마독진의 일은 안타깝게 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 쪽 애는 한발 더 내디딜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고마울 따름이다.”
단우현은 적무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옆으로 치워 놓은 바둑돌을 보며 입을 들썩였다. 상대를 무시하고 있음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그것을 적무성 또한 느꼈다.
그러나 어떠한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몸이 묶여 있는 것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 천하의 적무성을!’
말도 안 된다!
오황이라 불리는 적무성이다. 이 중원에 오황을 뛰어넘는 고수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언제나 그들은 최고의 자리에 올라와 있었다.
한데 지금.
이게 무슨 꼴인가?
‘삼천의 경지에 이른 자인가?’
부들부들!
검을 잡은 손이 격렬하게 떨려 왔다.
그럴 리가 없다 하며 애써 부정을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이 모든 상황이 더욱 강한 긍정을 뜻하고 있었다. 사도학은 물론이고 남궁천까지, 단우현을 올려다보는 눈빛이었으니까.
“개자식! 뭐 하는 놈이냐?”
“이 장원의 주인…… 한 아이의 아비다.”
“정녕 미쳤구나!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적무성은 이 모든 상황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의 역량을 확실하게 느낄 수 없을 때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강한 정신력으로 단우현의 기세를 풀어내며 천천히 검을 뽑았다.
스르릉!
뽑혀 나온 검이 단우현의 목 언저리로 향했다.
“뽑지 말라 했는데…… 말이야.”
사도학이 한껏 비웃음 어린 표정으로 적무성을 바라봤다. 그 시선은 명백히 적무성을 비웃고 깔보는 듯했다.
또한.
네깟 놈이 어찌 이겨?
마치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남궁천 또한 마찬가지다.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눈빛에는 이 싸움의 결과가 훤히 보인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그것이 더욱 적무성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때, 단우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떤 말조차 하지 않고 일어선 단우현이, 살기조차 뿜지 않고 적무성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어 손바닥을 펼쳤다.
무슨 일인가?
적무성이 경계 어린 시선으로 그것을 가만 바라보는 순간.
느닷없이 주위가 어지럽게 흐려지고 몸에 속도감이 느껴졌다. 뜬금없는 상황에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적응되지 않는 그것을 느끼던 중 어느새 단우현의 손이 그의 머리를 붙잡았고, 곧바로 거대한 바위에 세차게 내려쳤다.
쾅!
“끄어억!”
적무성은 이해할 수 없었다.
느껴지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흔들리는 시야 사이로 풍경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 장원 안이었던 것이 분명한데, 어느새 주위는 숲이 가득했다.
어느새 장원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