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8
-이상입니다.
그림자.
적무성을 은밀히 따라다니는 그림자는 무황성 내에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존재들이다. 그들 하나하나의 무력이 사도칠세 가주들의 무력과 비슷하다고 하니, 적무성을 향해 반기를 드는 이가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다루에 앉아 있던 적무성은 차를 들이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들어 알고 있다.”
점소이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여, 그 모든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 그림자가 가지고 온 정보와 합쳐 보려 하였더니 모든 것이 똑같아 굳이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멍청한 놈.’
적무성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악양에 있는 양민들을 인질로 삼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고작해야 권무진 하나 잡는 일이지 않은가?
우둔하기 짝이 없다.
-또한…… 마독진과 그 수하들이 모조리 죽었다 합니다.
“끄응…….”
한순간 적무성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이것은 점소이조차 모르는 일이다.
그저 누군가가 그들을 쫓아 버렸다고만 이야기를 하였지,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이 죽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쯧쯧.”
혀를 차며 한숨을 쉬었다.
악양까지 온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금만 더 길을 재촉할 것을 하며 뒤늦은 후회를 해 보지만, 이미 시체가 되어 버린 이를 다시 살릴 수 없는 노릇이다.
“하면 시체는?”
-행방불명되었습니다.
“불명이라?”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발 벗고 뛴 정보다. 다른 이들도 아닌 그림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면, 정말로 시체를 찾을 수가 없었단 말이다.
땅으로 꺼졌는가? 아니면 하늘로 솟구쳤는가?
혹은 막아 내었다는 이들이 그들의 시신을 불태웠을지도 모르지.
어느 쪽이든 좋지 않다.
인상을 찌푸린 적무성이 중얼거렸다.
“상대는 누구인지 아느냐? 권무진 하나에 당했을 리가 없다. 심지어 육겸사까지 있었다 하던데…….”
-악양에서 서쪽으로 한 시진 정도 거리에 있는 장원이 있습니다. 그곳에 사는 이들이 행한 일이라는 것 같습니다.
“장원?”
-호남단가라 합니다.
새로운 무림 세가인가?
적무성은 더욱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고작해야 이제 막 생겨난 세가에 의해 마독진과 육겸사가 패했다니?
이만큼 쪽팔린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현재 악양에서 그 이름이 널려 퍼지고 있습니다.
소문은 언제나 바람처럼 퍼져 나가는 법이다.
지금이야 이곳에서 벌어진 일이고 이곳 사람들밖에 모르는 일이 되겠지만, 곧 중원 전체로 퍼져 나가 호남단가의 이름이 중원 전체를 울리게 될 것이다.
특히 정파 놈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일이기도 했다.
사파와 정파는 전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씨세가의 자손이 당했다는 이야기가 들어간다면 결코 좋은 꼴을 보니 못할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적무성은 후룩 마지막 남은 차를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소문이 퍼진다 해도 상관없다. 아니, 상관없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마독진과 육겸사를 죽였으나, 무황성에서 그들에게 철퇴를 내리고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뭉개 버렸다!
그런 소문을 만들어 내면 된다.
적무성이 웃으며 움직였다.
자, 그럼…….
“어디라고?”
가 볼까?
* * *
호남에서 빠르게 이동을 한 장삼태는 말을 타고 쉬지 않고 내달려 어느새 사천 언저리까지 도착해 있었다. 출발을 한 시간을 생각해 본다면 굉장히 빠른 속도다.
그렇다고 지쳐 보이냐?
그것도 아니다.
이유인즉, 단우현이 이들에게 준 돈은 상당히 많았으며, 덕분에 마차와 마부를 빌려 편안하게 하루 종일 이동을 한 덕분이다.
지쳐 죽는 것은 마부다.
결국 큰 마을에 들를 때마다 마차를 갈아타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사천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마차가 고장이 났고, 덕분에 두 사람은 걸어 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산속.
그래, 산속이다.
마부와 헤어지기 직전, 그가 가르쳐 준 방향대로 가기만 한다면 틀림없이 큰 마을이 나올 것이라 하였는데, 가도 가도 산이고 물이고 바위와 숲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장삼태는 아득 이를 갈았다.
“개새끼! 우릴 속였어!”
“너 때문이잖아! 얼마나 사람을 부려 먹으면 그래?”
마장강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본래 장원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장삼태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또 그가 일을 하지 않으면 장원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다.
하여,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가 마치 날을 잡은 것처럼 마부들을 부려 먹기 시작하였다. 삼 일 동안 잠조차 제대로 재우지 않은 채 길을 재촉하기도 하였으며, 마을이 보이지 않아 노숙을 할 때에는 사냥을 시키기까지 했다.
그것을 견딜 수 있는 마부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 보기에 그 마부 놈 일부러 바퀴를 부러트린 거야. 알아? 네놈 때문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합니까?”
“말도 안 된다니! 멀쩡한 바퀴가 갑자기 나갈 리가 없잖아! 더군다나 바퀴가 부서지기 직전에 네놈 뭐 했어?”
“밥을 먹었지요.”
장삼태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생각나는 것은 밥을 먹은 것밖에 없었으니까.
“불침번 서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 놈이었고, 배는 고픈데 사냥해 온 고기를 한 줌만 주지 않았냐?”
“그야 양이 적으니…… 그래도 돈은 제대로 줬습니다.”
“절반도 주지 않았잖아!”
마장강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쉬었다.
자신 같아도 노예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돈을 벌 바에야 바퀴 하나 부숴 먹고 헤어지는 것을 택할 거다. 절반의 돈조차 받지 못했음에도 싱글벙글 웃었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틀림없다.
마부 놈이 바퀴를 부숴 먹고 일부러 안 좋은 길을 가르쳐 준 거다.
“아이고 내 팔자야. 어쩌다가 이런 놈 호위를 맡아서…….”
“아, 글쎄 뭐 같으면 돌아가시라니까? 나 혼자서 충분하니.”
“그럴 수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냐!”
“왜 그럴 수 없습니까? 장원 말고 그냥 있던 곳으로 돌아가면 우리 장주님이 설마 쫓아가서 턱주가리 부숴 버리겠습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마장강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
이야기를 들은 것에 불과한데 벌써부터 턱이 으깨진 것 같은 느낌이다. 등골이 서늘한 것이 생각하는 것조차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장삼태는 그런 마장강의 생각 따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휘휘 손을 저었다.
“우리 장주님 성격 아시지 않습니까? 그냥 나가도 쫓거나 그러지도 않소. 귀찮은 걸 얼마나 싫어하는데…… 그냥 다음에 얼굴만 안 보이면 되지.”
“말 참 쉽게 하는구나.”
“내 일이 아니잖습니까?”
희희낙락하며 장삼태가 웃었다.
마치 사람을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덕분에 짜증이 솟구친 마장강이 주먹을 쥐었으나, 차마 때리지 못한 채 이를 갈았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짜증 날 때다마 패려고 했지만, 장삼태는 그때마다 도망을 쳤다. 경공에는 나름 자부심이 있었던 마장강이지만, 이 장삼태의 경공만큼은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따라잡을 수 있어야 뭘 때리든지 말든지 하지.
이만 갈리고 괜히 울분만 쌓였다.
“도망갈 거 아니면 우리 서로 화내지 말고 친하게 좀 갑시다. 이 갈면 뭐 좋아? 기분만 나쁘지.”
“네놈 때문이잖아. 이 개새끼야!”
소리치는 마장강을 바라보며 장삼태는 어깨를 으쓱했다. 도대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아직까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 왜 욕을 하고 그럽니까? 듣는 새끼 기분 나쁘게!”
“네놈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 왜 이런 놈한테 일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진짜!”
“댁한테 시키는 것보다 나으니 그런 거 아뇨?”
마장강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한순간 눈에 살기가 돋자 어느새 장삼태가 훌쩍 뒤로 떨어졌다. 이동을 하는 모습조차 보지 못하였으니, 마장강의 입장에선 정말로 미칠 것 같았다.
“해보실라우? 내 이래 봬도 우리 장주님께 직접 배운 몸이오!”
“닥쳐!”
마장강은 지끈거리는 미간을 꾹꾹 눌러 댔다.
저놈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화만 난다.
그게 더 짜증이 나니 미칠 것 같았다.
‘반드시 잡는다!’
마음속으로 그런 다짐을 하며 마장강은 오늘부로 경공 수련에 매진하겠다 생각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읽었는가?
아니면 눈빛에서 티가 났던가?
장삼태도 오늘부로 무공 수련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했다.
그 시각.
적무성은 장원 앞에 섰다.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무공을 쓰는지, 정파인지 사파인지 혹은 마교의 사람인지 그런 것 따위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적무성은 오황의 일인.
염황(炎皇)이라 불리는 자.
이 중원에 다섯밖에 없다는 절대 강자로 손꼽힌다. 그런 그가 누군가를 철저히 때려 부순다고 생각을 하였으니, 그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무공을 쓰는지 혹은 정사마의 구분조차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는 대문 앞에 선 채 곰곰이 생각했다.
이것을 부수고 들어갈까? 아니면 여유롭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존재감을 천천히 드러낼까?
누구 하나 살려 둘 생각이 없으니만큼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겠느냐마는 그에게 있어선 무척이나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생각을 하던 적무성은 결정했다.
당당하게 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생각을 끝마치고 천천히 손을 대려는 순간.
끼익 하며 문이 열렸다.
순간, 깜짝 놀라며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아무런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였는데, 문을 열고 배꼼 고개를 내민 어린아이가 보였다.
그 어린 소녀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아! 진짜 손님이 있어요! 우와…… 소미는 전혀 몰랐는데요!”
“으…… 으응?”
“헤헤, 우리 아빠가 들어오시래요. 밖에서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적무성은 인상을 썼다.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어린아이를 보냈다고? 어이가 없어 실소만이 흘렀다. 이대로 아이부터 죽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 곧 마음을 고쳐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는 것도 당당하게 죽여야지.
그래야 무인이지 않은가?
“그래, 안내해 보거라.”
“네! 소미만 따라오세요!”
단소미가 활짝 문을 열고 적무성을 안으로 들였다. 어떠한 무서움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 걸음 안으로 들어서자 장원의 풍경이 눈에 보였다.
‘이건 뭐…… 세가 수준이 아니잖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거다.
겉에서 보는 것은 단순히 넓은 땅에 장원 하나 지어져 있다는 감상이다. 높게 쌓아 올린 전각들이야 한두 번 보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안에서 보는 장원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대단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곳곳에 지어져 있는 건물들 모두가 예사롭지 않은 장인의 솜씨를 보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 장원의 정체는 무엇인가?
적무성은 돌연 이 장원 주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아빠는 저기 계세요! 어른들 이야기니까 소미는 빠져 드릴게요!”
“그, 그래라.”
단소미가 손을 흔들며 쪼르르 사라졌다.
뭔가 정신없는 아이 같은 느낌이다.
사라져 가는 소미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고 있던 적무성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세 명의 사람이 보였다.
커다란 정자에 가만히 앉아 술병을 올려놓고 바둑을 두고 있는 이들이다. 천하의 무황성 주인, 적무성이 왔음에도 그들은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다소 기분이 상했는지 적무성이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가 가진 공력이 삽시간에 주변을 억누르고 그 힘을 드러냈다.
탁!
한데, 바둑돌이 놓이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
적무성은 모든 흐름이 끊겼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