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9
카카카캉-!
격렬한 공방이 오갔다.
한때나마 정파의 기둥과도 같았던 두 가문의 싸움이다 보니, 그 치열함은 전쟁터에서조차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특히 모용공과 남궁종악의 검이 휘황찬란하게 흩뿌려지니, 삽시간에 주변은 쑥대밭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일목요연했다.
초반에 기세를 탄 것은 남궁세가임이 분명했으나, 조금씩 그 기세를 꺾으며 압도하는 것은 모용세가였다.
남궁세가의 수가 처음부터 많지 않았던 탓인지, 눈에 띄게 많이 줄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강했던가? 모용세가가!’
남궁용은 이를 갈며 검을 휘둘렀다.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인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인가?
죽어 가는 가문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칼을 뽑았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에는 다소 어려운 상황 같았다.
모용세가의 힘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하다.
그 중심에는 모용공이 있었는데, 그를 막아 내고 있는 남궁종악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남궁용은 눈앞에 있는 적을 베어 넘기며 모용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현 상황에서 모용공의 목을 벤다면, 단숨에 상황을 뒤집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놈 같으니!”
모용공은 남궁용의 판단을 비웃으며 몸을 움직였다. 감당하지 못할 상대를 향해 덤벼드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었다.
심지어 남궁종악처럼 팽팽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인 가주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더더욱.
“가주!”
남중종악이 크게 소리를 쳤지만 이미 상황은 늦었다.
뻗어진 남궁종악의 검을 쳐 낸 모용공이 그대로 방향을 틀어 남궁용을 노렸다.
그 정교하기 짝이 없는 한 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교묘했다.
깜짝 놀란 남궁종악이 서둘러 검을 쳐 내려 했다.
그러나 그 또한 예상한 것인지 모용공은 그것을 가볍게 피하더니, 오히려 앞으로 파고들며 급격하게 몸을 틀었다.
처음부터 노린 것은 남궁용이 아니었다.
“귀찮은 것을 먼저 없애는 법이라네.”
모용공은 웃었다.
남궁세가의 가주 따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남궁종악은 예상했던 것보다 강한 탓에 쉽지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남궁용 탓에 틈을 보였으니,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푹!
“커억!”
“장로!”
모용공의 검이 남궁종악의 복부를 꿰뚫었다.
원래는 심장을 노린 한 수였기에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였으나, 중상을 입힌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촤악!
그대로 검을 뽑으니 피가 튀었다.
크게 휘청인 남궁종악이 뒤로 넘어갔다.
확실히 마무리할 심산인지 모용공이 다시금 검을 올리자, 빠르게 거리를 좁혀 다가온 남궁용의 검이 그를 막았다.
검이 부딪치며 모용공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그 감각에 다소 놀란 표정으로 남궁용을 바라봤다.
“꼴에 호랑이 새끼란 말인가?”
“큭……!”
“가주…… 도…… 도망가시게!”
상황이 좋지 않았다.
다소 지쳤다고 해도 모용공은 멀쩡하였고, 아직까지 많은 모용세가의 인물들이 살아남았다. 이대로 계속 싸워 봐야 좋을 것이 하나 없었다.
검황을 잃은 남궁세가에는 반드시 남궁용이 필요했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그가 세가를 잘 이끌어 갈 인재임을 알기에, 남궁종악은 남궁용을 반드시 살려 보내야 했다.
그렇기에 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에 검을 쥐고 꼿꼿이 섰다.
“어서 아이들을 이끌고 돌아가시게. 여기는 내가 맡겠네.”
“눈물 나는 충성심이구먼…… 쯧쯧.”
모용운은 혀를 차며 검을 치켜들었다.
검에 불어넣은 내공이 보통이 아님을 느낄 정도로 지독한 힘이 사방을 압박해 왔다. 휘두르는 순간 남중종악은 막아 내지도 못한 채 죽어 나갈 것이다.
쇅-!
이윽고 살기를 머금은 검이 세차게 휘둘러졌다.
캉-!
“윽?!”
한데, 어디선가 날아든 돌멩이 하나가 검면을 때렸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장내로 날아들며 모용공의 눈앞에서 검광을 번뜩였다.
그건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았지만 정교하게 뻗은 검이 교묘하게 움직이며 모용공의 목을 노렸다.
촤악!
그러나 아쉽게도 그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기습적인 한 수로 어깨를 베기는 했지만, 그것이 큰 상처라 볼 수는 없었다.
모용공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누구이기에 이런 위협적인 공격을 펼친단 말인가?
“누구냐!”
모용공이 소리치며 눈앞에 있는 이를 노려봤다.
그와 동시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 인영을 향했다. 이윽고 눈앞에 나타난 인영의 얼굴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이들이 기겁하며 눈을 치켜떴다.
“후우.”
그곳에는 숨을 고르고 있는 남궁소혜가 있었다.
* * *
가면을 뒤집어쓴 사도학이 높은 나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보여 준 남궁소혜의 한 수는 실로 대단했다.
공격을 막았을 뿐 아니라, 동시에 튀어 나가 완벽하게 틈을 파고들었다.
아무리 실력 차이가 존재한다 하여도, 자칫 한 수에 죽을 수도 있었던 공격이다.
“하하.”
그가 웃음을 지으며 나뭇가지에 걸터앉았다.
당장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얇은 나뭇가지였으나, 사도학이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도 그것은 부러지지 않은 채 버티고 있었다.
누군가 그런 사도학을 봤다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이래서 무림이 재미있는 것이지.”
그가 남궁천을 따라가지 않고 남궁소혜를 따라 이 자리에 온 이유였다.
모용혁문과 남궁천의 싸움 또한 굉장히 재미있을 테지만, 그보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저 상황이 더욱 사도학의 흥미를 끌었다.
“소혜, 저 아이의 재능은 남궁세가 역사상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검황이라 불리는 남궁천조차 남궁소혜의 나이에 저 정도가 되지 못했다.
물론 남궁천의 가르침과 사도학, 그리고 단우현이 곁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지만, 그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낸 것은 남궁소혜, 오로지 그녀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었다.
남궁세가에도 뛰어난 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남궁종악의 패배로 인하여 기세가 꺾였고, 가주인 남궁용 또한 그리 믿을 만한 실력은 아니었다.
이런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남궁소혜뿐이다.
그녀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남궁소혜에게 유리한 것은 모용공이 남궁종악과의 싸움으로 인해 공력과 심력을 낭비했다는 점.
하나, 그 정도 차이는 고수라면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버릴 수 있는 작은 것이었다.
사도학이 남궁소혜를 주시했다.
“보여 봐라. 네가 가진 힘을 말이야.”
또 한 명.
자신과 검을 맞댈 수 있는 인재를 기다리고 있는 사도학이었다.
* * *
“남궁소혜……. 거참, 오랜만이구나.”
모용공이 작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한 수를 막아 낸 것이 남궁소혜라는 것에 상당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표정이다.
“소…… 소혜야…….”
“어찌 이런 곳에…….”
반대로 남궁세가 측은 다른 의미로 눈을 치켜떴다.
지금까지 행방불명되었던 아이가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났다.
심지어 모용공에게 기습적인 한 수를 펼치며, 잠시나마 그를 물러나게까지 했으니, 그들이 알고 있던 남궁소혜와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마저 들었다.
“할아버지만이 아니라 장로님까지…….”
까득 이를 가는 소리에 모용공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이미 모용과 남궁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을진대…… 누굴 죽이려 했던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더냐?”
“……!”
이를 악문 남궁소혜가 쏜살과도 같이 달려들었다. 아직 다 낫지도 않은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신속한 몸놀림.
하지만 모용세가와 남궁세가는 오랫동안 경쟁해 왔던 이들이기에, 서로의 보법은 물론이고 검법 또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모용공이 콧방귀를 뀌며 슬쩍 몸을 움직였다.
“소혜야-!”
남궁용이 안타까움을 담아 딸의 이름을 불렀다.
모용공의 움직임은 이미 소혜를 예측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여, 읽힌 대로 검을 휘둘렀다가는 오히려 낭패만 보게 되리라.
“어리석은 건 네 아비나 너나…… 큭!?”
다가오는 남궁소혜의 보법을 확인하며 비웃음을 머금었던 모용공이 당황한 표정으로 급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촤악!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남궁소혜의 검이 그의 턱을 살짝 베어 냈다.
조금도 예상치 못한 한 수였기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모용공은 저도 모르게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다음 수를 예측하려 했다.
하지만 남궁소혜의 매서운 검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카카카캉-!
남궁세가의 고유 검술이라면 이미 눈에 익어 얼마든지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남궁소혜의 검은 가볍고도 확실하게 틈을 노렸고, 또한 예측을 불허했다.
“이게……! 대체!”
“무…… 무애검법이 아니지 않은가?”
지켜보고 있는 남궁세가의 사람들 또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틀림없이 세가의 고유검술을 펼치는 것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그 분위기가 비슷하기는 해도 전혀 다른 검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마치 남궁소혜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무엇 하나 불편함 없이 깔끔한 검로였다.
실력이 확실히 우위에 있는 모용공이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촤촤촤촤악!
“크윽!”
모용공이 이를 갈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막아 내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된 공격조차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검술이 눈에 익으신가요? 그럼 반대도 생각을 하셔야죠.”
눈을 가늘게 뜬 남궁소혜가 격렬하게 검을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저 또한 모용세가의 무공을 질리도록 봤답니다!”
한데, 창천환조검을 펼치며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해 버린 그녀였지만, 의아할 정도로 표정에 여유가 없었다.
남궁소혜는 이를 악물었다.
검이 부딪칠 때마다 손목이 시큰거렸다. 창천환조검으로 허를 찔렀으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또한 조금씩 남궁소혜의 검법에 익숙해지는 모용공과 장기전을 치를 수는 없는 노릇.
그는 대단히 노련한 무인인 만큼, 단숨에 압살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것은 남궁소혜일 것이다.
그녀도 그것을 알기에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사아악!
그때, 모용공이 남궁소혜의 검을 흘리며 틈을 만들었다. 간신히 만들어 낸 빈틈을 놓칠 모용공이 아니었다.
“어리석은 년!”
막강한 공력이 실려 있는 모용공의 검날이 매섭게 남궁소혜를 향해 나아갔다.
그것은 결코 피할 수 없으며, 남궁소혜의 공력으로는 막아 내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남궁소혜의 움직임이 변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뭐!?”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예측했다는 듯, 그녀가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남궁소혜의 몸은 삽시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동시에 모용공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무언가 번뜩임과 동시에.
서걱-!
시뻘건 피가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