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05
사천당가의 독산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천당가 사람들이 아니라면 들어갈 수도 없었으며, 그것을 무시하고 발을 디딘 순간 이미 산사람이 아니게 되는 곳.
사천 무림인들은 물론이고,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까지, 함부로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곳이 바로 독산이라는 곳이었다.
기실 그곳은 말이 독산이지 청성의 줄기를 이어받은 산이다.
하여 오래전부터 청성과 당가 사이에서 마찰이 빚어지는 곳이기도 하였는데, 이는 두 곳의 영역이 겹쳐 있기 때문이었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군.”
“독산이라 그런 거 아닙니까요?”
그곳은 독 냄새가 진득하니 뿜어져 나오는 곳이다. 발을 디딘 순간 면역력이 없다면 언제 중독이 된다 한들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세 사람만큼은 태연했다.
기본적으로 독이 듣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단우현과 무천풍이었으며, 장삼태는 한때나마 이곳에서 지내며 면역력을 가지게 된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도 고약한 냄새까지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법이다.
단우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곳에 금왕수가 묵고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구먼…….”
그와 반대로 무천풍은 주위를 둘러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곳곳에 독사로 보이는 것들이 한가득 보였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곤충들 대부분이 독충이었으며, 자라나고 있는 식물들 또한 독초나 다름없는 것들이 많았다.
“사천당가가 있는 곳은 성도이니 그곳에서 독을 재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요. 그러니 이런 곳에서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끔 찾아와 이것저것 캐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만…….”
“그러니 신기하다는 말이야.”
무천풍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는 금왕수의 성격을 안다.
기실 만난 것은 한 번밖에 되지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사람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이런 산속에 머물 수 있는 이가 결코 아니다.
언제나 술을 마셔야 했고 언제나 계집을 품어야 했다.
심지어 도박을 좋아하고 사람과 어울리며 그들 주머니를 터는 것이 본능인 만큼,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머문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설령 생사가 오가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이쪽입니다요.”
“길을 기억하느냐?”
“대충은 말입죠.”
장삼태는 과거 기억을 더듬거리며 발길을 옮겼다. 당시와는 다르게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기는 했지만, 몇 달 동안 머물렀으니 찾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이윽고 길을 따라 이각 정도를 걸었다.
세 사람의 걷는 속도를 생각해 본다면 상당히 깊게 들어온 셈이다.
어느 곳에서 한참을 기웃거리고 있었던 장삼태가 무언가를 발견하였는지 땅을 가리켰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 있는 땅이다.
고작해야 성인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고, 상당히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았던 탓에, 낙엽마저 수북이 쌓였다.
슥슥 발로 그 낙엽을 걷어 내자 묘한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그 입구는, 건장한 성인이라 하여도 쉽게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좁았다.
“이곳이냐?”
“그렇습니다요.”
장삼태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을 드나들며 숨어 살았던 당시를 떠올리니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기실 이곳에 있었을 때까지만 해도 장삼태는 이미 생을 포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사천당가의 땅이었으며 그들에게 쫓겨 들어왔다.
나가는 것 역시 수월하지 않고, 이곳에 사는 대부분이 생명에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는 독충, 독사, 독초들이니, 수준이 한참이나 낮은 장삼태가 살아 돌아갈 확률은 거의 없었다.
당시를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살아 있는 것조차 신기할 지경이다.
“들어오십쇼. 조금 좁습니다만…….”
장삼태는 마치 자신의 집을 안내하듯이 문을 열었다.
여는 순간, 퀘퀘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오랫동안 방치해 놓았으니, 당시 가지고 있던 음식들이 썩어 냄새가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코를 틀어막은 장삼태가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들어갈깝쇼?”
“그래…… 그러자꾸나.”
내키지는 않지만 시간을 지체하는 것 역시 아깝다.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장삼태가 그 안으로 몸을 날렸다.
내부는 땅을 파 동굴처럼 만들어 놓기는 하였지만, 들어가는 길은 기어서 들어가야 할 만큼 좁다.
혹여 사천당가가 이곳을 파악하고 조사를 한다면, 조금이나마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에 해 놓은 조치였다.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가는 단우현의 기분은 아주 좋지 않았다.
오래전, 장삼태가 만들어 놓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이런 식으로 기어가지 않았던가?
단우현이 매섭게 장삼태를 쏘아봤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기 바쁜 그는 뒤조차 쳐다보지 않았다. 혹은 단우현의 살기 어린 눈빛을 느끼고 있으나 두려운 나머지 돌아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멀었나?”
“거…… 거의 다 왔습니다.”
단우현의 물음에 장삼태가 식은땀을 흘렸다.
단우현은 화를 내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명백히 압박하고 있었다.
이는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닌지라, 장삼태는 저도 모르게 포복을 빠르게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일다경.
앞서가던 장삼태가 밑으로 몸을 날리며 내려갔다.
‘텅!’ 하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이는 틀림없이 만들어 놓은 동굴인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이지만, 장삼태는 마치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 손을 뻗어 횃불을 쥐었다.
부싯돌을 이용해 불을 붉히니 그의 주위가 환해졌다.
동시에 단우현을 비롯하여 무천풍마저 그곳으로 빠져나왔다.
“생각보다 넓군.”
“헤…… 헤헤, 살면서 조금씩 넓히다 보니…….”
머리를 긁적인 장삼태가 어색하게 웃었다. 살면서 불편한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보니 조금씩 확장을 해 나갔다.
물론 스승의 닦달이 없지 않았지만, 덕분에 그 공간은 상당히 넓고 쾌적해 보였다.
다만 퀴퀴하게 코를 찌르는 냄새는 여전했다.
“여기가 금왕수 그놈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란 말이지?”
그때, 무천풍이 반짝 눈을 빛냈다.
금왕수라는 이름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살심이 흘렀다. 이십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한들 그 원한을 어찌 잊을까?
천하오황 중 한 사람이 고작해야 도둑놈에게 당했다는 것은 자결을 생각할 만큼 수치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무천풍이 반짝 눈을 빛냈다.
“금왕수-! 이 무천풍이 왔다! 어서 나타나지 못할까!”
쩌렁쩌렁-
동굴 안에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넓은 동공 안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소리다. 순간 장삼태가 귀를 틀어막을 정도였다.
내공조차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담겨 있는 힘은 장삼태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단우현이 인상을 썼다.
“이런 곳에서 소리치지 마라. 그리고 척 봐도 없는 거 모르나?”
“끄응…….”
무천풍이 신음을 삼켰다.
확실히 아무리 큰 동공이라 하여도 눈에 전부 보일 정도의 크기다.
어두운 탓에 보통 사람이라면 한 치 앞조차 보이지 않았을 테지만, 그들에게 있어 시야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천풍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왜 없어?!”
“낸들 아나?”
단우현이 슬그머니 주위를 살폈다.
나무로 만들어 놓은 온갖 집기들이 가득했다.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없으니 장시간 비워 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했다.
장삼태가 나간 직후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벽면을 바라봤다.
“글이로군.”
“예?”
단우현이 동공 가장 구석 벽면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누군가 써 놓은 것으로 보이는 글이 빼곡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흐려진 글자들 역시 있었지만,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장삼태가 슬그머니 다가가 횃불을 벽면에 비춰 보았다.
[네가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나를 찾기 위해 돌아온 것이겠지.]“내가 당신을 찾는 게 아니고 저분이 찾는 거요. 나는 찾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소.”
장삼태가 첫 글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키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쏟아지는 단우현과 무천풍의 시선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며 다시금 글을 읽어 나갔다.
[네가 떠나고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구나…… 그 어린놈을 주워 와 가르치며 점점 성장하는……]“쓸데없는 개소리는…….”
장삼태는 퉤 하고 침을 뱉으며 쓸모없는 말들을 넘겼다. 이러한 장문을 남길 노인이 아닌데 이렇게 한 것을 보면 필시 무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죽든지 말든지.’
장삼태에게 있어 스승과의 추억은 잊고 싶은 과거이며 돌이킬 수 있다면 돌이키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한 기억이다.
[네놈 성격으로 보아 글을 다 읽지도 않고 넘겼을 테지. 쯧쯧, 개놈 자식 같으니라고. 그러니까 네가……]“아, 썩을 진짜…….”
“본 내용은 여기다. 나머진 쓸데없는 것들이로군.”
그때, 단우현이 밑쪽 벽면을 가리켰다.
장문의 글이 아래쪽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이는 주저앉아야 보일 정도로 바닥에 깔아 놓았다.
장삼태와 무천풍이 주저앉았다.
[보나 마나 내 재보를 노리고 온 것일 테지? 하하하! 찾고 싶으냐? 찾고 싶지? 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이미 다 썼거든! 천하의 금왕수 제자라는 놈이 직접 벌 생각은 안 하고 스승을 털어먹으려 하다니, 못난 것은 여전하구나!]“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이 썩을 망종 새끼가?! 감히 내 돈을 다 써?”
“……여기 또 쓰여 있다.”
그때, 단우현이 옆 벽면을 가리켰다. 두 사람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깨알과도 같은 작은 글씨가 보였다.
[는…… 농담이고, 아무리 그래도 스승이 제자에게 남겨주는 것 하나 없이 가면 쓰겠느냐? 이 글씨가 있는 바닥을 파면 지도가 나올 것이다. 이 스승이 모아 놓은 재보는 그 지도에 표시해 두었다.]무천풍이 손을 뻗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글씨가 쓰여 있는 바닥을 파고들었고, 곧 무언가가 쑥 뽑혀 나왔다.
손아귀에는 지도가 한 장이 들려 있었는데, 그것은 척 보아도 규모가 대단한 장원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이건…….”
“아느냐?”
“사천당가 아닙니까요?”
장삼태의 말대로 그 지도는 사천당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쪽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니 그곳이 바로 재보가 묻혀 있는 곳이 분명했다.
무천풍과 장삼태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라면 숨어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사천당가.
그러나 지금이라면 능히 가능했다.
“그럼…… 다음은 사천당가입니까요?”
장삼태가 단우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연히 가야지! 암, 가야지!”
하지만 정작 대꾸한 자는 무천풍이었다.
이 재보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으니, 사천당가로 들어가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그러니 이 답답한 곳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단우현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가만히 지도를 바라봤다.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던 그가, 장문이 새겨져 있던 벽을 향해 발을 뻗었다.
쾅-!
육중한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다.
천장에서 흙과 돌이 떨어져 내렸다. 뒤이어 여기저기 균열이 가기 시작하였는데, 아무리 봐도 곧 이곳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장삼태와 무천풍이 사색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무너진 벽에서 커다란 공간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단우현이 슥 장삼태를 바라보자 그가 끅 하며 딸꾹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