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04
“그런데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요?”
길을 걷고 있는 단우현을 향해 장삼태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 사천 전투에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신위를 드러냈다.
평소라면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행동.
단우현은 결코 자신의 힘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기에, 장삼태의 입장에선 그 부분이 다소 의아했다.
독산이라 불리는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단우현은 별것을 다 걱정한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행동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라.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은 법이지.”
“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말짱 꽝이 되지 않았습니까요?”
많은 것을 숨기려 했다.
단우현은 호남단가라는 것 역시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자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하여 더 많은 무림인들이 그 이름을 입에 담을 것이고, 그 소문은 퍼지고 퍼져 전 중원에 내리깔릴 것이다.
그러한 것을 정말 바랐던가?
장삼태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이 저놈 머릿속을 들여다보려 하는구나.”
그때, 무천풍이 뒤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단우현 같은 강자가 직접 움직이고 행한 일이다.
단순히 생각 없이 움직일 자는 아닌 것 같으니, 필시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은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일 것이다.
범인(凡人)이나 다름없는 장삼태가 그것을 파악하고 이해하려 해 봐야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럼 안 됩니까?”
“알아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안 알려 주는 것이겠지. 네놈이 안다 해서 무슨 도움이 되느냐?”
“……이 장삼태! 호남단가에서 누구보다 장주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요!”
장삼태가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아직도 당한 상처들이 욱신거렸기에 곧 아픈 내색으로 몸을 굽혔지만, 호남단가에서, 그리고 누구보다 단우현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없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천풍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호남단가에 있는 동안, 무천풍은 장삼태를 보아 왔다.
때론 겁 없이 들이대고 때론 생각 없이 입을 연다.
그리하여 많은 민폐를 일으켰다.
“제일 민폐 끼치는 놈이 아니라?”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장주님?!”
“시끄럽다.”
단우현은 도란도란 들려오는 목소리조차 이제는 귀찮은지 인상을 썼다. 한시라도 빨리 독산으로 가기나 할 것이지, 왜 이리 입방정을 떨고 난리들인가?
특히 무천풍과 장삼태를 한데 묶어 놓으니 더욱 그러한 느낌이다.
‘데려올 이를 잘못 골랐군.’
단우현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두 번 다시 장삼태와 무천풍을 묶어 부르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저곳입니다. 저곳이 바로 독산입니다요.”
그때, 장삼태가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틀림없이 산이 있었다. 겉보기에는 작아 보이기는 했지만, 그 줄기가 꽤 길어 청성마저 이어져 있었다.
“전부는 아니고, 저쪽 줄기부터 저 끝까지입니다요. 오래되어서 지금도 저쪽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삼태는 과거를 회상하며 독산을 바라봤다.
사천당가 사람들에게 쫓겨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을 당시, 스승의 비상한 잔대가리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천당가는 소수를 제외하곤 호북을 향했답니다. 들어가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요.”
가장 걸리는 것은 사천당가와의 충돌이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져도 단우현이 나서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으니, 장삼태 혼자서 그 모든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호북을 향해 움직였다고 하니 마음 놓고 독산을 뒤져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럼 가 보도록 하지.”
단우현이 독산을 향해 움직였다.
아직까지 제법 먼 거리이기는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사뭇 가볍게 느껴졌다.
* * *
“이겁니까?”
“그래.”
어딘지 모를 곳.
마치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이 높은 곳이었으며, 사방에 자욱하게 깔린 운무(雲霧)는 구름을 밟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곳에는 여덟 명의 선인들이 있었다.
그 모습과 풍모는 제각각 달랐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선기는 그 어느 누구라 한들 이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자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한 여덟 중에서 가장 젊어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남주련이다.
유일한 여인이기도 한 그녀는, 눈앞에 놓여 있는 한 책자를 주시했다.
류화군이 가지고 온 것.
손을 뻗어 그 책을 만졌다.
“무신도경…….”
“알다시피 중원에 깔린 무신도경들은 하나같이 내용이 다르다. 기본적인 것은 같지만 무공에 대한 것들만 말이지.”
“그렇죠.”
남주련은 이를 악물었다.
천무제가 만들어 놓은 무신도경.
이것을 익힌 이가 있다면 누구라 한들 쉽게 볼 수 없는 고수가 되어 버린다. 비록 그것이 완벽하지 않은 천일조화공이라 하여도 말이다.
그만큼 무신의 무공이 하늘에 닿았다는 것이다.
“이 도경은 지극히 최근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내용 역시 많이 달라졌어.”
팔락팔락-
태공진은 남주련이 만지고 있던 무신도경을 집어 들고 한 장 한 장 넘겨 보았다. 앞에 있는 혈마와 무신과의 관계는 그대로이지만, 뒤에 있는 무공에 대한 내용은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마치 혈마신공과 천일조화공을 합쳐 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태공진이 그것을 읽으며 말했다.
한때나마 중원을 정복했던 혈마의 본신절기 혈마신공.
전 중원을 공포에 빠트리고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하며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올라와 있는 무신의 천일조화공.
이 도경의 내용은 마치 두 가지를 합쳐 놓은 것 같았다.
“잘 보았네. 천무제는 지금까지 무신도경을 익힌 이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두 가지 무공을 한데 엮어 하나의 무공을 창안하려 하고 있네. 이것은 그 시험작이 아닌가 생각된다네.”
“이것이 완성된다면……?”
남주련은 상상하기 싫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무신이 익히고 있는 천일조화공조차 어느 누구도 상대할 수 없었건만, 그것에 혈마의 무공까지 섞어 놓았다고 한다면 이는 고금제일의 무공을 만들어 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중원은 물론이고 팔선의 위기라 봐야 했다.
“하지만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태공진이 책을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완벽했다면 절대 뿌리지 않았다.
무언가 보완해야 할 것이 있으니 이 중원에서 발견된 것이다. 천무제는 자기 자신의 몸을 가지고 시험을 하는 바보가 아니다.
수많은 무신도경이 이 중원에 뿌려진 이유이기도 했다.
“나는 이 도경을 완벽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류화군의 말에 저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천무제가 창안하려 하는 무공이다. 이는 팔선들이 가지고 있는 기운과 극을 이루는 것이었으며, 또한 그 내용이 복잡하고 난해했다.
이것을 해석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천무제와 동등 혹은 그 이상 가는 수준에 올라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팔선들의 머릿속에는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마다 신음을 흘렸다.
“해석한다 해서 뭐가 달라질까요?”
그때, 남주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것을 해석해서 익히기라도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파훼법을 찾으려고?
완벽한 도경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 해석한다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후우- 그도 그렇지. 지금은 수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길까?”
류화군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무신도경을 회수했다. 남주련의 말대로 이것을 해석한다 한들 익힐 수 없으며, 그 파훼법을 찾는다 한들 완성본은 다를 수 있다.
“다급한 나머지 괜한 소리를 했군.”
“아닙니다. 하온데, 그것은 어디서 손에 넣으셨습니까?”
태공진이 한숨을 쉬는 류화군을 향해 물었다.
이런 물건을 천무제가 결코 허투루 숨겨 놓지는 않았을 터이니, 찾아내기 역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류화군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손에 넣었으니 의문이 든 것이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류화군을 향해 돌아갔다.
“사천에서 찾았다네. 어느 자그마한 문파에서 꼭꼭 숨겨 놓고 있더군.”
“이런 것을 말입니까?”
“그렇다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몰락하였지만 말일세.”
세상에는 운이 좋은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문파의 문주가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필시 엄청난 기연을 얻은 것일 터. 이것을 해석하고자 하는 사이, 정체불명의 이들에게 습격을 받아 몰락한 것으로 보였다.
“안타깝지. 장소만 알았다면 조금 더 조사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흐음…… 그렇습니까?”
이야기를 들은 태공진이 잠시 딴생각하며 눈을 흘겼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그의 눈빛이 잠시나마 빛을 냈다.
그러나 그것을 본 이들은 없었다.
“그럼 나는 또 가 볼 데가 있으니 먼저 움직이겠네.”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류화군이 어디를 가는지 알 수 없으나, 이들 또한 일이 있는 자들. 천무제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그들 역시 잠시도 쉬고 있을 때가 아님을 안다.
“저는 여우의 흔적을 쫓아 볼게요. 부디 조심하시길…….”
이윽고 한자리에 있던 남주련마저 구름과 함께 사라졌다. 하나둘 그 자리에서 종적을 감추는 것을 바라보며, 태공진 역시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한 걸음을 내디디며 누군가를 바라봤다.
“잠시, 물을 것이 있습니다만…….”
천천히 걸어가며 입을 열자, 한 사람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떠나려던 류화군이었는데, 그는 묘한 표정으로 태공진을 바라봤다.
“무슨 일인가?”
“일단 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자네가 이러는 것은 또 처음이로군.”
류화군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딱딱하기만 했던 태공진이 먼저 다가오니 그것만큼 신기한 것은 없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걸으며 움직였다.
어느새 주위에는 그들만이 남아있었다. 서둘러 다른 도경을 찾으러 간 것인지, 아니면 여우를 쫓으러 간 것인지 다른 팔선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를 가시려는 것입니까?”
“그게 궁금했는가? 서장이라네.”
“서장……?”
“그래, 그곳에 불길한 별이 떠 있다네. 이 도경이 있던 문파와 비슷했지. 하여 확인을 하려 한다네.”
“서장이라면…… 포달랍궁인가……?”
태공진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포달랍궁이라면 서장에서 아주 오래된 명문이었다. 서장의 소림이라 불리는 곳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곳이야말로 모든 무공의 총본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런 곳에 불길한 별이라?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태공진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퍼걱!
“꺼억!”
느닷없이 손을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류화군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 한 수는 무척이나 빠르며 정교하였고, 방심하고 있던 류화군은 차마 어떠한 대처조차 할 수 없었다.
“어…… 어찌…… 컥……!”
“아아- 시끄러워라.”
태공진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뽑았다. 쑥 뽑혀 나오는 손아귀에는 시뻘건 핏물이 가득 묻어 있었다. 그것을 허공에 한 차례 털어 낸 그는, 다시금 류화군의 몸에 피를 문지르고 그 가슴팍에 손을 넣었다.
그러고는 조금 전 그가 품에 넣었던 무신도경을 회수했다.
“도경을 찾느라 고생했다. 설마 이런 것을 가지고 올 줄이야 생각도 못했군. 여우 년의 위치나 찾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온 것인데.”
“네, 네…… 네놈…….”
휘둥그레 치켜뜬 류화군의 눈동자가 부들부들 떨렸다. 태공진의 얼굴이 삽시간에 변하며 어느새 천무광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 놀라움은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적이 자신들의 본진 깊숙이 들어온 격이다.
“천무제의 도경이라……. 이런 것을 만들고 있었단 말이지?”
팔락팔락 또다시 책장을 넘겼다.
그 행동은 죽음을 눈앞에 둔 이가 코앞에 있다는 사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류화군이 힘을 짜내 최후의 도주를 결심하려는 순간.
퍼걱-!
그의 머리가 산산이 조각났다.
“멍청하긴…… 그냥 보낼 리가 없잖아.”
피식 웃음을 지은 천무광이 책을 갈무리했다.
처참하게 죽은 류화군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곧 흥미를 잃은 사람처럼 시선을 서쪽을 향해 돌렸다.
“포달랍궁이란 말이지?”
그곳에 무언가 있다.
다름 아닌 류화군이 내뱉은 말이다.
천무제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알아볼 기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