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64
“와아…… 이게 바다라는 겁니까요?”
장삼태는 신이 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태어나 처음 보는 바다다.
그것을 처음 보는 순간 느껴진 전율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물이 드넓은 수평선을 이루고 파도가 친다.
철썩철썩 들려오는 소리가 귀를 자극하니,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지닌바 마음이 탁 트이는 감각도 들었고, 알 수 없는 두려움까지 몰려들었다.
저 한가운데 홀로 떠다닌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지금까지 자연이라는 것을 보고도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었던 감정들이 생겨나 그를 자극했다.
“시끄럽구나.”
단우현은 그런 장삼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큰 소리를 치며 말을 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본다.
쿡쿡 웃음을 짓는 그 모양새가 마치 촌놈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기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들뜬 마음을 쉬이 가라앉히지 못하는 장삼태는 그저 신이 난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며 앞서 나갔다.
“조…… 조금 더 가까이 가면 안 되겠습니까요?!”
“여기서도 충분히 보인다.”
“아니, 그래도 말입니다. 이런 건 역시 가까이서 봐야 또 제맛이지 않겠습니까?”
장삼태가 킁킁거리며 바다 냄새를 맡았다.
무엇이 그리 재미나고 신이 난 것인지 활짝 핀 표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어느새 다가와 단우현을 이끌 듯이 바다 쪽을 향해 걸어갔다.
“사실 잘못 따라온 것은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걸 보고 있자니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요.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하하!”
그는 쩌렁쩌렁 언성을 높이며 조금 더 빨리 걷기 시작했다.
그만큼 바다라는 것이 장삼태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단우현은 영 내키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도 시선이지만 바다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분 좋아 웃는 장삼태를 보고 있자니 차마 혼을 낼 수도 없었기에, 그저 작은 한숨과 함께 바닷가를 향해 다가갔다.
코앞에서 본 바다를 즐기며 장삼태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주산군도라…….”
하지만 반대로 단우현의 시선은 어느 곳을 주시했다.
먼바다였다.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 그 섬을 볼 수는 없지만, 저곳이 바로 주산군도라 불리는 곳.
어쩌면 천무제의 흔적을 찾을 수도 있을 곳이며, 천무제가 비천웅을 비롯하여 수많은 수하를 길렀던 곳이다.
“멀군…….”
단박에 뛰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생각보다 거리가 먼 탓에 쉽지 않다.
배를 타지 않는 이상 주산군도로 들어가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돌린 단우현이 장삼태를 바라봤다.
“그만 구경하고 묵을 곳을 찾아봐라.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알겠습니다요! 히히히.”
장삼태는 단우현의 무뚝뚝한 소리에도 기분 나쁜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잡으려 하는 것인지, 그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숙소는 저곳이 좋겠습니다! 바다도 보이고 뭔가 맛있는 것도 팔 것 같습니다요. 그 뭐시다냐! 바다에 왔으니 바다에서 나오는 음식들을 좀 먹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마음대로 하거라.”
“흐흐, 감사합니다요!”
장삼태가 서둘러 객잔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이 처음보다 빨라진 것은, 만족할 때까지 바다를 구경한 이유도 있지만, 바다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어떠한 것들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나오는 고기들은 보관이 용이하지 못하다.
얼음이 없는 이상 운송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므로, 이곳에서 나오는 음식은 오로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기회에 온갖 진미들을 먹어 볼 요량이다.
그는 힘껏 움직여 객잔을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도중에 보이는 저잣거리에서도 장삼태의 눈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갔다. 그리도 주변이 신기하고 볼거리가 많은 것인지, 한시도 눈이 가만있으려 하지 않았다.
이윽고 얼마 있지 않아 장삼태가 보기에 가장 좋아 보이는 객잔 앞에 도착했다.
쉬지 않고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는 그 객잔은, 근방에서 제법 유명한 곳인 듯하였으며, 안에서 풍겨 오는 냄새 역시 꽤 좋았다.
“이곳으로 하시죠!”
“아무래도 좋으니 들어가기나 하거라.”
단우현은 영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입장에선 어디를 가나 비슷한 느낌이니, 객잔이 좋든 아니든 그리 큰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저 잠을 자고 쉴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아이고! 어서 오십쇼!”
이윽고 두 사람을 발견한 객잔주가 허겁지겁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척 보아도 투숙객이라는 것을 느낀 것인지,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한 며칠 묵을 생각이다.”
단우현 역시 자연스럽게 품에서 은자 한 냥을 꺼내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은 순간, 객주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방으로 안내해 드릴까요? 아니면 식사부터 하시겠습니까?”
“일단은 조금 쉬고 싶군……. 그리고 배를 한 척 구해 주었으면 하는데.”
단우현의 말에 객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소소한 일 정도는 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고,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어디로 가십니까? 조금 멀긴 하지만 조선? 아니면…….”
“주산군도다.”
“……!?”
“……!”
“헉!”
그가 내뱉은 말에 한순간에 주변이 술렁거렸다.
싱글벙글 웃음을 짓고 있던 객주마저 시퍼렇게 질린 안색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러했다.
마치 그곳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그렇기에 가까이 가려 하지 않는 것처럼,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소곤거렸다.
“들었어? 주산군도란다.”
“미쳤군…… 외지인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니야?”
웅성웅성.
객잔 전체가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번 일어난 파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채 주변을 흔들었다.
그 묘한 느낌에 단우현이 인상을 썼다.
“무슨 일이지?”
“아, 저…… 그게 말입니다…….”
객주가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지 그 역시 난감할 따름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뭐든 해 준다 생각하며 장사를 하고 있었던 객주의 입장에서 이만큼 곤란한 일은 또 없었다.
그때, 대답을 하지 못하는 객주를 대신해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거기 갈 생각은 그만두게. 누구도 배를 띄우지 않을 테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단우현이 이해되지 않는 표정으로 말을 건넨 이를 바라봤다.
노인이다.
오랫동안 뱃일을 한 것인지 나이에 비해 체구 자체가 상당히 컸다.
고된 노동의 흔적들이 몸 곳곳에 나 있었는데,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는 것인지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또한 이미 술에 잔뜩 취해 있는 것 같았다.
탁!
노인은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은 말할 때 그만두게. 그곳은 발도 들이지 않는 것이 좋아.”
그런 말을 남기며 그가 객잔을 나섰다.
모든 이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며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드러내는 자들도 있었으며, 공포에 젖어 부들부들 몸을 떠는 이들도 있었다.
그 영문 모를 상황에 단우현과 장삼태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정말로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이 송구스럽습니다마는…… 그곳으로 가는 것은 포기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객주가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한숨을 쉬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어떠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잠시간 뜸을 들이다, 이내 단우현에게 가까이 다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어디 가서도 그곳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십시오. 그러다…… 큰일 납니다.”
미묘한 상황에서 객주의 안내를 받고 방으로 들어온 단우현과 장삼태는, 간단하게 짐을 풀고 침상에 앉았다.
힐끗 밖을 보니 객잔 안에 있던 이들 중 몇몇이 밖으로 나가, 지인들과 소곤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힐끗 객잔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하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경계를 하거나 불길함에 떠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뭔가 이상합니다요…….”
“안다.”
단우현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주산군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바뀌었던 그 분위기가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생생했다.
몇몇 이들은 놀람, 몇몇 이들은 두려움, 몇몇 이들은 공포와 불길함을 품었고, 또 다른 이들의 시선에는 마치 희생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안쓰러움이 담겨 있기도 했다.
객주의 시선이 그러했다.
그리고 그가 내뱉은 말 역시 마음에 걸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단우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구나.”
“큰일일깝쇼?”
“글쎄다…….”
잠시 생각에 빠졌던 단우현은 어느새 인상을 찌푸렸다. 이렇다 할 것들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러한 일이 벌어진 이유를 몇 가지 짐작해 보려 한 것이다.
물론 그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거의 답에 근접한다.
“주산군도의 영향력이 이곳에 미치고 있다든가…… 혹은 그곳으로 향했던 배들이 하나같이 돌아오지 못했다든가…….”
게슴츠레 눈을 뜬 단우현이 입을 열었다.
눈앞에서 보였던 이들의 감정들을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이 정도가 가장 정답에 근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사해 볼깝쇼?”
장삼태가 눈을 반짝 빛냈다.
스스로가 먼저 조사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그 역시 한 단계 성장을 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단우현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나가고 싶으냐?”
“아니…… 뭐, 딱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구, 궁금하지 않습니까요.”
장삼태가 뜨끔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마을 구경을 하려 했던 그다. 자신의 생각을 빠르게 읽어 버리는 단우현 때문인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알아봐서 나쁠 것도 없지. 배는 구해야 하니…….”
단우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없이는 접근하지 못한다.
아무리 대단한 힘을 지녔다 한들 단우현 역시 사람이었고, 자연 앞에서는 그저 한없이 작은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거대한 바다를 이길 수는 없는 법.
“그럼 다녀오겠습니다요!”
장삼태가 신이 난 표정으로 들떠 소리를 높였다.
가장 먼저 저잣거리에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반짝 눈을 빛냈다.
어느새 주섬주섬 단우현이 준 용돈마저 챙긴 그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리나케 방을 빠져나갔다.
“어린애로군.”
단우현이 그러한 장삼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어이없이 웃었다. 신이 나 뛰어가는 모습은 마치 단소미와 같은 나이처럼 보였다.
그러한 생각을 하며 단우현은 웃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금 창밖을 바라봤다.
거대한 바다 풍경이 그의 시선을 자극했다.
“그곳에 있느냐?”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단우현의 마음속에 이곳에서 모든 것을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더는 미궁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의 눈빛이 잔잔하게 고요함을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