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92
장삼태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고작해야 복부를 얻어맞은 것에 불과한데, 느껴지는 고통은 끔찍하다 못해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상대와의 격이 얼마나 다른지를 고작 한 수에 깨달아 버린 셈이다.
그 원인을 만든 사내는 어느새 장삼태를 스쳐, 전각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행동으로 보아 장삼태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마치 벌레를 짓밟는 것조차도 아깝다는 듯한 행동.
강자의 여유가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크윽……!”
하지만 장삼태 역시 무조건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사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곳으로 들어왔는지 불 보듯 뻔하다.
좋지 않은 것임을 알기에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단우현이 깨어날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렇게 모든 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 없으니, 그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소리쳤다.
“야! 어디 가냐고, 시벌 놈아!”
큰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상대를 향한 욕설이 주산군도 전체에 퍼져 나갔다.
그 때문인가?
앞서가고 있던 사내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스윽 시선을 돌린 그가 장삼태를 바라보곤 피식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이 가득하였는데, 곧 한껏 눈살을 찌푸렸다.
퍼걱!
“꾸웩!”
또다시 복부를 얻어맞았다.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감각과 동시에 한순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나 장삼태는 어떻게 해서든 정신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았고, 주저앉은 채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어…… 어디 가냐고, 이 자식아…… 쿨럭…….”
“오호…….”
사내의 시선이 묘하게 변했다.
충분히 즉사를 할 수준이었다.
가볍게 휘두른 한 수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그의 주먹은 백대고수들조차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한데도 버티고 정신조차 잃지 않았다?
사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크…… 크윽…… 자…… 장삼태…….”
사내는 하하,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생긴 것이나 입고 있는 몰골을 보면 정말로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어딘가에서 밑바닥 인생을 기고 있는 이들한테나 붙을 법한 것 아닌가?
겉보기에 장삼태는 그러하였고 또한 그렇게 생겨 먹었다.
사내는 주저앉은 장삼태를 바라보며 시선을 내렸다.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강제로 끌어올리니 입가에 피를 흘리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무신 놈과 무슨 관계이더냐?”
“내…… 내…… 가, 가족이다.”
“응?”
뜻하지 않은 말이 들려오자 사내는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단우현에게 가족이라는 것이 있었던가? 그저 보이는 족족 죽이고 다니는 통에 가족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사내가 인상을 썼다.
짝!
콰다다앙!
후려쳤다.
뺨을 후려친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이다.
장삼태의 몸이 날아가 바닥을 쓸었다.
이리저리 뒹굴고 땅을 파헤치다 십여 장 이상 날아가서야 멈추었다. ‘커억!’ 하는 신음과 함께 토혈이 터졌고 그의 몸은 부들부들 떨려 왔다.
“장난치느냐? 그렇다면 네놈이 천 살이라도 된다는 소리더냐?”
사내는 저벅저벅 장삼태를 향해 다가왔다.
쿨럭쿨럭 연신 기침을 해 대는 모습을 보면서도 일말의 동정심조차 없는 시선을 보냈다.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발을 휘둘러 또다시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컥!”
“아니면 내가 우스워 보이는 것이야?”
사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얕보인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단순히 미친놈인가?
어떤 식이든 간에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벌레만도 못한 녀석에게 조롱을 당했다고 생각을 하니 울화가 치밀었다.
“지…… 진짠데 시벌 놈아……!”
“하하하.”
그때, 고통을 억누르며 숨을 삼킨 장삼태가 이죽거렸다. 그것은 틀림없이 상대를 조롱하고자 하는 표정과 말투였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할 말은 모조리 하고 죽겠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장삼태는 입꼬리를 늘어트리며 입을 열었다.
“너는…… 우리, 자…… 장주님 깨어나면 넌 죽어, 이 새끼야, 쿨럭! 우, 우리 장주님이, 나를 얼마나 아끼시는데…….”
장삼태에겐 확신이 있었다.
그런 얼음덩어리?
무신, 아니 단우현이라면 능히 깨부수고 나올 것이다. 그런 것으로 그 사람을 가둔다는 것이 어디 말이나 될 법한가?
그리고 나오는 순간, 눈앞에 있는 사내는 죽는다.
지금까지 호남단가를 건들고 살아남은 이가 없다는 것만 생각해 보면, 능히 그리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사내의 입장에선 어이없는 일이었다.
우둑우둑 목을 풀고 ‘하!’ 하며 기가 찬 소리를 냈다.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나는 혈마 놈과는 다른데 말이지…….”
사내가 지그시 장삼태를 바라봤다.
슬쩍 발을 놀려 그를 엎어트리더니 이내 팔을 짓밟았다.
우득!
“끄아아아아악!”
격하게 들려오는 뼈 부러지는 소리는 환청이 아니었다. 짓밟힌 채 뼈가 으스러지는 그 고통 역시 꿈이 아님을 확연히 알게 해 주었다.
장삼태는 고통에 몸부림을 쳐 보지만, 사내는 오히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은 듯 웃음을 지었다.
슬쩍 발을 뗀 후에 다시금 다른 팔을 짓밟았다.
“으아악!”
장삼태가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극심한 통증이 골수까지 치밀어 오르고,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더욱 그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금까지 오황이니 단우현이니 하는 이들에게 맞아 보기는 하였지만 이러한 고통은 생전 처음이었다.
두려움과 공포가 물밑듯이 몰려들어 그를 장악했다.
입과 코에는 침과 콧물이 새어 나왔고 눈동자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로 눈물을 흘렸다.
차라리 혼절이라도 하였으면 괜찮았을 테지만, 사내는 그것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의 감각을 일깨우며 고통을 주었다.
“다음은…… 어디를 밟아 볼까?”
사내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장삼태의 몸을 확인했다.
마치 장난감을 부수며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과도 같았다.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며 장삼태의 몸을 확인하고는, 이윽고 목을 향해 발을 올렸다.
“내가 가장 듣기 좋아 하는 소리는 목뼈가 부서지는 소리다. 사실 머리가 더 괜찮은데 이것저것 좀 많이 묻어서 귀찮아지는 게 흠이란 말이지.”
“커컥…… 미…… 미친놈……!”
사내는 슬쩍 발에 힘을 주었다.
그 힘의 압박이 느껴지는 순간 당장이라도 목뼈가 부숴져 버릴 것 같은 감각이 들었다. 바둥거리며 안간힘을 써 보려 하지만 그것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윽고 사내가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웃었다.
이대로 힘을 조금 더 준다면, 저 연약한 목은 아무런 저항 없이 부러져 나갈 것이다.
사내가 씩 웃음을 지었다.
“지겨우니 그만하도록 하지.”
바둥거리는 장삼태가 그 소리를 듣고 발을 붙잡았다.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치워 내려 하였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상대가 가지고 있는 힘이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한 탓이다.
조금 더 강하게 발이 조여지고 이제는 그 숨통마저 턱턱 막히는 순간.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터져 나갔다.
사방으로 파편이 튀어 오르고 새하얀 한기가 파도처럼 물밑듯 쏟아졌다.
온 사방으로 부서진 얼음 가루가 휘날렸으며, 어딘지 모를 곳에서부터 땅이 파여 오르더니 종국엔 사내와 장삼태가 있는 곳까지 밀려들었다.
“큭!”
당황한 사내가 재빠르게 몸을 날렸다.
장삼태 역시 몸을 옆으로 구르며 피해 냈다.
동시에 허공에 떠오른 사내는 힐끗 무언가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누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기척을 깨닫았다.
순간.
오싹-!
무언가를 보았다.
눈앞에 있는 무언가였다.
기척도, 감각도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눈앞에 있는 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조차 알 수가 없을 정도였으며, 보이는 것은 그저 흐릿하고 검은 그림자.
그 속에 치켜 떠진 붉은 눈동자가 사내를 응시했다.
“윽!”
깜짝 놀라 몸을 비틀려는 순간.
서걱!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직선으로 섬광이 그어지며 정수리에서부터 기이한 느낌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사내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의문만을 표했다.
“너…….”
이윽고 그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오싹함.
공포감과 두려움.
바라보는 순간 식은땀을 흘리게 만들며, 온몸에 잔털마저 곤두서는 듯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천살(天殺)이라 불리는 인재(人災).
촤아아아악!
사내의 몸이 어이없을 정도로 쉬이 베여 나갔다. 그대로 양단되어 피를 뿌리고 쓰레기처럼 땅으로 쓰러졌다.
붉은 피가 사방을 적셨다. 쓰러진 자의 그 기괴한 표정과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끔찍한 참상임을 느끼게 했다.
부들부들―!
장삼태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뭐가 어찌 된 것인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내는 시체가 되어 널브러져 있으며,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이는 평소 잘 알고 지낸 자다.
온몸이 흠뻑 젖어 있는 이는 세찬 바람결에 맞으며 슥 하고 장삼태를 바라봤다.
“오줌이라도 지리겠구나.”
“아…… 에…… 에이씨! 나오려면 진작 나오든가!”
장삼태가 거칠게 소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씩씩 분노를 토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그만큼 두렵고 무서웠으며,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러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인가?
안도감보다는 화가 더 났다.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힘차게 쥔 주먹을 내지르며 그의 가슴을 쳤다.
툭 하는 소리가 짧게 터졌다.
힘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차마 세게 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인지.
내지른 주먹이 단우현의 몸에 닿는 그 순간.
장삼태는 지금까지 겪었던 온갖 고생들이 단박에 물밑듯이 몰려왔다.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저도 모르게 흘리는 눈물이다.
“제길…… 나오려면 빨리 나오든가…… 진짜 시체 치우는 줄 알았잖수.”
그리 말을 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는 순간.
빠악!
“끄아아악!”
장삼태가 느닷없이 머리를 붙잡고 주저앉았다.
엄청난 고통이 솟구쳐 오르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머리를 부여잡고 뒹굴뒹굴 땅을 굴렀다. 얼마나 아픈지 미친 듯한 고통이 치솟았다.
“나를 때린 놈은 천 년 만에 네놈이 처음이구나.”
단우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장삼태를 바라봤다.
하필이면 이런 녀석에게 손을 대게 하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 것인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