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89
“그건 얼마전 저희 가문의 문장을 만들던 사람이 납치되어서 그런 것입니다.아직도 그가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그가 그들에게 이용당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그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를 썼지만 아직
그에 대한 어떤 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있던 로니엘이 차분하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질문을 한 귀족은 물론 그들을 의심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번 그렇다고 못 밖힌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로니엘과 세빌이 어떤 대답을 해도 무조건 믿지 않았다.
오히려 그 대답들을 자기가 생각했던 것에 껴맞추기 일수였다.
그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려면 눈앞에 보이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그럴듯 하지만 그렇다면 그자가 왜 목걸이는 가짜로 만든 것이오? 그대들이 일이 드러날때를 대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 아니오?”
“그 이유는 저희가 더 알고 싶습니다.왜 그런 일을 한 것인지 저희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본인이 생각해도 궁색한 변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소?너무 상투적인 변명이군.하긴 모든게 밝혀졌으니
이젠 그런 변명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겠지만 말이오.”
켈로든 백작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로니엘을 쏘아 보았다.
“전하 아직 저들이 자백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의 배후가 저 클레이톤 가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가만히 회장 안의 논쟁을 지켜보던 프라나 공작이 굵직한 목소리로 세르디오에게 말했다.
“아니옵니다 전하.이번 일은 모함이 분명하옵니다.”
근위기사단이자 헤시스 후작의 차남인 글리온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는 흥분과 분노로 얼굴 전체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글리온과 프라나 공작의 말이 시발점이 되어 잠잠해져 가던 장내는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귀족들은 경쟁적으로 세르디오를 불러 그에게 자신들의 생각이 맞다고 호소했다.
“모두들 조용히 하시오.”
세르디오가 장내에 있는 모든 이들을 보며 위엄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그대들의 생각은 잘 알고 있소.그러니 더이상 똑같은 말로 왈가왈부 하지 마시오.”
그의 말 한마디에 장내의 소란이 단번에 사라졌다.
귀족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세르디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클레이톤 백작.아직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미 대다수의 귀족들이 그대들이 이번 일의 배후라고
생각하고 있소.저들이 원래 그대 가문에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기사를 뺀 대다수의 귀족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모든 상황에서 그대들이 가장 범인들에 가깝기 때문이오.
게다가 나 역시 이번 일의 배후는 클레이톤 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오.
기사들이야 워낙에 우직한 이들이니 그대들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못 버리는 거라 생각하오.
그래서 잠정적으로 그대들이 이번 일의 배후라는 것을 선언하겠소.
냉정하게 생각하진 마시오.그대들이 결백하더라도 여기까지 상황이 흐르게 한건 그대들의 잘못이오.
일의 사안으로 봐서는 그대 가문에 속한 모두를 죽여야 하지만 전대 클레이톤 백작들의 공로를 봐서 그러지는 않겠소.
대신 수도를 떠나 저 변방 알드리온 영지로 가시오.기한은 일주일이오.그때까지 떠나지 않으면 더한 벌을 내릴테니
알아서 떠나시오.
만일 그동안 그대들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생기고 다른 진범이 밝혀지면 그땐 다시 풀어줄겠소.
그러니 이런 판정을 내린 날 원망하지 마시오.그리고 떠나는 그날까지 그 누구도 집 밖을 나와선 안되오.
그대들을 감시하기 위해 근위 기사단들이 클레이톤 가 주위를 지킬 것이오.
그리고 태자비의 일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결정을 내릴테니 오늘은 이걸로 끝내겠소.
더 이상 이 결정에 뭐라 하는 자들은 반역도로 생각할테니 모두들 더이상은 왈가왈부 하지 마시오.”
잘못된 판정이라 반박하려던 기사도 벌이 너무 약하다고 말하려던 귀족들도 세르디오의 싸늘한 말
한마디에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세르디오는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조용해진 장내를 나갔다.
“전하를 원망하지 말거라.아직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지 않았느냐?”
세빌은 억울해서 이를 꽉 물고 분을 삭히는 카일을 달랬다.
“하지만 저희가 모든 것을 뒤집어 씀으로서 이번 일에 대한 황성의 수사는 거의 끝난 것이 아닙니까?
기회라고 할 수 없는 기회입니다.아마도 전하께서는 기사들의 반발을 우려해서 그런 결단을 내신걸 겁니다.
수백년 동안 충성을 받친 결과가 이것이란 말입니까?
아버지와 형은 어떨지 몰라도 전 전하의 판정을 용납하지 못합니다.아니 안 하겠습니다.”
카일은 조금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가만히 있는 로니엘과 세빌을 보며 분을 터뜨렸다.
그는 일이 이렇게 되고도 황태자를 원망하지 않는 아버지와 형이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그의 목에선 날카롭게 날이 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지 마라.]카일은 갑자기 머릿속에 울리는 로니엘의 음성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로니엘을 보았다.
“무슨?”
[표정변화가 너무 크구나.좀 전과 같이 행동해라.]로니엘이 카일에게만 보이게 빙그레 웃으며 다시 마나를 이용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로니엘의 말에 카일은 로니엘이 비밀스런 방법으로 말을 거는 의도를 재빨리 눈치챘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내키는 대로 표정을 바꾼 경험이 없던 그는 그 전처럼 분에 못이기는
표정을 짓는 대신 평상시의 냉막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그게 더 낫구나.전하께서도 무슨 의도가 있으셔서 그런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보거라.그럼 자연히 알게 될거다.]카일은 그제서야 로니엘과 세빌이 태연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상황 모두가 황태자와 그들이 계획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안심하는 표정을 짓지는 말아라.이 모든게 그들을 속이기 위해 벌인 것이니 지금상황에 가장 어울릴 행동을 하거라.]
카일은 대답 대신 로니엘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세빌은 여전히 조금 화가 난듯 했지만 조금 전 만큼 심한 것 같지 않은 카일을 보며 로니엘이
그에게 어떤 조치를 취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로니엘의 진정한 힘이 어떤 건지는 몰랐지만 세빌은 로니엘의 그때 그 눈빛을 생각하며
그가 능히 그런 능력이 있을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제 가자.가서 집에서 마음 졸이고 있던 이들을 달래야하지 않겠느냐?”
잠시 기사들에게 위로와 응원 소리를 듣고 있었던 세빌이 카일과 로니엘을 밖으로 이끌었다.
“이야기 들었다.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린 것 같구나.폐하께서 그 일을 들으시면 불같이
화를 내실거다.공정했던 네가 어찌 그런 결정을 내린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다수의 귀족들의 확실치도
않은 논리에 휘둘리다니 너무 경솔했다.”
에르티아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세르디오를 보며 꾸중섞인 소리를 했다.
“저도 방금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이번엔 오라버니가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신 것 같아요.
전 오라버니가 다시 귀족들을 모아서 다른 결정을 내리셨으면 좋겠습니다.한 시라도 빨리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마음을 정리한다고는 했지만 아직은 로니엘에 대한 정이 어느정도 남아있었던 아르나는 로니엘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이제 막 친해지기 시작한 로웨나도 걱정이 되었다.
“아바마마께서는 어떠십니까?”
세르디오는 회장에서의 일에 대한 변명 대신 마르시스에 대해 물었다.
담담하게 에르티아와 아르나의 비판을 듣는 세르디오를 보며 둘은 그가 자신의 잘못을 모두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캐러디안 공작이 행한 마법으로 완치가 되셨다.하지만 그동안 워낙 기력을 뺏기셔서 오늘 하루동안은 계속
주무실거라더구나.”
“그럼 아바마마께서는 아직 그 일을 못 들으셨겠군요.”
세르디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눈에 띄게 안도하는 그 모습에 에르티아와 아르나는 그가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폐하는 물론 태자비에게도 그 소식이 들어가지 않게 내가 조치를 취해 놓았다.”
언제나처럼 아르나,로웨나와 함께 마르시스의 침실에 있었던 에르티아는 세르디오의 말을 전하러 온 시종장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한 것을 금새 알아챘다.그래서 에르티아는 회장에서의 일을 말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다행히 오랫동안 에르티아를 알고 지내온 시종장은 그녀의 뜻을 바로 알아채고 세르디오가
아르나와 에르티아를 만나기를 요청한다는 것만을 말했다.
그래서 로웨나만을 남겨두고 방을 나선 에르티아는 방 주위의 궁녀들과 기사들 모두에게 회장에서의 일을
로웨나에게 말하지 못하게 엄히 말해놓고 세르디오에게 왔다.
“감사합니다 어마마마.제가 부탁하려던 일을 이미 다 해주셨군요.다행입니다.제 비에겐 미리 일러둔 것이 있어서
그래도 안심이 되었지만 아바마마께서 그 소식을 듣고 건강이 악화될까 걱정을 했었사옵니다.”
세르디오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그려진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오라버니에게 어떤 생각이 있나보군요.오라버니답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했더니 역시 그랬군요.”
세르디오는 작은 음성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 아르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아르나의 말이 맞나보구나.네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옳은 것일거라 믿는다.비밀스럽게 진행시키는
일인모양이니 우리는 네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것 처럼 행동하마.아르나와 내게 더 할 말이 있느냐?”
에르티아는 떨림 하나 없이 곧고 차분한 고동색 눈동자로 세르디오를 바라보았다.
“없습니다.그리고 감사하옵니다.”
“할 일이 많은 너를 오래 붙잡고 있어선 않되겠지.그럼 우린 이만 폐하께 다시 가보마.모든 일이 네 뜻대로 잘 풀리길 바란다.”
평상시 같았으면 세르디오를 붙잡고 여러 이야기를 했을 에르티아였지만 그녀는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르디오가 해야 할 일에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한 것이다.
“전하.키리어스 경이 오셨습니다.”
에르티아와 아르나가 가고 잠시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서류들을 읽던 세르디오의 귀로 시종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여보내거라.”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것으로 끝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