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y A.C RAW novel - Chapter 121
제 121 화
“무식하게 강해서 웬만한 힘으론 못 막아. 우리 형도 힘들어한 녀석이니까.”
“해우 교수님이 힘들어할 정도라고?!”
코니룸은 물론,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레이먼의 입에서도 헉! 소리가 튀어나왔다. 대체 어떻게 된 놈이기에 괴물 같은 해우 교수님과 하진 교수님이 힘들어했단 거야?!
“그럼 술자를 공격하면 되지 않나요?”
“성물이든 괴물이든 상급 이상은 술자가 죽지 않는 한 자유의지로 움직일 수 있어. 뭐, 하민이가 다치면 그쪽으로 달려갈 수도 있겠다만…… 두 마리니 둘 다 떼어놓는 건 무리겠지.”
거기다 하민이 조금이라도 다쳤다간 팔불출의 극을 치닫는 하진이 어떤 보복을 하려 할지 모른다.
“처리하는 것보단 어떻게 도망치는지를 생각하는 게 빠를 거야.”
재우가 그리 말하며 배를 뒤로 물렸다. 그러기 무섭게 새디의 주먹이 강에 내려 찍혔다.
새디는 쉽게 맞지 않는 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양손을 휘저었다. 꼭 곰이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만 같았다.
“왜 갑자기 속도가 빨라진 거야?! 야, 석재우! 어떻게 해봐!”
“염병. 그게 가능하면 진작 했겠지!! 돌겠네, 정말. 얘네를 어떻게 돌파하지?”
“한 명이 미끼가 되는 방법은?”
“나쁘진 않네, 마조는 1형 애들이 잡고 있으니까. 근데 그 미낀 누가 할 건데.”
“네가.”
“망할. 나더러 죽으라는 거냐?”
재우가 이를 갈며 노려보자 코니룸이 한쪽 입꼬릴 말며 얄밉게 웃었다.
“적어도 형 친구 동생이니 죽이진 않겠지. 그냥 좋게 희생해.”
“이게, 진짜.”
코니룸과 재우 사이로 스파크가 튀었다. 그때 동시에 두 사람이 다시 키를 잡고 배를 뒤로 물렸다.
쿵!!
소리와 함께 묵직한 주먹이 내리꽂혔고, 또다시 물이 튀며 배가 크게 흔들렸다.
은하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축축하고, 정신없고, 심지어 뱃멀미까지 올라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배에 매달려 숨을 골랐다. 그때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뭔가 해서 고개를 배꼼 드니, 주홍 선이 그어진 3형의 배가 보였다.
“륜!”
다른 배들보단 조금 늦지만 착실하게 쫓아온 3형. 그들이 거대한 덩치를 가진 헤프슨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1등도 상관없고 무사 귀환만 바라고 천천히 왔는데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크라마는 마조와 새디를 번갈아보다, 사람이 많은 쪽이 안전할 거라 생각했는지 세 척의 배가 있는 새디 쪽으로 향했다.
륜이 황급히 칼을 뽑으며 말했다.
“테오, 여기서 뭐하는 거야?”
“보면 모르냐?! 저 미친 곰 때문에 못 나가고 있잖아!!”
“잡을 순 없는 거야?”
륜의 질문에 답을 해준 건 테오가 아닌 코니룸과 재우였다.
“무리야. 털과 가죽이 너무 단단해서 어지간한 무기는 안 들어.”
“늄으로 뒤흔드는 것도 힘들고.”
“그니까 그냥 네가 미끼 하라니까.”
“네가 먼저 본보기를 보여주면.”
코니룸과 재우는 서로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그러다 다시금 주먹을 휘두르는 새디의 공격에 저만치 떨어졌다.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잘도 피하는 배. 마치 평지에 있는 것처럼 유려한 그들의 움직임에 새디가 발을 구르며 씩씩거렸다.
[때리고 싶어! 이 자식들아, 가만있으라고!!]때리겠다는 강한 집념이 담긴 목소리가 강을 울렸다.
새디는 주먹을 꽉 쥐며 그대로 배를 향해 내려찍었다. 그의 급작스런 공격에 배를 돌려 공격을 피하는 요한과 코니룸, 그리고 재우였다. 그러나 유일하게 움직이지 못한 팀이 있었으니, 너무 놀라 배를 물릴 타이밍을 놓친 3형이었다.
그들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에서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는 묵직한 주먹. 두 사람의 눈이 마치 다된 전구마냥 깜빡였다.
“아…… 아…… 악?!”
“엑?!”
그악스런 비명이 강을 울렸다. 크라마는 륜을 뒤로 밀친 채, 온몸에 늄을 부여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새디의 주먹을 잡았다.
쿵-!
어마어마한 충격이 배까지 전해졌다. 고리 모양의 파문이 끝없이 그려졌다.
크라마가 이를 악물며 버티기 시작했다. 평범한 인간에게선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 그녀가 신체 강화 계열 중 증폭을 주로 다루는 유형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일반인이라면 그대로 강에 빠졌을 것이었다.
크라마는 두 팔에 모든 늄을 집중했다. 힘줄이 불거지며 엄청난 힘이 증폭되었다.
“으아아아!! 밀어버리겠어-!!”
[으으으으아!!]새디와 크라마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크라마가 서 있는 배의 바닥 부분에 금이 생길 정도였다. 륜은 저도 모르게 몸을 최대한 배의 뒤쪽으로 물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크학학학’ 하는 특이한 웃음소리를 계속 내면서 새디를 미는 크라마,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결 더 높은 분노를 느끼며 더더욱 세게 미는 새디.
어마어마한 기압과 팽팽한 기류가 주위를 흔들었다.
[으어어어어어어어!!]“으아아아아아아아!!”
밀려는 자와 밀리지 않으려는 자의 대립에 물살이 크게 흔들렸다. 크라마는 온 힘을 다해 새디의 공격을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잊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그들이 땅바닥이 아닌 물 위에 있단 거였다.
출렁.
앞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서 그런 걸까. 마치 시소처럼 배가 앞쪽으로 크게 기울기 시작했다. 륜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주변을 살폈다. 그때 파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크라마가 서 있는 앞부분의 바닥이 깨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강물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이라고, 왜 하필 배까지 이러는 건지!
륜이 크라마를 부르며 소리쳤다.
“크라마 선배! 배! 배 앞에 물 들어와요!”
“크학학학!! 내가 밀릴 것 같냐?!!”
[으어어어어! 때린다. 때리고 말 테다!!]다른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지 겨루기 시합이 온 신경이 쏠린 크라마와 새디의 모습에 륜이 허둥지둥하며 배를 제대로 하기 위해 뒤쪽에 힘을 줬다. 하지만 크라마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신발 끝에 축축한 물기가 닿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물부터 빼내야 하나? 이 상황에서? 아니면 다른 배로 옮겨 타?
비명이 되지 못한 소리가 입안에서 맴돌았고 머릿속까지 경악이 가득 찼다. 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동자만 굴렸다.
그때였다,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머리 위에서 경악 어린 비명이 울려온 것이.
“꺄아아아아악-!!”
하늘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비명.
륜은 ‘어라?’ 하는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봤다. 륜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그건 열심히 번개를 튀기던 루아도, 그 앞에 있던 마조도, 그리고 크라마와 열심히 힘겨루기를 하던 새디도 마찬가지였다.
새디는 머리에 커다란 물음표를 그리며 고갤 들었다.
눈부실 정도로 맑은 하늘과 기분 좋게 떠다니는 뭉게구름. 그 화창한 햇살 아래 이상한 타원형의 그림자가 떠 있었다.
모두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그려졌다.
[엥?] [음?]“에?”
“응?”
“어?”
“얼라?”
“아?”
“하?”
휘잉 하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타원형의 그림자. 마치 거대한 대포처럼 날아온 그림자는 그대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더니 크라마와 열심히 손 씨름을 하고 있는 새디의 이마에 쾅! 하고 부딪쳤다.
[악!!]“컥!!”
“으악!!”
“새디!”
묵직한 충격에 새디가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반동에 계속 힘을 주고 있던 크라마가 균형을 잃어 앞으로 고꾸라졌고, 뒤이어 완벽하게 뒤집혀 버린 3형의 배였다.
쿠웅!!
첨벙!
물이 튀고, 배와 새디가 가라앉고, 비명이 터지고.
정말이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그리고 새디가 가라앉은 곳 바로 위에 이 사태를 만든 검은 그림자가 떨어졌다.
또다시 강물이 튀기며 엄청난 양의 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쏴아아…….
“…….”
“하…….”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모두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숨 쉬는 것조차 잊을 만큼 짙은 침묵과 정적이었다. 잠시 후, 물 위로 검은 배 하나가 떠올랐다.
순간 모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서, 설마…….”
그들은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경악 어린 표정으로 앞을 응시했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끔찍한 순간이었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검은색의 배.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선명한 보라색의 가로 선을 봤을 때, 모두는 그것이 어디의 배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부서졌던 8형의 배가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
재우와 코니룸이 식은땀을 흘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미친 곰 헤프슨보다 더한 공포가 그들을 뒤덮었다.
잠시 후, 배의 키를 잡고 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아슈팔이…….”
“여기…… 있는 거지?”
한쪽 손을 허리에 걸친 채 보기 드물 정도로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슈팔.
그가 앞머리를 가볍게 쓸었다. 물기에 젖은 머릿결이 그의 손짓에 따라 부드럽게 흘러 올라갔다.
“후우…….”
낮은 한숨 소리가 강물 위에 번졌다.
아슈팔은 제 앞에 있는 모두를 바라봤다.
일부는 상당히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었고, 일부는 경악에 입만 턱 벌리고 있었으며, 일부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오직 요한만이 아- 하는 감탄을 내뱉으며 지독한 무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슈팔이 다시금 긴 숨을 내쉬며 뒤를 바라봤다. 하늘을 날았다는 충격이 꽤 컸는지 배를 꽉 잡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유림이 보였다. 새파랗게 질린 입술 사이로 ‘미친…… 미친……’이라는 다소 거친 말이 새어 나왔다.
다시 그가 시선을 앞으로 했다. 순간 모두가 움찔거리며 몸을 움츠렸다. 이는 하민도 마찬가지였다.
아슈팔은 그 상황이 꽤 마음에 드는지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날이 좋네요.”
한없이 평화스러운 목소리에 모두의 등으로 소름이 돋았다.
오싹한 한기가 그들을 훑고 지나갔고, 마치 한겨울 얼음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몸이 자꾸 움츠러들었다.
코니룸과 재우는 숨을 삼키며 아슈팔을 바라봤다.
마른침이 연신 넘어가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마치 지옥을 앞에 둔 사람처럼 목을 죄는 긴장감이 온몸을 훑었다.
아슈팔이 다시금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이런 좋은 날에 수영이라니…….”
그들이 덜덜 떨며 아슈팔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비웃듯 그가 보기 드물 정도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배님들께도 권유하고 싶네요. 괜찮죠?”
참으로 평화스러운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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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즈 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