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35
132. 용은 그렸다 (3) >
132.
이두르카는 부하의 급박한 보고를 듣고 있었다.
“대전사장! 가장 먼저 배리어를 잃은 호르투 40척이 위험합니다. 적 폭격기가!”
화면에서 테라의 폭격기가 레이져에 격추 당했음에도 기어코 호르투에 부딪쳐 폭발을 일으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폭격기가 한두 기가 아니라 무려 5만 기에 달했다.
그야말로 지독한 전투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건 폭격기가 폭탄을 나르는 게 아니라 직접 폭탄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나약한 놈들이 전투의지만큼은 투철했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앙!
배리어를 잃은 호르투는 속수무책으로 폭격기의 폭격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고 아무리 장갑이 강력하다고 해도 장갑만으로는 그러한 충격을 방어하는 게 한계가 있었다.
방어력을 높이고자 무턱대고 장갑을 두껍게 만들었다간 기동력이나 여타 다른 부분에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니까. 다른 성능과 조화를 이루는 한에서 강화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폭격기의 폭탄은 그러한 장갑을 부수고자 만들어진 폭탄이기에 한두 발도 아니고 수십 수백발을 얻어맞은 함선은 그게 순양함급 함선이라고 해도 어떻게 버틸 재간이 없었다.
더욱이 치열한 전투중 함선이 폭발에 휩싸여 제어하기 어렵게 되면 전투가 그대로 끝나지 않는 한 함선 전체가 폭발한다고 봐야 했다.
결국 폭격기의 폭탄에 장갑이 박살나고 그 여파로 폭발을 일으킨 호르투는 격벽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함선 전체로 폭발이 번져나갔다.
쾅! 콰과과과광!
강력한 함선인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건만 우주 먼지가 되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에 불과했다.
그렇게 40척에 달하는 호르투가 같은 급의 함선과 싸우다 폭발한 것도 아니고 폭격기에 의해 폭발하고 말았다.
폭격기로 활약하는 5만의 테라 함재기 중 남은 함재기는 이제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순양함급 함선이 무려 40척이다. 테라 기준으로만 생각해도 60만에 달하는 인원이 이번 공격으로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셈이다. 고로 2만 5천명이 자투족 60만을 죽인 셈이다.
이렇듯 병력이 많다고 첨단 병기를 지녔다고 전투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다. 전투를 수행하는 자가 얼마나 투철하게 전쟁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열세인 상황에서도 대승을 거둘 수 있다.
40척의 호르투가 별다른 활약도 하지 못하고 파괴되자 이두르카는 샛노랗게 번뜩이는 눈으로 명령을 내렸다.
“이런 멍청한!! 대 자투족의 함대가 저런 미개한 폭격기 따위에! 저 미개한 족속을 당장 쓸어버려라! 당장 쓸어버리란 말이다!”
약 2만기의 테라 폭격기가 다시 배리어를 잃어버린 자투족의 함선을 향해 자살공격을 가했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남은 60척의 호르투함과 6척의 룬투함이 총공세를 펼쳐 레이져로 박멸하듯이 함재기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적 함재기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지만 이두르카는 굳은 표정으로 상황판을 바라봤다.
“테라의 우주모함 7척, 순양함 35척, 구축함 140척 호위함 280척이 교전 지역에 합류합니다!”
자신의 함선을 노린 테라족의 함대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폭격기를 내버려뒀다간 배리어를 잃은 호르투함을 더 읽을 수도 있었으니 서둘러 처리하는 게 맞았다.
“배리어를 잃은 함선은 뒤로 빠져서 배리어부터 복구해라!”
“하오나 그렇게 되면 저희 함선은 룬투 6척과 호르투 20척이 전부입니다.”
“대 자투족이! 미개한 테라 함대가 두렵기라도 한 것이냐? 이온 포격을 가해 놈들이 모든 동력을 배리어에 집중하게 만들어라! 놈들의 부실한 동력원을 고갈시켜 감히 플라즈마 포격을 가할 수 없도록 만들란 말이다!”
레이져포도 없는 테라의 함선이다. 동력원이 위대한 자투족의 것에 비할 바가 아니란 건 너무나 명확한 일. 이렇듯 동력원의 우위를 전장으로 확대하면 함선의 차이는 별 의미가 없어진다.
“알겠습니다.”
“그런 다음 강습선을 이용해 놈들의 우주모함부터 순양함급 함선까지 차례차례 점령한다.”
자투족은 미개한 테라인보다 훨씬 막강하다. 일반적으로 백병전에 돌입했을 때 격차는 함대전을 수행할 때보다도 크다. 그러니 엔두카에 이어 강습을 통해 남은 함선을 차례로 점거하면 역으로 놈들의 함선을 이용해 나머지 남은 테라 함대를 제거하면 된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습니다.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이윽고 이한이 이끄는 중앙 함대와 이두르카가 이끄는 함대가 맞붙었다.
하지만 룬투와 호르투의 막강한 화력에 의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레일건이나 대함미사일과 같은 무기로 대항하고 있었지만 룬투와 호르투의 방어 시스템은 라샤나 카네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온 포격을 가하면서도 레이져 포격으로 미사일과 같은 무기는 배리어에 닿기도 전에 폭발시켰기에 테라의 함대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폭격기에 의해 폭발한 40척의 호르투가 그토록 무력하게 당한 이유는 엔두카의 강력한 코어 포격을 막아내느라 동력원을 거의 소진한 상황이라 자투족에겐 흔하디 흔한 레이져 포격도 제대로 사격하기 어려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호르투함의 동력원이나 성능이 정상이었다면 5만이 아니라 50만의 폭격기가 몰려왔어도 공중에서 모조리 공중분해되었을 것이다. 5만의 폭격기는 요격기도 아니고 그마저도 민간 함선을 개조했으니 말이다.
이온 포격을 가해 테라의 함대를 수세로 몰아 넣은 모습을 지켜보던 이두르카는 단호하게 외쳤다.
“강습포트, 강습선을 모두 발진시켜!”
적 요격기를 고려하면 이같은 명령은 자살 명령이나 다름없었지만 현재 양측 모두의 함재기는 서로 치열한 전투 중이었기에 여분의 요격기가 양측 모두 없는 상황이었다.
요격기 등이 함대전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적함의 배리어가 무력화 되기 전에는 요격기의 공격이나 폭격기의 공격이라 할지라도 어떤 피해도 입힐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함대전에 개입한다면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할 뿐이니 서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상대, 곧 요격기끼리 싸워서 승패를 가르고 있는 중이었다.
강습선이나 강습포트는 그 특성상 속도가 상당했기에 요격기를 불러와도 그땐 이미 강습이 이뤄진 상황일 테니 오히려 아군 요격기를 위험에 빠뜨릴 뿐이었다.
실제로 테라의 중앙 함대는 레일건을 십분 활용하여 상당한 숫자의 강습선을 파괴했지만 결국 자투족이 함선에 승선하는 건 막지 못했다.
“대전사장! 강습에 성공했습니다.”
“전사들에게 강습 지점을 확보하라 이르고 계속 내려보내도록! 놈들의 함선을 점거하면 동력을 보충하고 좌우 함대까지 마저 쓸어버리겠다.”
“알겠습니다.”
*
“사령관님. 중앙 함대의 함선에 자투족이 침입했습니다. 현재 중앙 함대는 이온 포격으로 인해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아군의 미사일 공격은 적함의 레이져포격으로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대로라면 아군의 함선을 자투족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자투족의 백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놈들은 ESP 능력이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미약한 대신 육체 능력이 그만큼 발달한 종족이다.
하전사라고 해도 그 능력은 테라의 스펙터 능력에 준한다. 상전사들은 슈퍼솔져에 준하고 전사장이라 불리는 놈들은 그 슈퍼솔져보다도 강력하다. 전사장급은 강력한 ESP 능력이라 할지라도 육체능력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괴물 같은 놈들이다.
그러니 이런 놈들이 떼거지로 함선 안으로 몰려오면 막을 방법이 없다. 테라 함선 내에 무슨 백병전 특화 병력만 존재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다시 말해 무식한 방법 같아도 자투족에 있어선 상당히 효과적인 전술이란 뜻이었다. 괜히 놈들이 강습 전략을 애용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들의 특성에 따른 전략이었다. 육체능력이 뛰어난 만큼 잘 죽지도 않으니까.
설혹 크락투라고 해도 상당히 강화된 개체가 아니고서는 놈들의 손에 찢겨 죽을 거다.
물론 크락투가 자투족의 육체를 자양분 삼아 기생할 경우엔 또 말이 달라지겠지만, 일단 고도의 첨단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자투족이 그렇게 되게끔 내버려 둘 리가 없으니 무용한 가정이다.
어쨌든 자투족에 함선에 침입했다는 소식은 매우 위험한 소식이었다. 함선을 빼앗기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이한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상황판을 바라봤다. 이제 나타날 때가 되었다.
자신이 준비한 마지막 안배가.
“사. 사령관님! 근방에서 교전지역으로 광속이동하는 함대를 감지했습니다. 테. 테라 계열의 함대입니다!”
그 승무원에 이어 다른 승무원이 기쁨에 찬 표정으로 소리쳤다.
“사령관님! 르넨, 마리카, 아누스, 헬라, 크레이튼, 스톰의 함대입니다!”
이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때 전 함대에 통신이 연결되었다. 헬멧을 쓴 사내가 무덤덤한 어조로 말을 꺼냈는데 바로 스톰이었다. 이한은 엔두카에 탑승 중이니 연락을 하는 스톰은 바로 륭샤오핑이었다.
이한 본인이 만들어낸 참전이다.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한은 짧게 대답했다.
“참전을 환영한다.”
총사령관으로서 참전을 허가한 이한은 이어지는 워의 보고를 들었다. 참고로 워는 이한에게만 보고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한과 스톰의 접점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였다.
『르넨, 마리카, 아누스, 헬라, 크레이튼 함대 모두 합류했다고 합니다. 스톰의 함대까지 우주모함 14척, 순양함 70척, 구축함 280척, 호위함 560척입니다만 거대기업들의 참가로 우주모함 16척, 순양함 100척, 구축함 400척, 호위함 700척의 규모입니다. 참전의 대가로 배리어 업그레이드 기술을 거의 모든 함선에 적용했기에 일단 자투 함대를 함대의 이온 포격에 허무하게 파괴될 함선은 없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이제 너희 자투족의 기술을 내게 바치고 영원히 우주 저편 너머로 사라질 시간이다.”
알다시피 엔두카에도 무려 3만이 넘는 자투족이 침입했다.
그러나 이한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에라가 앞장 서서 그 모든 자투족을 격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
“대. 대전사장! 테라. 테라 함대입니다!”
“뭐라?”
“우주모함 16척, 순양함 100척, 구축함 400척, 호위함 700척의 함선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전사장! 후퇴해야 합니다.”
현재 함선의 병력은 룬투 17척, 호르투 60척, 라샤 370척, 카네스 700척이다. 테라 함대의 규모는 우주모함 18척 순양함 90척, 구축함 300척, 호위함 600척인 상황.
테라는 구축함 60척, 호위함 120척이 파괴되었고 자투족은 호르투 40척, 라샤 30척, 카네스 100척이 파괴된 상황이었다.
이미 자투 함대가 테라 함대보다 크게 손해를 입은 상황, 여기서 다시 테라의 우주모함 16척 등이 합류한다면 자투 함대의 기술력이 아무리 테라보다 좋아도 이건 승산이 없다. 테라 함선이라고 자투 함선을 파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으드득!”
분노가 저 밑바닥에서 치밀어 올랐지만, 감정대로 움직였다간 정말 모든 함대를 잃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두르카는 분노를 꾹꾹 눌러 담으며 소리쳤다.
“함선을 점령하러 들어간 놈들은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이냐?”
다른 함선은 강습한 병력이 그리 많지 않으니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엔두카에 침입한 3만의 병력은 무엇을 하길래 아직도 엔두카를 점령하지 못했단 말인가?
“대. 대전사장! 엔. 엔두카에서 코어 포격이 다시 준비된 모양입니다.”
“대체! 어떻게? 테라의 함선이나 기술을 볼 때 저만한 동력원을 보유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거늘! 아니 심지어 두 달 전만 해도 그저 덩치만 거대한 깡통에 불과했다. 설마 정말로 하이모스에?”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니. 신경 쓰지 마라! 제길! 오늘의 수모를 결코 잊지 않겠다.”
승산이 없는 전장에선 후퇴하는 것이 상책이다. 승산이 없는데도 괜히 고집부리며 버틴다면 피해만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테니 말이다. 때문에 이두르카는 울분을 억누르며 큰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으드득 후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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