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93
190. 대전투의 시작 (1) >
190. 대전투의 시작.
그때 워가 다시 부언했다.
『만에 하나 엘더가 아군의 함선 건조를 알아차렸다고 해도 이 시점에서 침공하는 건 그다지 현명한 선택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엘더의 모함은 12종족 내에서도 정평이 난 상황이기에 서로 싸우는 틈을 이용해 함대 및 병력을 강화하는 편이 오히려 이득이었을 겁니다. 물론 테라가 강력해지면 그만큼 피해가 커질 수 있기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을 수는 있습니다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 기회를 노려서 침공하는 것보다 이점이 크진 않습니다.』
이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다시 워에게 말했다.
“저들의 기술력은 얼마나 될 것으로 보이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력과 초능력 모두 12종족 최고라 여겨지는 이상 아군의 타고르스함 급은 충분히 건조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엘더족이 다른 12종족을 압도하지 못한 것은 엘더족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점과 제한된 초자원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이한이 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 워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종족수는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초월구조체는 무한한 초자원을 공급합니다. 이건 제 예상일뿐입니다만 엘더족의 종족수가 적은 것은 어쩌면 초자원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한은 눈매를 좁히며 반문했다.
“타란트라처럼?”
타란트라는 초자원만 무한하면 무한하게 증식할 수 있다. 워는 바로 엘더의 번식 역시 초자원을 근거에 두고 있지 않을까 의문점을 제기한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다만 엘더족 하나하나가 막강한 능력을 보유한 만큼 타란트라족과는 다르게 막대한 양의 초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 예측할 뿐입니다.』
“네 추측이 사실이라면 현시점에서 더더욱 침공할 이유가 없어지는군.”
『그렇습니다. 엘더는 무한한 초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종족이라 할 수 있으니 시간을 끌면 끌수록 다른 종족과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습니다. 테라나 여타 다른 종족 역시 강력해지겠지만 엘더의 발전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이한은 미간을 좁히다가 칼가로아 연맹에 생각이 닿았다.
“그 사실을 칼가로아 연맹이라고 몰랐을까? 테라에 승리한다고 해도 그간 힘을 비축한 엘더 연맹이 빈틈을 찌르고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사실을 저들이라고 몰랐겠냐고 묻는 거다.”
『확실히 제 추측이 모두 사실이라면 칼가로아 연맹이 아군에게 승전하더라도 어차피 최후 승자는 엘더 연맹이 될 겁니다. 바로 이 부분이 가장 큰 의문점입니다. 칼가로아족은 테라를 침공할 것이 아니라 테라와 힘을 합쳐 엘더의 도약을 막아서고 주저앉혀야 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칼가로아 연맹과 엘더 연맹 양측 모두에서 침공한 상황이지.”
거기까지 말한 이한은 한 가지 사실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초에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잘못되었어. 가장 중요한 것을 빼놓고 생각했으니 오류가 생길 수밖에.’
“초월구조체. 초월구조체였어! 마스터 종족은 초월구조체에 등록된 마스터 종족이 말살되기 전에는 거주권이 무효화되지 않지만, 마스터는 계승되지 않는 특권이다.”
『가장 큰 것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초월구조체의 마스터는 총 셋입니다. 그 권한은 적절하게 분산되어 있습니다. 만약 한 마스터가 나머지 두 마스터 중 하나의 권한을 더 얻게 된다면 초월구조체를 불완전하게나마 조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칼가로아든 엘더든 나를 죽이고 권한을 얻는다면 기존의 기술력이 어떠하든지 간에 그것을 무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이한은 그제야 놈들의 행보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칼가로아 연맹은 현 상태로도 엘더 연맹에 비해 부족하다. 이런 상황이니 테라, 곧 나를 죽여 마스터의 권한을 더 획득한 후에 엘더를 상대하려는 것이었고 엘더는 혹시 모를 상황을 막거나 자신들이 마스터 권한을 얻기 위해 병력을 급파한 것에 가깝겠지.’
『저들이라고 마스터 권한을 더 얻었을 시 어떤 힘을 보유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했을 리는 없습니다만 이것을 고려하면 저들은 연합을 맺은 것이 아닙니다.』
이한은 고개를 주억이며 워에게 말했다.
“단번에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 판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스터 종족인 테라족을 말살하며 차근차근히 다음 계획을 준비 중에 있을 테지.”
『일련의 상황을 고려하여 칼가로아족의 전략을 추측하면 저들은 아군의 웜홀 게이트를 봉쇄함으로 초월구조체로의 마스터 종족인 테라인의 유입을 차단하고 초월구조체 내부에 있는 모든 테라인을 말살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엘더 연맹 역시 이 전략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이기에 저들이 연합을 하지 않았더라도 저들끼리 전투를 치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다만 나를 죽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죽이려고 들 테지. 서로 싸워서라도. 아군이 이러한 상황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거라 판단하지?”
『엔두카함 등이 없다면 전멸을 면치 못하겠지만, 엔두카함 완공되고 전투 배치가 완료되면 그때는 역으로 저들을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버티는 것이 관건이로군.”
『그렇습니다. 다만 행여나 싶어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사령관께서는 이곳 엔두카함에서 상황을 지켜보시는 것이 최선입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아군의 대공이기도 하며 사령관님께서 지상전을 돕고자 움직이신다면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겁니다.』
“나도 알고 있다. 칼가로아, 엘더 등을 막론하고 나를 죽이고자 가용한 모든 병력을 이끌고 올 거라는 걸. 초월구조체로부터 보호를 받는 상공에서 납작 엎드리고 있어야겠지.”
이한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꺼낼 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두르둔족과 라페이드족이 아군의 전선에 합류합니다.』
워의 보고에 이한은 다시 냉정한 눈빛으로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달할 수 있는 명령은 거진 다 내렸고 조치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했다. 남은 건 믿고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
타고르스함이 다르포스의 로포 행성을 파괴한 이후 테라인은 물론 12종족 역시 타고르스함의 존재에 대해 인지했다. 그럴 수밖에. 다르포스족의 모행성이 파괴되고 저들은 그야말로 멸족할 지경까지 몰렸는데 말이다.
대다수 인류는 그간 음지에서 함께 싸운 에스타른족에 대해서 강한 호의를 품었으나 언제나 그렇듯 저들을 이용하려는 자들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저들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에스타른족은 이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 이들이기에 이한에게 인가받지 않은 테라인은 만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시에라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타고르스함을 둘러보며 이 모든 것을 준비한 이한에 대해 다시금 속으로 크게 감탄하고 있었다. 이한이 아니었다면 테라는 12종족의 침공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단 시에라뿐만 아니라 테라인, 테라인을 넘어서 12종족조차 한 이드라실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새겨넣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시에라는 타고르스함의 심장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인 동력실에 와 있었다. 세 개의 코스모스는 조화를 이루며 은은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단순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신비한 물질이었다.
시에라는 그 신비함에 매료되어 수차례 그 구조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이해할 수 있었던 내용은 단순히 강력한 초능력을 보유했다고 만들어낼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코스모스는 보다 근본적인 무언가를 함유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걸 생성할 수 있었던 거지?”
에스타른족은 한 이드라실 그가 코스모스를 생성했다고 했다. 한 이드라실이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자신에 비하면 미미한 능력이었다. 코스모스를 생성한 시기를 가늠해보면 그 격차가 더 크면 컸지 작지 않았다.
물론 전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그의 이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기이한 마음을 품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는 코스모스가 강력한 초능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했다.
시에라가 하염없이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그 구조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사이 워리어가 다가와 보고했다.
“마스터. 자투 함대가 웜홀 게이트 근방에 출현했습니다.”
시에라는 코스모스에게 눈을 돌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함교로 가겠다.”
“알겠습니다.”
함교로 돌아온 시에라는 현 상황에 대해 빠르게 보고 받고 있었다. 현재 타고르스함의 함장은 시에라였고 웜홀 게이트 방어전의 사령관 역시 시에라였다.
가공할 초능력은 전방위적인 부분에서 향상을 가져오기에 마스터인 시에라가 사령관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었다. 이한이 직접 하달한 명령이기도 했고 인류최강이라 불리는 시에라가 아닌가?
“초월구조체에서는 이미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유니온, 엠파이어, 뉴트럴의 상황은?”
“유니온은 루퍼스 사령관이 엠파이어는 에메스토 공작이 뉴트럴은 스톰이 방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두르둔, 라페이드 함대는 어찌 되었지?”
“웜홀 게이트 주변으로 워프를 완료했습니다. 자투 함대가 침공한다면 바로 전투에 돌입한다고 통신을 보내왔습니다.”
테라의 모든 함대는 테라 지역을 경계하고 있었다. 웜홀 게이트가 중요하다고 주거 행성을 보호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이 또한 저들의 계략에 포함되어 있겠지만, 놈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침공을 개시할 테니 주거 행성에 대한 방비는 반드시 이뤄져야 했다.
물론 웜홀 게이트가 세 세력의 중앙 지역에 자리했기에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데모스, 스타로쉬족은?”
“묵묵부답입니다.”
그렇게 질문과 보고를 주고 받던 중 다시 긴급한 보고가 이어졌다.
“마스터! 적 함대입니다. 시구르스, 볼테르안의 함대입니다.”
“적이 전면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적 함대의 규모는?”
“거대모함 10척 우주모함 200척 순양함 1000척, 구축함 4000척, 호위함 8000척입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테라 역시 다행히 그간 많은 함선을 건조하긴 했으나 현재 테라의 함선을 모조리 합쳐도 거대모함은 타고르스, 엔두카 외엔 존재하지 않고 우주모함은 100척, 순양함 500척, 구축함 1500척, 호위함 3000척에 불과했다.
아울러 시에라는 두르둔, 라페이드족 함대의 숫자를 확인했다.
“두르둔, 라페이드 지원 함대의 숫자는?”
이에 에스타른족이 시에라에게 대답했다.
【거대모함 4척, 우주모함 140척, 순양함 600척, 구축함 2500척, 호위함 6000척입니다. 타고르스함을 고려해도 아군이 열세입니다.】
“테라에 지원을 요청합니까?”
“적의 양동작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주거 행성을 방어하는 병력을 함부로 뺄 수는 없다. 무엇보다 모습을 드러낸 함대는 적들의 모든 함대가 아니다. 그러니 작전은 이대로 시행한다. 반드시 놈들을 막아야만 한다.”
두르둔, 라페이드족의 지원이 아니라면 뭐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는 엄청난 격차였다. 지금 역시 불리하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시에라의 발언에 모든 군인은 결의 서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시에라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번 전투에서 죽어 나갈 수많은 군인들이 떠올랐다. 이러한 것을 지금껏 짊어지고 있던 이한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스터! 적함에서 함재기를 발출합니다!”
“대응합니까?”
“아군 역시 적 함재기를 출격한다. 절대 웜홀 게이트를 파괴하게끔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이는 테라의 미래다!”
“알겠습니다.”
“함재기 출격합니다!”
곧이어 테라 연맹의 함선에서도 무수히 많은 함재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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