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45
42. 즐거운 사업계획 (3) >
42.
『벙커를 건설했고 초진동 칼날을 장착한 방벽 설치 완료했습니다.』
“공장 건설하고 올리펀트부터 뽑아. 대 크락투용 생화학 무기도 즉시 생산하고.”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올리펀트는 사족보행형 기갑병기로 포격 속도가 늦지만, 강한 위력을 가진 주포를 보유하고 있었다.
올리펀트로 기지를 점령하려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크락투를 녹여버리고 나머지 방벽에 달라붙는 크락투는 마린들이 처치하면 초반 기지가 안정될 때까지는 거뜬하게 막아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올리펀트는 근접전에 다소 취약한 면모를 지녔는데 이는 강력한 주포가 아군이나 본인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기에 근접전에는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한은 이 부분을 간단하게 처리했다. 대 크락투 생화학 가스로 말이다.
물론 마린들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지만 올리펀트는 워의 지시로 움직이는 기갑병기다.
탑승형 병기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초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지간한 기갑병기는 초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어쨌든 올리펀트는 생화학 무기에 영향을 받지 않기에 제한 없이 생화학 무기를 살포할 수 있다.
다만 처음부터 이러한 전법을 사용할 생각은 아니고 최악의 경우 기갑병기를 방벽으로 삼아 전투를 치르기 위함이었다.
기갑병기는 얼마든지 부서져도 상관없다. 타카스 행성에 매장된 초자원의 양이 상당했기에 자원을 채취하여 다시 만들면 그뿐이니까.
물론 타카스 행성이라고 초자원이 온 사방에 널려있는 것도 아니고 기갑병 생산단가가 낮은 것도 아니며 크락투 역시 득실거리는 행성이기에 낭비하면 위험하겠지만 어쨌든 기갑병과 달리 마린은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크락투와의 상성도 기갑병기가 더 우월했고 무엇보다 마린은 전투보다는 여러 임무를 수행하기에 특화된 자원이라 이한은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방어전 및 확장을 실행할 생각이었다.
“아울러 기지 상황이 안정되면 병영을 건설하고 업그레이드하여 스펙터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해.”
『알겠습니다.』
“특이사항은?”
『진동수 등을 측정하여 기지 지하를 확인했습니다만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기지 반경 2km 내로는 특별한 생명 활동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아군의 함대가 지상을 탐색해주고 있으니 그건 확실히 편리하군.”
타카스 행성에 선발대로 투입된 사령관은 이한까지 모두 여덟이다. 유니온의 함대는 행성 밖에서 주둔하여 여덟 개의 기지를 상시관찰하며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었다.
감당하지 못할 대군이 몰려올 시에는 지상 폭격을 지원해달라고 하면 될 일이다. 별다른 것 없이 레일건의 탄환으로 형성된 화망만 크락투 무리에게 떨어진다면 제아무리 단단한 크락투라고 해도 갈가리 찢어져야지 뭐 별수 있나?
이곳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는 엑스트라 병사A 처럼 뒈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는데 이젠 전에 만난 크락투 정도는 콧바람 한 번으로 쓸어버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한은 불퉁한 표정을 지워낼 수 없었다.
순서가 잘못된 것 아닌가? 든든한 지원 아래 컨트롤도 좀 익히고 그런 후에 위기가 닥쳐야지 미친 듯이 후려치다가 뒤늦게 든든한 지원이라고? 이래서야 든든한 지원을 어떻게 든든함으로 느끼겠는가?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느낄 뿐이지.
“아울러 든든한 전력망을 구축하고 레일건 포대를 서둘러 건설할 수 있도록 하고.”
『비효율적인 건설로 판단됩니다. 함대포격의 지원을 요청하면 될 일입니다.』
“됐고. 무조건 안전제일주의로 간다. 확장도 초자원 확보를 위한 확장이 아니라 기지 방어를 바탕에 두고 확장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방어시설이나 병력 증강에 따른 자원 소모도 등을 측정하고 안정적인 기지 운용을 위해 차근히 확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자이언트도 틈틈이 뽑아놓도록.”
자이언트는 중화기와 거대한 초진동 칼날로 무장된 인간형 로봇 병기였다. 탑승 인원은 두 명인데 자율모듈이 본래부터 내장된 형태로 사람이나 인공지능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자율적으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었다.
탑승자 두 명이 라이플로도 전투를 치를 수 있기에 상당히 막강한 병기였지만 그닥 효율적인 병기가 아니라 사장된 병기 중 하나다.
레일건 포격에 휩쓸리면 고철이 되기는 매한가지였으니 차라리 원거리 포격을 통해 집중포화가 가능한 올리펀트나 더 뽑는 게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다만 모든 자원을 초자원을 이용해 생산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채광할 수 있는 광물이나 자원 등은 채집 로봇이나 생산기지를 운용해 채집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핵 발전소 건설과 미네랄 정제소 등을 운용하여 타카스 행성의 기존 자원을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향후 테라포밍을 위해서도 유용한 시설입니다.』
“너무 섣부른 거 아닌가?”
『사령관님의 대비도 중요하지만, 아군의 함대가 기본적인 안전을 보장하고 있을 때 기지의 규모를 키워야 합니다. 산업기반이 되는 시설들을 먼저 갖춰놓는다면 자력으로 생존할 상황이 발생할 때 생존기반으로 삼기에 유용합니다. 따라서 기초 방어가 완료되면 생산시설 건설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한은 워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크락투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자신이 바짝 쫄았다는 걸 인지한 것이다. 물론 만만한 놈들이 아니기에 긴장할 필요는 있지만 과하면 이것도 좋지 않다.
“내가 너무 수동적으로 반응했군. 좋아. 안전이 보장된 지역으로 마린들과 함께 건설 로봇을 보내 광물 자원을 비롯한 미네랄을 확보할 수 있다면 확보하도록.”
『알겠습니다. 앞서 사령관께서 언급한 모든 내용을 조율하여 기지를 발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이한의 우려대로 크락투의 침입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그건 이한의 기지에만 해당 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이한의 기지는 물론 유니온의 여덟 기지 모두 순탄하게 초자원을 채취하고 기지 규모를 키워갔다.
이한의 경우 일반농장은 물론 토양을 이용하지 않고 생육에 필요한 영양분을 배양액과 산소를 공급하여 재배하는 수경농장을 건설하여 안정적인 식량을 확보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연구단지와 합금을 생산하는 주조소도 건설하여 초반에 급히 생산한 올리펀트 등의 장갑도 순조롭게 강화했다.
나노입자를 생산하는 공장도 건설하여 나노 기술을 기지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아울러 스펙터 교육을 이수한 마린들이 늘어감에 따라 마린들의 전투 능력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기지 방어 역시 순조로웠다. 레일건 포탑이 방벽 주위에 늘어선 것은 물론이거니와 올리펀트 이백 대가 웅장하게 적의 습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올리펀트의 주포가 일제히 발포되면 크락투의 숫자가 천여 마리에 달한다고 할지라도 절반 이상이 단번에 녹아버릴 것이다. 당연히 단발 포격으로 끝날 리가 없으니 어지간해서는 기지의 방벽에 도달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이한은 모든 것이 순조로웠음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참고로 시에라는 고급 심화 교육을 이수하기 위해 아직 테라네스에 남아있었다. 시에라의 초능력이 생각외로 대단했기에 기초 교육만으로는 완전히 제어되지 않았고 이를 우려한 이한은 그녀를 반강제적으로 고급 심화 교육에 밀어 넣었다.
ESP 능력자가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건 통상적으로도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고 이한은 크락투의 포자와 고농축 초자원 결정이 결합해 그녀의 몸 어딘가로 흡수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한 상태로 크락투와 맞닥뜨렸을 때 혹시 모를 이상 현상을 우려했다.
따라서 이한은 대다수 능력을 제어할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 나를 찾아오라고 시에라에게 못 박아버렸다. 둘 사이가 전과는 완전히 달랐기에 시에라는 별수 없이 이한의 말대로 테라네스에 남았고 말이다.
어쨌든 이한은 상당한 불안감에 계속해서 병력을 증강하고 기지방어를 강화했다.
“워. 레일건 포대를 더 건설하고 이를 보조할 에너지망을 더욱 강화하도록! 그리고 주변 경계를 늦추지 말고. 특히 지하 말이다.”
『염려 마십시오. 상시 확인 중입.』
이어지던 워의 보고가 갑자기 끊겼다. 이한의 불안감은 머리끝까지 증폭되었다.
“뭔데 그래?”
『사령관님. 비상사태입니다. 방금 유니온의 함대가 폭침당했습니다.』
“뭐?”
이한은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빠르게 워에게 되물었다.
“엠파이어야? 뉴트럴이야?”
『유니온의 함대뿐만이 아닙니다. 엠파이어와 뉴트럴의 함대 역시 한꺼번에 폭침당했습니다. 당시 영상자료를 송출하겠습니다.』
이한의 눈앞에 다급한 함교의 상황이 그려졌다.
“타카스 행성에서 고에너지를 포착했습니다.”
“코어의 주포보다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그 보고가 이어지기 무섭게 다시 보고가 이어졌다.
“앗! 고에너지가 아군의 함대를 향해 발사되었습니다.”
“서둘러 발진해라!”
“불가. 불가능합니다. 너무 늦었…”
파치지지직!
거대한 에너지가 유니온의 함대 전체를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 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끊어졌다.
“허. 씨발.”
크락투를 녹일 수 있을 거라 자신했는데 함대가 녹아버렸다. 이한은 황당함에 저도 모르게 욕설을 뱉다가 머릿속을 스친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워에게 외쳤다.
“크락투 이 새끼들! 지난 전투를 습득하고 상황을 이용할 수 있는 지식까지 갖춘 생명체였나? 정말 돌아버리겠군! 전군 전투준비 시켜! 이제 놈들의 지독한 공세가 이어질 게 분명하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외부에 나간 모든 병력을 기지로 불러들이고 모든 전투태세를 완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든든한 최후의 보루가 가장 먼저 박살 날 줄이야. 유니온, 엠파이어, 뉴트럴 할 것 없이 모든 함선이 가루가 되어버렸으니 이제 타카스 이 저주받을 행성에서 어떻게 도망도 칠 수 없다는 소리다.
탐욕을 좇아 황금빛 미래만 바라보며 달려왔겠지만 정작 눈 앞에 펼쳐질 건 절규와 비탄이 가득한 핏빛 미래가 전부였다.
죽을 맛이겠지. 그래도 니들은 황금빛 미래라도 꿈꾸고 왔겠지만 나는 애초에 여긴 발도 디디기 싫었단 말이다.
스페이스 워에서도 튜토리얼에서 잠깐 나오고 별로 언급되지도 않았던 행성이긴 한데 크락투가 득실거리는 행성은 언제고 함락시켜야 게이머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법이니 모르긴 몰라도 내가 겪지 않은 스토리에 포함되어 있었을 거란 말이지.
다시 말해 초반 게이머가 건드릴 수 없는 아주 헬급 난이도 행성이라는 소리다.
이한은 인상을 팍 쓰며 워에게 말했다.
“보조 위성도 띄우고 시야 확보부터 실시해. 크락투가 지금껏 잠잠했던 게 함대를 파괴하기 위해서였다면 놈들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해. 당시 고에너지가 출사된 지점은 파악했겠지?”
『물론입니다. 사령관님.』
“유니온의 나머지 여덟 사령관과 연결해. 이 사실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그 지점을 공략해야겠어. 그걸 처리하지 않는다면 무슨 짓을 해도 패배하고 만다. 모조리 사망하겠지. 엠파이어나 뉴트럴 측과도 연결할 수 있다면 연결하고.”
『송구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엠파이어나 뉴트럴 측은 물론이거니와 방해전파로 인해 아군의 기지들과도 연결이 모두 두절 되었습니다. 고에너지의 파장이 잼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이한은 인상을 팍 쓰며 워에게 말했다.
“인공지능 자원은 얼마나 보유하고 있지?”
『현재 10기 정도 남았습니다.』
컨트롤 타워를 10곳 정도 더 확장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 상황에 방어전을 펼쳐봐야 어차피 말라 죽는 것밖에는 되지 않으니 전략을 바꿔서 공격전으로 나간다. 놈들이 저 공격을 준비하면서 아군을 공격할 역량을 갖추었다면 지금껏 잠잠했을 리가 없어. 그러니 역으로 놈들의 거점을 파괴하는 식으로 나아가야겠다.”
『적 거점 예상지점을 홀로그램에 띄우겠습니다.』
홀로그램에 다수의 점이 찍히기 시작했다. 이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하지만 전처럼 허망하게 도망치지는 않는다. 도망칠 수도 없겠지만.
“방송 연결해.”
『연결했습니다.』
“사령관 한 이드라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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