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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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아름다운 밤이에요.
두두두두.
다시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이한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후우우.”
이러고 있다가는 차량이 총알에 벌집이 되는 것처럼 온몸에 총알구멍이 생기고 말 거다. 시에라쯤 되면 날아오는 총알도 손짓 한 번으로 멈춰 세울 수 있겠지만 자신은 아직 불가능하다.
‘제길. 훈련이나 할 걸. 한 번 놀아보겠다고 나왔다가 이게 대체 무슨 봉변이냐?’
이한은 자신이 처한 황당한 상황에 고개를 저으며 일단 차량을 향해 기운을 내뿜었다.
‘코어도 제어했던 이 몸이다. 뭐든 어떻게 되겠지.’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벌집이 되어가고 있는 차량을 타고 이 구역을 벗어나는 거다. 그러니 되든 안 되든 시도해볼 필요는 있었다.
초인공지능 장치라도 들고 있다면 대충 어떻게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워가 해결해줬겠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필요할 때는 없다. 이 개똥 같은 놈.
일단 시도해보고 안 된다면 그땐 비밀이고 나발이고 간에 이기어검을 날려서 총알 날려대는 새끼들 머리통에 구멍을 내주는 수밖에. 놈들이 크락투도 아니고 스틸아머나 나노슈트 등이 없기는 놈들도 매한가지일 테니 작은 쇳조각 몇 개면 충분할 거다.
‘아니지. 증거자료를 찾기 어려울 테니. 지금이라도!’
우우우웅!
웬걸? 됐다. 새로운 능력을 발견했다. 물론 스카이카에 무슨 복잡한 보안 시스템이 적용 되었겠느냐마는 어쨌든 새로운 발견인 것은 명확했다.
이한은 일단 무작정 스카이카를 출발시켰다. 놈들이 아무리 철두철미한 놈들이라고 해도 도시 하나를 점령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곳만 벗어나면 어지간한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빗발치는 총알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제정신 못 차리고 뻐기다가는 진짜 장사 치르는 수가 있다.
털털털털.
그 짧은 사이에도 오지게 얻어맞은 모양인지 차량이 털털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팅티티팅! 팅!
차량 밑바닥에서 어서 이곳을 떠나라고 총알들이 떠밀어 주고 있었다. 기특한 자식들. 내가 너희의 성원을 힘입어 이곳을 어서 떠나주겠다. 걱정하지 마라! 제군들. 나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니! 영화에서 주인공이 죽는 것 봤냐? 봤다고? 제군은 닥치도록!
파아앗!
기분 좋은 가속감이다. 밤공기가 시원한 것이 아주 훌륭하구나. 허허허는 씨벌.
띠딕.
이한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레이더에 뜬 표시를 바라봤다.
“이거 분명 나를 쫓아오는 거지?”
그래.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다.
두두두두. 두두두.
오예.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총알 소리가 시원한 밤공기만큼이나 상쾌하게 울려 퍼지는구나.
두두두두.
심장근육을 시시때때로 쫄깃하게 만드는 희대의 음악이로다.
아닌 게 아니라 스카이카에 탑승한 라스베이거스의 깡패 놈들로 추정되는 새끼들이 정말 미친 듯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쫓아오기만 하면 다행인데 아주 죽어라고 총알도 날리고 있었다.
레이더를 확인하니 그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내가 살아생전 차량 추격씬 같은 걸 찍어보게 될 줄이야. 베리베리 쌩큐다!
그래도 거긴 골목길 같은 데도 있고 교통체증도 있어서 피할 구석은 있었는데 허허벌판은 아니고. 허허공간인데 대체 어디로 피해야 하지? 이한은 온갖 잡생각이 솟구치는 가운데 다시 고도를 낮추었다.
허허공간으로 나아가서는 답이 없다. 저 새끼들한테 잡혀도 답이 없다. 방법은 하나. 고도를 낮춰서 아름다운 빌딩 숲을 무법자처럼 질주하는 수밖에.
오늘 아주 아름다운 밤이에요. 라스베이거스를 이렇게 한눈에 돌아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와 함께 밤하늘을 수놓고자 함께 하는 친구들도 참으로 보기 좋지 않나요?
이한은 피식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최대속도로 하강했다.
부아아아앙!
그렇게 처맞아놓고 엔진 쪽은 안 맞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아마 그러면 추격씬을 찍을 수 없어서 작가가 엔진만 피해준 설정인가 보다. 고마워요. 작가님. 아주 훌륭한 장면이 나올 것 같네요는 개뿔.
털털털털!
너덜너덜해진 문짝은 거센 바람에 의해 당장에라도 떨어질 것처럼 터덜거렸다.
“거참 성가시게.”
모든 분노를 담아 왼손으로 너덜거리는 문짝을 후려쳤다.
콰아앙!
이능을 담아서 후려쳤기에 문짝은 그 즉시 찢겨나가듯이 떨어져 팽이처럼 회전하며 뒤편으로 날아갔다.
휙휙휙휙!
콰아앙!
이한이 떨궈낸 문짝은 뒤에서 총질을 하며 추격하던 깡패 놈들의 차량에 깔끔하게 처박혔다. 문짝이 처박힌 차량은 하염없이 땅으로 처박혀 커다란 굉음을 일으켰다.
안에 탑승한 사람들? 알게 뭐냐? 뒈졌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나를 버리는 님보고 십 리도 못가고 발병 나라고 하는 판국에 나를 죽이는 놈들까지 내가 생각해주게 생겼냐?
“고러치! 바로 그거지! 사장님 나이스 샷!”
하지만 이한은 잇몸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사실을 몸으로 절절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털털거리던 문짝이 차량 안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던 방패라는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 왜 우리는 잃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일까? 우리가 아니라 너일 뿐이라고? 과연 그럴까?
이한은 속으로 욕설을 뱉으며 빌딩 사이를 빠르게 스쳐 갔다.
부아아아앙!
부아아앙!
두두두!
두두두두!
너 이 새끼 멈춰! 이런 소리는 바람에 들리지도 않을 테니 구태여 깡패들도 진부한 소리는 뱉지 않았다. 소리를 질렀을 수도 있는데 역시 알 게 뭐냐? 허공에 대고 목청 자랑 좀 했나 보지.
지면에 가까워지자 속도감은 더욱 빠르게 느껴졌다. 뭔가 휙휙 지나가는 게 더 많으니 체감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이다.
하지만 이한은 차량의 최대속도를 유지한 채 빌딩 사이를 곡예비행을 하듯 조종했다. 이능으로 강화된 시야나 반응속도가 아니라면 이미 뒈졌어도 여러 번은 뒈졌을 것이다.
쾅! 콰광! 쾅!
어이쿠. 그렇게 축포까지 터트려 줄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이한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비좁은 틈으로 차량을 몰았다.
슈우웅!
그때 지상에서 크고 거대한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드는 것이 이한의 눈에 포착되었다. 레이더에는 포착되지 않았다.
미사일이구만. 아주 완벽한 축포야.
이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날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차량을 몰았다. 스카이카는 말그대로 스카이카일 뿐이다. 개조한 차량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일반적으로 차량을 설계할 때 미사일을 피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해놓지 않는다.
도망쳐서는 허허공간에서 공중산화하는 결과만 남을 뿐이다. 따라서 이한은 오히려 미사일을 향해 차량을 몰았다.
그리고 부딪치기 일보 직전에 차량을 뒤틀었다.
까가가강!
이한의 차량을 향해 날아오던 미사일은 차량의 옆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필이면 그게 문짝이 떨어진 옆면이라 이한은 미사일의 자태를 아주 생생하게 두 눈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아주 아름답고 버라이어티한 밤이다.
순간적으로 목표물을 잃은 미사일은 이윽고 그 사실에 크게 분노하기라도 한 것처럼 이한의 뒤를 쫓아오던 애꿎은 친구들에게 몸통 박치기를 실시했다.
콰아아아앙! 콰아앙!
이윽고 아주 화려한 축포가 이한의 차량 뒤편에서 울려 퍼졌다.
안 그래도 지상을 향해 빠르게 하강하고 있던 이한의 차량은 화려한 축포의 여파에 휘말려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이내 곧 파도에 휩쓸린 나뭇잎처럼 지상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한은 운전대를 꽉 잡으며 불규칙한 흔들림에 맞춰 차량의 움직임을 조정했다. 그러자 제멋대로 추락하던 차량이 여전히 빠른 속도이긴 하지만 안정적으로 착륙하는 것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놀라운 조종실력이었지만 모두 생존하고자 하는 집념의 결과였다.
콰아아아앙! 콰아앙!
이한의 차량은 이내 지면에 바닥부터 떨어졌는데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차량이 뒤집히더니 뱅글뱅글 돌면서 한구석에 처박혔다. 당연히 이한이 타고 있던 차량은 이리저리 처참하게 부서졌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이한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차량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쯤이면 죽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한이 가진 이능이 그의 목숨을 살려줬다.
“소원대로 광란의 밤을 보내긴 하는군. 광란의 질주는 덤인가? 큭큭큭.”
이한은 실소를 터트리다가 미사일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봤다. 도시 안에서 미사일을 날리다니 정말 정신 나간 놈들이 참으로 많다. 물론 그마저도 무마시킬 방법이 있으니까 그랬겠지만 일단 이한은 그걸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한은 찌뿌둥한 어깨라든지 팔을 주무르면서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상당히 먼 거리까지 이동한 셈이기에 어지간한 깡패 놈들은 사라지고 없었을 것이다. 끝까지 추격하던 놈들은 화려한 축포와 함께 아름답게 산화했고.
폭죽놀이는 연인과 함께 봐야 제맛인데 안타깝게도 혼자였다.
다만 이한이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미사일을 날린 것으로 보이는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이드라실. 역시 대단한 사내로군. 가히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이야.”
이한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꺼낸 사내를 바라봤다.
“바퀴벌레? 그것도 별거 아니다. 그러니 크락투 같은 생존력이라고 해주면 고맙겠군.”
“끝까지 여유만만이시로군. 내가 너와 농담이나 따먹고자 이곳에 온 줄 아냐?”
“그럼 나는 새끼야. 너랑 농담이나 따먹으려고 여기 온 줄 아냐? 생각해보니 열 받네. 후우.”
이한은 말을 멈춘 뒤 사내 뒤편에 선 덩치가 상당한 수십 명의 사내를 바라봤다. 결코 평범한 사내들이 아니었다. 묘한 느낌에 저들을 바라보던 이한은 어디선가 이런 느낌을 지닌 존재들을 만나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한은 어렵지 않고 그 존재들을 기억해냈다.
“매드솔져. 매드솔져로군.”
“역시 유능한 자로군.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은 없나?”
“하나만 물어보자. 너희들은 아이작하고 무슨 관계냐?”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만 뭐 알려줘도 상관은 없겠지.”
비릿한 웃음을 터트리던 사내는 이한에게 대답했다.
“아이작 님은 기스모토 히데키 님의 수하였다.”
“기스모토 히데키?”
스페이스 워에서 리퍼에 속한 두목 중 하나로 냉철하고 잔인한 인물이란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주인공과 얽힌 스토리는 딱히 없었다.
“흐흐흐. 네놈도 들어본 모양이로군. 히데키 님의 악명을.”
이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아니고. 그래서 히데키라는 작자가 아이작의 복수를 하려고 이곳까지 사람을 보냈다. 이 말인가?”
“그런 셈이지.”
“너희도 참 할 일 없는 새끼들이다. 쓰레기 같은 놈 한 명 죽었다고 그걸 또 복수까지 하러 오고. 거참.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병신 같다고 해야 할지.”
“뭐라?”
“복수는 덤일 테고 의뢰라도 들어온 모양인데 네놈 말하는 걸 보니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니 그냥 다음 미션으로 넘어가자.”
“뭐라? 전공 좀 세웠다고 기고만장하는 꼴이라니. 흥! 놈의 팔다리를 뜯은 뒤 놈의 몸통을 가져와라.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놈의 혓바닥을 잘근잘근 자르고 천천히 포를 떠서 죽여버릴 생각이니. 어디 소위 인류의 영웅이라는 분께서는 얼마나 버티실 수 있을지 참으로 궁금하구만. 흐흐흐.”
이한은 말없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사이프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내 곧 매드솔져들이 광기를 내뿜으며 이한에게 달려들었다. 이한은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매드솔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한의 반응에 사이프는 미간을 좁혔지만 매드솔져 수십이라면 슈퍼솔져도 감당하기 어렵다. 스펙터였다는 과거가 있지만 나노슈트은 물론 라이플도 없는 자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매드솔져가 팔다리를 뜯을 때 한 이드라실이라는 자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사뭇 궁금해졌다.
털썩! 털썩!
그러나 이한을 향해 짓쳐 들던 매드솔져 수십 명이 일제히 바닥에 나뒹굴었다.
“음? 무슨?”
사이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황당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봤다.
“일어나라! 놈을 죽이도록!”
기묘한 상황에 사이프는 목을 가다듬으며 매드솔져에게 다시 명령했다.
그러나 쓰러진 매드솔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모두 죽은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 같이 머리통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뭐냐고? 뭐긴 뭐야? 모조리 뒈진거지. 팔다리를 잘라 어떤 표정을 짓는지 궁금하다고? 보아하니 여러 번 해본 모양인데 너는 그렇게 죽으면 되겠다.”
이한은 바람처럼 사이프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나노슈트를 걸치고 있던 사이프는 급히 물러서며 이한의 검을 막아냈다.
챙! 채챙!
두어 차례 막아냈을까? 이내 곧 사이프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팔다리가 모조리 잘린 사이프는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어떻게 나노슈트조차 걸치지 않은 자가? 그보다 끔찍한 고통을 참을 수 없었다.
“네가 말한 그대로 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은데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컥!
촤아아악!
이한은 깔끔하게 고함을 지르는 사이프의 입에 초진동검을 박은 뒤 머리를 반으로 쪼개 버렸다. 이한은 초진동검을 바닥에 던져 버린 뒤 저 멀리 밤하늘을 바라봤다.
“쯔. 아름다운 밤하늘이로군. 밤하늘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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