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debuff RAW novel - Chapter 145
제143화.
스으으으……!!!
독왕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독기가 연오랑을 덮쳤다.
……는 연오랑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알림: 독이 무효화되었습니다!] [알림: 독이 무효화되었습니다!](중략)
[알림: 독이 무효화되었습니다!]이미 만독불침을 이룬 마당에, 독공은 연오랑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말하자면, 이건 상성의 문제였다.
독공을 주력으로 삼는 이들은 절대, 죽었다 깨어나도 연오랑을 이길 수 없다.
물론 현경의 경지에 오른 독공의 고수라면 만독불침을 깰 만한 극독(劇毒)을 구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정도가 아닌 이상에야 연오랑을 상대로 독공을 구사한다는 건 정말이지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했다.
“캬아아아아악!”
독왕 당사영이 괴성을 내지르며 연오랑을 향해 공격을 퍼부어대었다.
“흠.”
연오랑은 그 무지막지한 공격들을 아주 간단히 피해내면서 흥미롭단 표정을 지었다.
‘좀 치는데?’
연오랑이 본 당사영의 움직임은 상당히 뛰어났다.
그는 같은 레벨, 그러니까 299레벨의 초절정고수들 중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편이었다.
레벨이나 스펙이 아니라, 무공을 펼치는 움직임 자체가 순간순간의 임기응변이 매우 훌륭했다.
“어어?”
가끔은 연오랑조차 당황할 정도.
‘이거 어쩌면…… 이득일지도?’
연오랑은 순간 당사영이 기연을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여기서 정신을 차린다면 어떠한 벽을 깨고 화경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겠단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처맞다 보면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까?’
정신질환이라면 당연히 육체적 고통을 가한다고 해서 치료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악화될 뿐이다.
그러나 주화입마와 같이 무공을 연구하던 중이나 사고로 인한 것이라면 패다 보면 정신이 들지도 몰랐다.
강한 충격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함으로써 제정신을 차릴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던 것이다.
‘해 보지, 뭐.’
연오랑은 자신의 판단을 믿고, 기꺼이(?) 당사영을 두들겨 패 주기로 결심했다.
* * *
“어, 어르신!”
“이 일을 어찌할꼬!”
“젠장!”
사천당문 사람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독왕 당사영이 가문의 큰 어른인지라 섣불리 공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연오랑을 공격하게 내버려두기도 뭐해서, 그들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수밖에.
퍽! 퍼억!
빠악!
연오랑이 독왕을 두들겨 패기 시작하면서, 사천당문 사람들은 안절부절못했다.
연오랑을 말리자니 주화입마에 든 독왕을 제압할 길이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내버려두자니 가문의 어른이 개처럼 두들겨 맞고 있어서 난감하기만 했다.
“여, 연 소협!”
당천위가 연오랑을 향해 소리쳤다.
“염치불구하고 살살 부탁드리겠소! 그래도 우리 가문의 어른이시라오!”
“걱정 붙들어 매시죠! 어쭈? 그럼 쳐 맞아야지!”
연오랑이 독왕의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대답했다.
“크르르르……!!!”
당사영은 연오랑에게 얻어 맞으면서도 미친개처럼 계속해서 덤벼들었다.
주화입마에 든 상태라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할뿐더러, 오직 공격성만이 남은 짐승이 되어 버렸기에 어지간히 맞아서는 끄떡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연오랑의 입가에 냉소가 피어 올랐다.
“그럼 제대로 패 줄게.”
다음 순간.
우웅!
속력금쇄진이 펼쳐지고 연오랑을 중심으로 원형의 진이 뿜어져 나왔다.
“크, 크륵?!”
느려진 독왕이 당황하는 사이.
파지지직!
어느새 초월무극을 켠 연오랑의 주먹이 그의 명치를 강하게 타격했다.
콰앙!
귀청을 찢어발길 것만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고.
“케헤에에에에에엑!”
독왕이 괴성을 내지르며 나자빠졌다.
“정신 안 차려? 엉?”
연오랑의 주먹이 쓰러진 독왕의 머리통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께에에에에에에에에엑!!!”
독왕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연오랑은 멈추지 않았다.
“야! 햄찌야! 잡아!”
“뀨! 알겠다!”
몸을 거대화시킨 햄찌가 뒤에서 독왕을 붙잡고.
빠악!
퍽! 퍽! 퍽! 퍽!
연오랑이 햄찌에게 붙잡힌 독왕을 마치 샌드백처럼 두들겨 팼다.
“저, 저런!”
“허어.”
사천당문 사람들은 그 무차별적인 구타를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무슨 시정잡배도 아니고, 가문의 어른이 속된 말로 다구리를 당하는 것 같은 걸 지켜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오랑은 독왕의 머리채까지 움켜쥐고 죽빵을 갈기는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폭력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게 효과가 있었다.
“커헉!”
“어쭈, 아직도 정신 안 차려?”
“으아아아악!”
“더 처맞아 볼래?”
“제, 제발!”
어느 순간부터 독왕의 입에서 사람의 언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친개마냥 으르렁거리던 사람이, 폭행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점점 더 사람다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독왕 당사영은 몇 년 전부터 기억이 없었다.
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만독전에 틀어박혀 독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암기에는 별반 재능이 없었지만, 그에게는 독의 연성과 독공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독공을 연구해서 독무의 구결을 재현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무색무취무미무형(無色無臭無味無形)의 독을 연성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1년 365일 중 365일 만독전에 틀어박혀 살다 보니 점점 더 정신이 이상해져만 갔고, 집착은 광기로 변했다.
급기야는 몇 년 전부터 이성은 완전히 잃어버린 채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는 광인(狂人)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러던 중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독왕의 광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만독전에 있던 거의 모든 독들이 한순간에 체내로 침투하면서, 중독사하는 게 아니라 주화입마를 일으키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성을 되찾았는데, 독왕은 자신이 이름 모를 청년에게 개 같이 처맞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 잠ㄲ…… 컥!”
“뒈져!”
“으아아악!”
“아주 정신이 바짝 들게 해 줘야지!”
“그, 그만! 으악! 제발 그만! 으아아아아악!”
독왕은 억울했다.
왜 맞아야 하는지, 왜 맞고 있는지, 누구에게 맞고 있는지.
자초지종이라고는 쥐뿔만큼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자니 억울해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제발! 제발 그만 때리시오! 제바아아알!”
“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잘못했소! 이렇게 빌겠소이다!”
결국, 독왕은 자신을 두들겨 패던 청년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울고불고 애원해야만 했다.
이대로 계속 두들겨 맞다가는 정말로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지배당해 버린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두들겨 맞는 게 억울하기도 했고.
* * *
“어?”
연오랑은 독왕이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애걸복걸하는 걸 보고 치료(?)가 성공했음을 깨달았다.
“이, 이게 되네?”
사실 연오랑 본인도 반신반의해서 해 본 건데, 진짜 먹힐 줄을 몰랐던 것이다.
애초에 주화입마에 걸려 미쳐 날뛰는 독인을 좀 두들겨 팬다 한들 문제될 게 없기도 했고.
어차피 가만히 내버려 두면 사천당문 안에서 날뛰거나 밖으로 뛰쳐나가서 사고를 칠 텐데, 제압을 위해서라도 두들겨 패는 게 답이 아니겠는가?
“뀨! 주인놈아! 주인놈 물리치료도 독왕 치료했다! 뀨우!”
“으응?”
“주인놈 물리치료사다! 물리치료사! 뀨우!”
연오랑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햄찌가 헛소리나 지껄이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사사건건 부딪쳐 봤자 피곤해지는 건 연오랑이었기 때문이다.
“정신이 드십니까?”
“가, 가주! 크윽!”
당천위의 물음에 독왕이 대답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내가 왜 저 청년에게…… 끄으으응!”
“그게…….”
당천위가 그간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그런 것이었소?”
독왕은 화들짝 놀라더니, 과거를 돌이켜보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던 순간.
“……아아.”
독왕의 눈빛이 뭔가 몽롱해짐과 동시에,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연오랑에 의해 이성을 되찾으면서, 지난 몇 년 동안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던 것이다.
“나는…… 나는……!”
다음 순간.
스윽.
독왕이 눈을 지그시 감더니, 앉은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겼다.
“숙부님, 숙부님!”
“이보게! 자네 뭐 하는가?”
당천위와 당괴괴가 당황했다.
뜬금없이 가부좌를 트는 독왕의 모습에 당황한 것이다.
“그냥 두시죠.”
연오랑이 말했다.
“큰 깨달음을 얻으신 것 같은데.”
“깨달음 말이오?”
“아마 미쳐 있었던 지난 시간을 되새기면서, 문득 깨달음을 얻을 걸 겁니다.”
“아……!”
“지금 깨달음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 실마리를 놓칠지도 모르니까, 급한 대로 명상에 드신 것 같네요.”
“그, 그렇다면…….”
“아마 깨어나시면 화경의 경지에 오르시겠죠.”
“……!”
“정리는 나중에 하시고, 이 양반이 깨달음을 온전히 얻을 수 있게 옆에서 지켜주시죠. 주변을 조용히 시키고요.”
“아, 알겠소이다.”
당천위는 연오랑의 조언을 냉큼 받아들였다.
어느 안전이라고?
이미 사천당문 사람들은 연오랑의 말이라면 기꺼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
그들에게는 연오랑의 말이 무조건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법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 * *
중원 대륙 모처에 자리한 백련교 총단.
“……그 연오랑이란 자가 또다시 본교의 행사를 방해했단 말인가.”
장막 뒤에서 싸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
“…….”
“…….”
좌우로 도열해 있는 백련교의 간부들은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장막 뒤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가 가진 그 무시무시한 힘과 권능을 너무나도 잘 알았던 탓이었다.
백련교주.
그는 백련교 교내에서 신(神)으로 떠받들어지는 존재였다.
단순히 무공이 고강한 걸 넘어 죽은 사람도 살려낼 정도로 전지전능한 권능의 소유자였기에, 그를 신으로 믿고 따르는 이들이 무수히 많았다.
그런 그의 음성에 분노가 깃들었으니, 백련교의 고위급 간부들로서는 두려움에 벌벌 떨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자와는 계속 안 좋은 인연으로 엮이는구나. 성계의 지존성이 중원에 떨어졌을 때부터 느낌이 불길하더라니.”
백련교주는 그렇게 혼잣말하고는, 다시 입을 열어 교단의 고위급 간부들에게 명령했다.
“이번에 사천에서 추진 중인 일은 본 교단에게도 매우 중차대한 행사이니, 진행에 있어서 한 치의 실수조차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진공가향을 이룰 성스러운 행사를 방해받아서야 되겠는가.”
“예, 교주시여.”
고위급 간부들이 일제히 고개를 조아렸다.
“교단의 초절정고수들을 사천으로 급파하고…… 묵혈귀 500구를 추가로 투입하라.”
그런 백련교주의 명령에 좌우로 도열해 있던 고위급 간부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묵혈귀.
그 저주받은 존재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지, 또한 얼마나 강력한 전력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단순 언급만으로도 두려웠던 것이다.
“다들 들어라.”
“예, 교주시여.”
“진공가향이 멀지 않았노라. 사천에서의 행사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그때까지 분골쇄신하여 본교의 행사를 추진하라. 알겠는가.”
“존명(尊命)!”
백련교의 고위급 간부들이 일제히 오체투지하며 장막 뒤에 자리한 백련교주를 향해 머리를 쿵! 찧었다.
그들에게 있어 백련교주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삼세(三世)의 구원자였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