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debuff RAW novel - Chapter 168
제166화.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제갈참은 정말로 연오랑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진시황의 무덤이라니? 저 야산이 진시황릉이란 말이냐?”
제갈참이 당황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진시황릉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완전히 잊힌 상태.
그 누구도 진시황릉의 위치를 몰랐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공사가 이루어졌다는 기록은 있었지만, 지금 이 시대에서 진시황릉의 무덤이 건설된 게 대략 천 년 정도의 시간차가 존재했다.
이 시대에도 진시황릉의 무덤은 너무나도 먼 고대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네.”
연오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야산 전체가 진시황의 무덤입니다. 정확히는 무덤 입구죠.”
“서, 설마.”
“그 설마가 정말이라니까?”
연오랑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저기 저 야산이 진시황릉의 무덤 입구고, 지하에 어마어마한 시설이 있다고요. 백련교 놈들은 거기 숨은 거라니까?”
그런 연오랑과 제갈참의 대화를 들은 주변인들은 흠칫 놀랐다.
“지, 진시황의 무덤?”
“맙소사.”
“그게 정말이냐?”
진시황의 무덤에 대한 전설은 그만큼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
역사서에 분명히 등장하기는 하는데, 그 위치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이제는 그 누구도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다.
“아, 진짜라니까.”
연오랑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여기 진시황의 무덤이 있다니까요?”
일행은 솔직히 믿기 힘들었으나, 연오랑이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햄찌와 노는 걸 보면 좀 얼빠진 구석이 있긴 했지만, 연오랑이 결코 허언을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백련교의 본거지가 진시황릉 안에 있단 소리냐?”
“그건 모르죠.”
연오랑이 고개를 저었다.
“본거지일지, 아니면 여러 근거지 중 하나일지는 가 봐야 알지 않을까요?”
“으음.”
“일단 몸을 숨기죠.”
“몸을 숨긴다니?”
“여기가 백련교의 근거지인데, 주변이 과연 안전할까요?”
“……!”
“이 주변 마을도 수상한데, 대놓고 거리를 활보했다간 우리가 왔다고 동네방네 떠드는 꼴밖엔 안 되겠죠. 이미 발각됐는지도 모르고.”
“아!”
제갈참은 그제야 연오랑의 말뜻을 이해했다.
만약 저곳이 진시황릉이고, 백련교의 본거지라면 이 주변은 사실상 적들로 득실득실한 사지라는 뜻.
이런 곳을 함부로 활보했다가는 백련교도들의 눈에 띄어 표적이 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주변을 오가는 평범한 백성들이, 마을 사람들이 백련교도인지 아닌지도 구분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일단 철수하고 밤에 은밀히 움직이죠.”
“알겠다.”
그렇게 연오랑 일행은 진시황의 무덤이 자리한 여산 일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 * *
연오랑 일행은 일단 여산 일대에서 물러난 후 대책회의에 나섰다.
만약 저곳 진시황릉이 백련교의 본거지라면, 어마어마한 전력이 존재할 터.
만일 함부로 쳐들어간다면 벌집을 건드리는 꼴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게 분명했다.
오히려 적들에게 포위, 섬멸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함정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우(愚)를 범할 순 없는 노릇이 아닌가?
“혹시 모르니까 은밀하게 병력을 요청할 수 있을까요?”
연오랑이 제갈참에게 물었다.
“은밀하게?”
“저기서 백련교 놈들이 잔뜩 튀어나올 수도 있잖아요.”
“으음.”
“이거 문제네, 문제야.”
연오랑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천하는 누구도 믿을 사람이 없는 상태였다.
백련교의 첩자들이 아미파의 정보기관에 침투해 있는 상황.
이곳 섬서성에 자리한 화산파와 종남파조차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려웠다.
“최대한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마.”
제갈참이 걱정 말이라는 듯 연오랑에게 말했다.
“관군도 동원할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연오랑이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어디 가느냐?”
“진시황릉 가는데요?”
“뭣이?!”
제갈참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곳은 사지인데 설마 혼자 쳐들어가겠다는 말이냐?”
“저 혼자선 괜찮죠. 여차하면 튀면 되니까.”
연오랑이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뀨! 그렇다! 주인놈 튀는 거 잘한다! 뀨우! 뺀질이다! 뺀질이!”
“뭐 인마?!”
연오랑이 햄찌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뀨! 사실 아니냐! 주인놈 쥐새끼처럼 잘만 도망 다니지 않냐! 뀨!”
“이게 진짜!”
연오랑은 발끈했지만,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햄찌 말마따나 연오랑은 도망치는 데에도 도가 튼 인물이었고, 어딘가에 쥐새끼처럼 잠입하는 것에도 능했다.
연오랑이 마음만 먹는다면 숨어들어가지 못할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만 해 주시죠.”
“알겠다. 그리하마.”
제갈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린 여기 숨어서 대기하도록 하마.”
당괴괴가 연오랑에게 말했다.
“혼자서 여러 명을 데리고 도망치긴 힘들지 않겠느냐.”
“그것도 맞죠.”
아무리 연오랑이라고 한들 천하제일문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도망치기란 쉽지 않은 법.
햄찌를 타고 도망친다 해도 탈 수 있는 사람이 한계가 있었기에, 지원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유사시 연오랑 일행을 데리고 도망칠 수 있도록 말을 미리 준비해놓는다거나 하는 지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자자, 그럼 각자 움직입시다.”
연오랑이 햄찌와 꼬꼬를 데리고 진시황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위험하고 무모한 임무였지만, 연오랑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기다려. 금방 구해 줄 테니까.’
지금은 1분 1초가 급한 상황.
위험하다고 해서 밍기적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죽이지 않고 납치했다는 건…… 둘 중 하나겠지. 천하제일문을 이용해서 날 꼭두각시로 부리려 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꼭두각시로 부리려 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왜?
그런 의도라면 천하제일문 사람들을 납치하자마자 어떤 방식으로든 접촉해 왔을 터.
그렇다면…….
‘세뇌시켜서 꼭두각시로 만들 생각이다. 그 뒤에 날 공격하게 하겠지. 내 손에 죽거나, 혹은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다.’
연오랑은 백련교, 정확히는 교주의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잔혹한 복수를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다.
‘내가 당할 것 같아?’
연오랑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은 연오랑에게는 그런 백련교주의 무시무시한 의도조차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목 닦고 기다리시지. 다음 표적은 네놈이 될 테니까.’
카렐도 찾은 마당에 백련교주라고 찾지 못할 건 없었다.
허공보합을 이용한다면, 제아무리 백련교주라고 해도 연오랑에게 위치를 노출당할 게 분명했으니까.
* * *
한편, 전생을 각성한 유건명은 조용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백련교가 육체를 강화시켜주고 내공을 불어넣어준 덕분에, 지금 유건명은 초절정고수 이상의 힘을 보유한 상태.
거기에 전생의 깨달음까지 더하니 좀 아쉽긴 해도 어찌어찌 화경의 무위 정도는 능히 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화경의 경지에 오른 고수라면, 어마어마한 강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만큼 기회를 잘 엿본다면 이곳을 탈출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
‘아직 세뇌가 끝나지 않았다는 거군. 기회는 있다.’
유건명은 백련교의 술법가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천하제일문 사람들의 세뇌가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더 늦기 전에 사부님과 사제들을 데리고 탈출해야 한다.’
잠자코 기다리고 있다간 세뇌가 끝날 테고, 그럼 함께 탈출하기 어려워질 터.
물론 그 전에 연오랑이 구하러 올 수도 있겠지만…….
‘전하를 믿지만 마냥 기다릴 순 없다.’
유건명은 전생에 이어 다른 세계까지 자신을 구하러 온 연오랑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 없었다.
연오랑이 구하러 올 곳이라는 것은 믿지만, 손 놓고 구원만을 기다리는 것은 유건명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런 나약하고,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은 딱 질색이었다.
연오랑은 신하인 유건명을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전하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유건명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부적을 붙여라.”
“예.”
술법가들이 세뇌를 위한 부적을 교체하려던 그때.
퍽, 퍼억!
유건명이 번개처럼 몸을 날려 술법가들을 제압했다.
“네, 네놈이 어떻게……!”
한 술법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별 탈 없이 혼마강신대법을 받고 있던 유건명이 벌떡 일어나 공격을 해 오니 당황한 것이다.
“깨워라.”
“컥!”
“지금 당장.”
유건명이 술법가의 목을 움켜쥐고 말했다.
“아, 알겠…… 크윽!”
그렇게 술법가의 협조를 얻어낸 유건명은, 즉시 천하제일문 사람들을 일깨웠다.
“건명아, 어찌 된 일이냐?”
“사형?”
“여긴…… 어디죠?”
“윽!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어리둥절해하는 천하제일문 사람들.
“사부님, 아무래도 여기는 백련교의 비밀 근거지 중 하나인 모양입니다.”
“허어!”
“얼른 여길 빠져나가야 합니다.”
시간이 없었다.
백련교도들에게 발각당한다면 탈출이 더욱 어려워지리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살고 싶거든 밖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하라.”
유건명이 서늘한 눈빛으로 술법가를 협박했다.
“아, 알겠습니다.”
술법가는 그런 유건명의 기세에 짓눌려 고분고분 요구사항을 들어주었다.
그런 유건명의 모습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전생을 각성했기에, 과거의 경험이 덧씌워지면서 노련한 강자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있었던 것이다.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렇게 유건명은 천하제일문 사람들을 이끌고 술법가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 *
연오랑은 손쉽게 진시황릉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해냈다.
“뀨! 주인놈아! 여기다!”
햄찌가 탐지 능력을 발휘, 진시황릉으로 통하는 비밀통로의 위치를 찾아낸 덕분이었다.
“뀨! 주인놈아! 진시황릉 안에는 뭐가 있는 거냐! 뀨우!”
“글쎄.”
연오랑도 진시황릉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조차 진시황릉에 대해서는 빙산의 일각만 알 뿐이었다.
현실의 진시황릉은 발굴이 극히 일부분만 진행되었기에, 그 안에 정확히 뭐가 있는지는 역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도 그저 추정만 할 뿐이었다.
물론 확실한 것도 있었다.
“병마용(兵馬俑)이라고. 흙으로 만든 군대가 묻혀 있기는 하지.”
“뀨? 흙으로 군대를 왜 만든 거냐? 뀨우? 인간들 할 짓 그렇게 없냐?”
“황제를 호위하는 군대라나?”
“뀨우?”
“뭐 그런 거 있잖아. 저승에서도 황제는 황제다.”
“뀨우! 인간들 진짜 멍청하다! 죽으면 끝 아니냐! 뀨!”
“그건 맞지.”
연오랑도 그런 햄찌의 의견에 동의했다.
진시황릉을 만들 당시 들어간 인력과 비용을 생각해 보면, 죽은 사람 하나 때문에 나라살림을 파탄 낸 꼴이었기 때문이다.
“뀨! 그럼 보물은 없는 거냐! 뀨우!”
“보물?”
“흙으로 만든 군대가 무슨 소용이냐! 뀨우! 무덤은 도굴이 메인 컨텐츠 아니었냐! 뀨우!”
“아!”
연오랑은 그제야 진시황릉을 발견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았다.
진시황릉은 역사적으로도 피라미드 이상 가는 초호화 무덤.
그런 곳에 보물이 없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 규모는…….
‘여, 역대급일지도?!’
연오랑은 어쩌면 이번 진시황릉 도굴(?)이 자신의 게임 인생에서 가장 큰 건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간 게임 BNW를 플레이하면서 그간 수없이 많은 보물창고를 털고, 유적들을 발굴하면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벌어들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유적이나 보물창고도 진시황릉과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지는 못했다.
만에 하나 진시황릉 안에 묻혀 있는 부장품들 중에 돈 될 만한 것들, 그러니까 사치품이 존재한다면 그간 번 돈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액수를 손에 거머쥐리라.
“하, 하악!”
연오랑이 군침을 줄줄 흘리던 그때.
“캬아악! 주인놈아! 정신 차려라!”
“악! 왜 때려!”
“주인놈 지금 카렐 구하러 가는 거 아니었냐! 캬아아악!”
“누가 뭐래?”
연오랑이 제 뒤통수를 후려친 햄찌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니가 물어봐서 대답하다가 군침 좀 흘린 거잖아!”
“뀨우?”
“뀨우는 뭘 뀨우야! 카렐도 구하고 보물도 없으면 일석이조 아니냐?”
“뀨! 그건 그렇다!”
햄찌가 듣고 보니 연오랑의 말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부터는 좀 조용히 해라.”
“뀨. 알겠다.”
진시황릉 입구로 들어선 연오랑 일행은 잡담은 그만두고 매우 은밀한 움직임으로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그때.
“특이사항은 없는가?”
“예, 없습니다.”
“하긴. 이곳에 누군가 올 일은 없을 테지. 허나 절대 경계를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이곳은 교주님께서도 특별히 관심을 갖고 계신 곳이 아닌가.”
“물론입니다.”
저 멀리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백련교도들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