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nience Store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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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다시
그 후로도 근호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 했다. 간간히 아는 사람들이 와서 인사를 건네기는 했지만 고작 그 정도가 끝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장소를 바꾸어 국왕 레오날의 집무실. 그곳의 주인은 언제 이렇게 웃어봤냐는 듯 폭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너무 웃는 거 아냐?”
“아니, 아무리 그래도. 푸훕.”
그런 레오날과 마주하고 있던 근호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으나 이내 한숨과 함께 손에 쥐고 있던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벗이여, 그대로 한물 가버리고 말았구려.”
“젠장. 한물 정도가 아니라 그런 시기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였어.”
되돌아온 나라의 영웅을 맞이하는 연회였건만 그곳은 여느 때의 사교장과 다름이 없었다. 오히려 주인공이라며 무대에 세웠을 때는 부끄러움으로 죽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다네. 수도에 있는 자들은 대부분이 귀족가의 자제들이니 말일세.”
“그래도 이 정도로 관심이 없을 줄이야.”
마치 아르니이아 왕국에 위기가 있기는 한 건지 착각이 들 정도로 나라를 구한 영웅에게 관심이 없었다.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역사를 잃은 나라에 미래는 없다는 말 몰라?”
“그리 노여워 말게. 한편으로 보면 평화롭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그들이 철이 들기 시작할 무렵은 전쟁의 끝자락이었던 것이다.
“그렇게도 볼 수는 있겠지만 뭐.”
“아무래도 섭섭한가 보군.”
“흥, 섭섭하긴 누가. 애초에 이런 걸 바라지도 않았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보이는 태도는 정 반대이다. 구태여 말하자면 바라지는 않았더라도 섭섭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참을 웃던 레오날이 술잔을 기울이며 창밖을 바라본다. 하늘에 떠오른 두 개의 달을 바라보며 그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대접이나 받자고 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누구보다 이곳에서 근호를 기다린 레오날이지만 그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이곳에 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되돌아온다면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 뒤이지, 이렇게 빨리 올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아나시아?”
“어머나. 우리 전하께서 많이 날카로워 지셨네.”
어스름한 집무실의 구석에서부터 또각또각 발소리가 울리며 아나시아가 걸어 나온다. 그녀는 예전 이곳에 왔던 차림새가 아닌 다른 세상의 옷을 걸치고 있었다.
“저쪽 생활이 꽤나 마음에 들었나보군.”
“덕분에 즐길 수 있었다고.”
모자란 잔은 근호의 것을 뺏는 걸로 해결한다. 책상에 걸터앉은 아나시아는 담겨있던 술을 모두 들이키고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추가요금은 안 받을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본래의 의뢰 목적을 달성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레오날은 그것을 이미 눈치 챈 상태였다.
“잘 알겠네. 그래, 벗이여 자네 얘기를 한 번 들어보도록 하지.”
잔을 내려놓은 레오날은 얹은 두 팔로 턱을 괴고는 근호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소얄을 칠거야.”
“…그렇군.”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소얄 왕국이 목적이 아니라면 그가 이 시기에 돌아올 이유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목적을 들은 레오날은 눈을 감았다. 그에게 있어서는 아직 이른 시기였기에 근호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마왕의 시체가 나왔어.”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는 듯 근호는 감춰져 있던 사실을 들춰낸다. 이에 레오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지만 옆에 있던 아나시아가 이를 뒷받침했다.
“나도 봤어. 조각나 있었지만 썩지도 않고 보존을 잘 돼 있었어.”
“그런 말도 안 돼는 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지만 목격자는 한 명이 아니었고, 거짓을 말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마왕의 시체 같은 것으로 거짓을 할 필요가 없다.
“뭔가 아는 거 없어? 나나 시아는 그때 불태운 걸로 알고 있는데.”
“모르겠군. 나도 그렇게 알고 있으니.”
그 당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세 사람이 모른다. 이것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럼 당시에 시체를 처리한 사람은 누구지? 관리한 사람이 있을 거 아냐.”
“그렇겠지.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나도 모른다네.”
“네가 모르면 누가 아냐?”
“생각해보게나. 그때 자네들과 어울렸다고 해도 나에게는 왕위 계승권이 없었네.”
사실을 알고 있음직한 사람은 그 당시 국왕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몇 년 전에 숨을 거두었다.
“당시 문서를 찾아봐야겠군.”
“정확히 밝혀내야해. 안 그러면 아르티니아한테까지 영향이 있을지도 몰라.”
애당초 마르니티아 대륙에 존재하던 마왕이다.
비록 그 시체가 지금 저쪽 세상에 있다고 한들 빼돌린 자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마르티니아 대륙 출신일 것이다.
“확실한 건 성태가 빼돌리진 않았다는 거니까.”
물론 성태가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랬더라면 아나시아가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가 성태와 협력관계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목적이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또.”
“또 무언가가 있는가?”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이 남아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근호는 아나시아를 쳐다보았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시체를 발견한 곳에서 연구서를 발견했어.”
“어떤 연구였지?”
“뭐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럼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하자면 마왕의 인자를 이용하여 사람의 신체를 개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엄밀히 말자하면 그것 또한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근호와 아나시아가 신경 쓰는 것은 그것을 작성한 사람에 대해서였다.
“전 대현자야.”
“말이 되지 않는군.”
프린트로 인쇄된 것이 아닌 수기로 작성된 문서에 필체는 이전에 대현자로 불린 성태 스승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들은 레오날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이 아닌가.”
왜냐하면 그는 이미 10년도 전에 마왕군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처음 봤을 땐 못 믿었지.”
워낙 독특한 필체라고는 하지만 비슷한 사람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침 그의 제자가 만들어놓은 공간에, 그것도 마왕의 시체가 보관된 곳에 있었다는 것이 의심의 싹을 틔운 것이다.
“잘 생각해봐,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던 노인네가 갑자기 전장에 나섰잖아. 그리고 당한 거라고.”
“그대의 말도 일리는 있군.”
의심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레오날은 완벽히 수긍하지는 않았다.
“허나 그가 좋은 마음으로 하지 않았다고는 확신 할 수 없지 않는가.”
“…쉽사리 부정은 못 하겠네.”
어디까지나 의혹일 뿐이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맞고 틀림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그대가 가진 대현자에 대한 감정이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건 아닌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근호를 이 세상으로 불러들인 대현자는 그에게 온갖 실험을 시행했다. 뿐만 아니라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악감정이 있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지녔다고 하더라도 세월은 이를 삭게 해주었고 무엇보다 그 정도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지는 않는다.
“나 또한 그자를 곱게 보진 않았네. 다만 이미 죽고 없는 자이니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보네.”
여러 가지 의혹이 있다고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당사자가 이미 죽고 없다는 것이다.
허나 살아생전에 썼다고 하기에는 연구가 적힌 종이를 이쪽에서 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필체가 비슷한 건 우연이고, 마침 비슷한 사람이 우연히 관여했다고?”
“설마 하니 그 정도로 말하고 있는 것이겠나.”
허둥지둥하지만 말자. 레오날은 그렇게 말했다.
“하나씩 의혹을 풀어나가다 보면 답이 보일 걸세.”
마왕의 시체를 처리한 인물과 대현자에 죽음에 관련된 사항. 크게 두 가지를 파해치다보면 진실은 나올 것이다.
“대현자가 묻힌 곳이 어디야?”
“그 당시 수도였던 곳의 묘지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나시아가 걸터앉았던 책상에서 내려와 발걸음을 옮긴다. 창가로 향한 그녀는 창문에 발을 걸치고는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쪽은 내가 맡을게. 국왕 전하, 불만 없지?”
“그렇게 해주게.”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나시아는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이번엔 요금을 받지 않는 모양이군.”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니까.”
돈으로 움직이는 그녀가 자처해서 움직인다는 것은 예전 마왕이 살아있을 때 이후로 처음이며 이번이 두 번째이다.
“그럼 남은 건 마왕에 시체에 관련된 자를 찾는 일이군. 이건 내가 맡도록 하지.”
“잘 부탁합니다요, 국왕 전하.”
그때 당시의 문서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과장된 몸짓으로 허리를 숙인 근호를 보던 레오날에게서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각자의 할 일이 정해졌군. 헌데 벗은 무엇을 할 텐가?”
“나? 나는, 음.”
급한 사항은 두 가지다. 하지만 사안을 들고 온 근호가 맡을 일은 없었다.
“일단은 단련부터 해야겠지.”
“이보게나, 다른 사람에게 잔뜩 시켜만 놓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무슨 국왕이 투정을 부려.”
“왠지 억울하지 않은가.”
당연히 농담이라 여기지만 그럼에도 근호는 진지한 얼굴로 레오날을 마주했다.
“소얄에 대해선 말리지 않을 거냐?”
“처음부터 그렇게 말 할 줄 알았네.”
“괜찮겠어?”
“어떻게 말리겠나.”
국왕으로서 소얄 왕국에 대한 방침은 방치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라도 근호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말릴 수는 없었다.
“내 국민을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그릇된 일. 오히려 사과를 해야 할 일이지.”
자국의 안전과 발전을 위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판단이 옳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레오날은 고개를 숙였다.
“이해는 해. 나도 너였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근호도 그것을 잘 알기에 추궁하지는 않는다. 자세한 내막이 밝혀지지 않은 지금 아르티니아 왕국이 잘못한 것은 없기 때문이었다.
단지 소얄이라는 나라가 생겨났고, 그곳의 침략을 받은 것뿐이다. 방조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아르티니아 왕국과 동맹을 맺은 것 또한 아니다.
“복잡하게 따진다면 뭐, 너보고 잘못했다고 말할지도 모르지.”
도의적으로 문제를 따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근호는 이곳으로 돌아왔다.
“너한테 생각이 있는 만큼 나한테도 생각이 있으니까.”
근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말한다.
“평화롭게 살자고. 저쪽 정리하면 이쪽도 도와줄 테니까.”
분명 영원한 평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말자. 그것이 근호가 생각하는, 행동하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