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Genius Dem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예비사제 켄트
가온의 예상대로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그들을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다.
가온 일행을 노리다 수백이 넘는 자들이 죽음을 맞이한 까닭이다.
특히 10개나 되는 블루블러드 산하 조직들이 힘을 합쳤음에도 그들을 어찌하지 못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컸다.
가온 일행이 케일 모험단을 처리한 게 소문이 퍼진 것처럼 운이 좋았다거나, 단순히 얻어걸린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다.
가온 일행의 실력이 진짜라는 걸.
덕분에 가온 일행은 신경을 예민하게 곧추세워야 했던 전과는 달리 다소 가볍게 도시로 향할 수 있었다.
마침내 외곽지역에 발을 디디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들러붙는다.
물론 오염지대라고 관심받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지금과 같은 노골적인 시선은 없었다.
오염지대는 자칫 칼부림이 날 수도 있는 공간인 데에 반해.
도시라는 테두리 안에선 그래도 지켜야 하는 규칙이라는 게 존재했기 때문이다.
케일 모험단이 도시 내부에선 어떤 손도 쓰지 않다가 밖에선 대놓고 추격하고 죽이려던 걸 생각해보면 더 명쾌한 대답이 될 터였다.
그러니 가온 일행을 향하는 시선의 의미는 꽤 명쾌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곳에서는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안전이 담보된 곳에서는 하겠단 뜻과 같았다.
노골적인 시선이 다소 의식됐는지 켄트가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이 다 우릴 쳐다보고 있는 거 같은데요.”
“푸흐흐. 그럼 그 난리를 피웠는데 시선이 붙는 건 당연한 일이지.”
디산즈가 웃으며 대답했다.
켄트가 싫은 표정을 지으며 짧게 몸을 떨었다.
“으으.”
“사람들의 관심이 어지간히도 싫은가 보군?”
“당연하죠.”
켄트는 곧바로 대답했다.
디산즈는 그런 켄트의 반응이 퍽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면서 데얀에선 어찌 예배를 집전했을까?”
“아. 그건 다르죠.”
“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널 지켜보는 건 매한가지일 텐데?”
“시선이 다르잖아요, 시선이.”
“후후, 글쎄. 내 눈엔 똑같아 보이기만 하는데 말이지.”
“그게 어떻게 똑같단 거예요…….”
디산즈와 켄트가 다소 실없는 대화를 하는 동안, 그들은 목적지에 거의 도달해있었다.
“여기다.”
가온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동료들도 하던 대화를 멈추고 가온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군.”
가온은 자신을 맞이하는 사람과 반갑게 인사했다.
켄트도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에요.”
“……켄트?”
그는 미간을 모으고 인사하는 켄트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누군지 깨달았다는 듯 물었다.
“네, 저 켄트에요.”
“맙소사! 이렇게나 자랐다니. 못 알아볼 뻔했잖아!”
“헤헤.”
켄트는 쑥스럽다는 듯 뒷머리를 긁었다.
그 사이, 가볍게 건물 내부를 둘러본 가온이 말했다.
“가게가 한산하군.”
“귀한 손님을 맞아야 하는데 신경이 분산되어서야 쓰나.”
여기서 귀한 손님은 가온을 뜻하는 것이었다.
가온도 그 말이 자신을 의미한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귀한 손님이라……좋게 봐줘서 고맙군, 렌.”
그랬다.
가온이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동료들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바로 중개상인 렌의 상점이었다.
“별말을 다. 넌 정말 귀한 손님이 맞아.”
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가온도 겸연쩍은 표정을 살짝 지어 보인 다음, 말을 돌렸다.
“다른 곳으로 향할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용케 기다리고 있었네.”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었나?”
렌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뭐 그랬으면 아마 기다렸겠지? 네가 이곳으로 올 거라는 건 알았으니까.”
“함께 진행하던 일은? 어떻게 됐지?”
“음, 일단 숙소로 가서 여독부터 푸는 게 어떻겠나? 꽤 오래 걸은 거 같은데.”
가온은 그간의 일들을 듣고자 했지만, 렌은 휴식을 권했다.
그게 우선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 말에 가온이 한발 물러섰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은 아니었으니까.
“좋아, 차차 이야기하자고. 이제 시간은 많으니까.”
* * *
“렌이라고?”
가게를 나선 뒤, 제법 거리가 떨어진 뒤에 디산즈가 물었다.
다소 뜬금없는 물음에 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케일 모험단을 피해서 도시 밖으로 피신하기 전, 마수사냥꾼으로 활동할 때 인연을 맺었던 중개상인이에요.”
“그렇군. 그럼 그가 저곳에서 장사한 시간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는 알 수 없고?”
“어……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켄트는 고개를 저으며 가온을 바라보았다.
“아마 가온이라면 알 지도요.”
이에 가온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꽤 오래 장사를 해왔고, 중개상인들 중에선 규모가 큰 편이라는 거 정도만 알뿐.”
“또?”
“많은 사람과 거래를 트고 있고, 그 중 렌의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워서 거래를 끊은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신뢰할 수 있는 자란 소리네.”
“적어도 내가 아는 렌은 그래. 장사치이면서도 신의를 중요시하지. 손님을 상대로 흥정은 할지언정 거짓말을 하진 않지.”
“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
“인지하지 못한 거래가 추후에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면 그걸 갚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편이지. 그 덕분에 믿을 거 없는 외곽지역에서도 렌만은 믿을 수 있단 말이 돌 정도니까.”
“어쨌든 얼마나 오래됐는지는 모른단 거지?”
“그렇지.”
“그렇군. 알겠어.”
디산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렌의 경력은 왜?”
“그냥 뭐 갑자기 궁금해서?”
“…….”
“도시로 오자마자 이곳으로 오길래 얼마나 보통 관계가 아닌 거 같아서 그냥 한 번 물어봤어.”
디산즈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렌에 대해 묻지 않았다.
“와. 드디어 편하게 쉴 수 있겠네요.”
켄트는 보이기 시작한 숙소를 보며 커다랗게 웃어보였다.
오염지대에서의 노숙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으므로.
물컹한 살점 바닥 덕분에 잘 때 등은 배기지 않겠다고 생각하기 쉬웠지만, 이는 오염지대를 나와보지 않은 도시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였다.
비정기적으로 꿀렁이는 살점 때문에 깊은 잠을 자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동할 때야 그런 꿀렁임이 민감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동을 멈추고 잠을 잘 때에는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거기다 며칠 상간으로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때문에 가온 일행에게 이빨을 드러냈던 자들도 있었다.
그들을 상대하느라 몇 번이고 핏물을 뒤집어쓴 것도 숙소가 반가운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가온 일행이 숙소에 도달했을 무렵, 일련의 무리가 다가왔다.
“가온 님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정중한 물음.
가온 또한 정중하게 대답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왜냐하면.
“가온 님과 함께 하는 동료 중에 저희 소속이 한 명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있습니다. 켄트.”
그들은 바로 새하얀 사제복을 통일되게 입은 사제들이었기 때문이다.
가온은 켄트를 앞으로 불렀다.
“네.”
켄트는 차분하게 대답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표정은 풍부했던 평소와 달리 다소 딱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와야 할 것이 왔다고 여기는 듯했다.
“예비사제 켄트 여기 있습니다.”
켄트는 딱딱한 음성으로 관등성명을 댔다.
“켄트 예비사제?”
“네.”
가장 앞에 선 사제는 켄트의 얼굴 이모저모를 확인했다.
특히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깔에 주목했다.
보통은 사제들의 얼굴을 그려 보관하지만, 켄트의 그림은 신전에 보관되어 있지 않았다.
켄트가 아직 예비사제였다는 점, 그리고 성장기를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였다는 점 때문이었다.
성장기를 지나는 어린아이의 변화는 매우 빠를뿐더러, 예비사제에서 사제로 진급 또한 이루어져야 했으니 말이다.
“켄트……확인했습니다.”
가장 앞에 선 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예비……사제가 맞습니까?”
사제 무리 중 하나가 물었다.
예비사제라 함은 신전에 입적하면 발부되는 가장 기본적인 신분과도 같은 것.
사제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나 예비라는 딱지가 붙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본 켄트는 사제가 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기에 이와 같은 질문을 한 것이다.
“네, 예비사제가 맞습니다. 신전에 있을 땐 진급 조건을 맞추지 못했었거든요.”
켄트는 담담히 지난 과거를 말했다.
“음, 그럼 도시를 떠나고 신성력을 각성하신 거군요.”
“맞습니다.”
“신성력을 습득하셔서 사제의 조건을 달성하셨으니……아마 무단 이탈에 대한 죄는 상당히 감형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예비사제가 되어 신전에 투신한 자들은 함부로 소속 신전을 떠나선 안 됐다.
그들이 소속 신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우는 단 두 가지뿐이었다.
다른 신전으로 발령받아 이동하거나, 포교사제가 되어 이리저리 옮겨 다닐 권한을 수여 받거나.
물론 예비사제의 경우는 둘 다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였고.
가온은 그런 켄트의 사정을 모르지 않았다.
켄트가 여신의 선택을 받아 오라클이 되었다는 걸 신전은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켄트는 오라클이 되던 순간, 마리얌 여신의 계시를 받아 가온을 찾아가야만 했다.
당연히 신전에 그러한 말들을 해봤자 신성모독이니 뭐니 반발부터 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그때의 켄트는 아무런 힘도 없는 예비사제일 따름이었으니까.
해서 가온은 이번에 도시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면서 켄트에 대한 문제도 함께 고민했다.
데얀에서 이미 소식을 접한 대로라면 가온 일행에 대한 소문이 꽤 나 있는 상황일 터였으므로.
당연히 각 멤버들의 인적사항들도 돌아다닐 테고, 신전에 켄트의 소식이 들어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일 거라 여겼다.
그렇기에 도시에 도착하면 무조건 한 번은 신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어쩔 수 없지요. 달게 받는 수밖에.”
켄트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항의지를 보이지 않는 켄트의 모습에 사제들은 다행이라는 듯 긴장을 느슨하게 풀었다.
“켄트.”
“네, 가온 님.”
“알지?”
“네.”
“알려준 대로만 해. 그럼 될 테니까.”
“네.”
켄트는 가온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가온은 켄트가 신전으로부터 벌을 받게 놔둘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오라클이라는 걸 신전에 밝히기엔 아직 가진 힘이 미약했다.
켄트의 존재를 신전에 빼앗길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가 아무리 초인의 반열에 들어섰다지만, 도시엔 그보다 더한 강자들이 즐비했고 그건 신전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신전을 상대로 강한 목소리를 내기보단 그들이 순응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를 내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제 막 신성력을 터득하신 게 아닌가 봅니다?”
어느 사제가 물었다.
켄트가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를 떠난 직후였으니, 꽤 오래전 일이네요.”
아니다. 신성력을 터득한 건 도시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켄트는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고 가온이 짜준 시나리오대로 말했다.
“그래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닌데……느껴지는 신성력을 보니 진전이 상당했던 모양입니다.”
다른 사제가 은근히 켄트의 경지를 물었다.
그들의 실력으로는 켄트의 신성력이 막대하다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느낄 뿐,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실력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5레벨을 달성했으니 오염지대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한 값어치는 한 게 아닐까요?”
“5, 5레벨?”
“방금 5레벨이라 하셨습니까?”
놀란 사제들.
켄트는 그 반응을 보고 속으로 ‘됐다!’를 외쳤다.
이제 해야 할 말은 단 하나.
“수호성인의 후계가 되었으니, 이 정도는 되어야 수호성인께서도 아니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
“……!!”
떡밥을 문 사제들에게 대폭탄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다크 판타지의 천재 마수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