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7
1006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물대포처럼 쏟아진 방사능 가스.
“캬아아악!”
시돈은 지크를 집어삼키려다가 방사능 가스를 들이켜게 되자 비명을 내질렀다.
“캬악! 퉤! 퉤에! 퉤퉤! 퉤! 우웩! 우웨에에에에엑!”
시돈은 지크를 집어삼키려다가 말고 연신 헛구역질을 해대며, 침과 함께 입 안에 고인 방사능 물질들을 뱉어내었다.
그러는 사이.
“x될 뻔했네.”
시돈에게 잡아먹힐 뻔한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지크는 황급히 자세를 다잡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퉤! 퉤퉤! 퉤! 퉤! 퉤퉤!”
시돈은 연신 침을 뱉어내며 역겨워할 뿐, 딱히 데미지를 입은 것 같지가 않았다.
또한,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된 기색도 없었다.
이 탐욕스러운 마왕이 가진 독 저항력이란, 최초의 블랙 드래곤 잉카서스의 방사능 에너지마저 이겨낼 수 있을 정도였던 것이다.
“퉤! 역겹다! 이건 맛없다! 캬악! 따끔한 맛이다! 캭! 캬악! 퉤퉤! 퉤!”
하지만 그 맛만큼은 별로였는지, 시돈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맛이 어때.”
지크는 자세를 다잡으며 시돈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좋냐?”
“퉤! 소스만 먹는 건 별로다! 퉤퉤! 이건 야들야들한 고기에 곁들여 먹는 거다! 퉤퉤!”
“……?”
“톡 쏘는 매운맛이다! 이건 고기에 같이 먹어야 하는 거다! 퉤에!”
“이 미친놈이….”
지크는 시돈의 발언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중간계의 생명체들 같았으면 즉사했을 정도로 진한 방사능 에너지를 무슨 와사비인 줄로 알다니….
“쿰척! 네놈! 맛있을 것 같다! 쿰척쿰척!”
시돈은 한 술 더 떠서, 지크를 향해 군침을 흘렸다.
“야들야들 새끼 마왕! 톡 쏘는 매콤 소스도 들어 있군! 쿰척쿰척!”
“뭐…?”
“맛있을 거다! 쿰척! 향신료 좋다! 야들야들 고기에 향신료 최고지! 쿰척쿰척!”
그렇게 말하는 시돈의 입에서는 허연 침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어서, 식욕이 얼마나 돌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크를 와시비가 찍힌 최고급 한우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이거 진짜 개또라이잖아?’
지크는 그런 시돈의 변태적 식성에 완전히 질려버리고 말았다.
누가 탐욕의 마왕 아니랄까 봐 이렇듯 역겨운 취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먹는다! 야들야들 새끼 마왕! 쿰척!”
그때, 시돈이 훌쩍 뒤로 다시 지크에게 덤벼들었다.
“그렇다 이거지.”
지크는 창 형태의 를 이번에는 도[刀]의 형태로 바꾸었다.
시돈의 몸은 마치 고무로 이루어진 것처럼 탄성이 높아서, 둔기와 같은 무기로는 오히려 지크가 손해만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찌르기 위주의 무기인 창이나 검도 쓸 수가 없었다.
시돈은 찔리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좁혀오는 터프함을 지닌 마왕이었기에, 자칫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지크가 당할 수도 있었다.
‘베어보는 거다.’
지크는 무기에 대한 자신의 이해도를 믿고, 이번 전투에서는 도[刀]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
제7구역의 수도인 에서 벌어진 전투의 양상은 매우 격렬했다.
수십만 마리의 포식귀들이 날뛰는 통에, 도시 전체가 전쟁터나 다름없게 변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전투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으악!”
“저, 저리 가!”
“이런 개자식들아!”
주변 곳곳에서 아군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디버프.’
지크는 즉시 스킬을 이용해서 과 의 범위를 최대치까지 높였다.
우웅!
그러자 마치 바다와 같이 마르지 않을 것 같던 마력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마왕인 상태로 스킬을 썼더니 마나가 아닌 마력이 소모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크의 밥줄 스킬이라 할 수 있는 과 .
이 두 가지 스킬의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더니, 마침내 도시 전체를 뒤덮어버렸던 것이다.
“이, 이게 된다고…?”
지크는 자신이 해놓고도 놀랐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
화르르르르르르르르!
설마 하니 과 으로 이렇게 큰 도시 전체를 뒤덮는 게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
“죽여!”
“놈들이 죽는다!”
“모조리 쓸어버려!”
고전하던 제7구역의 병사들과 주민들은, 지크의 광역 디버프에 힘입어 그 많은 포식귀들을 상대로 엄청난 활약상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게… 마왕의 힘인가?’
그 무시무시한 디버프를 도시 전체에 깔아버리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력이 3분의 1 이상이 남아 있다?
이건 가히 혁명이었다.
디버프 오라의 범위를 수십 킬로미터 단위로 확장시킬 수 있다니….
그러나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쿰척! 쿰척!”
시돈이 또다시 몸을 탱탱볼처럼 튕기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 올라 지크를 공격했다.
‘디버프는 걸었고.’
지크는 정신을 집중해 시돈의 몸통박치기를 피해내는 한편, 기회를 노렸다.
‘지금.’
그러다가 도 형태의 를 냅다 휘둘렀다.
촤라락!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인 스킬이 시돈의 목 언저리를 가르던 순간.
– Miss!!!
가 시돈을 베기는커녕, 오히려 삐끗하며 미끄러지고 말았다.
“어어?”
지크는 베기 공격이 실패하자 몹시 당황해버렸다.
지크의 기본 명중률은 워낙에 높아서, 어지간해서는 미스가 나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미스라니?
그렇다면, 시돈이 가진 회피율이 지크의 명중률을 압도한단 뜻일까?
“쿰척!”
그때, 시돈의 몸통박치기가 지크에게 작렬했다.
“커헉!”
지크는 마치 달리는 덤프트럭에 들이 받친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며, 저 멀리 날아가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쿰척쿰척!”
“크윽….”
“쿰척! 야들야들 새끼 마왕! 잡아먹는다!”
그렇게 말하는 시돈의 몸에서는 번들거리는 기름기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유, 육수?!’
지크는 시돈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기름기 섞인 땀이 조금 전 공격을 빗나가게 한 비결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새끼 이거… 빡세네.’
지크는 몸을 일으키며 시돈이 자신의 천적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기동성이 좋은 마법사 같았으면 상대할 만했을 텐데, 물리 공격형 폭딜러인 지크로서는 시돈을 상대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지크는 즉시 를 허리춤에 꽂았다.
그런 뒤 마나홀에 자리한 에서 냉기 에너지를 뽑아내어 오러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빛의 검을 만들어내었다.
시돈의 몸이 고무와 같은 탄성을 발휘하며 물리력을 모조리 튕겨내고, 흘려버리는 이상 이 방법밖엔 없었다.
일반적인 물리력이 아닌, 냉기 속성인 빛의 검을 이용해서 공략해야만 하는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것 같지만.’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시돈을 향해 냉기 속성의 빛의 검들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
지크의 선택은 옳았다.
펑! 퍼엉!
빛의 검들은 시돈의 몸에 작렬할 때마다 시퍼런 냉기를 뿜어내며 폭발했고, 데미지를 입혔다.
문제는 그 데미지가 아주 미미했다는 점이다.
지크가 짧은 시간 동안 시돈에게 적중시킨 빛의 검의 개수는 수백여 개 이상.
그러나….
[탐욕의 마왕 : 시돈]•생명력 : ■■■■■■■■■□
수백 발의 빛의 검에 적중당했으면 크게 데미지를 입을 법도 한데, 시돈은 매우 멀쩡했다.
그동안 고작 10퍼센트의 생명력만 닳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별로 의미가 없었다.
콰직!
시돈은 생명력이 닳자 근처에 있던 포식귀 하나를 움켜쥐더니, 그대로 집어삼켰다.
그 결과.
[탐욕의 마왕 : 시돈]•생명력 : ■■■■■■■■■■
시돈의 생명력이 쭉 차올라 다시 풀피가 되었다.
아군을 잡아먹어서 생명력을 회복해버린 것이다.
“저 미친.”
그런 과정을 두 눈 뜨고 지켜본 지크는 기가 막혔다.
많이 다친 것도 아니고, 조금의 피해를 입었을 뿐인데도 아군을 잡아먹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꺼어억!”
시돈은 우렁차게 트림을 해대고는 그 거대한 배를 퉁퉁 두드리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쿰척! 당 떨어지면 안 된다! 쿰척! 공복감 안 좋다! 다시 포만감 느껴진다! 쿰척!”
“미친….”
지크는 그런 시돈의 모습에 완전히 질려버리고 말았다.
으로 방어력을 깎으면 뭐하겠는가?
공격이 먹히지도 않고, 오히려 데미지를 반사시키는데.
게다가 칼에 베여도 몸에 흘러내리는 개기름을 이용해 흘려버리니, 이건 뭐 답이 없다 싶었다.
그나마 덕분에 이동속도가 느려지는 게 다행이랄까?
그러나 다른 적들 같았으면 진즉에 얼어붙고도 남았을 정도의 냉기 공격을 받고도 버티는 걸 보면, 시돈은 과연 지크의 카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지? 이럴 땐 압도적인 힘으로 부수거나… 아니면 마법 공격밖엔 답이 없어 보이는데. 일단 절대영도로 얼려보고, 안 되면 죽음의 세계로 초대해서….’
바로 그때였다.
슈우우웅!
저 높은 하늘에서부터 무언가 길쭉한 형상이 뚝! 떨어져 내려 전장 한복판에 푹 박혔다.
‘저, 저게 뭐야?!’
지크는 포탄이라도 떨어진 줄 알고 시선을 돌렸다가, 괴이하게 생긴 물건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채, 채형석?’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린 길쭉한 물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형석이우스였다.
[악마의 십자가 : 형석이우스]마계 최고의 대장장이 투발카인이 모험가 출신 최상급 마족인 형석이우스를 재료로 삼아 만들어낸 생체 흑마법 토템.
형석이우스의 모든 능력을 자동으로 구현해주는 토템으로써, 전장 한복판에 박아두면 이보다 더 든든할 수가 없다.
•타입 : 토템 (십자가)
•등급 : 레전더리
•사용제한 :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용
•레벨 : 해당 없음
•클래스 : 데몬 오더
•특이사항1 : 형석이우스가 가진 모든 스킬을 자동으로 사용해주므로, 박아 놓고 신경 끄면 된다.
•특이사항2 : 토템이 박히면 무적상태가 되므로,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정확하게는 게이머 채형석이 아니고, 그의 계정으로 만들어낸 캐릭터 형석이우스를 재료로 해서 만든 십자가형 토템이었다.
“이보게!!!”
그때, 투발카인이 저 멀리 지붕 위에서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 막 제작해서 따끈따끈한 토템일세! 한번 사용해보게!”
“어, 어떻게 사용합니까?”
“명령어를 외치게!”
그와 동시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를 일깨우시겠습니까?] [입력: Yes!]지크는 너무 궁금해서 일단 입력창의 버튼을 누른 후 시돈과의 거리를 벌렸다.
명령어 : 깨어나라, 나의 종이여. 나의 군대를 일으켜라.
지크는 눈앞에 떠오른 명령어를 입으로 읊어보았다.
“깨어나라, 나의 종이여. 나의 군대를 일으켜라.”
그 순간.
번쩍!
십자가에 매달려 있던 형석이우스의 눈이 번쩍 떠지며 시퍼런 귀기[鬼氣]를 뿜어내었다.
– 주인님의 뜻대로….
형석이우스 토템은 그렇게 말하더니, 곧바로 자신이 가진 버프 스킬들을 한꺼번에 시전해주었다.
우웅!
곧이어 지크에게 형석이우스의 강력한 버프가 차례차례 걸렸다.
[알림: 명중률이 250% 상승하셨습니다!] [알림: 회피율이 250% 상승하셨습니다!] [알림: 방어력이 150% 상승하셨습니다!] [알림: 항마력이 150% 상승하셨습니다!](중략)
[알림: 공격력이 200% 상승하셨습니다!] [알림: 주문력이 200% 상승하셨습니다!]정말이지 압도적인 버프!
귀족 중의 귀족.
버퍼 계열 클래스를 가진 게이머들 중에서도 역대 최고라고 인정받는 형석이우스.
그 무시무시한 버프들이 지크를 강화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