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3
1252
해가 없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진짜였다.
“뀨! 주인 놈아! 어떻냐! 뀨우!”
“진짜… 없는데?”
지크가 대답했다.
“이게 뭔 일이야?”
“뀨! 그걸 햄찌가 어떻게 아냐! 뀨우!”
“잠깐만.”
지크는 즉시 에 통신을 걸었다.
천우진은 부재중이었지만, 요원과는 통신이 가능했다.
“혹시 지금 대륙 상황 어떻죠?”
– 별다른 특이사항 없습니다. 마우레키온 제국군이 프로아 제국과의 국경 근처로 이동하는 것 같기는 한데, 당장 전면전을 벌이려는 모습은 아닙니다. 무력 시위, 혹은 대규모 전면전에 대비한 병력의 전방 배치에 가깝습니다.
“해가 안 뜨지는 않았고요?”
– 예…?
마법의 수정구 너머 의 요원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크가 뜬금없이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프로아 제국에는 해가 안 떴는데요?”
– ……?
“밤이에요, 밤.”
–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로부터 몇 초 뒤.
– 위성 상에… 프로아 제국만 어둡습니다. 마치 밤처럼.
“다른 곳은요?”
– 멀쩡합니다.
“엥???”
– 이상합니다. 프로아 제국에만 해가 안 뜬 것 같습니다.
“이 무슨….”
지크는 혼란스러웠다.
다른 곳에는 해가 떴는데, 프로아 제국에만 안 떴다?
“일단 알겠습니다.”
지크는 통신을 끊고 회의를 소집했다.
지금 상황에 대한 원인을 찾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다.
“…….”
“…….”
“…….”
그러나 제아무리 유능한 대소신료들이라고 한들, 지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었다.
당장 해가 안 뜨는 원인을 어떻게 알아낸단 말인가?
게다가 보통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의 심리는 대개 비슷했다.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거나, 혹은 군주가 부덕한 탓에 벌어진 재앙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대소신료들로서는 감히 그 말을 입 밖에 꺼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크가 희대의 폭군도 아니었고.
오히려 그 누구보다 성군에 가까운 영웅이 지크였기에, 그런 미신 같은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흠.”
지크는 한참 고민을 하더니, 결론을 내렸다.
“이건 고대던전을 빠져나온 악마적 존재의 소행 같네요.”
이러한 갑작스러운 사태는 악마적 존재가 아니면 그 원인이 설명되지 않는 것.
‘뭘까.’
지크는 퀘스트창을 열어 이 사태와 관련이 있을 만한 걸 유추해보았다.
그 결과.
[열 개의 재앙]천계의 감옥에 갇혀 있다가 중간계로 도망친 악마적 존재들 중 가장 무시무시한 10명을 찾아내 처치하라.
•타입 : 스페셜 퀘스트 (주인공 전용)
•진행률 : 60% (6/10)
•보상 : +20레벨
•목록 :
– 창궐하는 메뚜기
– 핏빛 강
– 작렬하는 우박
– 들끓는 파리 떼
– 끝없는 어둠
– 대멸종
– 부패의 저주
– 피를 빠는 기생충
– 울부짖는 짐승들
– 죽음의 노래
‘들끓는 파리 떼. 이건 아니고. 끝없는 어둠? 이건 좀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부패의 저주나 울부짖는 짐승들이 뭔진 몰라도, 이렇게 해가 안 뜨는 건 아닐 테니까.’
지크는 그 같은 결론을 내리고, 즉시 천계로 가 미카엘을 만났다.
열 개의 재앙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미카엘이었으니, 조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찾아가면 되었던 것이다.
“아, 그가 활동을 시작했습니까?”
역시나 미카엘은 지크의 물음에 짚이는 게 있다는 반응이었다.
“뭔지 아세요?”
“예, 지크 님.”
“뭔데요?”
“그는 태양포식자 녹스란 악마입니다.”
미카엘이 설명했다.
“세상을 어둠으로 뒤덮는, 아주 무시무시한 악마입니다.”
“어떻게 잡을 수 있죠?”
“사실 그를 잡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습니다.”
“……?”
“그는 평범한 인간으로 위장한 채 돌아다니며 태양 에너지를 빨아들입니다. 그가 있는 곳에는 태양이 뜨지 않고, 늘 어둠만이 가득하지요. 고대에는 녹스로 인한 빙하기로 모든 생명체의 90퍼센트가 절명한 적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지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찾아내야 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럼 쉽겠네요. 인자기의 천리안을 쓰면 되니까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미카엘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은신에 매우 능합니다. 제아무리 인자기의 천리안이라도 탐지하지 못할 겁니다.”
“그, 그래요?”
“단,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미카엘이 조언했다.
“어둠은 녹스를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그러니까….”
“어둠의 정중앙에 녹스가 있단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그러니 현재 녹스는….”
“프로이센에 있겠네요.”
지크가 미카엘이 하려던 말을 대신해주었다.
공교롭게도, 프로아 제국의 수도 프로이센은 국토의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알겠습니다. 조언 고마워요.”
“아닙니다. 더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저 가볼게요.”
“살펴 가십시오.”
천계를 떠난 지크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걸 어떻게 찾아?’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 서방, 아니 프로이센에서 녹스 찾기였기 때문이다.
***
프로이센으로 복귀한 지크는 즉시 을 켜서 항목에 라고 입력해보았다.
[알림: 검색 중….] [알림: 를 찾을 수 없습니다!]그러나 미카엘의 말대로 녹스의 행방은 으로도 탐지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걸 일일이 다 뒤져야 한다고?’
진짜 김 서방 찾기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녹스를 찾지 못하면 태양이 프로아 제국만을 비추지 않을 테고, 그렇게 되면 대재앙이 펼쳐질 터였다.
아니, 대재앙은 이미 펼쳐졌는지도 몰랐다.
“추워….”
“겨울옷을 꺼내야겠어.”
“난방을 다시 시작하라 이르라.”
이미 황궁에서는 때 이른 월동 준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태양이 비추지 않으니 기온이 점점 떨어져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추위가 엄습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추위 속에서 농작물이 잘 자랄 리가 없었다.
지금 당장이야 괜찮겠지만, 며칠 후면 한참 잘 자라야 할 농작물들이 모조리 죽어 버릴 게 분명했다.
단순히 좀 어둡고 마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파괴되는 것이다.
“지금부터 수도 프로이센을 봉쇄하고, 대규모 수색 작전을 펼치겠습니다.”
결국, 지크는 회의를 소집한 뒤에 프로이센 전체를 수색하기로 했다.
위장에 능한 녹스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오직 이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큰 문제가 있었다.
“폐하, 이 사태가 계속되면 나라 전체가 무너질 겁니다.”
미켈레가 걱정이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백성들은 아직 월동 준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땔감 가격이 폭등할 것이고, 연료로 사용되는 낮은 등급의 마정석 가격도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를 겁니다.”
“…….”
“게다가 지금은 겨울옷이 생산되는 시기도 아닙니다. 이 사태가 1주일만 지속되어도 농작물들의 피해가 엄청날 겁니다. 결국, 1년 치 농사가 모조리 망해버리는 겁니다.”
“그럼 어떡하지…?”
“빨리 그 악마적 존재를 찾는 수밖에는 딱히….”
그때였다.
“제가 도울게요.”
회의에 참석한 라이미안이 슥 나섰다.
그녀는 마탑에서 탈옥한 이후 건강이 꽤 많이 좋아졌는지, 얼굴이 좋아 보였다.
“방법 있습니까?”
“임시방편으로 인공 태양을 띄워봐요.”
“예?!”
지크는 너무나도 놀랐다.
인공 태양을 띄운다?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전대 마탑의 주인이었던 라이미안에게는 그게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가능할 것 같사옵니다.”
데시마토 공작이 나서서 한마디를 거들었다.
“본국에는 마정석이 많사옵니다. 또한, 이번에 마탑에서 탈출하신 위대한 마법사들이 있사옵니다. 지금 당장 인공 태양을 띄운다면, 적어도 한두 달 정도는 버틸 수가 있사옵니다.”
“그, 그래요?”
“예, 폐하. 그것이 마법이옵니다. 마법의 원류는 이 신비로운 학문을 이용해 우리 인간의 실생활을 이롭게 만들기 위한 것이옵니다.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게끔, 저희 마법사들이 힘을 써 보겠사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지크는 라이미안과 데시마토가 주도하는 인공 태양 띄우기에 동의했다.
태양이 사라짐으로 인해 벌어질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이렇듯 인공 태양이라도 띄우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프로아 제국의 마법사들은 즉시 인공 태양 띄우기에 나섰다.
물론 국토 전체에 인공 태양을 띄우는 건 불가능했기에, 커다란 농경지와 대도시 위주로 진행했다.
그것만으로도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찾지. 어떻게….’
지크는 대규모 수색 작업과 신원 확인 작업을 직접 지휘하면서, 녹스를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큰일이네. 장기전이 되면 곤란한데.’
지크의 고민은 깊었다.
인공 태양을 유지하는 건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
프로아 제국 곳곳에 떠 있는 인공 태양들은 마나를 엄청나게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시간당 소모되는 마정석의 가격을 생각해 보면, 이 사태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프로아 제국의 재정적 손실은 가히 엄청난 거였다.
더욱이 현재 마우레키온 제국과의 전면전을 앞두고 있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인 만큼 더더욱 부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 어떡하지.’
그때.
“폐하, 수호자들에서 통신이 걸려왔사옵니다.”
“그래요? 가보죠.”
통신을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천우진이었다.
– 너 골치 아프게 됐다며?
“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치겠다. 하다 하다 인공 태양까지 띄웠어.”
– 알아.
“알면 정보를 내놓든가.”
– 뭐 인마?
“뭐 짚이는 게 있으니까 연락한 거 아냐?”
– 맞긴 하지.
“뭔데, 그 정보라는 게.”
– 맨입으로?
“나 지금 말장난할 기분 아니다.”
지크가 천우진을 향해 와락 인상을 구겼다.
“도와줄 거면 확실히 도와줘. 나도 여태까지 니가 해달란 일 해줬잖아.”
– 알겠다.
천우진은 지크가 예민해져 있는 걸 보고 단도직입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 여기 위성사진 봐봐. 이 검은 원이 프로아 제국이지?
“그렇지?”
– 그럼 이 사진은?
“똑같잖아.”
– 달라.
“뭐가?”
– 미세하게 원이 옆으로 이동했어.
“……?”
– 그러니까, 태양 에너지를 먹는 이 검은 원이 전후좌우로 조금씩 이동한다고.
“그, 그래서?”
– 위성사진을 최대한 확대해서 검은 원의 중심 위치를 추적해봤거든?
“……!”
– 근데 위치가 기묘해.
“어딘데?!”
– 황궁.
“뭐?!”
– 정확히 황궁이야. 동선도 황궁 내부랑 딱 일치해. 움직임이 딱 보여.
천우진이 위성사진 수백여 장을 주르륵! 보여주며 말했다.
해당 위성사진들에는 검은 원의 중심이 되는 붉은색 점이 이동한 경로가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 태양을 먹는 검은 원이 그 녹스라는 악마적 존재를 중심으로 한다고 했잖아? 그럼 답은 하나야. 그 악마적 존재는 황궁에 있고, 황궁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는 거. 그렇다는 말은….
“시녀, 혹은 시종.”
지크가 대답했다.
“보통 시녀들이나 시종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황실 식구들은 이렇게 안 다녀. 그리고 여긴 주방 쪽이잖아.”
– 그렇지.
“답 나왔네.”
– 어때?
“진짜 고맙다.”
지크가 천우진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너 아니었으면 최소한 몇 달은 고생할 뻔했는데.”
– 오?
“내가 크게 한턱낼게. 며칠 이따가 보자.”
– 진짜?
“응.”
– 믿는다?
“믿어, 좀.”
– 알겠다.
“일단 끊을게. 좀 바빠서. 오늘 오후에 커피나 한잔하자.”
– 그래, 연락해라.
그렇게 지크는 천우진과의 통신을 끊고 즉시 황궁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가 황궁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더 내버려 둘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