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303
1302
“……!”
지크는 카렐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흘러나오자 크게 놀랐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동요하는군.”
카렐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내 예상이 맞았어. 네놈은 그랜드 마스터 데우스의 제자야.”
“그걸 어떻게 알지?”
“왜 모를까.”
카렐이 대답했다.
“450년 전쯤이었지. 꽤 재미있는 시대였다. 동시대에 그랜드 마스터가 일곱 명이나 활동했으니.”
“일곱 명…? 내가 알기로는….”
“일곱이다.”
“어째서.”
“나는 그랜드 마스터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는 존재. 그러니 일곱이 맞다.”
“그래서.”
“데우스. 참 재미있는 놈이었지. 시대를 잘못 타고난 자였다.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최강의 자리에 앉았을 테지만, 그는 그러질 못했지. 같은 시대에 더 강한 자들이 득실거렸으니. 하늘은 왜 나를 낳고, 저놈들까지 낳았느냐며 한탄하기에 충분했다.”
사부의 과거가 카렐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데우스는 거의 50년 동안 뼈를 깎는 고행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했지만, 결국엔 누구도 이기지 못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행방불명되어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더군. 마지막에 그가 남긴 말은… 재미있게도 무적의 힘을 손에 넣겠다는 거였다. 참 우스운 일이라고나 할까… 수십 년 동안 누구도 꺾지 못한 주제에 무적의 힘을 얻겠다니. 차라리 포기하고 집착을 버렸으면, 여생을 편안하게 살았을 텐데 말이다.”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알지?”
이쯤 되면 카렐, 아니 저 정체불명의 존재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크가 아는 한 사부의 과거를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무려 450년 전의 일이었으니,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사부를 아는 사람이 있을 턱이 있겠는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당시 사부가 이기지 못했던 그랜드 마스터 중 하나인 것 같기는 했다.
“나는.”
카렐이 대답했다.
“창조주를 받드는 자다.”
“……!”
“창세기 때부터 존재했던 유일신 교단의 교리를 지켜나가는 자이며, 모든 성직자들의 지도자인 교황이다.”
“교황…?”
“450년 전에는… 법왕으로 불렸다.”
그 순간.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사부의 한]450년 전 대륙을 주름잡던 8인의 강자들 중, 스승 데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후예들을 격파하라.
•분류 : 퀘스트
•진행 상황 : 85.71% (6/7)
– 뇌신 바즈라의 후예
– 검성 무르시엘라고의 후예
– 대현자 지그하르트의 후예
– 혈마 베르세르크의 후예
– 법왕 마우그리스의 후예 UP!
– 신궁 윈드포스의 후예
– 패왕 브라움의 후예
카렐의 탈을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강자는 퀘스트의 마지막 타깃인 법왕 마우그리스의 후예였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후예가 아닌 본인이었다.
무려 450년 동안이나 죽지 않고 살아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살아 있지? 수명이 늘어나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텐데?”
지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법왕 마우그리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수명이라….”
법왕 마우그리스가 대답했다.
“유일신 교단의 교황인 나에게… 그런 한계 같은 게 존재할 것 같은가?”
“……?”
“어리석은 자여.”
법왕 마우그리스가 지크를 딱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창세기 때부터 존재해 온 자이니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을 살아왔느니.”
“……!”
“육체는 유한하지만, 정신은 무한하다. 유일신 교단의 교리 자체인 내가 어찌 육체의 한계점에 무릎을 꿇겠느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새 숙명의 집행자는, 마치 망령과 같은 자였다.
대천사장 미카엘만큼이나 긴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데우스의 제자여. 너는 네 스승만큼이나 어리석구나.”
“뭐?”
“데우스는 분수를 모르는 자였지.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이룰 수 없는 걸 이루기 위해 발버둥 치던 불쌍한 인생이었다. 결국 그는 어느 깊은 산 속에서 고생만 하다가 비참하게 죽었을 터. 네놈도 그와 같다.”
“뭐가?”
“네 스승처럼, 너 또한 이루지 못할 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느냐? 다가오는 숙명은 막을 방법은 없느니라. 그분의 강림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 모든 걸 창조한 자의 강림을 피조물 따위가 어찌 막겠는가?”
“다 좋은데.”
지크가 냉소를 지었다.
“사부님 얘기는 듣기 거북한데?”
“네 스승이 욕을 먹는 게 불쾌하다는 건가?”
“그럴 리가.”
지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 사부님께서는 무적을 이루셨다.”
“믿어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구나.”
마우그리스가 이번에도 지크를 딱하다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무적의 힘? 데우스가 진정 그걸 이루었다고 생각하느냐? 딱하구나, 어리석은 자여. 네 스승은 시대를 풍미하는 강자였으나, 무적의 힘을 손에 넣은 자는 결코 아니었다. 사부에게 속았구나.”
“그 말….”
지크가 말했다.
“후회할 텐데?”
“후회? 내가 후회 같은걸….”
그때.
“후회할 것이다.”
사부가 강림했다.
과거 자신이 이기지 못했던 강자들 중 하나인 법왕 마우그리스가 나타났음을 느끼고 이곳 고대 일루미나티의 유적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사부님!”
지크가 사부에게 다가갔다.
“저자는….”
“모르고 왔겠느냐?”
사부가 지크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본좌가 현역이었을 당시에도 뭔가 이상한 놈이다 싶었는데, 역시 그랬구나. 아직도 안 뒈지고 살아 있는 걸 보니, 아주 오래된 망령이었던 모양이로다.”
“예, 사부님. 그렇습니다.”
“잠시 비켜 서 있도록 해라.”
“예!”
지크는 사부가 한(恨)을 직접 풀 수 있도록, 슥 물러나 주었다.
사부는 과거 법왕 마우그리스를 포함한 일곱 명의 강자들을 이기지 못한 게 못내 한이 되어 신(神)이 되지 않고 세계에 남아 있는 중이었다.
지크는 그런 사부의 한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지크는 사부가 준 힘으로 꺾을 수 없었던 강자들을 이겼지만, 사부는 끝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지 않았던가?
“오래간만이군.”
사부가 법왕 마우그리스를 향해 다가섰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륵… 스르륵….
사부의 모습이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점점 변해 가는가 싶더니, 이내 곧 흑발의 미남자가 되었다.
약간의 장난기가 서려 있으면서도 날카로운 인상.
지크가 보았던 과거 사부의 모습 그대로였다.
“데우스.”
법왕 마우그리스는 사부를 보고 조금은 놀라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법왕 마우그리스는 결코 인간이라 볼 수 없는 존재기에 기나긴 세월을 생존해 있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사부는 아니었다.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들이라 할지라도 500년 넘게 살아 있기란 쉽지 않은 법.
그런데 사부가 젊은 시절 그대로의 모습까지 구현하는 걸 보니, 놀라지 않는 게 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감히.”
사부가 씩 웃으며 손가락 관절을 우득! 우드득! 하고 꺾었다.
“제자 녀석 앞에서 본좌의 과거사를 까발리며 욕을 해?”
“네놈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 건가?”
“무적의 힘을 손에 넣었다, 왜.”
“헛소리.”
마우그리스는 사부의 말을 믿지 않았다.
“네놈이 말한 무적이란 상대가 그 누구라 할지라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아니던가? 네놈 따위가 그런 힘을….”
“다른 건 다 참아도.”
사부가 팟! 하고 마우그리스의 코앞으로 이동해 말했다.
“제자 녀석 앞에서 본좌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다.”
“……!”
“보여주마. 무적의 힘을.”
다음 순간.
콰앙!
사부의 주먹이 마우그리스의 얼굴 정중앙을 강타했다.
“커헉!”
마우그리스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지며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본좌가.”
사부가 마우그리스의 멱살을 움켜쥔 채 말했다.
“분명히 말했을 텐데.”
“크윽….”
“반드시 무적의 힘을 손에 넣겠다고.”
“데우스… 네놈 따위가….”
“똑똑히 봐둬라.”
그렇게 말하는 사부는, 지크의 스승인 999레벨의 히든 NPC가 아니었다.
지금의 사부는 무인(武人) 데우스였다.
젊은 시절의 감성 그대로, 과거에는 이기지 못했던 마우그리스를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잡귀 같은 것이.”
사부가 마우그리스의 멱살을 움켜쥔 채 땅에 패대기치며 말했다.
쾅! 콰앙! 쾅! 쾅!
“컥! 커헉! 크아아아아악!”
그럴 때마다 마우그리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샤키로조차 간단하게 쳐부수었던 마우그리스.
하지만 사부 앞에서, 그는 한낱 샌드백에 불과했다.
심지어, 사부는 진심도 아니었다.
만약 사부가 정말로 힘을 썼다면, 마우그리스는 단 한 방에 소멸되어 사라졌을 터.
이건 구타에 불과했다.
과거의 한풀이일 뿐, 결코 대결 같은 게 아니었던 것이다.
“네놈이. 제일. 얄미웠어. 이 X새꺄.”
퍽! 퍽! 퍽! 퍽!
사부가 발길질로 마우그리스의 그곳(!)을 집요하게 노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우그리스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발길질에 그곳(!)을 짓밟히고 있었으니, 그 고통이 얼마나 끔찍할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모, 못 보겠어… 으으….”
지크는 차마 그 광경을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뀨우… 햄찌도 못 보겠다… 뀨….”
햄찌는 감정이입–도대체 왜 감정이입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도 했는지 자신의 그곳(!)을 움켜쥐며 마우그리스의 고통에 공감했다.
“…….”
“…….”
“…….”
지크의 동료들 또한 그 광경에 할 말을 잃고,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그들이 몸을 피한 이유는 간단했다.
‘무, 무서워.’
‘휘말리면 나도 죽는다.’
‘가까이 가지 말자.’
사부의 기세가 워낙에 흉흉해서, 곁에 있다가 혹시 불똥이라도 튈까 싶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프지? 이 새꺄? 어?”
“크아아악!”
“내가 447년 전에 니 새끼한테 맞은 데가!”
“으아아아아아악!”
“비만 오면 아직도 쑤신다! 쑤셔!”
“아아아악! 나, 나는 기억이 나지 않….”
“때린 놈이라 기억이 안 난다 이거지? 좋아. 너도 한번 당해 봐. 수백 년이 지나도 절대로 못 잊을 테니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부는 아주 한풀이를 제대로 하려는 듯이 마우그리스를 패고, 패고, 또 팼다.
마우그리스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당히 힘을 조절해서 오직 고통만 주는 고차원적인 폭력을 구사하면서….
‘사부님도 어지간히 뒤끝 작렬이시네.’
지크는 사부가 얼마나 한이 맺혔는지를 이해하면서도, 그 보복의 강도에 몸서리쳤다.
사람을 저렇게까지 팰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사부가 가하는 폭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렇게 무자비한 폭력이 약 1시간쯤 계속되었을 무렵.
“무적의 힘을 손에 넣었냐고 물었냐?”
사부가 만신창이가 된 마우그리스의 멱살을 움켜쥐며 말했다.
“크으윽….”
“본좌는.”
사부가 자신의 진정한 힘을 드러내었다.
“네놈을 죽일 수도.”
뒤이어 카렐의 몸에 깃든 마우그리스의 영혼이 빠져나오는가 싶더니, 미립자의 형태로 흩어졌다.
소멸.
물리력으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영혼을 분해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네놈을 살릴 수도 있느니라.”
사부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흩어졌던 마우그리스의 영혼이 재조합되어 카렐의 몸에 깃들었다.
단순히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걸 넘어서, 아예 영혼을 소멸시켰다가 재생성하는 기적을 선보인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